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누구 이야기 하는지 제목만 보고도 다들 알거라고 생각함.

최근 한국사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설민석씨에 대한 이야기임.

사실 나도 학창시절 그의 인강을 재미있게 들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음.

난 그가 아직도 김구를 칠판에 떡대로 코믹하게 그려내며 열심히 강의를 하던 그 모습이 기억남.

요새도 그렇게 그리는지 모르지만 일단 나랑 비슷한 학번대라면 알 사람은 알겠지.

 

그리고 거진 8년 만에 그를 인강이 아니라 티비에서 만났을 때 처음에는 반가웠음.

어떻게 보면 그 덕분에 근현대사 마스터하고 내가 원하는 과에 합격했으니까.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그가 '한국사 전문가'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중 사이에서 칭송을 받게 될 때부터였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근데 사실 처음에는 그것도 '에이 뭐....'하는 경계 정도였지.

왜냐면 설민석의 강의력이 뛰어난 건 그의 인강을 들었던 내가 알고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역사 강연이라면 대중 대상 강연으로 무리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안일했다.

 

어제 마침 교보문고를 갔다가 그가 책을 낸 것을 발견했음.

 

설민석.png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7월 20일에 출간되어 현재 역사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는 책임.  

내용이 궁금해서 좀 펼쳐보고 이 이야기를 쓸까말까 쓸까말까 했다. 그러다 밑에 동영상을 보고 한소리 하기로 함.


 

네이버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책 소개란에 걸린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보면 초반에 당당히 '한국사 전문가'라고 소개가 나오는데 바쁜 사람은 다 뛰어넘어서 2분 36초부터 보자.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걸 보는 순간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민석의 책들은 단언컨대 '한국사 전문가' 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중 교양서로 내놓기에는 그 칭호에 비해 너무 부족한 수준이며

대중들에게 지금껏 알려진 오해를 교정하기는 커녕 확대재생산만 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일히 세세하게 지적하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지니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짚고 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실록을 인용하다보니 살짝 길다. 미안합니다.

 

설민석 1.jpg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정조편이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거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보통 조선 관련 대중 역사 교양서 볼 때 제일 먼저 정조랑 광해군 편을 펼쳐 보면 대충 그 책 견적 나온다.)

내가 정조편을 펼쳐본 것은 정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를 보기 위함이었지 이딴 걸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건 역사학계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한 유사사학자가 대중들에게 소개해 유명해진 정조의 발언인데

다음은 실제 해당 부분 조선왕조실록 기록이다.


"아! 과인은 사도 세자의 아들이다.  

선대왕께서 종통의 중요함을 위하여 나에게 효장 세자를 이어받도록 명하셨거니와,

아! 전일에 선대왕께 올린 글에서 ‘근본을 둘로 하지 않는 것[不貳本]’에 관한 나의 뜻을 크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예는 비록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나, 인정도 또한 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향사하는 절차는 마땅히 대부로서 제사하는 예법에 따라야 하고, 태묘에서와 같이 할 수는 없다.

혜경궁께도 또한 마땅히 경외에서 공물을 바치는 의절이 있어야 하나 대비와 동등하게 할 수는 없으니,

유사(有司)로 하여금 대신들과 의논해서 절목을 강정하여 아뢰도록 하라.  

이미 이런 분부를 내리고 나서 괴귀와 같은 불령한 무리들이

이를 빙자하여 추숭하자는 의논을 한다면 선대왕께서 유언하신 분부가 있으니,

마땅히 형률로써 논죄하고 선왕의 영령께도 고하겠다."

 - 정조실록 1권, 정조 즉위년 3월 10일 신사 4번째기사
 
이 글은 이런 내용이다.
 
난 사도세자 아들인데 종통을 위해 효장세자(일찍 죽은 사도세자의 형)에게로 입적되었으니 난 효장세자 아들이다~(근본은 둘이 아님)
사도세자에 대한 제사는 종묘에서 처럼 하지 말고 대부의 예를 따르고 내 어머니 혜경궁도 대비 급으로 못 대한다~
내가 이런 명을 내렸는데 이거 어기고 헛소리하면 선대왕(영조)의 유언대로 다 뚜까맞는다~
 

실제로 정조 즉위 이후 사도세자 추숭, 복원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족족 목이 떨어졌다. 농담이 아니고 ㄹㅇ

전형적인 정조에 관한 왜곡 중 하나.

