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보따리] 더벅머리 총각과 홍성문

풍수지리에 통달한 홍성문(남성)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명당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봄날 홍성문은 임실의 강진장에서 명당을 팔고 순창 동계면의 녹사리장에 가기 위해 임실과 순창의 경계인 놋점이라고 하는 점촌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은 임실의 삼계면에 있는 원통사에서 놋점을 거쳐 무량산이 솟아 오른 곳이어서 상당히 긴 재를 이루고 있었다. 홍성문이 놋점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곳에 사는 더벅머리 총각이 나무를 하고 있다가 홍성문이 재를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강제로 홍성문을 끌어다가 겁탈을 하였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지만 힘도 약해 험한 꼴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홍성문이 녹사리장에 도착해서 생각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녹사리장을 거쳐 근처 둔내의 삼계장을 본 뒤 다시 임실의 강진장을 가기 위해 놋점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더벅머리 총각이 홍성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타나 강제로 끌고 가서는 그 못된 짓을 또 하기 시작하였다.

 

홍성문은 생각다 못해 그 더벅머리에게 말하였다. “네 이놈! 이러지 말고 내가 장가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마. 네 아비 묘가 어디 있느냐? 내가 이곳을 지나면서 보아둔 묫자리가 있으니 그곳에 네 아비를 모시면 장가도 갈 수 있고 자식들도 둘 것이니 너도 한 번 잘 살아 보거라.”

 

장가를 갈 수 있다는 말에 총각은 하던 짓을 멈추고 정말이냐고 물었다. 홍성문은 더벅머리 총각에게 내일 이곳 재 밑에 묘를 쓰면 석 달 안에 장가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총각은 그 다음날 바로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와서 홍성문이 가르쳐 준 곳에 묘를 썼다. 이렇게 해서 홍성문은 봉변을 면하였지만 당한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복을 할 셈으로 묘를 쓰면서 분금좌향과 투지에 조화를 부렸다.

 

며칠이 지난 후 더벅머리 총각은 우연히 부모에게 쫓겨 갈 곳 없는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하였고, 열 달이 지나 아들도 하나 얻게 되었다. 먹여 살릴 처자식이 생겼으니 이 더벅머리 총각은 더욱 열심히 일을 하였다.

 

세월이 흘러 아낙은 자식도 낳았고 살림도 안정이 되었으니 친정 부모에게 모든 사정을 알리고 용서를 받고자 친정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아들을 돌봐줄 것을 부탁하였다. 아낙은 바로 돌아오기로 하였으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바로 돌아올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총각은 아이를 오래도록 돌봐야 했는데, 계속 울어대는 아이를 달랠 길이 없었다.

 

안아도 보고 업어도 보고 까불러 보기도 하였지만 도대체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뉘어 놓고 미음을 가지러 가려고 기어나가는데 때마침 허리끈이 풀어져 바지가 내려가 아랫도리가 다 드러났다.

 

계속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간 총각은 그런 줄도 모르고 기어나가다가 총각의 생식기가 아이의 입가를 스쳤다. 그러자 그렇게 울어대던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 그것이 아이의 입가를 스칠 때는 울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또 울음보를 터뜨렸다. 총각은 참으로 난감하였으나 아이의 울음을 그칠 요량으로 그것을 아이 입에 대 주었다.

 

입에서 떼기만 하면 울어 대었기에 한시도 떠날 수가 없었고, 또 누가 볼까봐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갔다. 다음날도 총각은 아이에게 그것을 빨리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홍성문이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런 상황을 홍성문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서 일어선 총각과 다시 울어 대는 아이를 보면서 “네 이놈! 어서 다시 아이에게 그것을 빨려라. 네 이놈! 나한테 지은 죄를 아이에게 갚아라.” 하며 큰소리를 쳤다. 그제야 총각은 이 모든 것이 홍성문이 꾸민 일임을 알고는 죽을죄를 지었으니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다. 홍성문은 “네 죄를 네가 알겠느냐?” 하였다. 총각은 자신이 크게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홍성문은 삽을 가지고 따라오라고 하였다.

 

홍성문은 총각의 아버지 묘에 가서 투지에서 띠 석 장을 떠서 옮기게 하였다. 그러자 아이의 울음이 바로 그쳤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자 총각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는 홍성문에게 백배사죄하였다. 이후 총각은 아이의 어미와 잘 살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이 지역에서는 못된 짓을 하는 사람에게 ‘니 애비 × 빨 놈’이라는 욕설이 생겼다고 한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http://sunchang.grandculture.net/sunchang/toc/GC05901825

2개의 댓글

2021.03.21

옛날 이야기도 진짜 재밌는거 많더라

0
2021.03.22

홍성문이 마성의 게이였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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