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반 사마씨 반란 1 - 왕릉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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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평릉 사변, 대군사 사마의 -

 

고평릉 사변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지만, 그에 따른 반발 또한 있었다.

 

먼저, 조진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상만은 처형을 면하게 해 주자는 장제의 건의가 묵살되어 장제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짐을 짊어진 채 시름시름 앓다 사망했다. 전 글에서도 지겹게 언급된 제갈탄, 관구검, 문흠 또한 사마의의 우군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칼을 빼 든 사람은 다름아닌 사마랑(사마의의 형)의 친구이자 사마의와고도 깊은 교분이 있는 왕릉(王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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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릉,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

 

왕릉은 유명한 사도 왕윤(王允)의 조카로, 이각, 곽사의 무리에 의해 왕윤이 피살될 때 몰래 낙양을 빠져나간 후 조조에게 귀순한 사람이다.

 

그는 석정 전투 당시 조휴를 포위하던 오군을 뚫고 조휴를 구출해낸 일등 공신이며, 고평릉 사변 이후에는 사마의에 의해 태위에 임명되었다. 조카 연주자사 영호우(令狐愚)와 함께 대오 전선을 책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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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우, 코에이 삼국지 14 -

 

잠시 영호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가자.

 

영호우의 본명은 영호준(令狐浚 = 깊을 준)으로, 이름에 걸맞게 똑똑하다고 이름난 수재였다.

 

전예(田豫)가 오랑캐를 토벌한 후 귀환하던 중 영호준에게 자그마한 트집을 잡히고 체포당할 뻔 했는데, 조비가 이를 알고는 영호준을 대신 잡아갔다.

 

영호준은 조비 앞에서 신나게 까였으며, "넌 왜 그렇게 멍청하냐?" 란 소리를 황제 앞에서 들으며 이름도 멍청할 우(愚)로 바꿔 버렸다. 결국 영호준은 사서에도 영호우(愚)로 기록되는 신세가 되었다.

 

--

 

아무튼 영호우는 삼촌인 왕릉과 은밀히 만나 조방을 폐하고, 조조(맹덕)의 아들 초왕 조표(曹彪)를 새 황제로 옹립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왕릉은 이를 옳게 여겨 영호우와 반란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떄 영호우가 병사한다.

 

하지만 영호우가 병사하였어도 왕릉의 야심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은밀히 반란을 모의하였다. 이 때 장남인 왕광(王廣)이 반란을 말렸으나, 왕릉은 이를 따르지 않고 계속 계획을 진행하였다.

 

--

 

시간이 지나 AD 251년, 오군이 도수(涂水, 지금의 니우란 강)을 막았다. 그것을 핑계로, 왕릉은 전군에 비상을 내려 적군을 토벌하자는 의견을 중앙에 제출하지만 거절당한다. 이후 왕릉은 양홍(楊弘)에게 명령하여 연주자사 황화(黃華)에게 음모를 함께 꾸미자고 연락하게 되는데, 양홍은 황화와 함께 사마의에게 이를 고발한다.

 

사마의는 이를 듣고, 친구인 왕릉에게 직접 물어보려 갔다. 왕릉은 스스로 일이 다 끝났음을 직감하고, 사마의에게 자신의 인수를 보내고 스스로 자수하였다. 사마의는 왕릉을 풀어주고 그를 처벌하지 않았으나, 왕릉은 스스로 자살하였다.

 

왕릉이 자살한 이후 사마의는 직접 수춘에 군사를 이끌고 왔으며, 이 일을 철저하게 규명하였다. 조표(曹彪)는 사형을 당했으며, 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은 사형 및 삼족을 멸하였다. 영호우와 왕릉 또한 시체를 파내어 저잣거리에 3일간 전시하였으며, 이후 그들의 인수와 옷을 불태운 후 시체를 매장하였다.

 

왕릉과 사마의가 나눈 대화가 위략(魏略)을 통해 전해지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왕릉이 사면받은 후 예전처럼 사마의를 찾아갔으나, 사마의는 그와 10장(약 30m)의 거리를 두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왕릉은 침울해하며

 

"사마의 자네가 나를 서신을 통해 불렀어도 내가 마땅히 오지 않았겠나? 굳이 군대까지 몰고 올 필요가 있었는가?"

 

"왕릉, 그대는 이미 서신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오."

 

"사마의, 그대는 나에게 빚을 졌소."

 

"내가 차라리 그대에게 빚을 질 지언정, 나라에 빚을 지진 않겠소."

 

"내가 죽기를 바라오? 차라리 내 관에 박을 못을 주시오."

 

왕릉은 시험삼아 못을 요청했으나, 사마의는 말 없이 못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왕릉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죽을 때가 된 모양이구나."

 

말하고는, 낙양으로 호송되던 도중 자살하였다.

 

"

 

--

 

왕릉의 반란은 실제로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사마의는 친구인 왕릉이 직접 반란을 획책하였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였다.

이후, 관련 반란자들을 예외없이 주살하였으며, 오랜 친구인 왕릉을 직접 저잣거리에 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사마염이 즉위한 이후 왕릉은 등애(鄧艾)와 함께 복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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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관구검/문흠의 난으로 이어집니다.

20개의 댓글

2020.07.24

재밋따 연재 고마워

문흠이 문앙 아버지 맞지?

문숙(문앙) 조금만 일찍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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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귀여워

재밌게 봐 주니 고맙고맙

 

ㅇㅇ 문앙은 문흠의 아들이지. 위/오건 한 곳에서라도 잘 자리잡았더라면 큰 공을 세웠을텐데

0
2020.07.24

사마부는 동생이고 사마랑이 형아니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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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신켄

옼ㅋㅋㅋㅋㅋ 오류지적 ㄱㅅㄱㅅ

0
2020.07.24
[삭제 되었습니다]
@마이클플린

글쎄...... 셋 다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그나마 제갈탄의 반란이 가장 위협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수춘삼반보다는 조모의 친위 쿠데타 시도가 사마씨 정권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나 싶어

0

어렸을땐 삼국지 뒷부분 개노잼이라고 하고 안읽고 때려쳤는데

 

이렇게 보니까 넘모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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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죽음을택하겠다

삼국지 초기는 소설에서나 볼 법한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지만, 삼국지 후기는 왕릉, 조상, 환범 등 현실적인 인물들이 출현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고 생각함.

 

화끈한 전투를 벌이는 초반부와 다르게 정치 싸움이 대부분인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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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공무원준비생

나이가 먹으니까 저런게 재밌어지네

 

왠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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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죽음을택하겠다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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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얘기부터는 사마의 드라마에 안나오는 내용이겠네

재밌는글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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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해양수산부장관

드라마가 고평릉 사변까지만 다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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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급공무원준비생

왕릉 반란까지는 나와! 관구검은 안나왔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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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Paper

그렇군... 난 그 드라마 안 봐서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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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4

글 잘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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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주소

재미께 봐 주셔서 감사함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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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낙곡대전을 비롯한 강유의 일생에 대해서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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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츼

허허....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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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골ㅡ든한테 트집을 잡다니 죽어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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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밭

골ㅡ든 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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