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개미와 곰개미의 혈투. 징그러워 할 사람을 배려해 직접 그렸다>

개미는 전쟁을 수행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특히 동족 간의 전쟁이 자주 발발하는데, 먹이와 생태가 비슷해서 거주 영역이 겹치면 한정적인 자원에 대한 경쟁 상대로 작용하기 때문. 그래서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어느 한 쪽의 씨가 마를 때까지 치열하게 싸운다 : 이긴 쪽은 반대쪽 군락으로 돌입해서 여왕 개미는 물어죽이고, 알과 애벌레를 훔쳐오기도 한다. 자연 상태에서 개미들의 이 같은 행동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행위로 여겨졌다.

<꿀단지 개미(Honeypot Ant). 통통하게 늘어난 배 안에 양분을 가득 담고 있다. 커지면 포도알만 해 진다고 한다>

요 녀석은 꿀단지 개미다. 척 보기에도 이름을 매우 직관적이게 잘 지은 것 같다. 모든 꿀단지 개미들이 다 이렇게 탐스러운 꼴을 하진 않고, 일부 꿀단지 역할을 하는 녀석들만이 저런 체형을 갖는다.

<꿀단지 개미 군락의 내부. 보통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꿀 창고 역할을 한다>

꿀단지 개미의 서식지는 건조한 사막 지형이기 때문에 먹이가 귀한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린 일개미를 시켜 살아있는 양분 저장소를 만드는데, 어린 놈일 수록 배가 잘 늘어나서 그렇다고 한다. 꿀 셔틀을 하게 된 녀석들은 최장 10개월 간 굴 천장에 매달려서, 언니들이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입으로 영양분을 쥐어짜내준다. 밥 타령으로 틀니 딱딱 부딛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2012.10.19. Science Magazine 채널 게시물, Ants Fake Fights to Survive. 평화의 개미 무도회가 열렸다>

물론 꿀단지 개미들도 전쟁을 한다. 하나의 먹이를 두고 다른 군락의 꿀단지 개미끼리 만나면, 저렇게 발레 하듯 까치발을 들고 키재기 놀이를 한다. 이것이 꿀단지 개미 간의 전쟁이다 : 꿀단지 개미들은 서로 물어 죽이거나 산을 뿜어대는 대신, 전쟁하는 척만 하며 간을 보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꿀단지 개미들의 심성이 착해서 그런 건 아니고, 꿀단지 개미 특유의 전술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싸움이 시작 되면 적군과 아군이 1 : 1로 짝을 이뤄 춤을 추는데, 이 동안 간부 개미들이 어느 쪽 개미가 많은지를 헤아린다. 만약 적군 개미가 남으면 우리 편이 적은 것이니 재빨리 원군을 부르고, 아군 개미가 남으면 계속 춤 추도록 두고 먹이만 유유히 빼돌린다. 덩치가 비등한 군락끼리 섣불리 격돌했다가는, 건조 기후 특성 상 양측 모두 심대한 타격에서 회복되지 못 할 테니, 아주 현명하다고 하겠다.

아,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이라면 굳이 무도회를 갖지 않는다. 우세한 왕국의 개미들이 상대쪽 진영으로 쳐들어가서 여왕을 죽이고, 꿀단지 개미들을 사로잡아 올 뿐이다. 막내들은 페로몬 신호가 다른 남의 식구에게 꿀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납치범들은 배를 끊어서 꿀단지만 보관하고, 시체는 애벌레들을 먹인다. 그러므로 꿀단지 개미들이 이타적인 동물이니, 배려심 넘치는 동물이니 하는 건 재밌는 착각이다.

<꿀단지 개미 한 소끔. 크기 비교를 위해 가져왔다. 여느 개미들이 신 맛인 것과 달리 달달하다고>

<호주 원주민들이 개미를 먹는 모습>

호주 원주민들 사이에선 꿀단지 개미가 별미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