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인사평가는 '공좌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포폄'이라는 더러게 서러운 제도도 있었다.

이 포폄은 1년에 2번씩 실시 했는데

맡은 관직의 임기에 따라 다르게 평가 했다.

(조선시대에는 각 관직 마다 임기가 존제 했다. 마치 지금의 국회의원 처럼)

가장 긴 임기의 관직 부터 총 10번, 5번, 3번, 2번으로 나누어 평가했는데,

상, 중으로 평가 했다. (이 말인 즉, 가장 긴 임기는 대략 5년)

한마디로, 잘하면 '상' 잘 하지 못하면 중'' 이다. 

만약 당신이 10번의 포폄 평가 중에 '중'을 2번 받는다면?

임금 반납이다.

만약 5번의 평가중에 '중'을 3번 받는다면?

파직이다.

"휴... 중 2번 받았네? ㅋ 개꿀" 

이라고 생각하는가?

2번 연속 받으면 좌천 (방심하지 말랬지? ㅋㅋㅋ)

하지만!! 당신은 초월적인 인내심과, 뼈를 깍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으로 아무 탈이 없이 종3품이 되었다.

이제 30개월만 참으면 드디어!! 앉아서 '조례'를 볼 수 있는 '당상관'이 될 것인가???

미안하나.....안된다.

사실상, 조선의 핵심 중책인 '당상관'은 그저 근무년수만 채운다고 될 수가 없었다.

인맥이 있고, 빽이 있어야 밀어주고 땡겨줘서 올라 갈 수 있는 자리였다.

중종 15년에 올라온 상소를 보자

근무일수에 따라 진급한다면, 능력있는 자를 얻기 어려우니

순서를 따지지 말고, 적합한 자를 따져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인생은 빽과 능력이다. 

간신히 턱걸이로, 관직에 올라선 당신이 처세술도 없다면 당상관은 커녕, 매 승진때마다 고배를 마셔야 했다.

더욱이 나보다 한 참 후배들이 나를 제끼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홀로 눈물을 흘려야 한다....

(왜 글을 쓰면서 눈물이나는걸까...)

그래...어차피 승진은 능력도 빽도 없는 평범한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월급여라도 잘 나오는게 어디인가!!

- 급여는 잘 나왔는가? 관료들의 봉급에 대해서 알아보자

1석 : 144kg

1필 : 약 13m

이렇게 봐도 감이 잘 안올 것이기 때문에 아래의 대략적인 계산 법으로 현재 금액 가치로 환산해 보겠다.

조선시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 1.25석 (약 180Kg)

조선시대 쌀 생산량 : 지금의 1/20 (같은 면적 대비)

1냥의 가치 : 약 50만원

(어찌 계산했는지 알고 싶다면 나중에 리플로 달면 답해줌)

아무튼 위의 방식으로 계산한 종 9품 관리의 연봉은 무려!!!!!!

대략 3900만원이다....

"뭐야!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만, 잠시 생각을 바꿔 보자.

조선 시대 평균 급제나이는 35세.....

(내나이가 지금 33살이니까, 아직도 무직이라고 보면....생각만해도 등짝이 서늘하다)

조선시대는 대가족 시대였다.

우리 가족만 먹고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근방의 친인척 몽땅 책임져야 한다.

35세의 나이에 39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우리 가족 + 부모님 공양 + 외가집 식구 + 가까운 일가 친족 까지,

몽땅 책임 져야 한다. (이게 가능한건가??)

한 마디로 봉급만 가지고는 집안 형편이 어렵다면, 입에 풀칠도 힘들다는 소리다.

당신이 5살 때부터 죽어라 공부만 해서 30년 공부 인생의 결실로 종9품을 하사 받았는데, 봉급이 저정도 였다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 바께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당신이 특별한 재주가 없고, 든든한 빽이 없었다면, 보통은 참하관에서 관직생활을 마치게 된다. 

(대략 연봉이 7000만원 선이 끝자락이란 소리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관직한번 할라카면 다들 뭔 수를 쓰던 비리를 저지르고, 뒷돈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집이 나름 중산층이고, "내가 굳이 부모님을 공야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좀 낫겠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를 통과하면, 매우 익스트림한 등골 브레이커가 기다리고 있었으니....바로 XXXXXXX 같은 신고식 '면식례' 이다.