특히 이 부분에서 내가 의심스러운 건 유사사학자 이모씨가 이런 식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퍼뜨린 가장 큰 원흉이라는 거다.

 

이모씨.jpg

 

이모씨의 책에서..서사구조가 완전히 똑같다.

설민석씨가 이 사람 책을 읽고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드는 부분.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읽었다면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더군다나 2009년 정조의 비밀편지 발견으로 화제가 된 심환지부터가 노론이다. 정조가 노론과도 긴밀하게 정치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설민석 2.jpg

 

다음은 광해군 편.

챕터 제목부터 '억울한 호랑이, 백성을 사랑한 전쟁의 영웅'이다. 대동법이 광해군에 의해 시행된 것처럼 써놨다.

 

"백성을 사랑한 마음을 가진 광해군이었기에 대동법 시행이라는 조선 최고의 세금 제도 개편을 이끌어낸 게 아닐까요?"

 

틀렸다. 아, 물론 대동법은 조선 최고의 세금 제도 개편은 맞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광해.jpg

 

이정철,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 역사비평사

 

대동법 관련 학술서로는 현재 가장 방대하고 자세한 이정철 선생님의 저서다. 분명 광해군이 대동법에 반대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더 궁금한 분은 이정철 선생님이나 오항녕 선생님의 글이나 연구를 찾아볼 것.)

 

조선왕조실록으로 확인해보자. 다음은 광해군일기의 기록이다.

 

전교하였다.

"일전에 인견했을 때 승지 유공량이 선혜청 작미의 일이 불편한 점이 많아 영구히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을 대략 말하였다.

당초 나의 생각에도 이는 진실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겼으나,

본청이 백성을 위해 폐단을 제거하고자 하기에 우선 그 말을 따라 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해 보도록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량의 말을 들으니 심히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나라를 소유한 자가 모두 토양의 실정에 맞게 공물을 바치게 한 데에는 그 뜻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납으로 교활한 수단을 부리는 폐단을 개혁하고자 하여 이 작미의 일이 있었으니

그 근원은 맑게 하지 않고 하류만을 맑게 하고자 한 데 가깝지 않은가.

나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만약 폐단을 개혁하여 백성을 편하게 해주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기강을 세우고,

방납하고서 지나치게 징수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거듭 자세히 밝혀 혹 금령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법으로 다스려 조금도 용서하지 않고 조종의 헌장을 준행해 어기거나 잊지 않는 것이 좋은 계책인 듯하다.

송나라의 신법이 그 뜻이 어찌 백성을 괴롭히는 데 있었겠는가마는 마침내 구제하기 어려운 화를 불렀으니,

옛 헌장을 변경하는 것은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가령 이 일이 폐단은 없고 유익함만 있다 하더라도 춘궁에 쌀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시기가 아닐 듯하니,

조사가 돌아가고 가을이 와서 곡식이 많아질 때를 기다려 다시 의논해도 늦지 않다. 이 뜻을 대신에게 말하여 다시 의논해 아뢰도록 하라."


- 광해군일기[중초본] 13권, 광해 1년 2월 5일 정사 1번째기사

 

 

사헌부가 선혜법(후일의 대동법)을 팔도에 시행하자고 청하니, 호조가 아뢰기를,                                  

"많은 사람들의 논의가 ‘방납을 금하지 못하면 국가의 경비를 계속 조달할 수 없고

백성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을 텐데 장차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라고 한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변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어찌 오늘날의 급선무가 아니겠습니까. 시험삼아 경기 지방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성들이 많고 무거운 요역을 감당하지 못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원망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성명께서 왕위에 오르던 초기에 상신에게 자문하여 새로이 선혜청을 설치하고 1년에 단지 쌀 16두를 거두었습니다.

그 처음에는 대개 경기 지방의 공물 징수에만 적용하려 하였는데, 쌀 16두를 거둔 뒤로는 경기 지방의 요역이 모두 지탱해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공물 사주인들도 그것을 바탕으로 생활할 수 있었으며 국가의 경비도 궁핍하지 않아

경기 지방의 백성들이 그것에 힘입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으므로 모두가 성상의 은혜를 우러러 보았는데, 이는 실로 이미 시험해 본 명백한 징험입니다.

