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릉, 한나라 장군, 흉노의 왕 (1)

사마천 이야기가 나와서 이릉 이야기를 내가 쓰고 싶어서 씀

 

--

 

128249b23336dd7f698a0355c29065e84993aaa477ba04294e7e94f3515c439cfd06eaa1883687ca6c6d975f49be4117b410f890dafd661886f7a67928.jpeg

 

한나라 7대 황제, 세종 무제, 통칭 한무제는 유능한 면모와 미친 면모가 동시에 공존하는 군주로 꼽힌다.

 

전한의 행정과 법률을 완성하였고, 고조선과 베트남을 멸망시켰지만, 사마천을 심영으로 만들고 엄한 이릉의 부하를 자살시키는 등 미친 면모도 있다.

 

이 글에서는 사마천이 옹호하다 고자가 된, 이릉이라는 인물을 소개해보자 한다. 중국사에서 불행하기론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이릉, 그 일생을 들어보자.

 

--

 

65b9970429faf24b2d0b663d98da6f066e6472923934d340638ca33acc87e9ac06e96e0062de72b737a014cf23f3614e2053938427d6d83b879debe78e.jpeg

 

- 한나라 장군 이릉(李陵) -

 

1593647366750.jpg

 

- 이릉이 주둔하던 곳 -

 

이릉은 훗날 오나라의 손권이 차지한 양주(揚州) 단양군에 보병 5000명을 이끌고 주둔하던 흔하디 흔한 장군이었다. 

 

당시 한나라는 흉노족과 전쟁 중이었는데, 한무제는 이광리(李廣利)에게 기병 3만명으로 흉노를 치라고 명령했고, 이릉은 이광리의 후방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이릉이 어떤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한무제에게 본인도 전방으로 출격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도 같이 출정하면 흉노의 전력이 이광리 장군과 저에게 분산될 것이니, 저도 출정하게 해 주십시오" - 이릉

 

문제는 한무제는 당시 기병이 모자랐다.

 

"너한테 줄 기병은 없는데 괜찮겠는가?" - 한무제

 

이릉은 이에 본인의 보병 5000명 만으로 출정하겠다고 하였고, 한무제는 이를 기특히 여겨 출정하게 해 주었다.

 

1593647960279.jpg

- 당시 이릉이 이동한 거리

 

아무튼 이릉은 보병 5000을 이끌고 출정했고, 목적지는 현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근처. 이릉은 저 근처에 진을 치고 지도를 그린 후, 자신의 부하인 진보락(陳步樂)을 한나라로 다시 보내어 지도를 바쳤다. 한무제는 이를 기뻐했고 진보락을 치하했다고 알려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겼다.

 

한무제는 이릉을 출전시키고, 이릉의 후방을 지키라는 명목으로 노박덕(路博德)을 보냈다. 그런 명령을 받은 노박덕은 빡쳐서인지, 이릉을 지금(가을)이 아닌 내년 봄에 출정시키면 어떻겠느냐고 한무제에게 건의했다.

 

사실 노박덕의 빡침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현대로 치면 노박덕은 중장(☆☆☆)급의 장군인데, 이릉은 대령, 잘 쳐줘야 준장(☆) 정도 되는 계급이었으니 후배 뒤치다꺼리나 하라는 명령이 좋게 들리진 않았으리라.

 

문제는 이 건의를 듣고 한무제가 아주 큰 오해를 해 버렸다. 

 

"이릉 이 새끼, 자신있다고 보내줬거만 상관에게 부탁해서 빤쓰런 각을 재? 야! 이릉 혼자 가고 노박덕은 다시 돌아오게 해!"

 

그래서 이릉은 사막 한 가운데서 뒤를 봐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외로운 신세가 되었다.

 

--

 

unnamed (5).jpg

 

- 흉노족 기병

 

문제는 점점 커져갔다.

 

단순히 이광리를 돕기 위해 백도어 정도로 파견된 이릉의 부대 앞에 3만 흉노 기병이 나타났다.

 

위에 설명했다시피, 이릉의 병력은 보병 5000이 전부다. 현대전으로 얘기하면, 보병 5000명 앞에 전차 10000대가 나타난 상황. 그냥 승산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 당연하지만 흉노족왕은 이릉을 쌈싸먹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릉은 보통 장군이 아니었다. 

