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출근하기 전에 좆망한 내 근황을 얘기하려고 한다.

 

먼저 글 하나 읽고 왔으면 좋겠다.

 

 

 

의외로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식재료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바로 이 글이야.

 

 

 

 

 

각설하고, 한국에는 디아지오 월드 클래스라고 불리는 칵테일 대회가 있는데 여러가지 칵테일 대회 중에서도 가장 메이저한 대회야.

 

한국 우승자는 세계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여기서 우승하면 그야말로 세계에서 인지도 있는 바텐더가 되는 대회지.

 

자영업 개붕이지만, 대회는 항상 즐겁기에 이 대회를 나가려고 준비했어.

 

 

 

 

 

이번 대회의 주제는 돈 훌리오라는 데킬라를 이용해서 2044년에 만들어질 미래 혁신적인 칵테일인데, 여기에 한국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거였지.

 

마르가리타나 하이볼의 형태로 말이야.

 

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먼저 미래는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

 

일단 기후온난화로 점점 더워지고, 한국에서는 점점 열대과일이 자라나고 기후가 변하는 등의 미래를 상상했지.

 

거기서 먼저 떠올린 건 열대과일과 열대지역의 향신료였어.

 

기후온난화로 한국은 점점 열대지역으로 변할거고, 그때가 되면 식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올거다! 라는 주제를 정한거지.

 

 

 

먼저 생각한 재료는 커드 칠리야.

 

한국에서는 생소한 향신료인데, 그릭 요거트 등에 향신료를 섞어서 고추를 발효시키고 말리는 재료지.

 

 

 

한국인의 고추 사랑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거고, 새로운 재료를 받아들이거라는 생각에 먼저 이걸 만들었지.

 

그릭 요거트에 소금, 큐민을 넣고 배가른 고추를 박아서 발효시키고 말리는데 대충 6일쯤 걸리더라.

 

쉬발....

 

 

 

 

 

 

 

 

 

 

이 다음으로 주목한 건 열대과일.

 

이미 제주도에서는 애플망고를 재배하고 있고 이제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망고.

 

아마 미래에는 망고도 한국에서 재배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지.

 

망고를 이용한 칵테일은 워낙에 많고, 데킬라랑도 어울리니까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적인 것을 위해서 선택한 재료가 있어.

 

 

 

 

고추장이야.

 

완전 국내산 고추장 비싸더라, 저거 한통에 15000원임.

 

맨 처음에 읽어보라는 글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에서야 잘 안쓰일 뿐, 세계적으로 보면 많이 쓰는 칵테일 재료 중 하나가 고추장이거든.

 

또 의외로 망고는 장류랑 궁합이 좋아.

 

첨면장이라고 춘장의 원조격인 중국식 된장이 있는데, 여기에 망고를 섞어서 돼지고기나 껍데기 구이, 튀김을 찍어먹으면 맛있거든.

 

한국에서는 메이저하지는 않지만, 이 조합을 만들어서 먹어봤을 때 꽤나 괜찮았어.

 

그래서 이걸 이용하면 한국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집어 넣으면서 스파이시한 마르가리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

 

애초에 망고를 매운 양념에 먹는 요리는 세계적으로 보면 꽤나 많으니까.

 

이상한거 같다고?

 

 

그린 망고로 만든거긴 한데 비쥬얼 봐라, 이게 망고냐 깍두기냐.

 

심지어 밑에건 망고 깍두기임.

 

 

 

 

 

 

 

 

 

뭐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망고와 고추장, 물, 아가베 시럽 그리고 화이트 와인 비네거를 이용해서 시럽을 만들었지.

 

여기에 먼저 만들어뒀던 커드 칠리를 요거트랑 같이 데킬라에 인퓨징하고 걸러서 준비했고, 커드 칠리를 원래 먹는 방법인 튀겨서 소금과 섞어서 커드 칠리 소금을 만들었어.

 

여기까지는 좋았지, 완성된 칵테일을 맛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

 

 

 

 

 

 

 

완성한 칵테일은 맛있었다.

 

발효시켜서 말린 고추는 요거트로 발효시켜서 매운 맛이 적고 감칠맛이 충분히 올라왔고, 짠 맛이 더해져서 밥도둑이 됐고

 

망고와 고추장으로 만든 시럽은 매운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면서 망고가 가진 달콤하고 프루티함을 충분히 전달해줬지.

 

요거트 워시라는 기법으로 만든 데킬라에서 나오는 유산 발효 음료의 풍미랑 라임이 합쳐지면서 매콤하면서 프레쉬한 망고향이 나는 칵테일이 된거야.

 

나는 됐다, 맛은 이거면 됐으니까 이제 영상을 찍고 썰만 잘 풀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촬영 준비를 했지.

 

그러다가 문득 대회요강을 다시 한 번 봤어.

 

 

 

 

거기에는 이미 존재하는 레시피거나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따라하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문득 불안해졌지만, 나는 "에이 설마, 어떤 미친 놈이 망고랑 고추장을 섞어서 칵테일을 만들 생각을 하겠어..." 라는 심정으로 한글로 먼저 검색을 했지.

 

역시나, 망고와 고추장의 조합은 없었어.

 

그리고 이어서 영어로 검색을 했지.

 

 

 

 

 

 

 

 

 

 

 

 

있어...있다고...

 

심지어 만드는 레시피까지 80%정도 비슷해...

 

한국에 안들어오는 술을 추가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만든 칵테일과 비슷한 컨셉의 칵테일이 이미 존재한거야...

 

 

 

 

왜 텍사스에서 일하는 맥시코인이 고추장과 망고를 쓴 칵테일을 만드는 건데 왜! 라고 하면서 도대체 저걸 만드는 바는 어딘데! 하면서 가게 이름을 검색해봤지.

 

 

 

 

 

 

 

 

 

 

 

자세히보니까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이더라...

 

Oseyo's. 라는 레스토랑, 그러니까 오세요...

 

순간 모든게 납득이 갔지.

 

미국은 레스토랑에서 칵테일을 파는게 기본이고, 각 식당마다 가게의 컨셉을 살린 칵테일을 판매하는데

 

한식 레스토랑에서 고추장을 이용한 칵테일을 하는 거야 뭐 당연한 수순이었겠지.

 

근데...왜...망고냐고....

 

망고랑 고추장이 어울린다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처음에 만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후후 됐다, 이거면 한국인이라면 아무도 생각 못했겠지? 헛점을 파고들면서도 혁신적이면서 한국적인 칵테일이군!" 하면서 득의양양하게 예선 통과는 하겠다 했는데, 순식간에 모든 게 꼬여 버렸지.

 

결국 대회를 나가려면 새로운 주제, 새로운 칵테일, 새로운 대본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다음 날이 대회 마감이네?

 

오늘 촬영하고 편집하고 마감 전에 딱 하고 올려야지 했는데...

 

 

 

 

 

쉬발....

 

 

내 상상력은 결국 세계적으로 볼 때 조빱이었고, 새로운 걸 만드는게 어렵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칵테일은 맛있게 나왔으니까 열심히 팔기나 해야겠음....

 

 

 

 

 

 

 

 

 

하 쉬발

 

 

여기는 오늘은 여기까지 짤 없음....읽판도 안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