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선관위 공익을 끝내며..txt. #3

이전 내용 3줄요약

1. 본인은 눈공익이고 선관위로 발령받음

2. 공무원한테 멘탈공격당함

3. 그 사람들 보기 싫어서 과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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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https://www.dogdrip.net/23262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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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잡초-

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내가 있던 지역은 여름철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갔다. 선거는 준비 과정도 일이 많지만 마무리 작업도 할일이 많다. 우선 선거용품들을 폐기하거나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특히 종이가 상상이상으로 많이 쌓이는데 이 종이들은 대부분 파쇄대상이라 대용량 파쇄차량을 불러야 한다. 우리 기관 역시 파쇄차량을 불렀고 종이를 모두 갈아버렸다. 몸이 혹사당하는 작업이었지만, 선임이 말했다. “이것만 끝나면 진짜 한가해질거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한다 생각하고 빨리 끝내버리자” 우린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며 침흘렸다. 그리고 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때 쯤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흡사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초록빛이 건물을 덮고 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분위기 있고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지. 다음 지령이 떨어졌다. 제초작업.

 

처음에는 그냥 장갑을 끼고 뽑아냈다. 40도가 넘는 태양 아래서 행해지는 제초작업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솔직히 선거기간 보다 이 제초작업이 더 힘들었다. 더위에 지쳐가던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일단 허리를 숙이는게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이동식 끌차에 여러명이 앉아 썰매 타듯이 건물을 돌며 풀을 제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실제로 허리가 아픈건 괜찮아졌지만, 더운건 어쩔수가 없었다. 더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아무리 찾아봐도 적절한 방법이 없었다.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 풀들은 생명력이 얼마나 질긴지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자라났다. 우리는 식물에게 인류의 매서움을 알려주고자 농약을 구입했다. 처음에 행정과에 구매를 요구했으나 바로 기각 당했다. 예산이 없단다. 그래. 기대도 안했다. 공익들끼리 돈을 모아 농약을 샀다. 생각보다 농약은 비싸지 않았다. 12000원에 3병을 구매해 희석해가며 물조리개로 건물 전체에 농약을 뿌렸다.

 

내가 농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게 있었다. 다이나믹 하게 바로 풀들이 사그라 지는걸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멀쩡했다. 풀이 썩어가기 시작한건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썩기는 했으나 그걸 뽑아줘야 했기 때문에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인류는 자연을 이길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처참히 패배했다. 하늘은 침 한방울 흘리지 않고 우릴 능욕했다.

 

 

-인사이동-

복무한지 1년이 다 되어 갈때 쯤 인사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누가 어디로 옮긴다 같은 소문들은 잔뜩 있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인사이동 발표가 났는데 내가 있던 과에 좋으신 분들은 대부분 다른 과,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그분들이 가고 난 자리는 다른사람으로 대체되어갔다. 다른 몇몇은 처음보는거라 잘 모르던 때였지만 한명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피하기 위해 과를 옮겼는데 인사이동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엔 당하고만 있지 않으리라. 나는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기 위해 복무규정을 또 다시 정독했다. 공익의 업무 범위는 참 오묘한 말로 포장되어 있다. 행정보조. 행정을 보조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 말이 행정보조지 모든 업무에 행정보조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었다. 내게는 전쟁을 이길 패가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녹음을 시작했다. 동의 없는 녹음이 불법인건 알지만 훗날 그들과 협상할 일이 있을때 좋은 카드가 될것이라 생각했다.

 

몇일이 지났지만 이 여우같은 사람은 내게 좋은 패를 줄만큼의 선을 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나를 우롱했다. 결국 손발을 들고 포기해버렸다. 녹음도, 전쟁도. 그나마 나아진게 있다면 이 사람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때 이제는 옆에서 나를 도와주는 직원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워터파크-

바닥에 고인 물이 얼어붙기 시작하던 겨울의 어느날. 아침부터 분주한 발소리가 들렸다.

공익들끼리 있는 단톡방에서 긴급구조요청이 접수되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전부 4층으로 집합.”

 

4층에 가보니 체력단련실 바닥이 물에 잠겨 있었다. 보일러가 고장난거라고 듣긴했는데 어떻게 고장나면 이렇게 되나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값싼 노동력. 복잡한 것을 생각하는 것은 노동력 소비다. 뭐부터 해야할지 주변을 둘러보며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단 체력단련실 바닥에 깔려있던 스펀지 매트(퍼즐 모양 초록색 매트)가 눈에 밟혔다. 이 스펀지들에 있는 물을 빼주지 않으면 썩기 시작할테다. 그때가 되면 일은 몹시 번거로워 지겠지. 스펀지 매트도 문제지만 이 많은 양의 물을 어떻게 제거 해야 할 지 난감했다. 몹시 비효율적이지만 그냥 걸레에 흡수시키고 짜내고 흡수시키고 짜내고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있었다. 나도 거기에 동참해 물을 빼냈다. 물을 어느정도 처리하고 나니 스펀지 매트를 수습해야 했다. 문제는 스펀지매트 위에 무거운 머신들이 많이 있었다. 이전에도 해봤지만, 진짜 무겁다. 머신들을 한쪽으로 밀어 두고 스펀지를 말리려 했는데 이미 늦은것 같았다. 매트의 바닥면이 점점 갈라지는게 보였다.

 

우리는 예산담당과인 행정과로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매트 이제 못 쓰겠는데 새로 구입해서 까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바로 기각당했다. 처음부터 매트를 바꾸는걸 기대하고 간게 아니었다. 나중에 ‘왜 이렇게 됬냐’고 책임을 물을때 ‘그때 바꿔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라는 보험을 들기 위해 내려 간 것이었다. 뭐 아직까지 매트는 잘 쓰고 있는 모양인데 그리 예산을 아껴써 어디다 쓸지 궁금하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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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진짜 공무원들은 뇌구조가 좀 다른거 같음...

 

1
15 일 전

다읽어봤는데 다른사람도 공익글있길래 공익판 생긴줄 ㅋㅋ

나도 공조쿠인데 추카해죠 ㅎ 그리고 물같은건 발가락찰정도면

쓰레받이가 제일 좋음 ㅎ

0
9 일 전

잘읽고 있습니다. 글을 넘모 잘쓰시네요 잼난글 감사합니다

0
6 일 전

나도 첨 발령난곳이 민원전화 오지게 받고 민원전화 수위도 엄청 쌘곳이였음 한 한달 하다가 스트레스로 메니에르병 와서 부서 옮김.

부서이동 했는데 공익만 16명 있는 큰 부서였음

보통 공익 많으면 군대문화 같은 부조리가 엄청 많다는데 내가 간곳은 아니였음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일하면

거의 일 없고 연가나 병가도 당일날 8시반까지만 전화하면 바로 승인해줌.

그리고 공익 담당주무관이 존나 착해서 겸직허가나 불편사항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해줬음(와이파이 설치해달라하니깐 바로해주더라)

또 같은 공익애들끼리도 나이도 비슷하고 금방 친해져서 2년 진짜 재밌게 보냈었음 ㅋㅋ

악영향은 너무 풀어줘서 그런지 중간에 일탈행위도 좀 했지만(문제 생길까봐 자세히 안씀) 순탄하게 마지막에 특별휴가 5일도 받고

기분 좋게 소집해제함. 좋게 마무리되서 그런지 일년에 한번씩 근무지 찾아가서 주무관들 얼굴 한번 보고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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