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짜릿한 혐오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Lotte Van Dillen은 지난 2012년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A그룹의 사람들은 방귀 냄새가 나는 방에서 구역질나는 이야기들, 예컨대 사과를 베어 물었더니 안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B그룹의 사람들은 평범한 방에서 그냥 사과를 베어 먹었다는 등의 평범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A그룹과 B그룹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바닥에서 지갑을 발견했다. 그는 그 지갑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그룹의 사람들은 지갑을 주운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비난한 반면 B그룹의 사람들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 실험은 혐오감이 도덕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상당 부분 혐오에 기인하다. 내가 혐오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선호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비판을 가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혐오가 도덕 판단에 영향을 주게 된 이유는 우리의 유전자에 있다.

 

혐오는 인류의 생존 수단으로서 진화해왔다. 우리가 뱀과 벌레, 오물 그리고 불쾌한 냄새에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우리의 유전자가 유해한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왔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에 생존여부가 결정되는 원시의 세상에서 혐오는 효율적인 방어기재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유전자는 원시의 인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시에는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이 곧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직관적인 혐오의 방어기재로 해결 가능했다. 추상적인 도덕적 가치판단의 문제가 등장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오랜 시간동안 가치 판단의 도구였던 직관적인 혐오는 어쩔 수 없이 추상적 도덕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하여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추상적 가치에 대한 도덕적 판단 또한 직관적 혐오의 영향아래 놓이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사안과 전혀 관계없는 혐오감이 그 사안에 대한 도덕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늘 아침 식탁에서 바퀴벌레를 봐서 생긴 혐오감이 그날 오후 신문 기사에서 읽게 된 사안에 대해 더욱 가혹한 비난을 하게 만든다. 바로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의 A그룹 사람들처럼 말이다.

 

A그룹 사람들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자신이 대상을 과도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스스로가 도덕적이며 정의롭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시적인 혐오를 통해 짜릿한 정의감을 맛본다. 역설적이게도 혐오를 통해 도덕적 성취를 완성한다.

 

도덕적 판단 혹은 추상적 가치 판단을 해야 할 때는 한 걸음 떨어져서 차분히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 한 잔 하면서 그날에 겪은 불쾌한 상황과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지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가혹한 비난을 하며 갈등상황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11개의 댓글

2016.07.23
그래서 내가 개드립에서 메갈 글 보고, 한조픽 한 놈을 그렇게 욕했던 거구나.. 미안하다 한조야!!
0
2016.07.23
메갈 애들은 대체 뭘 보고 댕기면서 스트레스를 받았길래 저 지경인거냐...
0
2016.07.23
@Heave
거울
1
2016.07.23
@시모야마토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로 '미러'링 이였노 ㅋㅋㅋㅋㅋㅋ
2
2016.07.23
@약산 김원봉
씨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2016.07.23
@약산 김원봉
씨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2016.07.29
@약산 김원봉
오 청출어람 ㅋㅋㅋ
0
2016.07.23
개드립 게이들에게 이제 웹툰 떡밥 노재미니까 머리좀 식히라고하고 보여주고 싶은 글이다.
0
2016.07.23
아하.
메갈이 하는 짓거리가 혐오스러워서 도덕적으로 엄격해지니까 메갈의 좆같은 행태가 더 빡치고 혐오스러워 지는 거구나!
0
2016.07.23
메갈애들은 인생 사는거 자체가 혐오임. 저기 a그룹사람들이 방귀냄새 나는 방에서 혐오스런 이야기를 듣듯이,

메갈애들은 메갈리아4라는 냄새쩌는 혐오집단에서 남혐 이야기만 듣는거랑 똑같음.

b그룹에 비유되는 평범하게 연애하며 지내는 일반적인 여자들은 남혐을 가질 이유가 없음.

남자가 그렇게 혐오스럽게 보이면 어떻게 연애를 하냐? 메갈애들 말마따나 잠재적 가해자라는데

지들이 잠재적 가해자랑 연애할수나 있겠음?ㅋㅋ 해줄사람도 없을뿐더러.
1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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