 

--

 

unnamed (6).jpg

 

이릉은 군용 수레를 이용하여 기병이 접근하기 힘들게 방진을 짰다. 방진 뒤에는 창병을 배치하였고, 창병 뒤에는 궁병을 배치하여 완벽한 대 기병 포진을 구사했다.

 

한나라 군을 우습게 본 흉노족은 이에 당황하고, 대패한다. 이릉은 대패하는 흉노족의 뒷꽁무니에 화살 세례를 퍼 부어 주어 수천명의 흉노족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릉은 이 시점에서 후퇴를 결심하고, 병력을 후퇴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

 

 

- 보병 vs 기병

 

흉노는 이릉의 군대를 한나라 주력군으로 생각하고 주위의 기병을 전부 불러모았고, 그 수는 8만에 이르렀다. 이제 5천 vs 8만의 전투가 된 것.

 

이후는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하루하루가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으며, 이릉은 처절한 피해를 감당하며 한나라 땅으로 도망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광리는 이미 어디 있는지 모르고, 이릉의 뒤를 봐 줄 노박덕은 이미 후퇴했다. 정말 풍전등화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이릉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흉노 왕을 후퇴시키며, 흉노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의 흉노 왕은 이릉을 놓아주고 후퇴할까 고민중이었다고 하니, 이릉의 분전을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혹시나 이릉의 지원군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

 

ce4ef08fbf714239aaf.jpg

 

- 탈영

 

문제는 이릉의 부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했고, 이들이 이릉군의 실상을 흉노족에게 까발렸다. 뒤에 지원군 같은 건 없고, 이릉은 보병밖에 없으며, 한 번만 더 때리면 이제 이길 거라고.

 

그 다음 날 바로 이릉의 부대는 모든 화살을 다 쓰게 되었고, 병력도 3천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릉은 최후의 순간을 직감했고, 남은 병력들을 모두 해산시켜 제각기 살 길을 찾으라 하였고, 본인은 본인의 부관들과 함께 흉노의 왕을 급습하러 출격했으나 결국 사로잡히고 말았다. 

 

한나라 병력들 중 살아서 돌아간 이는 약 400명에 불과했으나, 흉노족 또한 1만명 가량 전사/부상당했으므로 이릉의 전과는 훌륭하다 말하기 모자람이 없다... 라고 우린 생각할 수 있겠다.

 

아, 이광리는 어떻게 되었냐고? 흉노의 다른 부대를 만나 격파하고 흉노의 본진을 불태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나라로 귀환하면서 위에서 이릉이 상대하던 부대를 만나게 되고, 겨우 살아서 한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

 

128249b23336dd7f698a0355c29065e84993aaa477ba04294e7e94f3515c439cfd06eaa1883687ca6c6d975f49be4117b410f890dafd661886f7a67928.jpeg

 

문제는 한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괜히 노박덕한테 말해서 자기 혼자 남아서 싸우다가 항복했다니! 이릉 바보!" 정도가 한무제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위에서 지도를 전달한 진보락을 자살시키고, 이릉을 욕하기 시작했다. 다른 신하들도 전부 "이릉 바보!" 를 외치고 있었다.

 

사마천 한 사람만 빼고.

 

사마천은 그런 상황에서 이릉을 변호했고, 한무제의 분노를 받아 고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 일 전까지 사마천과 이릉은 면식이 없던 사이였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것일까?

 

이것이 "사마천 심영 사건" 의 전말이며, 사마천이 변호하던 이릉의 전과이다. 이릉이 과연 욕 먹을만한 전과를 세웠는진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

 

3줄 요약

 

1. 이릉 불쌍함

2. 사마천 불쌍함

3. 한무제 ㅅㅂ

 

--

 

여유가 있으면 흉노로 넘어간 이후도 쓸 생각임. 이릉의 불운은 아직 끝이 아니니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적좀!

20개의 댓글

2020.07.02

5000만으로 를 5000명의 병사로로 수정하면어떨까?!

