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모두 자고 있을 때 이상한 TV 방송을 봤다.



다운로드.jpg


사무라이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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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tnessed a strange TV broadcast that no one else was awake to see.

 

 늦은 밤에 반쯤 졸면서 어덜트 스윔 (미국 성인 채널) 같은 거 본 적 있냐. 가끔 그 영화처럼 긴, 완전히 넋놓고 보게 되는 광고도 틀어주잖아.


 몇 개는 그냥 휙휙 지나가는 장난 같은 거지만 가끔은 This house has people in it이나 Too many cooks처럼 TV 프로그램 같이 긴 걸 틀어줄 때가 있지.


 이 광고들 중엔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뭔가 소름끼치는 것도 있어. 보고 나서는 다 장난이었다는 걸 깨닫지만, 몇 개는 분명 의도적으로 기괴하게 만든 것이라 심야에 TV를 보는 내 소름을 돋게 만들 때도 있지.

 

 며칠 전... 젠장 그게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제대로 된 날짜를 기억할 수도 없네. 어덜트 스윔에서 그런 종류라 확신할 수 있는 기괴한 광고를 본 적이 있어.


 그땐 진짜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새벽 3시 쯤이어서 엄청 피곤했으니까.  그래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어.


 밤늦게 사무라이 잭 재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중간 광고가 들어갈 때 음악이 잠시 끊기더니 화면이 어두워지는 거야. 또 케이블이 맛이 갔구만 싶어서 비틀대며 일어나 TV 앞으로 갔지. 근데 화면에 뭔가 나타나더라고.


 크로마 키(TV 화면 합성기술 중 하나) 된 주사선이 영상 전체에 덧씌워져 있었고 음질도 영 안 좋았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 아니라 미편집된 어느 집의 영상 같았어, 진짜 사실처럼 보이는.


 이런 건 난생 처음 보는 거라 TV에서 잠시 물러났어. 그 방송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지만 확실히 구분가는 점이 몇 개 있었지.


 그건 생방송이었어. 다른 대부분의 깜짝 방송들처럼. 모든 건 딱 한 각도로만 진행됐고. 기억상으로 딱히 구분이 가는 특징은 없지만 5명 정도가 있었어. 다들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을 못 하겠네.


 방송은 거실을 배경으로 이 사람들을 10분 정도 촬영한 것이었어. 그들은 앉아서 TV를 보듯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었지. 내가 보고 있던 사무라이잭의 후반부가 배경음으로 들려왔어. 내가 못 본 걸 저놈들은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배알이 꼴렸지만 너무 피곤해서 딱히 별 생각도 안 들었어.


 그냥 엘런 레스닉(주-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의 새 단편 영환가 싶었어.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질이 많이 떨어져서 반신반의했지만.) 그냥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내일이면 누가 녹화해서 유투브에 올리겠거니 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바로 TV에 녹화장치 연결해서 전부 업로드했을 텐데 말이야. 


 그 가족은 뭔가 많은 걸 의논하고 있었어. 너무 일상적인 것들이라서 대체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7분쯤 보고 있으니까 그냥 잘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차피 장난이겠지. 어덜트 스윔이 사무라이 잭 팬들을 엿먹이는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때부터 일이 일어났어. 사람들이 소파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지. 화장실을 간다던가 하는 이유를 대면서. 8분 쯤 되니까 모든 사람들이 소파를 떠나 있었어. 


 30초 정도 지나니까 화면 구석에서 사람들 실루엣이 하나 둘씩 나타났어. 처음엔 너무 피곤해서 눈치 못챘는데 화면 구석을 보고 눈치챘지.


 그건 남자의 실루엣이었어. 하지만 다른 어떤 부분도 보이지 않았고, 몸뚱이가 있을 곳에 정지화면을 박아넣은 것처럼 보였지. 마치 그 자신은 TV 화면에서 잘려나가고 조잡한 정지화면으로 만든 gif가 그를 대체한 것처럼 말이야.


 그는 방구석의 소파 뒤에 서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어. 점점 뚜렷해지는 비명소리에 30초 정도 불안해 하고 있을 때, 화면 오른쪽에서 소파에 앉아있었던 두 사람이 달려왔어. 둘 다 여자였고 한 명은 도끼를 들고 있었어.


