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역사) 호복(胡服)이 동아시아 복식에 준 영향

역사) 아프리카, 흑인, 문명. 그들을 위한 변호.

역사) 고대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 과정

역사) 송나라는 왜 군사력이 약했을까?

역사) 전근대 기병과 유목민에 대한 간단한 이해

역사) 송이 요를 막아낸 방법 feat. 대륙의 스케일

역사) 일본군은 왜 명량해전을 피하지 않았을까?

 

 

 

 

 

 

 

 

 

 

호복의 가장 큰 특징은 바지와 저고리를 함께 입는 상유하고 형 복식이라는 것으로,

아래에 치마를 두르는 상의하상인 한푸와 구분되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는 유목문화 특성 상 발달된 바지의 존재와 소매가 좁은 착수형 복식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이러한 호복이 동아시아에 어떻게 등장하였고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 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1878fa69a9c550da7.jpg

 

청동기 초기, 기원전 26세기~19세기 경.

서쪽 우크라이나-킵차크 초원으로부터 알타이 지역으로 유입되어 형성되었던 치예무르치예크 문화는 시간이 지나

 

청동기 중기, 기원전 13세기 무렵에는 카라수크 문화로 발전했습니다.

 

이들은 이전까지 중앙 아시아 초원 지대에 존재했던 문화들 (인접한 안드로노보 문화, 알타이 지역의 치예무르치예크 문화 등)과는 달리,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보다는 동호계나 중국 북부와 친연성을 보여주는 점이 구분됩니다.

 

1878fa6bbfa550da7.jpg

 

또한 비슷한 시기 우크라이나 지역으로부터 시작된 유목 문화의 영향인진 알 수 없으나, 이전까지 해당 지역에 있던, 혹은 인접한 문화들과는 달리 주거 유적이 잘 발견되지 않고 하카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무덤 유적의 판석에는 여름에 수레에서 생활하였다는 사실이 새겨져 있어, 양의 사육에 기초한 유목 생계 양식을 지닌 유목 문화였음이 추정되고 있습니다.

 

1878fa6f82b550da7.png.jpg

 

한편 비슷한 시기,

 

중국 북부에는 몽골고원-알타이 산맥의 유목 문화와 친연성을 보이는 청동기 문화가 셋 존재했습니다.

오르도스 지역의 청동기 문화와 하북성의 옥황묘문화(훗날의 연하도 문화),

그리고 요서 북부, 요하 상류의 하가점상층 문화(북부의 정구자 유형-남부의 철영자 유형) 입니다.

 

1878fa713f2550da7.png.jpg

 

또한, 기원전 10세기 경

최초의 기마 유목민족 스키타이가 우크라이나-카프카스-킵차크-중앙아시아 초원 일대를 지배하면서

 

우크라이나-카프카스 지역에서 알타이 산맥과 몽골 고원을 거쳐 퍼진 기마 유목 문화는,

다리 사이를 갈라 구분지어 만드는 것으로 활동의 편리성을 높인 '바지'의 발명과 이 것의 유포를 함께 했습니다.

 

이는 알타이의 카라수크 문화, 그리고 동아시아 끝자락의 오르도스와 동호계 철영자문화, 심지어는 한반도 문명의 뿌리가 되는 십이대영자 문화에까지 퍼졌습니다.

 

 

 

이렇게 유목민의 탄생과 함께 한 것이 호복의 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목 활동을 하기 편하도록 치마가 바지로, 그리고 소매와 품이 줄어든 형태의 복식은 북방에서 널리 퍼졌습니다만,

이 것이 진정 호복(胡服)으로 명확히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최초의 유목제국, 흉노의 등장과 함께였습니다.

 

 

 

1878fa72ca0550da7.png.jpg

 

기원전 10세기 경에 개발되어 기원전 8~7세기 무렵엔 동아시아에까지 퍼진 바지와, 소매와 품을 줄인 형태의 옷은

기원전 4세기 경 처음 등장한 유목집단, 흉노와 함께 하며 '오랑캐 옷'이라는 의미의 '호복'이란 명칭을 얻었습니다.

