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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사람 만나는 거, 힘든 일일까

4aa7373e 2018.10.22 497

여자친구랑 같이 집 구해서 동거중인데, 내가 헤어질 준비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고, 얘도 이미 오빠가 그렇게 정한 거 그러자고 하더라.

나 혼자 거실에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가슴이 무겁다.

 

난 25살, 두번째 연애.

여친 23살 외국인. 첫번째 연애.

뽀얀 애기피부에 키 작고 귀염상, 살집 있음. 같은 수업 듣게 된 걸 계기로 친해지고 결과적으로 사귀었다.

 

동거는 2개월 아직 안 됐지만 전에도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해서 서로 깔끔한 건 알아서 동거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얘기가 나온 이유는,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여자친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요구사항이 있었다.

"서로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것으로, 예를 들어 다이어트, 공부, 마음씀씀이 같은 것.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면 하지 말아야하고, 실수로 하더라도 인정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태도"도 요구했다.

 

"같이 운동해서 여름에 수영장 가자", "자격증 공부할 건데, 너도 공부할 거 생각해서 같이 공부하자",

"요리 자신 없어서 하기 싫으면, 연습을 하자. 나만 할 수도 없잖아. 나중에 해야 할 기회도 점점 많이 생길 거고."

"진지하게 내 입술각질 뜯지 말아줬으면 한다, 저번에 피부까지 벗겨지지 않았냐." "자꾸 전 여자친구 얘기 물어보지 마라, 예의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면 하는 듯 하더니 작심삼일 되고, 결국엔 "그럼 헤어지던가~" "다른 여자 찾아보던가~" "어차피 곧 원거리하게 될텐데~"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꺼내고, 나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그런 말은 상대방한테 예의가 아니다. 내가 듣고 지치거나 상처받을 거라고 항상 생각을 해주었으면 한다."말하면 아무 말도 안하다가 시간 훨씬 지나서야 미안하다고, 아까는 미안하다는 말이 안 나왔다고, 자기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그런다.

실제로는 듣는 게 익숙해져서 별 감흥도 없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해서 남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을 더더욱 길러주고 싶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울면서 나보고 다른 여자 찾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그러더라, 자주 있던 일이다. 그래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 의도가 어찌됐던 너를 가슴 아프게 하고 울게 만들어서 미안해.

널 이해해. 아마 너는 내가 내 이상형에 너를 맞추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어.

근데 내가 매번 얘기하지만 나는 그런 게 아니라 서로 노력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거야.

나도 헬스하는 거 싫어하고, 공부하는 거 싫어하고, 씻고 밥하고 정리하고 그런 거 다 싫어하는데 그거 다 그만둬도 나 좋아할꺼야? 아니잖아?

네가 그걸 안 하면 너한테 정이 떨어질 거 같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충족시켜주려는 태도가 수평적인 인간관계엔 필요하다는 거지.

부모님이 자식들한테 공부하라고 운동하자고 하는 게 안 하면 싫어질 거 같아서 하는 말이 아니잖아? 걱정되니까, 서로 잘 살고 싶으니 그러는 거지.

나도 그런 거라는 거 잘 알잖아, 내가 스스로 안 하면서 너한테 요구하는 것도 아니잖아. 네가 무슨 말 하면 난 들어주려고 노력하잖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네가 하려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거잖아, 알지?"

라고 얘기한 거 같다. 중간중간에 질문을 던져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또 언제나처럼 나만 혼자 떠들고 있더라.

 

그 말이 끝나니, "피곤해, 잘래"라면서 등을 돌리더라.

갑작스레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피로가 몰려와서, 나도 머리 부여잡고 5분 정도 있었다.

날 살살 치면서 그러고 있지 말고 이만 자자고 했는데, 오늘 따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엄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말했지, 대화하는데 자겠다고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니, 적어도 미안한데 피곤해서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해달라고. 거기다 아랫입술 뜯지 말라고 했는데 못 참겠다면서 오늘 하루종일 내 입술에 손 데려고 했고.

전 여친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매번 하는데 "그냥 궁금해서 그렇지"라면서 계속 캐묻고. 그리고 다른 여자 찾으라는 얘기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꺼냈고. 좋아하는 사람이 싫다는 걸 계속 하고 싶은 충동이 억제가 안 돼? 하나만 물어볼게, 나는 어찌됐건 널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나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프거든?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줄 수 있어?"

라고 말했는데, 침묵. "말 안하면 미안하지 않은 걸로 알게?"라고 했는데도 침묵.

실제로 미안하지 않은 건지, 자존심 때문인지, 떨려서 입이 떨어지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유가 뭐가 됐던 결국 이런 상황에서도 침묵을 지킨다는 것에, "지친다. 헤어질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라고 얘기를 꺼내게 됐다.

 

이렇게 써보니 내 머릿속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긴 하네.

 

정리해서

장점: 여림, 깔끔함, 담배 안 핌, 술 안 마심. 절약정신투철, 더차페이, 가정환경 좋음, 동안,

단점: 잦은 말실수, 집중력 부족(스스로도 말함). 의지력 부족, 고집 셈, 자존감 낮음, 탄수화물 중독, 삐지면 남이 상처받는 말을 뱉고 입을 다물고서 비관적인 생각만 하다가 움.

 

전 여친한테는 "오빠가 원하는 사람이 될 자신이 없다, 미안하다고 말하기 지친다"라고 차였는데, 비슷한 이유로 여기까지 와버렸다.

