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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없어지지 않는 진짜 이유-미개한 정부와 현명한 시장

많은 사람들이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고 사회발달과 함께 없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평균 전세액은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며 여전히 월세보다 두배는 더 많은 계약방식으로 없어지기는 커녕 더 흔해지고 있다. 전세가 없어질거라고 부르짖었던 사람들은 머쓱해하며 집값 상승이 재개되어 그런거라고 변명하지만 어디 그런가. 집주인이 집값 상승을 바라보고 전세계약을 한다면 세입자는 집값 하락을 바라보고 전세를 계약한다. 아니고서야 세입자는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테니까. 상승을 바라보는 사람 하나가 하락을 바라보는 사람 하나를 만나 거래를 하는데, 집값이 올라갈거라 믿는 사람이 많아 전세가 늘어난다는 말은 이 계약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주장이다. 그리고 그 특성을 이해하면 우리 사회에서 전세가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저 크로마뇽인 같은 정부가 현대인으로 진화하기 전 까지는.

전세란 한마디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집을 담보로 잡고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거래다. 따라서 전세금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월세, 시장금리 그리고 담보가치인 집값.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월세율과 시장금리이고 집값은 전세가가 주택가격의 70-80%을 넘지 않는 이상 이 거래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월세가 동일할 경우 한국은행이 시장금리를 내리면 전세 가격은 올라간다. 같은 원금으로는 월세를 보충할만한 이자를 못 받기 때문에 원금을 더 받아서 맞춰야 하니까. 따라서 전세금의 트렌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비교해보면 거의 동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집주인와 전세입자는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고 맡기는 대신 이런 복잡한 계약을 할까?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대신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고 월세를 받는다면 더 큰 돈을 벌수 있다.(전월세 전환률 4%-은행 대출이자 3%) 물론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가 나쁠 것이 없다. 목돈을 은행에 맡겨봤자 2%의 푼돈만 받는데 비해, 4% 월세를 내야하니 얼마나 손해인가. 따라서 전세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럼 애초에 집주인은 왜 은행으로 가지 않는가?

왜냐하면 애초에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이 미개했던 시절, 은행의 대출은 일부 특권층에게만 열려있었고 이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선 연줄이 필요하기도 했다. 선진화 된 금융시스템이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대출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현대의 언어로 말하자면 전세는 주택담보 p2p 대출인 것이다.

물론 이 시스템은 중앙화 된 효율적 금융 시스템이 있다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공정한 금융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정부가 환율을 묶어둔 많은 개도국에서 달러 암시장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처럼, 정부가 시세를 무시하고 시장에 입김을 가하면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공정한 시장을 창출해 낸다. 전세가 없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사람들은 서로서로 집의 담보가치를 70-80%까지도 인정해주는 데 비해, 정부는 은행이 주택담보가치를 40%까지만 인정해주라고 지시했다. 참고로 파산하기 직전의 그리스 채권의 잔존가치가 이보다 더 높았다. 그럼 어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망해가는 나라 국채수준으로 취급하는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겠는가? 게다가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대출문턱을 조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부자고 그들이야말로 부도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을 올리는 비효율적 시장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생하는 전세시장을 집어 삼키겠는가. 이는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는 일 보다 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자체도 전세가 없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나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므로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자산이 동시에 늘어난다는 것인데 금융원시인들은 대개 부채라는 차변만 보고 대변은 읽지 않는다. 그런 미개인들의 집합인 정부는 무턱대고 부채가 안 늘면 손뼉치고 좋아한다.(그들이 지향하는 세계는 부채가 없던 고조선 혹은 지금도 없는 보츠와나 같은 사회인가보다) 그런데 모든 전세를 금융시스템으로 편입하면 집주인들의 부채가 하루아침에 500조가 늘어나므로(동시에 세입자들의 자산도 500조 늘어나지만, 우리는 대차대조표의 왼쪽을 볼 줄 모르는 반푼이들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나라가 망한다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조차 전세가 없어지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전세는 멍청한 정부가 만들어 낸 공공시스템이 제 할일을 하지 못해 사람들끼리 스스로 만들어 낸 효율적 시스템이다. 범죄가 끊이지 않는 도시에서 경찰이 나서지 않으면 시민들이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하는 것 처럼 전세는 주택시장의 금융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전세 시장은 금리와 월세 주택 가격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영하며 세입자 집주인 모두에게 이익을 줄 뿐 아니라 멍청한 정부까지도 지속되길 원하는 시장이다. 효율을 무시하는 시장은 언제나 도태되는 법이다. 전세 시장은 정부를 비웃으며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 참고로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는 금리에 반영되지만 복잡하니 넘어가자
**이 외에 2차효과도 있으나 역시나 복잡하니 넘어가자

출처 https://hugin00munin.blogspot.com/2017/09/blog-post_31.html?m=1

3개의 댓글

2022.12.12

전세금은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건데 그 내용은 전혀 없네? 위 논리로 따지자면 다쓰러져가는 재건축 직전 30억짜리 24평 강남 주공과 인근지역 30억짜리 34평 신축의 전세금이 같아야 함. 반쪽짜리 주장임

2
2022.12.12

저금리시대로 오면서 전세는 사실 자연스럽게 축소되는게 맞았는데...

전세자금대출이라는 희안한 신용대출(인데 실제 차주 신용은 별로 고려도 안하는) 개념의 제도를 장려하면서 다시 활성화 시킴.

 

지금 고금리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월세 시대 오는 중이다...

월세 받기시작한 곳은 다시 전세로 전환은 힘들다 봐야지.

1
2022.12.12

1가구 2주택 규제가 있는 상황에선 전세가 더욱더 힘을 얻을 수 밖에 없슴.

난 어머니께서 본인 살고 계시는 자택 명의를 나한테 미리 넘기셨는데 이 때문에 서울에서 집을 살 수가 없음.

이런 상황에서 전세 제도라도 있으니까 숨 쉬고 살지 전세마저 없다?? 난리 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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