지금 헌부가 폐단의 근원을 깊이 인식하고 이 계사를 올렸으니 이에 의거하여 시행함이 편하고 이로우리라 여깁니다. 오직 성상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우리 나라가 토지에 따라 공물을 바치게 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경기에서 쌀로 거두는 것이 한갓 본청의 하인들이 교활한 짓을 하는 소굴이 되어 구애되는 점이 많으니

먼 장래를 경영하는 방법이 아닐 것 같다. 팔도에는 절대로 경솔하게 동시에 시행할 수 없다. 이 공사는 시행하지 말라."

하였다.

 

- 광해군일기[중초본] 80권, 광해 6년 7월 3일 계축 13번째기사

 

 

광해군이 대동법 확대에 반대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심지어 송나라 왕안석 이야기까지 들며 아예 해당 관청을 닫아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음.

그리고 백성 사랑 운운하기에는  광해군은 궁궐공사로 전후 조선의 재정을 개판으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중립외교 부분에서도 사르후 전투에서 명나라를 지원하러 갔던 강홍립이랑 광해군이 후금에 항복하기로 짜고 쳤을 거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사르후 전투에서 원군으로 갔다가 갈려나간 조선의 병력이 1만이다. 짜고 친게 아니라 걍 개털린거.

 

물론 정조나 광해군 관련 이야기는 설민석 씨 뿐만 아니라 다른 교양서들도 거의 다 그게 그거라는 부분은 감안해야한다.

특히 광해군 관련 이야기는 전공자들도 저런 식으로 넘어가긴 함. 광해군 연구가 반전된게 2000년 이후고, 중립외교 신화도 여전하고.

그런데 이 점이 문제다.

앞에서 말했지만 결국 설민석씨는 '한국사 전문가'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걍 대중에게 퍼진 오해를 확대재생산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앞서 보았던 책 광고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선생님 정말 조선왕조실록 읽고 쓴 거 맞아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설민석씨가 비판받을 점은 이 뿐만 아니다. 그의 다른 저서인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을 살펴보자.

 

한국사특강.png

 

대국민 한국사 바로알기 프로젝트라...광고는 거창한데 딴거보다 이 책은 마지막 장이 문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잃어버린 땅 간도, 잃어서는 안되는 땅 독도'다.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은 대중들에게 '간도영유권' 을 사실인냥 퍼뜨리고 있다는데서 제일 심각하다.

 

설민석 3.jpg

설민석 4.jpg

 

간도영유권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없는 소리다.

간도영유권은 동북공정 논란 이후 한국 사회가 이에 대응하며 나온 민족적 신화이자 역사왜곡에 불과하다.

 

문헌에서 '간도'가 제대로 등장하는 것은 1885년 조청국경회담 이후 감계사 이중하가 고종에게 올린 글이다.

이에 따르면 두만강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땅을 백성들이 개간하고 간도라고 불렀으며

이후 종성, 회령, 무산, 온성 네 곳의 주민들이 점차 개간지를 확대시켜 나가면서 이를 모두 간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간도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오히려 일제였다.

처음에는 조선인들이 무단 월경하여 만든 개간지를 일컫는 '간도'가 일제의 개입 이후에는 남만주 일대로 확대되었는데,

이는 간도가 조선의 땅이거나, 혹은 청의 땅이 아니라면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06년 드디어 일제는 간도 거주 조선인 보호를 구실로 일본군을 파견하게 된다. 노골적인 침략이었다.

일제는 더 나아가 간도가 처음부터 청의 영토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해란강.png
 
월경인들의 개간지였던 그 소위 '간도'의 영역을 해란강(오늘날 연변 조선족 자치구 근처) 이남, 두만강 이북이라고 늘리더니
 
라오예링.png
 
나중에는 라오예링 이남 남만주 전부를 간도라고 확장시켰다.
즉, 우리가 기억하고 공유하는 간도의 이미지는 전부 일제가 만주 침략 준비하면서 만든거다.
1885년 고종에게 보고된 '간도'와 불과 20년 뒤 일제가 만들어낸 '간도'의 차이는 이렇게 명확하다.  
(이 부분은 역사비평사의 '역사용어 바로쓰기'라는 책을 참조.)
 
