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 마광수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팬티도 브래지어도 필요 없다

겉옷은 더욱더 필요 없다

조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제기랄 놈의 성씨

우라질 놈의 가문, 학벌, 직업

벌써 좆돼버린 너와 나의 과거

다 필요 없다 사랑 하나면

다 필요 없다 섹스 하나면

이 밤, 그대여 빨가벗고 뛰어서 오라

일찍이 페미니즘 저격했다고 칭송받는 마광수의 시임

그런 그가 줄기차게 외치던 말이 있음.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다들 알다시피 연세대는 미션스쿨이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는 성경구절을 교훈으로 삼고 있어.

마광수는 그걸 뒤집은거고.

한낱 인간이 감히 입에 진리를 담는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소리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리의 발끝에라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좆같은 진영논리로 편갈라 싸우면서

별 되도 않는 일베몰이 페미몰이하면서

어떻게든 서로 입 틀어막을 궁리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이나 하자고

이를테면 섹스라던가

얼마나 생산적이니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