0
2020.07.02
@TPluto

우왕 더 읽기 좋게 바꿨음!

0
2020.07.02

그래서 고자가 된거구나

0
2020.07.02
@롤링스타

나중에 한무제가 사마천을 다시 사면시켜 관직에 등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진 고추와 부랄이 다시 붙는 건 아니지..

 

중국식 궁형은 고추랑 부랄을 동시에 잘라서 남자라도 여자처럼 쉬아를 해야 했다고 하더라.

0
2020.07.02
@3대20헬린이

그래도 모가지가 날라가는것보다 수치를 생각했기에

사기가 태어났다

0
2020.07.02
@롤링스타

ㅠㅠㅠㅠㅠ

0
WA
2020.07.02

재미있다! 고맙다!

0
2020.07.02
@WA

좋게 봐 줘서 고맙다!

0
2020.07.02

이 사건 평가가 한나라 대기병전술이 개쩔었던 사례라 들음

0
2020.07.02
@송송송송송

춘추전국시대 -> 초한쟁패기의 짬이 있으니 당시 중국이 로마와 더불어 초강대국 급은 됐을 듯. 고조선, 고구려 등등 다 밀려났으니

0
2020.07.02

역시 중국 스케일이 너무 거대해

0
2020.07.02
@멀라

하나의 나라로 있긴 너무 크긴 하지

0

꿀잼꿀잼 다음 이야기도 부타캐용

0
2020.07.02
@난죽음을택하겠다

고마워용 ㅎㅎ

0
2020.07.02

재밌게 봤음 ㄱㅅ

0
2020.07.02
@CopyPaper

ㄱㅅㄱㅅ ㅎㅎㅎ

0
2020.07.02

짬나면 초한지 이야기도 써주세염

춘추전국시대도!

0
2020.07.02
@돈땃쥐o

제 능력이 된다면요!

0
2020.07.03

미친 상사보다 더 무서운게 미치고 유능한 상사지...

0
2020.07.03
@lllIIlllIII

무능하고 게으른 상사가 상사로썬 최고

0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0293 [역사] 하늘을 달리다 (1부) 2 IILiIIliL 0 1 시간 전
10292 [기묘한 이야기] 근육만들기 15 근육만들기 0 4 시간 전
10291 [역사] 조선 후기의 유학자, 안정복이 본 천주교 32 은빛달빛 17 1 일 전
1029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들은 저에게 의지한거라고요 ㅣ 가스라이... 6 그그그그 5 1 일 전
10289 [역사] 2차대전 각국 잠수함들의 활약상 8 송곡 8 1 일 전
10288 [기타 지식] 애플쓰는 개드립여러분 이런 사기 조심하세요 11 밤낮개냥이 17 2 일 전
10287 [기타 지식] 카스 글옵 재테크로 스팀월렛 모으기 18 공휴일 17 2 일 전
10286 [역사] 발트 신화 속 슬픈 사랑 이야기 5 송곡 4 2 일 전
10285 [기타 지식] 의대 정원 늘리는게 해법이 아닌 이유 169 광개토대마왕 31 2 일 전
10284 [기타 지식] 금딸 하는 꿀팁 58 kikk 9 3 일 전
1028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만약 그들이 멈췄더라면.. 그그그그 2 3 일 전
10282 [유머] 의사파업 104 가입했다 34 3 일 전
10281 [역사] 여러 민족/국가/지명 이름의 어원 #5 9 까치까치 8 3 일 전
10280 [기타 지식] 부동산 초과이익 관련 글 22 quants 13 4 일 전
10279 [기타 지식] 파업을 앞둔 외상외과 의사의 글 127 광천수 28 4 일 전
1027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지인에게 돈을 빌려 준 여성의 비극 2 그그그그 3 5 일 전
10277 [기타 지식] 내가 만든 루틴-헬린이들 참고해라-빅머슬7 운동울 이용한 무... 46 큰코왕코 1 6 일 전
10276 [기타 지식] 구두에 관하여 -1- 24 메리메리메링 7 6 일 전
1027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숲에는 그가 있었다 4 그그그그 2 7 일 전
10274 [유머] 면접.txt 18 인생최대업적개드... 24 8 일 전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