한가지 더. 설민석 씨는 자신의 글에서 백두산정계비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서위압록 동위토문'이라 적혀 있어요. 그 말은 서쪽으로는 압록강을 경계로 청나라와 조선의 영토가 나뉘고,

동쪽으로는 백두산에서 만주 쪽으로 흘러가 송화강과 합쳐지는 강인 토문강이 지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압록강 이남과 토문강 동남이 조선의 영토가 된다는 것이죠. 이 기준에 따른다면 북간도는 분명 조선의 땅입니다.

 

이건 과연 어떨까? 숙종조 기록을 살펴보자.

 

(상략)

신이 여러 차사원들을 데리고 청차가 이른바 강의 수원이 도로 들어가는 곳이란 곳에 도착하자, 감역과 차원 모두가 하는 말이

‘이 물이 비록 총관(목극동-중국측 인사)이 정한 바 강의 수원이지만,

그때는 일이 급박하여 미처 그 하류를 두루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푯말을 세우게 되었으니 한 번 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이 두 차원을 시켜 함께 가서 살펴보게 했더니, 돌아와서 고하기를,

‘흐름을 따라 거의 30리를 가니 이 물의 하류는 또 북쪽에서 내려오는 딴 물과 합쳐 점점 동북(東北)을 향해 갔고, 두만강에는 속하지 않았습니다.

기필코 끝까지 찾아보려고 한다면 사세로 보아 장차 오랑캐들 지역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며,

만약 혹시라도 피인(외국인;오랑캐)들을 만난다면 일이 불편하게 되겠기에 앞질러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청차는 단지 물이 나오는 곳 및 첫 번째 갈래와 두 번째 갈래가 합쳐져 흐르는 곳만 보았을 뿐이고,

일찍이 물을 따라 내려가 끝까지 흘러가는 곳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본 물은 딴 곳을 향해 흘러가고 중간에 따로 이른바 첫 번째 갈래가 있어 두 번째 갈래로 흘러와 합해지는 것을 알지 못하여,

그가 본 것이 두만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인 줄 잘못 알았던 것이니, 이는 진실로 경솔한 소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미 강의 수원이 과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청차가 정한 것임을 핑계로 이 물에다 막 바로 푯말을 세운다면,

하류는 이미 저들의 땅으로 들어가 향해간 곳을 알지 못하는데다가

국경의 한계는 다시 의거할 데가 없을 것이니, 뒷날 난처한 염려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략)

 

- 숙종실록 52권, 숙종 38년 12월 7일 병진 3번째기사       

 

 

설민석 씨는 백두산에서 만주쪽으로 흘러가는 송화강의 지류 토문강이 경계라고 주장했지만

실록의 기록에서는 정작 강물이 동북쪽으로, 만주 내륙으로 흘러가자 조선 측은 두만강이 아니라며 당황한다.

그럴 수 밖에... 

애초에 세종조부터 계속 조선의 국경은 두만강(토문강, 도문강 모두 두만강을 가리킨다.)이었고, 조선은 그 영역 밖이 자국 영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이 소위 '간도'에 대해 한 일도 고종 때 간도관리사를 파견해 잠깐 집적거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간도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일제가 우리 외교권 빼앗고 자기 맘대로 우리 땅을 내준게 아니라 애초에 일제가 날강도처럼 만주 땅 가지고 장난을 친거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간도라는 땅은 없다는 입장이었고 일본의 어거지를 잡재울 겸 철도 이권을 대가로 만주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혹시 가능성이라도 없냐고? 없다.

일제가 조선의 외교권을 침탈하고 을사조약을 맺기 전까지 청나라와 조선은 국경을 두고 2차례 회담을 열었지만 처음부터 조선에게 명분이 없었다.

토문강 = 두만강 = 도문강인 걸 조선 측도 알고 있었으니까...(이 부분은 감계사 이중하의 보고서인 별단초(別單草) 참고)

2번째 열린 감계회담에서 이미 논의는 송화강 지류인 토문강이 아니라 두만강 지류 중 어디를 경계로 할 것인가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끝났다. 위에서 보았듯이 그걸 만주침략을 위해 자기네 입맛대로 요리한건 일제였고.

심지어 지역 주민들이 토문강을 두만강으로 생각안했다는 말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송화강 지류 토문강이면 당연히 두만강으로 생각안했고 두만강 하류를 말하는 것이라면 토문강으로 불린 것이 사실이므로 왜곡인데.

 

아무튼 이런 간도영유권를 '한국사 전문가'라고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이 대중들에게 대놓고 전파하고 있으니..비판을 안 할 수가 없다.

