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아버지의 교육법

처녀글 : 기묘한 러브 스토리 http://www.dogdrip.net/32240207





기묘한 러브스토리를 읽어주신 개드리퍼님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엔 제 아버지의 기묘한 교육법에 대해 적고 싶네요.


저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고, 아버지를 처음 본 기억이 5살입니다.

아버지는 맨땅으로 외국에 유학을 하던 시절이셧고(스스로 돈을 버셔서 유학을 가셨습니다.)

그렇기에 집이 넉넉하지는 못했습니다. 

외국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유치원에 갔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죠.

그래도 애들하고 잘 지냈는지, 제가 유치원을 안가면 따라 안가겠다던 프랑스 아이도 있엇습니다.( 그 아이랑 제가 유일한 두 외국인으로 기억)

어렸을 때 부모님은 쇼핑을 절대 안하셨습니다. 시장을 갔으면 시장을 갔죠.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저는 부모님이 과일이나 야채만 주변에서 사는걸 구경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장난감에 대한 유혹이 거의 없었습니다. ( 이게 은근히 중요한거 같습니다. 어릴때는 아이와 함께 주로 먹는데 쇼핑가는게 정서적으로 좋은거 같아요)

그러다가 장난감을 선물 받으면 어쩔줄 몰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걸 그렇게나 못버리게 했다네요.

(지금도 열살 때 산 곰인형이 제 책상에 있으니까요)

제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제가 토이저러스(미국의 장난감 백화점)에서 레고를 사달라고 졸랐었는데

아버지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다음에 사줄게란 말이 아니고 안된다고 했습니다.

"왜 안되요?"

"돈이 없어."

"우리 집 못사는 거에요?"

"그래. 못 살지 우리집은. 못 사니까 먹는거라도 잘 먹으려고 그러는거다."

"왜 우리 집 못사는 거에요?"

"왜긴 왜야. 니가 내 아들이니까. 내가 네 아빠니까."


어릴 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버지 스스로 본인의 한계를 아들에게 알려주는게 참......

저는 그 때부터 용돈을 스스로 벌었습니다. 열 살때 부터 동네 오후 신문 돌리고 그러면서 적은 돈이지만 벌고 그랬죠.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었습니다. 우리집은 못사니까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 부터 한거 같네요.


다른 에피소드는 제 생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 생일이었는데, 제가 10살이 되던 생일 날이었습니다.

"아버지 오늘 제 생일인데요?"

"그래 생일 축하한다."

"헤헤.....생일 선물은 없어요?"

"그래 네 생일이구나. 생일 선물을 줘야지 그럼 아버지한테"

"예? 뭐야 그런게 어딨어요."

"너 이제 나이 두자리 수자나, 그럼 생일선물을 반대로 줘야대 부모님한테."

"아! 거짓말! 생일 선물 주세요!"
"너 엄마나 아빠한테 말썽부린게 많니? 아닌게 더 많니?"
그럴땐 좋은일이 그렇게 생각이 잘 안나죠.......

"더 많이 혼나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뭣하러 생일 선물을 줘. 우리 집 못살잖아."

"아......"

"아빠가 매일 몇시에 나가서 몇시에 오니?"
"아침에 저랑 나가고 밤 열시쯤 오시죠...."

"그래, 아빤 우리 집이 못살아서. 잘살게 해볼려고 노력중이다. 네가 좀 알아줬으면 한다."

그 이후로 저는 생일을 챙기려는 그 자체가 불효라는 생각에, 생일 챙기지 않았습니다.

대학 와서 생일이라고 챙겨주는 동기들에게 감동도 먹고 그랬져.


요 며칠 전 어버이날이었죠?

어릴 때 어버이날께 카네이션 같은 걸 사오시면, 아버지는 꼭 화를 내셨습니다.

"아들. 내가 너 뭐 사준거 있냐?"

"없는데요."

"근데 카네이션을 사줘."

"어버이 날이잖아요. 키워 주셔서 감사하니까....."

"진짜 감사하냐?"

