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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40년 드립 쳐서 생각난 칼럼

무려 18년 전 칼럼


http://news.joins.com/article/3928068


[중앙포커스] 닉슨이 마오쩌둥을 만났을때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다.

17일 백악관을 떠나 하와이와 상하이(上海)를 거쳐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것은 21일 오전 11시30분이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일요일 오후 10시30분, 텔레비전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였다.

닉슨에 앞서 7개월 전 베이징에 잠행해 미.중 수교의 카펫을 깔았던 헨리 키신저는 그의 회고록에서 닉슨 일행의 베이징 도착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 모두는 매우 폐쇄적인 비밀 클럽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인의 생활과 가치관, 그리고 중국 사회의 구조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데 온 생애를 바친 마오쩌둥(毛澤東)은 자금성에 깊숙이 은거해 베일에 쌓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미리 약속이 돼 그를 예방하게 되는 일은 없었다. 키신저는 다섯차례에 걸쳐 毛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때마다 갑작스럽게 부름을 받곤 했다. 대통령인 닉슨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오쩌둥의 집무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성장잠재력을 지닌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위한 거처라기보다 한 학자의 조용한 서재에 가까웠다.

毛는 책의 숲에 둘러싸인 거인처럼 그 곳에 있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미소로 약간 조롱하는 듯한, 그리고 인간의 약점과 이중성에 관한 한 전문가인 자기를 도저히 속일 수 없다고 경고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상대를 찬찬히 응시했다.

그래서 샤를 드골을 제외하고 毛처럼 노골적이고도 응집된 의지력을 세련되게 지닌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키신저는 회고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키신저는 毛가 풍기는 권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마땅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毛는 그 전모가 결코 드러나지 않은 거인이었다. 그런 毛에게 닉슨은 실질적인 파트너가 못됐다.

닉슨이 그를 만나 양국이 공동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을 제시했을 때 毛의 반응은 정중하면서도 확고한 것이었다.

키신저는 당시 毛의 반응을 자신의 회고록에 이렇게 기술해놓았다. "그런 문제들은 이 자리에서 토의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총리와 토의해야 하는 겁니다. 나는 철학적인 문제를 토의하고 있는 겁니다. " 

사실 그에 앞서 닉슨은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최측근이자 부총리인 차오관화(喬冠華)에게 毛주석이야말로 자신과 '철학적 대화가 가능한 사람' 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었는데 이 말이 毛에게 이미 전달돼 있었던 것이다.


키신저는 毛의 대화방식을 "마치 자금성의 안뜰과 같다" 고 말했다. 자금성은 하나의 거대한 미로다. 자금성은 깊이 들어갈수록 그 규모가 조금씩 비례적으로 변화해 좀처럼 전모를 드러내보이지 않았다.

毛가 하는 말도 함축성이 깊어 오랫동안 생각해야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닉슨은 그의 회고록에서 毛와의 회담이 '기분좋은 회담' 이었다고 기록했지만, 정작 이 회담 속에는 바그너 오페라의 서곡처럼 그 의미가 뚜렷해지기까지는 깊은 생각이 필요한 암시와 은유가 곳곳에 산재해 있었던 것이다. 닉슨은 그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니 결코 읽어내지 못했다.

이제 며칠 후면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다. 우리 역시 매우 폐쇄적인 비밀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리고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진 북의 지도자와 우리의 대통령이 만날 것이다.

양 정상이 철학을 논할지, 실무를 챙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정일(金正日)의 대화방식이 어떠한지 우리는 확실히 모른다.

이런 불투명성.불확실성.불확정성 때문에 자칫 우리가 혼자서 '섀도 복싱(그림자 권투)' 을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대범하게, 더 당당하게, 더 분명하게 임해 '기분좋은 회담' 이 아니라 '의미있는 회담' 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트럼프랑 김정은은 실무를 논할까 철학을 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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