 

설민석씨는 분명 훌륭한 강사다. 강의 실력은 일류고 말도 굉장히 잘한다.

사학 전공자들 중에, 교수님들 중에 내 생각에 그렇게 강연 잘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야기 잘하는 거랑 강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의 말이 청산유수처럼 쏟아져도 내용이 사실에서 벗어났다면 그의 강의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냥 고등학교 수능과목으로써 인강강사로써 역사 전문가라면 모두들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인강을 벗어나 TV 강연과 교양서를 비롯해 광범위한 일반 대중 앞에 섰을 때 그리고 그의 인기가 끝간데 모르고 솟아오를 때는 다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중에게 계속 퍼져나갈 것이고 대중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본인 입으로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진짜 읽어보고 쓴 것인지 의문만 불러 일으키는 그의 책들... 

그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 이상의 역사 교양을 대중에게 가르치기에는 부족하고 '한국사 전문가'를 자칭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물론 그는 계속 한국사 전문가로 방송에 소개될 것이고 그의 책은 계속 베스트셀러일테지만...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입 다물고 그걸 보고만 있는 것도 양심에 찔리는 일이다.

 

 

 

 

 

p.s. 그리고 설민석 책의 또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왜곡과 오류를 그대로 전파하는 수준임에도 그 가격이 대중 교양서 치고 비싼 축이라는거다. 

개인적으로는 돈 있으면 걍 딴 역사 교양서 사서 읽거나 치킨 사 먹는걸 추천한다. 그보다 값싸면서도 좋은 교양서는 많다.

 

