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이제 그만 자자.

항상 눈팅만 하다가 써 봄.
내가 직접 겪었으나, 내 기억엔 없는 일이야.
기묘한 이야기 게시판에 써야할지 호러에 써야할지
고민하다가 그닥 호러는 아닌 것 같아 여기다 쓸게

때는 2014년 4월 중순이었어.
(훈련소 수료 끝나고 펜션 티비로 세월호 소식을
접했으니 15일 아니면 16일인 것 같다.)

난 21살에 친구와 동반입대를 했어
102보충대에서 21사단으로 갔지

한달 간의 훈련을 끝내고 이제 훈련소 수료를 하는데
사열하면서 사단장 훈시 차례 때 김정은 개새끼니 뭐니
하다가 갑자기 전원 외박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야
나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겠지...”하고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사열 다 끝나고 보니 진짜로 전원 외박을
시켜주겠다는 거야 (원래는 외출이어서 오후 8시 전에 복귀
해야했음) 그래서 좋다고 같은 생활관 애들끼리 부둥켜
안고 그랬지. 부모님도 소식을 듣고선 펜션 하루 숙박으로 급하게 바꾸고 잘 됐다며 좋다 하셨지.

그렇게 부대를 빠져나와 시내에 있는 고깃집에서
밥도 먹고 오랜만에 휴대폰도 만져보고 컴퓨터도 하니
되게 기분도 좋고 신기했었어.

군필자들은 잘 알다시피 훈련소 환경은 되게 열악하잖아.
흙먼지도 많고 관리도 잘 안 되고 몸 약한 애들도 많아서
감기 걸리면 그거 다 퍼뜨리고...
난 어렸을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는데
훈련소 들어오면서 축농증까지 겹치고 더 심해진 거야
그래서 코로 숨을 못 쉴 때도 있다 보니 잠을 깊게 못 자고
중간에 깰 때도 많았어.

날은 깊어가고 펜션에서 썬칩에 맥주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부모님은 올라오는 길이
매우 피곤하셨는지 (편도 5시간) 일찍 주무셨어.
나는 컴퓨터 좀 하다가 잠에 들었는데, 중간에 코가
막혀 잠에서 깬 거야. 그래서 화장실 가서 코 팡팡 풀고
다시 자고, 아침이 밝았어.
이제 복귀하려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하는데,
엄마가 뜬금 없이

“XX야 밤에 잠을 안 자노”

라고 하시는 거야. 난 생각으로
내가 코 푸는 소리에 엄마가 잠에서 깼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내가

“아니다 어제 코 막혀서 자다가 깨가지고 코 풀고 잤다”

라고 대답을 했는데 엄마가

“아니다 니 어제 가만히 서 있길래 ‘XX야 이제 그만 자자’
라고 했는데 니가

< 이렇게 하라고 명령 받았습니다 >

라고 했다 그거 듣고 얼마나 속상했는 줄 아나”

라고 하시는 거야 난 기억이 전혀 없는데 말이야.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해주면
나까지도 계속 소름 돋아.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 있니? 너희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

폰으로 쓴 거라 보기 힘들어도 이해해주면 아주 고맙ㅋ

쓰다보니 길어졌다.
너희들 이번 주도 잘 먹고 잘 살아라

14개의 댓글

코 심하게 골아서 자다가 명치맞은적은 있음
0
2018.05.29
@별거아닌데그만들싸워
[삭제 되었습니다]
@수수
살살하지 그랬어
0
2018.05.28
그거 훈련소기간에 긴장되고 몸이 피곤해서 몽유병같이 수면장애겪은거임

나 훈련소때는 자다가 일어나서 수류탄던지는애, 멋모르고 깨서 따라한애, 입으로 총소리내던 애 다양한 케이스들이 존재함
0
2018.05.30
@염주
어디 귀신들린 훈련소냐ㄷㄷ
0
2018.05.30
@EricL
논산훈련소 ㅋㅋㅋ