 

 

 

 

 

(상략)
與肥義謀胡服騎射以教百姓曰(여비의모호복기사이교백성왈)
비의(肥義)와 더불어 호족(胡族)들의 옷을 입고 말을 타며
활쏘는 것을 백성들에게 가르칠 것을 도모하며 말하였다.


愚者所笑(우자소소) 賢者察焉(현자찰언)
"어리석은 사람이 웃는 바는, 현명한 사람이 잘 살펴 본다.


雖驅世以笑我(수구세이소아)
비록 세상을 몰아 붙여서 나를 비웃는다고 할지라도,


胡地中山(호지중산) 吾必有之(오필유지)
호(胡) 땅의 중산(中山)은, 내가 반드시 이를 소유할 것이다"


遂胡服(수호복)
마침내 오랑캐 복장인 호복(胡服)을 하였는데,


國人皆不欲(국인개불욕)
나라 사람들이 모두 원하지 않자,


公子成稱疾不朝(공자성칭질부조)
공자(公子) 조성(趙成)은 병을 핑계대고 조회에 나오지 않았다.


王使人請之曰(왕사인청지왈)
왕이 사람을 시켜서 그를 청하면서 말하였다.


(중략)
先君丑之(선군축지)
먼저 가신 주군께서 이를 부끄럽게 여겼으니,


故寡人變服騎射(고과인변복기사)
그러므로 과인이 호복으로 바꾸고 말을 타고 활쏘기에 좋게 하여,


欲以備四境之難(욕이비사경지난)
사방의 경계선에서의 어려움을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며,


報中山之怨(보중산지원)
중산에 대한 원한을 갚고자 하는 것입니다.


而叔順中國之俗(이숙순중국지속)
숙부께서는 중국의 풍속에 순응하시고,


惡變服之名(악변복지명)
복장을 바꾼다는 명분을 싫어하여서,


以忘鄗事之丑(이망호사지축)
호(鄗)에서 일어났던 부끄러움을 잊는 것이니,


非寡人之所望也(비과인지소망야)
이것은 과인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公子成聽命(공자성청명) 乃賜胡服(내사호복)
공자 조성이 이 명을 들으니, 이에 오랑캐 복장인 호복을 하사하였고,


明日服而朝(명일복이조)
다음 날 입고서 조회에 나왔다.


於是始出胡服令(어시시출호복령)
이에 비로소 ‘호복령(胡服令)’을 내리고,


而招騎射焉(이초기사언)
말을 타며 활쏘는 사람을 초대하였다.

 

↑ 호복이란 명칭이 최초로 사용된 <자치통감. 3권, <주기>의 기록.

조무령왕이 기원전 307년, 군사적 목적으로 오랑캐의 '바지'를 나라에 도입하는 호복령을 내린데서 근거합니다.

 

 

 

 

 

 

 

 

 

 

기원전 3세기 말~기원전 2세기 초에 묵돌 선우가 알타이-몽골고원-동호를 지배하고 한나라를 발 아래에 두었을 때.

 

이러한 명칭은 중국 대륙 전체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복식 또한 비단 흉노와의 접경지나 동호, 요동, 한반도에 그치지 않고 중화 대륙 전체에 점차 퍼지게 되었습니다.

 

 

 

선진시대부터

 

1878fa8d2ab550da7.jpg

1878fa8e16d550da7.jpg

 

여성복식

 

1878fa94384550da7.webp

1878fa955f6550da7.webp

 

한나라와

 

1878faa12f7550da7.jpg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1878faa4284550da7.jpg

 

이러한 호복의 영향은 남성과 여성의 복식 양 측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관복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차로는 흉노의 영향을 받은 한나라 대에,

2차로는 유목민족의 대거 유입과 선비족의 영향을 받은 수-당 시대에 명확한 변화가 이루어짐이 확인됩니다.

 

 

 

중국의 복식 변화는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한반도는 남방계가 주류였던 중국과 일본과 달리 그 복식의 뿌리가 애초부터 호복으로부터 근간해 있었습니다.