88개의 댓글

2016.08.19
간도영유권 ㅅㅂㅋㅋ

광해군 명군론도 대표적인 미화된 역사인듯 중립외교는 얼어죽을ㅋㅋ
0
2016.08.19
@극초음속벤젠
앞뒤가 보다 병신들이어서 상대적으로 미화됨 ㅋㅋ
0
2016.08.19
@해탈한문과생
선조-인조라니 ㅎㄷㄷ
0
2016.08.22
@해탈한문과생
ㅇㄱㄹㅇ
0
2016.08.19
사스가 종이낭비
0
2016.08.19
와 내가 배운 내용들이랑 전혀 다르구나.. 제대로 알고 봐야겠네
0
2016.08.19
설민석 어차피 역사 전공자도 아님. 연영과 출신이고 학부 대학도 동국대니 학벌도 안 좋지. 예전에 메가에서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등 전문성 없이 여러 강의하다가 강의 수준이 문제가 돼(예전 기출에만 적용되고 새로운 문제들에는 전혀 해답을 제시할 수 없는 짜집기 수준 강의) 결국 하나씩 다 접은 사람임. 이 사람 강의는 솔직히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걍 예능을 본다고 얘기하면 맞는 거다. 크게 기대하면 안 됨.
0
2016.08.19
@호려ㅛ욘
출신 이야기는 일부러 뺐음. 역사 전공자가 아닌건 맞지만
0
2016.08.19
여기에도 글 또쓰셨넹
0
2016.08.19
@뒷짐진강아지
정사판에 썼던걸 확장해서 이것저것 더 추가함.
0
2016.08.19
@바실레오스
어쩐지 조금 더 길어졌더군요 ㅋ
0
2016.08.19
근데 9급충들은 설민석 꺼 봐도됨 저대로 나와서 ㅋㅋㅋㅋㅋㅋ
0
2016.08.19
@짬뽕맨
시험용 수험서면 애초에 관심도 안가졌을듯...그거야 내용이 정해져있으니
0
2016.08.19
역사 전공자가 아니였어???? ㅋㅋㅋㅋ 비전공 강사가 전문 강사인척하는 사례가 은근히 되겠네~ ㅋㅋ
0
2016.08.19
@내꿈은 양치기
강의 자격이 없는거 아님.
학부는 연극영화과지만 연대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으로 석사 땄음.
0
2016.08.19
오 내용 추가했네 굿굿 최근 어쩌다어른보니까 세종공법도 세종미화쩔던데ㅋㅋ 그전 세금거두는게 엉망인걸 세종이 정액화해서 백성의 고통을 덜어줄려는걸 신하들이 반대해서 오래걸렸다나ㅋㅋㅋ 당시 명신들 전부 탐관오리행
0
2016.08.19
@프링글스조아
조선왕조실록 DB화가 채고시다
0
2016.08.19
간도영유권 얘기는 환빠 비롯해서 동북공정 이전부터 있어왔던걸로 암.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생겨나시 시작한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유
0
2016.08.19
@보라뚱이
간도는우리땅 운운하는 이야기는 계속 존재해왔지만
범국민적으로 간도영유권 이야기가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된 시점은 동북공정 이후임.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간도 관련 결의안 발표하고, 간도되찾는다는 시민단체 설립도 2004년이고.
0
2016.08.19
고치라고 요대로 메일보내는 건 어때
0
2016.08.19
설민석 강의 나도 고등학생때 들었더랬지 근현대사였나 국사였나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네. . .
그 뒤에 뭐하고 살았는지 갑자기 무도 나오더니 빵 뜨더라
근데 이투스 강의 할 때 여긴 연대 서울대 주축으로 된 곳이라고 선생님들 다 연대나 설대 출신이라더만. . . 원래 그쪽 판이 다 그런거 알지만 ㅋㅋㅋ
0
2016.08.19
나도 잘못된 이야기를 알고 있었네 역사에 관심이 있지만 여태껏 이런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게 부끄럽군ㅠ
0
2016.08.19
멋진글 잘읽었다 ㅇㅇ
0
2016.08.19
으악 끔찍
0
2016.08.19
[삭제 되었습니다]
2016.08.19
@돌키위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네 ㅠ
0
2016.08.19
과인은 사도세자 아들이다 라 한건 자기 아빠 죽인사람들한테 복수하려고 말한거아니냐 별 문제없어보이는데
0
2016.08.19
@한국해양대
그니까 그 의미가 아니라는거
0
2016.08.19
@바실레오스
그러냐 ebs 1타 최태성도 저왕 설명할때 저거 강조했는데
0
2016.08.19
@한국해양대
최태성씨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면 역시 잘못 설명했음
0
난 이사람 별로더라...
지나치게 흥미위주야.
그러다보니 점점 실증에서 멀어지는듯
0
2016.08.19
글과 상관없는 질문이긴 한데 역잘알인거같아 질문할게 이덕일 교수 책을 많이 읽은편인데 이분 책들은 어때? 내가 사학도도 아니고 역사을 잘 아는것도 아니라서 그나마 대중화된 책으로 역사를 접하는데 이분 책은 편향적이지 않은지 궁금함 ㅇㅇ
0
2016.08.19
@마주돌이
읽지않는걸 권함. 그 사람은 편향 정도가 아니라 역사학자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야.
0
2016.08.19
@바실레오스
그럼 조금 읽을만한 책중에 괜찮은 저자 없을까? 자꾸 질문만 해서 미안하다 ㅠㅠ
0
2016.08.19
@마주돌이
저자로 책을 찾기는 좀 무리인게 제대로 된 저자라면 자기 전공 외에는 건드리기가 힘듬. 즉, 다작이 불가능함.
해서 통사나 개설서를 통해 전체 역사를 조망을 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관심 있는 분야나 시대 별로 들어가서 찾아보는게 좋음.
그래야 해당 분야나 시대에 대해 좋은 저자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거든.
0
2016.08.19
@바실레오스
교수들 마다 전공이 달라서 추천하기 애매하지만..
일단 통사 위주로 전체를 읽고 본인이 관심 있는 시대의 전문가 책을 읽는걸 추천함
보통 통사를 추천할 떄 한구사통론을 많이 추천하는데 솔직히 한자 사용도 빈번하고 입문자가 일기엔 힘든게 사실이니
한자 사용이 지양된 책을 읽는걸 추천함
대표적으로 다시 찾는 우리역사-한영우 추천함 관심 분야 말해주면 아는선에선 추천도서 알려줄겡
