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여러분의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정신과 의사
요즘 바빠서 여기저기 게시판 기웃거리고 댓글만 달고 있었다.
오늘은 마침 좀 한가해서 다시 몇마디 끄적거려보려고 해.
지금까지의 피드백을 받아서 앞으로는 더 쉽게! 더 짧게! 를 목표로 해 볼게.
오늘의 주제는 관계사고야.
관계사고는 짧게 정의하면 '나랑 상관이 없는 일들이 나와 관계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어.
늘 그렇듯이 예시를 들어볼게.
너가 거리를 걷다가 실수로 미끌어져서 넘어졌다고 상상해봐. 아프고 쪽팔리고 하겠지. 일단 빨리 일어났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는것 같고
저 앞에 웃고있는 여자애들은 날 보고 웃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뒤에서 누가 통화하는데 '방금 재미있는 일 있었다?' 라는 말소리가 들려, 그게 내 얘기 같아.
이런게 관계사고야. 물론 예시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든거기 때문에 실제로 날 쳐다보거나 날 보고 웃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지.
하지만 타인이 넘어지는걸 한번이라도 봤으면 개드립 친구들도 다 알거야. 의외로 넘어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오래 안한다는 사실을.
보통은 '넘어졌네? 아프겠다' 정도로 바로 끝나고 자기 볼일 보지.
관계사고가 왜 발생하냐. 물론 제대로 설명하려면 아주 길어지고 솔직히 나도 100% 이해했다고 주장하기 두렵긴 하지만 간단하게 해볼게.
자아경계 (ego boundary) 라는 개념이 있어. 세상의 만물 중 어떤것이 '나'이고 어떤것이 내가 아닌지를 나누는 경계야.
뭐 저런 병신같은게 있나 싶겠지만 사람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이 자아경계가 모호해지고 깨지기도 해.
애초에 자아경계는 철벽같은 것이 아니야. 내 주변 사람이 슬퍼할 때 나도 그것에 공감하면서 슬퍼질 때가 있지? 그게 지속되다보면 이게 내 슬픔인지, 타인에게 공감하는 슬픔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어.
또는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이기면 마치 내가 이긴 것처럼 신날 때도 있잖아? 어찌 보면 이런 것도 부분적으로 자아경계가 모호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
자아경계에 대해선 줄일게. 이 내용만으로도 책이랑 논문이 이미 수두룩하니까 괜히 내 부족한 말빨로 설명하기가 부담스럽다.
여하튼 내가 우울하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 힘들다 등등.... 그런 상황일 때 자아경계가 모호해지면 관계사고가 강해져.
어느정도는 정상범위라고 볼 수 있어.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바지에 똥을 쌌는데 사람들이 다 나만 바라보는것 같고 내 냄새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거 같다?
이걸 이상하다고 볼 수 는 없을거야. 충분히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상상의 내용도 비교적 현실적이니까.
정신과 의사가 관계사고를 논할때는 보통 병적인 관계사고, 나아가서는 관계망상에 대한 이야기야.
인간은 자신에게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쪽으로 생각이 쏠리기 마련이야.
내가 내 외모에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에 나갔는데 모두 내 얼굴만 보고 비웃는거 같아서 무섭다. 그래서 외출을 못한다.
내가 학력이 낮아서, 내 출신 대학이 별로여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할때 다들 날 무시하는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랑 얘기를 잘 못하겠다.
뭐 이런 식이지. 그런데 개드립 친구들도 다 알거야. 내가 상대방 입장이 되서 거리에서 못생긴 사람을 봐도, 학력이 낮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도 평상시랑 다를게 없다는거.
관계사고의 문제는 이게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자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지.
다들 날 쳐다보는거 같으면 그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거 아냐?
이게 발전하면 관계망상이 될 수도 있어. 여기서부턴 현실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는거지.
아주 심해지면 TV에서 나오는 대사들이 날 향한 대사 같고, 주변에 경찰차만 있어도 날 잡으러 온 것 같고. 카메라라도 보이면 다 날 찍고 있는것 같아.
이 시점에선 정신병적 증상이라고 봐야지. (그러고보니 '정신병'에 대해서 써봐도 좋겠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예시랑 설명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더 짧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저번에 세줄요약은 안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요약해볼게.
- 사람들이 날 비웃는거 같아? 날 보는거 같아? 내 생각 하는거 같아? 대부분은 아니야. 세간의 상식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그냥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아, 그래야 너가 행복해
- 남의 눈을 무시하는것도 안되지만 너무 의식할 필요도 없어.
- 그런데도 남의 눈이 너무 의식돼? 그게 직접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는것 같은데 그 느낌이 없어지지 않아? 그렇다면 병원을 방문하렴. 도와줄게.
신라호텔
주째 잉여
매번 긴 글 보다가 짧은 글 보니까 오히려 어색하네잉ㅋㅋㅋ
글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혹시 미디어를 통해서 (특히 최근들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심각한 교통사고 관련 블랙박스 영상들) 노출되는 자극적인 사고 영상들에 대해
내가 사고를 당하지도 않았는데 사고를 당한 것마냥 불안함,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증상 말이에요
예를 들면 대형버스 추돌 사망사고 관련 블랙박스 영상을 본 후 한동안 운전하면서 대형버스보면 괜히 사고가 날 것 같고 위협감과 불쾌감을 느끼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적 용어로 정의되어있는게 있나요?
Solian
유해동물퇴치빌런
Solian
봉빙
Solian
봉빙
서정시인
걔드립맨
그저 상대방이 시즈박은 탱크처럼 여기저기 쏘아대고 있는 공격성이 나한테도 우연히 맞은 것 뿐인데, 난 그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닌가.
지금 나의 모습은 자존감이 낮아진 짐승이 그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초원 한가운데서 애처롭게 울부짖는 것일수도 있어
공격성편도 소속감편도 너무 공감되서 부랄이 폭팔할것같다
길게 쓰되 쉽게 써다오 핫산
Solian
서정시인
Solian
서정시인
서정시인
Solian
ㅁ쿤
Solian
ㅁ쿤
1. 관계사고가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며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스트레스는 무조건 없어야하는 나쁜 것인지?
2. 사랑은 정신병인지?
3. 이건 좀 대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종교, 즉 신을 믿는다는 것이 실제로 신이 존재하고 그에 따르는 것보다는 각자의 정신 속에 가상의 신을 만들어내어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도덕관념을 생성하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툴로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로 신이 있느야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잘은 이해못했지만 위에서 나온 자아 경계라는 말처럼 개인이 어떠한 가상의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해서 물어보는겁니다. (전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혹시나 종교인 분들 보시고 기분나쁘셨으면 죄송해요..)
Solian
2. 문학적, 철학적으론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과적으론 절대 아님.
3. 이것도 나 개인이 아닌 정신과 입장에서 대답하자면 ‘뭔들 상관없다’임. 신이 존재하건 허상이건 그 신을 믿음으로 인해서 삶이 행복해진다면 우린 모든 형태의 종교활동을 장려함.
특이점
사실 어디까지가 관계사고이고 어디까지가 상식인지 모호해질때가 종종 있지만
어쨌든 심리학 용어나 흐름 파악하기엔 정말 좋은 글인듯
유킬유다이
EXID
그런걸 캐치해내는 재능이 있거나 그런 교육을 받음?
Solian
압류
마성의사슴
Solian
소리벗고빤쓰질러
FIWI
Solian
내가 명상가가 아니라 내가 사물이 되고 사물이 내가 되는 그런 경지에 대해 논하기가 힘드네.
그들의 사상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그냥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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