- 조선시대 신고식?

면식례 (面識禮) 란, 말 그대로 '얼굴을 익힌다' 라는 말

신입 관리가 들어오면, 선배들에게 앞으로 잘 봐달라는 정도의 인사치례를 해야 한다.

내용만으로 보면, 지금의 '신규입사자 환영회' 와 별다를 바가 없겠으나, 

사실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바로 내 돈으로 선배들을 대접 해야 한다는 점!!

그럼 얼마나 대접했길래 등골이 휜다는 소리가 나올까?

일단 신고식 순서 부터 알아보자

장미연(예비신고식) - 허참연 1차 - 허참연 2차 - 허참연 3차 - 허참연 4차 (야 이 개...)

장미연은 연회석에서 신참 관리가 명함을 들고 서 있는 일종의 인사치례용 신고식이었고, 본편은 '허참연' 이다.

허참연 1차 : 숫자 3에 맞추어 모든 음식을 3개씩 준비 한다. (청주, 생선, 돼지고기, 소고기, 과일, 나물 등 100가지 메뉴를 3개 씩)

허참연 2차 : 숫자 5에 맞춘다

허참연 3차 : 숫자 7에 맞춘다

허참연 4차 : 숫자 9에 맞춘다 (ㅅㅂ 음식이 900개 ㅋㅋㅋㅋㅋ)

이딴 식으로 연회를 4번을 치뤄야 했고, 각 연회는 모두 룸싸롱에서 열렸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원칙 중 하나가 바로!!! 1인 1기녀)

나는 입사해서 연봉이 3900만원인데 ㅋㅋㅋㅋㅋ

저 위의 연회를 다 치룰라하면, 대략 4억~5억 정도 깨진다는 소리다.

단종 1년

실제로, 면신연 (신고식을 위한 허참연) 을 한번 치루고 나면 집안의 가세가 흔들린다는 상소가 올라와 단종이 중지 하라고 종용 한적도 있다.

(근데 단종은 세조에게 끕살 당함....)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빚을 내서라도 치루거나, 최악의 경우 치룰 수가 없다....

그럼 연회를 못치루면 어떻게 되는가??

태종 때

'박이창' 이라는 자가 급제 후 면식례를 거부하자, 과거급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50일 동안 관직을 받지 못한 '잉여인간'으로 떠도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직급은 받기는 받았지만, 관아에서 '자허면신 (自許面新)' - 즉 지맘대로 인사치례했다' 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왕따를 시킨다.

그럼 돈이 좀 있는 집안이라 면식연을 잘 치루면 신고식은 끝나는가?

(방심하지 말라 ㅋㅋ)

마지막 관문 '몰매' 가 있다.

위에 언급한 단종 1년 상소가 올라온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단종 1년

새로 과거에 붙은 '정윤화'가 이 신고식 '몰매'를 맞는 과정에 죽어버린 것이다.

'정윤화'는 본래 지병이 있기도 했거니와, 4일 동안 술판을 벌이고, 가산을 탄신한다는 죄책감과 함께 몰매를 맞았으니 죽을 만도 하다.

과거에 급제했다고 좋아하던, 부모님...등골만아니라 맨탈도 날려버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호로 쇄키들...)

결국, 돈이 없어 그나마 공부 잘하는 재주로, 간신히 과거에 급제하여 입에 풀칠이라도 해볼려 했더니, 무슨 돈을 수억을 들여서 신고식을 해야 했고

돈이 없어 신고식을 못하니, 몸 으로 때워 볼라해도 맞아 죽을까 무서워 할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관직 생활 내내 왕따를 당한다.....

여기 까지만 살펴봐도, 조선시대 관직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치사하고 박봉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계속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것이 참 많다.

비정규직, 임금 격차, 야근, 줄타기, 인맥, 학벌 등등 나열 하자하면 끝이 없을 정도...

지금 우리사회의 부조리는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닌, 조선시대 부터 존재했던, 일종의 '갑질' 문화에서 비롯된 폐단이니....

우리 젊은 개이들은 나중에 사회에서 중책을 맞을 나이가 되었을 때, 항상 아래 사람을 돌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싶다.

나도 말단이지만, 밑에 있는 직원들을 다시한번 챙겨봐것다.

읽어 줘서 땡큐~

(다음 글은 지금 보고 있는 책들을 다 보면 써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