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소원을 이룬 남자

30대 후반인 그는 매일같이 후회를 한다.

 

'더 어렸을 때 좀 더 인생을 즐겨볼걸...'

'그딴 쓸데없는 거에 꽂혀서 시간 낭비할 바에 다른 곳에나 열중할걸...'

'투자 잘만 했으면 돈 날릴 일 없었을텐데...'

'헤어진 여친에게 더 잘 해 줬으면 지금도 잘 만나고 있었겠지?'

 

마치 그의 인생은 실패와 실수의 연속인 것만 같았다. 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그의 소원은 바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한 번이라도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인생을 살아 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는 더욱 더 간절해졌다.

 

그는 진심으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혹시 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나 만화 같은데 보면 어쩌다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던데...'

'간절히 생각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까?'

'큰 사고를 당하면 되지 않을까?'

'자살시도라도 해 볼까...'

 

그렇게 생각에 잠기던 그는, 운전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바로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방 안의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방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 아니 오히려 방이 오랜 전 상태와 같았다.

 

'이거... 설마?'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력을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 그가 대학에 막 입학한 시점이었다.

 

'말도 안 돼! 정말로 과거로 돌아오다니!'

 

그는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기뻐하고 싶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의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의 예상대로, 그의 인생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그는 대학에서 남들에 비해 공부를 덜 해도 되었다.

 

20년 전이라고 해도 어떤 수업이 학점을 따기 쉬운지, 어떤 부분을 주로 공부해야 하는지는 대강이라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에는 그 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20년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앞으로 '진짜' 유망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도 알고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잘못된 선택들, 실수들도 하지 않게 되어 거의 완벽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전의 시간으로 왔다.

 

물론 그 때와 그와 지금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지만, 그는 앞으로 또 다시 예전처럼 후회만 할 인생을 살까 두려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손대는 일은 무엇이든 잘 되었고, 그가 하는 선택은 항상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전혀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시피 했다.

 

마치 지금의 세상은 그를 위한 세상인 듯 했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이 표현은 그에게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 그는 노환으로 죽을 날이 멀지 않게 되었다.

 

가족들은 슬픈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는 행복했다.

 

예전의 그 사고를 계기로 후회로 가득찼던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고, 누구도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기에, 

 

그는 더 이상 미련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의 세상은 그를 위한 세상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그는 몰랐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정말로 그 자신만을 위한 세상이었다는 것을.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그는 수십년간 사경을 헤매다

 

끝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그는 수십년 동안 행복한 꿈을 꾸다, 꿈을 마침과 동시에 그의 인생도 마쳤다.

 

 

===========================

 

 

 

사람이라면 솔직히 누구나 다 후회되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과거를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후회를 하고, 거기에 계속 얽매이곤 한다.

진심으로 인생을 그 때부터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그러다 정신 차리고 위와 같이 몇자 끄적여 봤다.

 

그렇게 계속 모종의 사건으로 과거로 돌아가길 염원하다 만에 하나 정말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 그건 현실이 아닐 거라고 본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부족한 글솜씨지만 그래도 글로 한 번 써 보고 싶어서 이렇게 남겨 본다.

9개의 댓글

2019.12.13

인식할수 없다면 잘짜여진 환상과 실재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하게됨

0
2019.12.13

형님 이새끼 웃는데요?

0
2019.12.16
@Kryle

원래 선배님 아니었냐

0
2019.12.13

좋은 꿈 꾸는법 ㅇㄷ

0
2019.12.13

앗....아아..앗...

0
2019.12.13

꿈인거 알았으면 바로 명동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똥싸고 춤출 수 있었는데 좋은 기회 날렸네 ㅉㅉ

0
2019.12.13

댓글이 참 개드립스럽네 ㅋㅋ

1
2019.12.16

투더문이랑 뭐가 다르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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