그땐 다들 힘들고 지치고 그러니까 그랬을거로 생각
0
2018.06.01
@염주
훈련소는 아닌데 자대에서 동기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이병 ㅇㅇㅇ 잘못들었습니다 하고 한참 일어나있다가 다시 잠든거 본적있음
1
자면서 옷다벗더니 잠깨곤 옆에 동기한테 비비는 새끼도 있음
1
2018.05.28
@체렌코프현상급쓰레기새끼
ㅗㅜㅑ
0
2018.05.29
몽유병이잖아. 별게 다 소름
0
2018.05.29
어머니 꿈꾸신거 아닐까
0
2018.05.30
훈련소때 불침번하면서 옆번호인 두놈이 잠꼬대로 대화하는건봄ㅋㅋㅋ
1
2018.05.31
자다가 잠이 살짝 깼는데 생활관 문 여는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음.비몽사몽 정신없는데 햇살이 밝은것 보니 '아..늦잠잤구나 ㅅㅂ' 라고생각함
내가 막내여서 기상5분전에 생활관 전등 켜놨어야되는데 늦잠잔걸로 착각해서 침대에서 기계처럼 벌떡! 일어나서 침대서 내려옴.
아시발?! 근데 팬티바람인거임! 속으로 생각하기를 '어..왜팬티만입고있지..아 시발 맞선임 개지랄떨겠다.,아 씨발...'
속으로 시발시발거리면서 바지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방문열고 나를바라보는 엄마랑 눈 마주침
정신차리고 둘러보니 일병 휴가나와서 내방에서 자고있던거.
아침밥 먹으라고 말씀하시고는 밖으로 나가시고 나도 바지입고 거실로나왔는데 마당에 나가서 울고계심ㅠ
0
@메르시원챔
아휴 속상하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6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귀신이 나온다는 버려진 호텔 3 그그그그 4 1 일 전
12461 [기타 지식] 2024년 방콕 중심지 지도 업데이트 18 쿠릭 22 3 일 전
12460 [호러 괴담] [미제 사건] 살해된 딸, 사라진 가사도우미, 그리고 의심받는... 4 그그그그 11 4 일 전
12459 [기타 지식] 나홀로 세계일주 9년차.ngm 김팽달 5 4 일 전
12458 [역사] 미중 경쟁의 시대 -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관하여 (下) 25 골방철학가 26 6 일 전
12457 [과학] 현직 AI분야 교수님이 말하는 AI 트렌드 근황 34 nesy 23 7 일 전
12456 [호러 괴담] [미제 사건] 집에서 사라졌다? 일본 3대 실종사건 1편. 이시... 3 그그그그 7 8 일 전
12455 [과학] [수학 시리즈] 무한보다 더 큰 무한이 있다? 무한의 크기 비... 25 0년째눈팅중 16 8 일 전
12454 [기타 지식]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는가? 편 2부 - 바텐더 개... 1 지나가는김개붕 15 9 일 전
12453 [기타 지식]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는가? 편 1부 - 바텐더 개... 10 지나가는김개붕 11 10 일 전
12452 [과학] [수학 시리즈] 왜 0.999...=1 인가? 수학의 오래된 떡밥에 대... 67 0년째눈팅중 37 10 일 전
12451 [자연] 햄스터에 대한 몇가지 사실들을 알아보자 27 식별불해 7 10 일 전
12450 [자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생물을 알아보자 12 식별불해 11 10 일 전
1244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돈을 위해 천륜을 저버리다. 1 그그그그 3 10 일 전
12448 [역사] 미중 경쟁의 시대 -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관하여 (上) 32 골방철학가 17 11 일 전
1244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가 끝나자 살인을 자백한 남성 6 그그그그 11 13 일 전
12446 [기타 지식] 세계 최고 부자가 만드는 술, 꼬냑 헤네시 편 - 바텐더 개붕... 15 지나가는김개붕 13 13 일 전
12445 [유머] 황밸 오지선다 4 Agit 4 15 일 전
12444 [기타 지식] 유럽 안에서 널리 쓰이는 유럽어 45 Overwatch 9 16 일 전
1244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도 날 사랑하는데...카스카베 중국인 부... 4 그그그그 9 17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