0
2016.08.19
@묘묘묘
잘못 달았어영 ㅋㅋ
0
2016.08.22
@묘묘묘
친절한 답변 감사!
담달 월급 받으면 저 책부터 구매해야겠다..
복사집님이 쓴 글 보고도 서점가서 있는 책은 읽어보고 구매하려고
바실님 삼묘님 모두 댓글 감사합니다
0
2016.08.19
@마주돌이
위에 삼묘님이 말한대로 '다시 찾는 우리역사(한영우)'도 좋고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옛날에 펴낸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전5권)'도 일반인이 읽기에 괜춘함.
이외에 역사비평사에서 펴낸 책들은 대개 믿고 읽을 수 있는 수준임.
0
2016.08.19
@바실레오스
엥 잘못 달았땅...ㅠㅠ
바실 아조씨 사학과 냄새가 풀풀나는데
저도 책 추천좀 해주세요.
여말선초 조선초 정치사 건국사를 다룬 책 추천좀요.
0
2016.08.19
@묘묘묘
그 시기 책은 잘 모르겠네영 ㅠㅠ
0
2016.08.19
@묘묘묘
http://www.dogdrip.net/93995243 예전에 쓴 글인데 참고하시면 좋을듯
0
2016.08.19
@복사집
오 감사합니다.
지금 저 글에 있는 왕조의 얼굴을 읽고있는데 가독성도 좋고 재밌게 읽고있어영
글에서 따로 추천한 <조광조>도 중고서적으로 구매했어요
개념글 작성해줘서 감삼감사!
0
2016.08.22
@마주돌이
전공자로써 말하자면 이덕일은 쓰레기야.. 그사람때문에 역사학계가 얼마나 개고생하는데 ㅋㅋㅋㅋ
0
2016.08.22
@보앞으로
정말 그렇겠네 사학도가 아닌 사람들은 보통 교양서적으로 역사를 많이 접할텐데
각 분야에서 처음 읽는 책이 그 분야에 대한 기초 토대를 설정한다고 치면
잘못된 내용을 마치 사실인것마냥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학계 전체가 고생이겠네
0
2016.08.22
@마주돌이
왜곡을 호도해서 사실인마냥 떠들고다니기만 한다면 잘못알아서 그러려니 하겠는데 주류학계 자체를 친일식민사관에 찌든 병덩어리로 매도해버리니 더 문제지 ㅋㅋㅋㅋㅋ 문제는 실록하나도 제대로 안읽어볼정도로 자기 주장의 논거에 대해선 하나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거
0
2016.08.22
@보앞으로
태묘 사건이 유명하지. 종묘를 의미하는 말을 건원릉으로 착각한...기본이 안되어 있음.
0
2016.08.22
@바실레오스
껀덕지 보면 글을 못읽는 수준이던데 이정도면 학위는 어떻게땃나 의문이 생길정도...
0
2016.08.19
설민석 선생님 강의 보면서 느끼는건데 시각자료가 진짜 빵빵한거 같음.. 강의도 흡입력있고.. 무슨 예능 보는 느낌이 나더라
0
2016.08.19
@복사집
강의 방법은 진짜 좋은데 2016년에 한국사 전문가 타이틀 달고 나오는 것 치고는 내용이 너무 고릿적 스테레오타입이라 아쉽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3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컨저링 3의 실화 이야기. 악마가 시켰다 그그그그 3 1 일 전
12438 [기타 지식] 당신이 칵테일을 좋아하게 됐다면 마주치는 칵테일, 사이드카... 4 지나가는김개붕 4 1 일 전
12437 [역사] 지도로 보는 올초 겨울까지의 우크라이나 전쟁 12 FishAndMaps 16 2 일 전
12436 [기타 지식] 클래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랑 받는 칵테일, 갓 파더편 - ... 2 지나가는김개붕 3 2 일 전
12435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5) 2 綠象 4 4 일 전
12434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4) 綠象 3 4 일 전
12433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3) 1 綠象 3 4 일 전
12432 [호러 괴담] [미스테리] 한 은행 직원이 귀가 중 사라졌다? 2 그그그그 5 4 일 전
1243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뭔가 좀 이상한 지명수배자. 이와테 살인사건 2 그그그그 3 6 일 전
12430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2 16 키룰루 28 7 일 전
12429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2) 4 綠象 10 8 일 전
12428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1) 4 綠象 13 8 일 전
12427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1 25 키룰루 26 9 일 전
12426 [역사]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2부 3 식별불해 11 9 일 전
12425 [호러 괴담] [미스테리] 방에서 실종됐는데 9일 뒤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 6 그그그그 8 9 일 전
12424 [역사]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11 식별불해 27 10 일 전
1242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게임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집... 2 그그그그 3 10 일 전
1242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바람피우던 여성의 실종, 27년 뒤 법정에 선... 그그그그 6 13 일 전
12421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下) 2 綠象 5 14 일 전
12420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3 14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