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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름다운 본인의 첫사랑 썰이 있듯이 평범남 진성이에게도 아름다운 첫사랑 썰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평범한 삶은 거부하는 우리 크루중 유일하게 평범남인 진성이. 바른생활 사나이로 중학교때부터 이름을 날렸고 고등학교때 우리 크루를 만나기 전까지는 작은 사건사고 하나에도 휩쓸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으나 격동의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첫사랑의 아픔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크루와 엮이지 않았으면 평생 가 볼 일도 없었을 청량리를 병식이의 서울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간적이 있다. 병식이는 화려한 한밤의 청량리를 보고 싶다며 고집을 피워 근처 피시방에 죽치게 됐는데 그때 한창 현호에게 담배맛을 배워 흡연을 즐기고 있던 진성이는 4판연속 실크숨은궁(카오스)에 당하자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워댔다. 줄담배냄새에 지쳤는지 진성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애 하나가 진성이에게 몸에도 안좋은 담배좀 그만피우라며 꼽을 놨는데 그 모습에 진성이는 넋이나가서 여자애를 싸패처럼 한창을 쳐다봤다.

 내가 야....하면서 어깨를 툭 치자 정신을 차린 진성이는 서둘러 눈길을 거뒀는데 내가봐도 여자애가 참 이뻤다. 길게 내린 머리에 작고 빨간 입술이 도드라지는 아이였는데 진성이의 눈길에 기죽지 않고 눈싸움을 하다가 진성이가 눈을 피하고서야 전광석화와 같은 손가락으로 오디션을 하는것이었다. 그리고 또 두어시간 지나 밤이 되자 병식이는 멍청하게 내가 드디어 청량리 빡촌을 가보는구나!소리치면서 일어났고 피시방사람들은 일제히 우리 크루를 보았다. 에혀 하면서 병식이를 때리는 재호를 말리며 나도 일어서는데 진성이가 왠일인지 일어나지 않고 웹툰만 보고 있었다. 진성아 안가냐 하는데 자기는 그런데 더러워서 싫다며 너네들끼리 가라며 성을냈다. 일순 눈치를 챈 나는 알았다며 애들을 끌고 나갔고 그 와중 병식이는 진성이에게 자기 딱지떼고 온다며 눈치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병신.

그렇게 청량리 탐방을 하며 딱지떼겠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던 병식이 주머니에 3만원 밖에 없는걸 확인한 진형이는 청량리 정가는 3만원이며 더주면 호구다라며 병식이를 부추겨 홍등가로 보냈고 멀리서 언니와 3만원으로 입씨름을 하는 병식이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는 나에게 진성이가 연락이 왔다. 피방에서 고딩들과 시비가 붙어 피시방 화장실로 튀었는데 자기좀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급한마음에 병식이를 두고 애들을 데리고 피시방으로 달려간 우리는 화장실앞에서 진성이를 기다리는 한 무리를 봤고 재호는 그중 한놈의 멱살을 붙잡아 힘으로 피시방 바깥으로 데려나갔다.

 그렇게 우르르 위로 올라가보니 이미 멱살잡힌놈은 주저앉아있었고 나머지는 상황을 납득한 뒤 자초지종을 물으니 진성이가 게임을 하다가 자기에게 꼽을 줬던 아이에게 저기...라며 말을 붙였고 진성이가 자기를 위협할거라 생각했던 그 아이는 얼른 피시방 알바를 하고 있는 자기 오빠와 친구들을 부른것이다. 얘기를 듣고 눈물을 짜고있는 진성이를 화장실에서 꺼내와 그쪽에게 사과를 시키고 그렇게 신림크루와 청량리크루의 화합의 장이 열렸다.

 사과의 의미로 다음에 신사리로 오면 순대를 사주겠다며 헤어졌는데 그와중 눈물자욱을 지운 진성이는 그 아이에게 사과를 하며 자신은 위협할 생각을 전혀없었고 그저 친구들의 기행을 사과하려 했다는것, 그리고 네이트 아이디를 물어보려했다는것을 얘기했다. 그말을 들은 여자애가 빵터지자 우리모두 웃으며 서로 악수를 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는데 진성이의 순수함을 귀엽게 본 여자애가 진성이에게 번호를 주는것을 곁눈질로 나는 보았다. 

 토요일마다 독서실을 가던 진성이는 청량리를 가기 시작했고 어떤때는 아프다고 조퇴해 청량리에 있는 미용고앞으로 가기도했다. 조퇴가 잦아지고 모의고사 등수가 떨어지자 담임은 진성이부모님을 소환했고 조퇴후 행적지를 묻자 거짓말을 못하는 진성이는 사실대로 말한뒤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쌍욕을 들었다. 이에 충격받은 진성이는 여자애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3개월간의 짧은 연애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마음앓이를 하며 수능끝날때까지 힘들어하다가 끝나고 여자애를 찾았으나 이미 여자아이의 옆에는 다른 친구가 있었고 학업이라는 핑계를 대며 자신을 져버렸던 진성이에게 모진말로 밀어내는 여자아이 덕에 또 한번 마음앓이를 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났고 세월이 빨라 옛일은 잊은지 오래된날에 현호가 결혼하게 됐고 제수씨 친구들이 다들 바빠 연가가 많이 남은 진성이가 촬영을 도와주러가게됐다. 그리고 현호메이크업을 해주는 선생님의 낯이 익어서 거울너머로 얼굴을 빤히보게됐는데 그 선생도 거울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하지 않고 빤히보더란다. 메이크업을 시작하지 않자 현호가 헛기침을 했고 그렇게 서로 눈을 피한 둘은 여자아이 손에 끼어진 반지를 보고 암묵적으로 모르는 사람인양 그날 하루를 지냈다.

 아직까지 진성이가 솔로인 이유는 모른다. 아직도 청량리쪽을 지나가면 과묵해지는 이유야 넘겨짚어 알지마는 그 오랜옛날일 아직도 남았을까. 집에서 선을 내보내도 번번히 퇴짜를 놓고오는 마음이야 누가 알겠냐만 그래도 평범남 진성이 삶에 한번 옆길로 샜던 그날에 그 아이가 있었다. 

Ps.

진성이가 그 아이를 처음만난 그날 우리는 병식이를 잊고 신림으로 돌아갔고 병식이는 가게앞에서 진상을 부리다 포저씨나오는걸 보고 부리나캐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