 

https://dspace.ewha.ac.kr/handle/2015.oak/194179

고대한국복식의 원류에 관한 연구 : 스키타이계 복식문화를 중심으로

김문자,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가정학과 대학원.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1809538045583.pdf

스키타이 복식 유형 및 형태에 관한 연구, 고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김소희, 채금석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초빙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명예교수

 

 

이는 앞서 말했듯, 동호계의 정구자-철영자 문화와 인접해있었고 그 영향을 깊게 받았던 십이대영자 문화로부터 비롯된 고조선이 한반도 역사의 뿌리였으며, 그 고조선은 또한 흉노의 오른팔이라 불릴 정도로 동호계와 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1878fac3178550da7.jpg

1878fac4db7550da7.jpg

 

 

↑ 순서대로 고구려, 신라, 백제 사신들의 모습.

 

당염립본왕회도에 나온 6세기 각국 사신들의 모습입니다.

양나라 원제 때 소역(508~554)이 양나라에 조공 온 24개국 외국인 사절을 그린 양직공도를 모사한 그림으로,

현재는 대만 국립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1878faced39550da7.jpg

 

마찬가지로 <양직공도>를 모사한 <남당고덕겸모양원제번객입조도>에 나타난 사신도이며,

 

공통적으로 바지와 좁은 소매가 확인됩니다.

 

1878fad0b09550da7.jpg

1878fad259c550da7.jpg

1878fad438b550da7.jpg

 

이는 고구려 측 기록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고구려 측 기록에서는 한 술 더 떠, 호복의 특징 중 하나인 좌임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1878fadfcfb550da7.png.jpg

1878fae0c02550da7.jpeg

1878fae1976550da7.jpg

 

이는 고구려와 같은 예맥계 국가인 백제도 마찬가지였으며,

이들을 통해 호복 영향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1878faeaacd550da7.jpg

1878faebbc7550da7.jpg

1878faeca8c550da7.jpg

 

전기에는 고조선 유민의 영향으로,

후기에는 삼국 통일과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신라 역시 호복 계통의 복식이었던 것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99cfa87f7f598f55

당시대의 호복에 관한 연구

김소현, 1993년,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대학원, 1993년

 

본 논문은 한족(漢族) 우월주의에 젖어있는 중국인들이 호복(胡服)을 수용하여 보여주는 복식(服飾)의 양식(樣式) 변천 과정을 호(胡)의 개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당(唐)을 중심으로 고찰한 것이다. 연구 목적은 당(唐) 이전에 착용했던 호복(胡服)이 어떠한 방식으로 융합되어 당대(唐代)에 착용되었는지 규명하며, 횡적인 전파와 교류를 통하여 국제성을 띠었던 당대(唐代) 호복(胡服)의 원류를 밝히고, 동아시아의 복식(服飾)을 대표하던 당대(唐代) 호복(胡服)의 양식 변천 과정을 규명하는데 있다. 이를 통하여 한족(漢族)의 관점에서만 피력되어온 동양 복식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바로잡고, 나아가서 한족의 영향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왔던 한국 복식의 계보를 밝히는데 의의가 있다.

 

 

 

국제적 위상이 뛰어났던 당나라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세계에 전해진 호복의 영향은

이 논문을 통해 확인 가능할 듯 싶습니다.

 

 

 

 

 

추가로, 한복에 대해서 예쁜 일러스트들과 함께 알고 싶으시다면

 

일러스트레이터 글림자 님

https://blog.naver.com/yeon_119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우용곡 님

https://blog.naver.com/dndudwp99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님

https://twitter.com/00obsidian00

 

 

 

 

 

통해서 살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세 분 모두 좋은 책들도 내셨으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개의 댓글

2023.10.08

좋은 글 감사감사, 고조선 전, 후 역사들 공부하려면 참고할 서적이 있나요? 예맥족도 그렇고, 흉노나 선비족같은 유목민족의 기원도 아리송하고.. 관련 지식은 교과서 말고는 딱히 없는것같아서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7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下) 2 綠象 5 3 일 전
1216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3 4 일 전
1215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上) 5 綠象 4 5 일 전
12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5 7 일 전
1213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7 9 일 전
1212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6 일 전
121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17 일 전
1210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9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3 2024.04.03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30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024.03.28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024.03.26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23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