 그때 잠이 완전히 달아나서 이 부분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어. 그 회색 형체가 비명 지르는 여자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 도끼를 들고 있는 여자는 분노한 것처럼 보였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거든. 다른 여자는 아주 어려 보였어. 겁에 질린 채 그저 훌쩍이고 있었지.


자세히 들어보니 "네가 그랬어?!"나 "네가 그를 죽였어 이 쌍년아." 같은 말이었어. 어린 여자에게 화를 내는 게 확실해보였지.


 다른 사람이 달려왔어. 소년이었어. 그 여자를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 전에 도끼를 들자 어린 여자가 움찔거렸지. 그리곤 그 여자를 내려찍었어. 사무라이 잭의 엔딩곡을 배경음 삼아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어. 도끼날이 곡의 "왓챠-"하는 부분에서 여자의 머리 위로 떨어졌거든. 좀 혼란스러웠지만 그저 털어버리고 이 쩌는 단편 영화가 어찌어찌 어덜트 스윔에 방송됐겠거니 하고 생각했어


 피는 정말로 진짜처럼 보였어. 도끼는 여자의 머리 정중앙을 둘로 갈랐지. 여자는 부들대며 경련하듯 꿈틀거렸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와 화난 여자를 제압했지.


 일 분 간의 혼란 끝에 다른 사람들이 화난 여자를 바닥에 고정시켰고, 화면이 꺼지더니 다시 정규 방송으로 돌아갔지.


 그냥 조잡한 영상이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하며 자러 갔지. 대체 그게 뭐였나 생각하면서.


 다음날 SNS로 이걸 본 다른 사람이 있나 찾아봤어. 아무도 이 얘길 안 해서 좀 놀랐어.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얘기를 하거나 적어도 보면서 웃고 있을 줄 알았거든. 하지만 하나도 없었어. 몇 명에게 문자를 보내 영상 얘기를 했지만 방영시간 전엔 다 잤다는 대답만 들었고.


 그렇게 일주일 동안 아무 이야기가 없이 지나가니 소름이 끼쳐왔지. 그러다 한 골목 떨어진 데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내려가니 전력공사 직원들이랑 소방관들이 사다리를 놓고 높은 기둥으로 올라가고 있더라고. 송전탑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전봇대였어.


 뭔지는 몰라도 뭘 고치는 걸 보고 있는 소방관 옆으로 가서 사람들이 저기서 뭐하고 있냐고 물었지.


"누가 조잡하게 노트북을 여기 연결했지 뭐야, 한 일주일 전에 무슨 좆같은 걸 마을에 방송했지. 얘기한 사람들 중엔 깨어있었던 사람이 없어서 뭐였는진 모르지만. 파일들도 다 암호처리 되어있고. 어쨌든, 이 친구는 그놈들이 설치했던 전선들을 제거하는 중이야."


 난 잠시 멈춰서서 기억하려 애썼다. 정규방송이라면 어덜트 스윔의 로고가 오른쪽 구석에 찍혀있어야만 했다.


 로고가 있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걸 굳이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아팠다.


 저번 주의 신문을 딱 한 번만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나 그 좆같은 방송얘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눈에 띄는 기사를 봤을 때, 전신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한 여성이 모임 도중 피살. 남편의 살해사건과도 연관성 밝혀져."


 그래, 그 모임엔 다섯 명이 있었다.


 이만 자야겠다. 경찰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너무 무섭고 두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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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긴 광고의 원문은 infomercial. 광고처럼 안 보이게 특정 주제에 대해 길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의 광고라고 함.


엘런 레스닉은 This house has people in it. 도 만듦. 단편 공포영화 같은데 광고임.


사무라이 잭은 애니메이션. 성인용인지는 모르겠음. 엔딩 링크 달아둠.


https://www.youtube.com/watch?v=95oO7p5A0Dk

8개의 댓글

2017.06.29
사무라이 잭
0
2017.06.29
SNS에 이야기 했다길래 찾아오는 건줄 알았는데
0
2017.06.30
뭔소리야 존나 글 못쓰네
0
2017.06.30
@썩팬
연습중이라 그런가 보다.
0
2017.06.30
@참다랑어
ㅋㅋㅋ 커엽
0
2017.07.01
심야에 전파납치 당했단 소리네
0
2017.07.03
이런거 좋다 더해줘
0
2017.07.05
고생한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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