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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말려초, 한반도 전역에서 군벌들이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군웅할거의 시대였죠.

 

 

 

그러나 군웅할거 하면 떠오르는 역사들이 모두 그렇듯,

화려하게 불타올랐지만 그 순간은 찰나였습니다.

 

 

 

곧, 3개의 큰 세력으로 압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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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태봉,

견훤의 후백제,

그리고 껍데기만 남은 신라였습니다.

 

 

 

그러나 견훤의, 견훤에 의한, 견훤을 위한!

오로지 견훤만의 국가였던 후백제와는 달리, 궁예 세력에겐 한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하나의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궁예는 왕건을 궁예 세력의 제 2인자로 삼는 것을 조건으로 송악 호족 왕륭-왕건 부자의 귀부를 받았고,

이를 통해 패서 지역(평안도-황해도) 호족들을 큰 피해 없이 빠른 속도로 복속시킨 것인데.

 

궁예의 생각보다, 패서 지역 호족들 간의 관계는 왕건을 중심으로 굉장히 밀접한 것이었습니다.

 

 

 

황해도 황주의 황보제공,

황해도 평산의 박직윤, 유금필

경기도 파주의 유천궁.

 

이들은 왕건과 혼맥, 혹은 그에 버금가는 친분(선대로부터 내려온)이 있는 관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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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엔 이런 형태의 구도를 형성했지만,

 

그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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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본토,

친 왕건 패서 지역,

점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양길의 영토.

 

셋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양길의 영토를 점령할 때에,

병력은 패서 지역을 점령한 궁예의 병사들이었으나 그 선봉에는 왕건이 있었음을 생각해본다면

 

구 양길의 영토에서 1인자인 궁예와 2인자인 왕건의 카리스마는 엇비슷하게 보였을 수 있고,

점령지에서 쉽게 세력을 끌어쓸 수 없었죠.

 

 

 

이걸 이해하고 다시 세력도를 본다면, 

궁예에게 왕건은 너무나 불안하고 또 강력한 2인자였음을 알 수 있는데….

 

 

 

결국 918년 7월,

왕건은 쿠데타를 일으켜 궁예를 제끼고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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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년,

고려가 세워지고 그에 반발한 반란이 일어난 고려의 상태.

 

지도에 표시된 운주, 웅주 (현 충청남도)는 후백제에 귀부했고,

청주 등의 구 양길의 세력권도 왕건을 대표로 내세운 패서 지역 호족들에 반발했으며,

궁예의 기반이었던 강원도 영서 지역도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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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영동에는 쿠데타 당시에도 궁예가 향하던 곳으로 보이던,

그리고 궁예 사망 이후에도 10년 간 왕건을 적대하는 친 궁예파 군벌, 김순식이 있었습니다.

 

국가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고, 남은 반토막마저 불안한 상태였죠.

이게 918년의 일입니다.

 

 

 

이후 927년에 벌어진 공산전투 당시의 지도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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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동 지역은 제외)

 

10년 전 넘어간 운주, 웅주는 되찾지도 못 했고,

기병을 1~2만이나 부릴 수 있는 명주의 대호족, 김순식은 궁예가 죽은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건만 여전히 왕건과 거리를 둡니다.

 

이렇게 불안한 구도를 유지시킨건 오로지 왕건 개인의 능력과 카리스마였습니다.

 

 

 

아니, 유지를 넘어서 실상 반토막난 영토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수습해내어

명주와 운주, 웅주를 제외하고는 다시금 영토를 모두 되찾았죠.

 

신라에 과도할 정도로 적대하던 궁예와 달리, 보다 온건한 대신라정책을 펼친 덕에

사실상 신라를 보호국 삼고, 경남까지 세력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내부의 불안한 2인자같은 요소도 없어졌으니, 오히려 궁예 시절보다 국력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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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터진 것이 충격적인 공산 전투 대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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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년 10월)

 

왕건은 공산 전투에 친위세력을 날렸습니다.

또 고려라는 국체가 오로지 왕건 개인의 능력과 카리스마로 회복된 것인데, 왕건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언제 충청권에서 들고일어날 지, 아니면 영동의 김순식이 궁예의 복수를 하겠다며 영서를 점령할 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아니, 사실 그런건 부차적인 문제였죠.

 

 

 

이전까지 고려에 밀리던 후백제는 고려에게 점령당했던 나주와 강주 일부 지역을 모두 되찾았습니다.

고려와 신라의 영향권에 놓여있던 상주 일부와 양주도 장악하면서 고려를 상대로 체급 우위에 섰습니다.

 

 

 

고려가 당장 흔들리고 있는데, 후백제가 저걸 안정화시키고 쳐들어와 북원경(현재의 원주)을 점령한다면?

한주와 삭주는 분리되고, 명주의 김순식이 삭주를 점령한들 막을 도리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남부지방을 모두 장악한 견훤을 막기 위해선 김순식의 손을 잡아야만 했죠.

 

 

 

삼국지의 위, 촉, 오가 한반도에서 재현될 수 있었습니다.

고려가 위나라가 아닌, 오나라 포지션이라는 것만 빼면.

 

 

 

 

 

 

 

 

공산 전투가 후삼국 시대를 다룰 때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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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년)

 

이런 왕건의 악몽은 김순식이 견훤을 두려워해 왕건에게 귀부해오면서 해결되게 됩니다.

11개의 댓글

2023.10.03

재밌네요! 잘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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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이 공산전투에서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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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만나서반갑습니다

공산전투 전인 921년 이미 정윤(고려 태자)에 임명됐던 왕무가 즉위했을 것

단, 왕무는 나주(외가)+운주(박술희)+평주(박수경) 밖에 지지받지 못하는 상황

당장 패서만 해도 황주 황보씨, 신천 강씨, 정주 류씨, 평산 유씨, 동주 김씨랑 사돈이고

전국적으로 충주 유씨, 강릉 김씨, 합주 이씨나 청주/상주/경주에 대세력들 남아있어서 피튀기는 골육상쟁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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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님 저번에 댓글에도 썼는데 저 당시에 원추리꽃에 대한 무슨 상징 같은 게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원추리 훤 萱자를 쓰는 인물이 후삼국시기에 셋이나 등장하는 거 보면 좀 신기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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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베댓전문가

자료가 없어 알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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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2NAUwU

아쉽네요 힝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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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기승전김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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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신라가 군웅할거의 시대일 때 발해는 팝콘만 먹고 있었나? 왜 내려올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국력이 이미 다 소진된 시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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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닉네임이다 ㅋ

발해 멸망한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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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2NAUwU

아하! 왕건이 발해 유민을 받았다 이거만 기억해서 발해가 더 나중에 망한 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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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헐 왕건 공산당이였음?

와.. King 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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