"예?"

"넌 너 혼자 잘 크고 공부 열심히 하는데, 내가 비록 네 아빠지만 널 열심히 키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어버이날이라고 하지만, 난 많이 네게 미안하다. 오히려 어버이인 나나 엄마가 많이 반성해야 되는 날인거 같구나."

"아 아빠. 그렇게 말하시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카네이션 사지 마라. 그 이후에 사줘도 늦지 않아. 넌 지금 네 할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교수님이 되셨습니다.(늦은 나이지만)

집도 어느정도 살게 되었지요.

며칠 전 카네이션 화분과 아이스크림 케잌을 들고 집에 갔습니다.

"아들, 생일도 못챙겨 줬는데......"

"뭐 계속 안챙겼자나요. 저도 그냥 지나가요 이젠 ㅋㅋㅋ"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입에 무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아들, 내가 좋은 아버지냐?"

"좋은 아버지인거 같습니다. 그건 분명해요."

"왜?"

"아버진 허세나 위엄이 없자나요. 오히려 그게 더 강하다는 걸 저도 이젠 알 나이인거 같구요.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 잘 없어요."

"그런가? 수다쟁이일수도 있는거잖아."

"그게 어때서요. 대화가 단절 되는거 보단 낫죠.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어릴 때 어버이날 챙기지 말라고 하신건, 빈 말 뿐인 감사를 안듣고 싶은거셧죠?

지금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 그걸 알았으면 됬다. 고맙다 아들. 잘 커준거 같다."



"부자가 아주 드라마를 찍네 찍어. 요즘 둘이 뭔 일 있어? 드라마 대사를 줄줄 읊어 대?"

"엄마는 그럼 왜 저보고 카네이션 사지 말라고 한거에요?"

"돈 아까워서. 뭔 말이라고 묻고 있어. 그리고 그렇게 생화를 화분째로 사오면, 물은 네가 줄거냐?"

"아......."

"여튼 요즘 니네 아빠 드라마 많이 봐서 그런지 더 닭살 돋는다. 옛날에도 심헀는데, 요즘 드라마 좀 보더니 물이 올랐어 아주!"

"여보,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아들이 감사의 표시를 하는데."

"입 다물고 아이스크림 케익 드세요. 아내 속은 무진장 태웠으면서"

그렇게 부자는 입다물고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나이가 들면서 그 대단함이 더 느껴집니다.

응당 아버지라면, 아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건데......

올해 27입니다. 매번 느낍니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 그리고 그 한계를 남에게 말 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그 한계를 고쳐나가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인 듯 합니다.

그러니 저는 운이 좋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강한 아버지를 둔 셈이니......

바빠서 좀 지난 뒤에 이글을 쓰게 되지만, 

아버지 정말로 사랑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9개의 댓글

분위기깨라얍
2013.05.12
부랄부랄탱탱부랄 얍
0
2013.05.12
저런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핑계겠지? ㅋ
0
2013.05.12
@내가왔당께
ㅋㅋ 솔찍히 핑계지...ㅠㅠ
0
2013.05.12
한편으로는 저런 강한아버지가 되고싶은데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돈을많이벌어서 떵떵거리고 살고싶다.
0
2013.05.13
아버지의 진짜 뜻인지 받아들이기를 니가 잘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자이던 후자이던 간에 분명한건 니가 잘컸네...

그리고 본인에 한계를 인정한다는것, 그것도 남도 아니고 가족에게 그럴수 있다는건

참 어려운 일인데 아버지가 나름에 철학이 있으신것 같다.

아버지들의 자식에 대한 교육철학은 어떤게 좋고 나쁘다고 할수는 없지만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 참 좋은거 같다.
0
2013.05.13
멋있다
0
어 근데
2013.05.22
AV도 교육에 영향을 받은거냐

아니면 모든 현대를 사는 모든 대한민국 남성으로써 어쩔수없는거냐
0
2013.05.29
@어 근데
외국살아서 그런걸거임
0
2013.11.29
대견하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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