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2ch] 고맙습니다.


4

대학 때문에 독신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되던 날
고무 밴드가 필요해서, 집에 남는 게 없을까 싶어 서랍장을 뒤지고 있던 중
쓰다남은 듯한 고무밴드 상자를 발견했다.
아마 이사할 때 친가에서 쓰던 것을 넣어줬던 것이리라.
오랫동안 쓰지 않더라도 상하지 않게 랩으로 상자를 감아두었다.
이사할 때 어머니가 이것 저것 가져가야 될텐데, 라는 말을 했지만
필요하게 되면 알아서 사겠다면서 죄다 거절했던 것이 생각났다.
독실 생활을 시작하고 1년 되는 그 날, 난 처음으로 울었다.
어머니, 고마워요.






21

어렸을 때 신칸센을 타고 어머니의 친가에 가곤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몬드 초콜릿을 사 주었다.
1시간 정도의 나들이였지만, 어렸던 나에게는 엄청나게 멀리 나가는 여행과 같았다.
내가 나이를 먹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몬드 초콜릿은 더 이상 사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요전날 친가에 돌아갈 때 과거 먹었던 아몬드 초콜릿을 생각하며 스스로 사봤다.
그 무렵 커다랗게 느껴졌던 아몬드 초콜릿은 아주 작았다.
하지만 신칸센에서 먹었던 그 초콜릿 맛은 달라지지 않았다.
추억이 입안에서 녹아가며, 지난 시간이 아름답고 선명하게 생각났다.
그리고 울었다.
어머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132

나도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토록 오랫동안 같이 살았는데 어째서일까

할머니는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었어.
아침밥은 언제나 흰쌀밥에 낫토, 된장국, 구운 꽁치에 김
내가 맛있다고 말하면 엄청 기쁜 얼굴을 했어.
헌데 나는 쑥쓰러워서 자주 말하지 못했다.
제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고마워요]

어느 날 저녁, 할머니가 웃는 얼굴 그대로인채 싸늘히 식어버렸다.
모든 게 끝난 뒤에야 말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이미 닿을 수 없는 말이지만.







178

벌써 16년이나 됐나.

나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다.
죽기 며칠 전, 몸이 이상하다며, 손이 차갑다는 말을 하며 나한테 손을 내민 적이 있다.
나는 단순한 감기겠지, 너무 야단스럽다며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며칠뒤, 할머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내 이름조차 온전히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목욕탕에서 할머니가 누워 있는 곳을 향해 엎드려 빌었다.

[미안해요. 지금까지 속만 썩여서 미안해요.]
[부탁해요, 할머니가 다시 건강해지게 해주세요.]

실현될 수 없는 소원을 목욕탕에서 혼자 울면서 빌었다.

다음날 , 할머니는 죽었다.
미안해요. 할머니
그때도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싸움도 자주 했지만,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셨죠.
즐거웠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369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한 적도 없고,
당신이 죽고 난 이후에도 고맙다 말한 적이 없는 바보 같은 아들이지만
이 기회를 빌어 말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당신의 손자가 얼마 뒤에 태어날 거 같아요.
태어나면 바로 보이러 갈께요.








450

아버지가 죽었을 때 나는 21살이었다.
몸이 안좋아서 입원했을 무렵, 나는 니트로 놀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친척에게서 소식이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형에게 이끌려 병원으로 갔다.
당시 아버지의 병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금와선 무엇보다 분하다.
우리들이 아버지를 보고 돌아간 뒤, 무너지듯이 침대에 쓰러져 괴로워하셨다는 이야기를
시간이 지나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에게서 들었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어머니가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아버지 병수발을 들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일도 하지 않고 놀고만 있었다.






451

튼튼하고 다부지셨다.
문병하러온 손님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속내를 내비치지 않으셨다.
괴롭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분명 낫게될 거라고 생각했다.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시작된 투병생활
그 원인을 알게 된 건 기이하게도 내 생일 바로 직전이었다.

폐암이었다.

발견되었을 때는 상당히 초기로 절제한다면 살아날수도 있는 크기의 악성 종양
하지만 절제는 커녕 항암제도 방사능 치료도 할 수 없었다.
악성 종양이 생긴 부위가 문제였다.
심장에 너무 가까웠던 것이다.
간신히 들어선 대학병원에서 내려진 진단은 하나 뿐이었다.
남은 여생은 반년이라는 것
대처 요법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내 생일날이었다.

2개의 댓글

2013.02.21
위치님 글 정 주행 中
0
2014.01.14
@x__w__x
위치님 글 정주행中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6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귀신이 나온다는 버려진 호텔 1 그그그그 2 21 시간 전
12461 [기타 지식] 2024년 방콕 중심지 지도 업데이트 15 쿠릭 19 2 일 전
12460 [호러 괴담] [미제 사건] 살해된 딸, 사라진 가사도우미, 그리고 의심받는... 3 그그그그 11 3 일 전
12459 [기타 지식] 나홀로 세계일주 9년차.ngm 김팽달 4 4 일 전
12458 [역사] 미중 경쟁의 시대 -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관하여 (下) 25 골방철학가 26 6 일 전
12457 [과학] 현직 AI분야 교수님이 말하는 AI 트렌드 근황 34 nesy 23 6 일 전
12456 [호러 괴담] [미제 사건] 집에서 사라졌다? 일본 3대 실종사건 1편. 이시... 3 그그그그 7 7 일 전
12455 [과학] [수학 시리즈] 무한보다 더 큰 무한이 있다? 무한의 크기 비... 25 0년째눈팅중 16 8 일 전
12454 [기타 지식]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는가? 편 2부 - 바텐더 개... 1 지나가는김개붕 15 8 일 전
12453 [기타 지식]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는가? 편 1부 - 바텐더 개... 10 지나가는김개붕 11 9 일 전
12452 [과학] [수학 시리즈] 왜 0.999...=1 인가? 수학의 오래된 떡밥에 대... 67 0년째눈팅중 37 9 일 전
12451 [자연] 햄스터에 대한 몇가지 사실들을 알아보자 27 식별불해 7 9 일 전
12450 [자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생물을 알아보자 12 식별불해 11 9 일 전
1244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돈을 위해 천륜을 저버리다. 1 그그그그 3 10 일 전
12448 [역사] 미중 경쟁의 시대 -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관하여 (上) 32 골방철학가 17 11 일 전
1244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가 끝나자 살인을 자백한 남성 6 그그그그 11 12 일 전
12446 [기타 지식] 세계 최고 부자가 만드는 술, 꼬냑 헤네시 편 - 바텐더 개붕... 15 지나가는김개붕 13 13 일 전
12445 [유머] 황밸 오지선다 4 Agit 4 15 일 전
12444 [기타 지식] 유럽 안에서 널리 쓰이는 유럽어 45 Overwatch 9 15 일 전
1244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도 날 사랑하는데...카스카베 중국인 부... 4 그그그그 9 16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