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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만력제 시절, 그러니까 400년 전.

명나라의 한 아버지는 천연두로 두 명이나 되는 딸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죽고, 그 다음에는 누나가 되는 아이가 죽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죽은 큰 딸의 묘지명을 직접 쓰며, 딸의 어린 시절을 담담히 추억했습니다.

400년 전 명나라 시절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현대의 눈으로 보기엔 어땠을까요.





부분 번역, 출처 『발레리 한센, 신성곤 번역 열린 제국 : 중국 pp. 460-461』

(중국어 - 영어 번역 - 다시 한국 번역의 중역이라 원문과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사실 나는 기쁘지 않았다.

그야 30세가 넘은 남자는 아들을 원하지 딸을 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채 첫돌이 되기도 전에 너는 나를 사로 잡았지.

내가 너를 쳐다볼 때마다 킥킥대며 응답할 때도……



너는 자주 방문을 두드리곤,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물었지.

"거기, 누구세요?" 하고 말이다.





너는 가끔 나와 수수께끼를 하여 이긴 사람이 집 주위를 돌며, 진 사람을 따라잡는 놀이를 했지.

네가 마지막으로 나를 따라잡았을 때, 넌 환호하며 박수를 쳐댔었지.







그런데,



채 반 달도 지나지 않아 네가 죽었다면,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니."











아진(阿震)이라는 이름의 딸은 발랄한 기질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딸이 처음 태어났을 당시, "딸자식 따위가 무슨 소용일까." 하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아버지는, 그러나 이후엔 말괄량이 딸의 교육 방침에 대해서 아내와 논쟁을 벌일 정도로 변하게 됩니다.









"너의 어머니는 너무 엄격하단다.

네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될까봐, 두려워하여 가끔 너를 혼냈었지.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네가 없을 때면 네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곤 했단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잘잘못을 알 수 없지 않소. 좀 더 클 때까지 그대로 둡시다.' "









딸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던 아버지는, 이후엔 딸의 저승 여정을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끝냅니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사이다……



너보다 열흘 앞서 두 살 어린 동생 아손(阿巽)이 너와 함께 몸져누웠다가,

사흘 뒤 아손이 죽고 너 또한 떠나버렸구나.



이제 더 이상 너와 놀아줄 상대도 없지만,

적어도 너도 잘 아는 동생과 함께 가는구나.



너는 걸을 수 있겠지만, 네 동생은 이제 겨우 불안하게 발걸음을 떼는 상태란다.

어디를 가건, 손으로 네 동생을 꼭 붙잡고 가렴.

그리고 서로 좋게 지내면서, 다투는 일은 없도록 하렴.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한다.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하는지 안다면, 꿈속에서나마 자주 돌아오거라.





그리고 만일 인연이 허락해준다면, 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그런 바람에서 경전과 주술서와 금강경의 사본을 보낸다.



또 네가 저승의 염라대왕을 보면,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올려 자비를 구하거라.



염라대왕에게 말만 하고 울거나 시끄럽게 굴지는 말거라.

너는 저승이 집과 다르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심승(沈承), 제진녀문(祭震女文)

22개의 댓글

2023.09.23
9
2023.09.23

아기침대에서 퍼져 자는 내 딸내미 생각나서 울었다

딸은 애교가 엄청 많아

너무 귀엽고 좋다

10
2023.09.23
@djnard

많고 많은80억 사람중에서 자기를 제일 사랑할 수 있는 사람한테서 태어난 너의 딸은 참 행운아인거 같다

27
2023.09.23
@뇨뇨키키

우와 글로 사람을 감동시키시는 능력자시군요!

근래 들어본 말 중에 최고로 기쁜 말입니다 ㅋㅋ

복받으시길 ㅎㅎ

1
2023.09.24
@djnard

요즘 이슈보면 좋은 부모님 만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껴져서 아이 하나가 아버지께 조건없이 사랑받을수 있는게 너무 다행이란 생각에 글남깁니다...축복이고 복이죠 암

7
2023.09.24
@뇨뇨키키
0

400년 지나서 개드립하다가 보는 나도 읽다가 가슴이 다 먹먹해지는데

그당시 본인은 저걸 한자한자 써내려가면서 얼마나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뜯겨져나갔을까..

14
2023.09.24

부디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 아빠와 자식의 연으로 잘 살아갔기를...

0
2023.09.24

내용은 차분한테 화자는 술 사발로 퍼마시며 꺼이꺼이하면서 지었겠지 슬프구만

3
2023.09.24

???:중국인 하나가 착해졌네

1
2023.09.24

아들아, 네가 태어나던 날, 온 로데론이 네 이름을 속삭였단다.

'아서스.'

 

내 아들아, 정의의 수호자로 자라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아느냐.

 

명심하거라. 우리 가문은 늘 힘과 지혜로 왕국을 다스렸음을.

또한 네가, 그 강한 힘을 신중하게 사용하리라 믿고 있음을.

 

하지만 아들아, 진정한 승리란 백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란다.

 

기억하거라. 나의 시대가 끝나는 그날… 너는 왕이 되리니.

4
@음향노예

썪씨딩유, 빠덜

0
2023.09.24
@음향노예

누구, 저요?

0
@음향노예

아버님 아가리 부탁드리겠읍니다

0
2023.09.24

눈물 찔끔 흘렸다

0
2023.09.24
0

너무 슬퍼

0
2023.09.24

볼때마다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난다.

진정한 글의 힘이란 얼마나 강할수있는지 깨닫는다.

1
2023.09.2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0
2023.09.24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하는지 안다면, 꿈속에서나마 자주 돌아오거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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