서로 부모님도 만났고, 동거 중에 내 평생 짐 여기다 있고 강아지까지 키우는데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잘못했다. 헤어지기 싫다라는 말만 들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없을 거 같다.

 

내 요구들이 정말 부담스러운 것들인가?

 

비단 여친들뿐만 아니라 내가 봐온 여자들 중에서도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하게 사는 애들을 못봐서 여자는 다 이런 건가 싶다.

요즘 하도 여자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만 듣다보니까 놓치고 후회할까 걱정된다. 내가 계속 내 자신을 꺾고 타협해야 하는 일인 걸까?

17개의 댓글

6b4c834d
2018.10.22

여자들은 반반인거같음 성인되고 철들고 대가리에 뭐가 조금씩차는애들반 아닌애들반 니여자친구는 아직 미성숙해서그럼

0
4aa7373e
2018.10.22
@6b4c834d

미성숙한 여자친구를 기다려줘야할까?

0
6b4c834d
2018.10.22
@4aa7373e

개인적으로는 기다려도 안바뀐다고보는데 이십년넘게 살아온게 하루아침에 바뀔리는없으니 보통은 둘이 어느정도 타협점을 맞추는게 베스트지

너도 밑댓글 말대로 니기준에 다 맞추려고 하는것도있고 니입맛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은 없을껄?

0
54d69676
2018.10.22

부담스러운 건 맞는 거 같은데

연애가 맞춰가는 거라지만 거의 무슨 틀 만들어놓고 여친을 거기다 녹여내는 느낌이네

0
1d0d1bc9
2018.10.22

여친도 좀 좆같은 짓을 하긴 했다만은 써놓은거보면 니가 너무 부담스러운게 맞는거 같네요

안굽히면 맞는사람 찾기 힘들거라 봄

 

0
4aa7373e
2018.10.22
@1d0d1bc9

뭐가 됐던 자기 할 일 열심히 하고(하고 싶은 일이라도 좀 생각했으면)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고(이쁘지 않더라도 이뻐보이려고 노력했으면)

배려심이 조금 더 깊으면(대화 중간에 입 다물지 않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어려운 조건일까? 이런 사람이 세상에 얼마 없을까?

보통 타협하면서 아쉬운 연애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행복할까?

아니면 맞는 사람 찾을 때까지 연애하지 않는 사람이 행복할까?

0
4f911ea0
2018.10.22

너 존나 피곤한 스타일이네 노답

0
4aa7373e
2018.10.22

내가 문제가 맞는 거 같다.

많은 걸 억지로 강요한 거 같다.

내 자신이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여친도 더 노력할 거라고 믿고

일단 여친 일어나면 사과부터 하련다.

그 다음 일은 졸업 취업 먼저 하고 생각해야지.

0
5c7f460e
2018.10.22

같이 살면서도 평생 철저하게 상대한테 긴장하고 있을 사람을 찾는거네

0
26184b57
2018.10.22

자기 자신이 틀렷다고 인정하는건 쉽지 않지

 

하지만 변하는건 더 어려워!

 

힘내고 좋은사랑 해라!

0
5b5adced
2018.10.22

뭘 자꾸 타인을 바꾸려고해 고양이나 강아지도 교육 잘 안되는데. 사람 안바뀐다.

0
6e34e4c2
2018.10.22

여친도 잘못있지만 니도 잘못있음

사람이 안하던걸 하려면 정말 힘들다. 니는 니 기준에서 '왜 이걸 못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럴수도 있지' 라고 하면서 하나하나 천천히 해봐라.

원래 그런거 할때는 어린애 달래듯이 어르고 달래가면서 해야된다. 재롱도 피워주고.

사람은 스스로 바뀌는거지 남이 바꿔줄 수 없음.

0
b4a38ea2
2018.10.22

너 졸라 개 부담스러움.

0
3487790e
2018.10.22

내용이나 글 쓰는 거나 보니깐

너 니가 맞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고 여친이 그걸 못맞춘다고 생각하는 발상자체가 존나 피곤해

수영이니 자격증이니 요리니 니가 같이 해줬으면 싶은거지 그걸 왜 서로 노력하는 거라고 포장하냐

0
0bf2dcea
2018.10.23
@3487790e

수영도 못 갈 만큼 살 쪘으면서 살 쪘다고 한숨만 쉬면서 운동도 식단관리도 안 하고,

졸업 직전인데 수업 끝나면 집에서 하루 종일 드라마만 보고,

요리도 자기가 만들어도 어차피 오빠가 만든 것보다 맛이 없는데 왜 하냐고 하는데

못하면 배우고 연습하자 하는 게 잘못된 거고 노력하는 거라고 포장하는 거임?

내가 고작 남친으로서 피곤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건 인정하는데,

고3아들이 집에서 롤만 하고 있는데 매일 직장 나가서 돈 벌어오는 아버지가

"아들, 서울대는 안 가도 되는데 그래도 공부는 좀 해야하지 않겠어?" 라고 말하면 그게 이기심임? 내가 포장함?

0
e9fb79d6
2018.10.22

장점 단점 개소름이다 ㅋㅋㅋ

 

니 맘에 드는 부분

니 맘에 안드는 부분

 

이겠지...

0
0bf2dcea
2018.10.23
@e9fb79d6

ㅇ 내게 있어서 장점과 단점이었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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