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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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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어떻게 무너진다고 생각하는가?

 

전쟁에서의 패배? 궤멸적 손실? 전쟁지속을 위한 산업역량의 상실? 항복?

 

모두 틀렸다.

 

1차세계대전에서 패배, 항복해 군대가 거세됐던 독일은 복수심을 연료삼아 재건한 군으로 또 한번 전쟁을 일으켜 4천만명을 저승길 길동무로 데려갔다. 북한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군이 붕괴하다시피했지만 저항을 계속했고, 국토 전역이 폭격당해 산업역량이 석기시대 수준으로 돌아간 북베트남은 세계 최강국과의 전쟁이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군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군은 내부로부터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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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크리스마스면 끝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던 1차세계대전 4년차, 1917년. 프랑스 서부전선은 벨기에 서남쪽 귀퉁이부터 프랑스 동부 알프스 자락까지 뻗어 있었다.

 

이 시점에서 프랑스군은 3년여간 1백만명을 상실했다. 1914년에 30만명이 죽었고, 1915년엔 33만4천명, 1916년엔 28만7천명, 그리고 1917년 초까지 12만1천명이 죽었다. 매년 아산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인구비율로 보면 더욱 처참하다. 인구 2천1백만의 국가에서 1백만명의 청년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한국이라 생각하면 현역과 예비군 전체규모에 가까운 병력 전체가 소멸한 셈이다.

 

당시 프랑스군의 "그들을 넘어가게 두지 마라!"라는 표어대로 프랑스군은 들판 하나, 하천 하나 희생없이 내어주지 않았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전선 한뼘한뼘마다 피로 적셔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프랑스군은 무너지지 않았다. 일선 병사들은 참모본부의 참모총장이 짠 작전계획을 하달받은 군단장, 사단장 그리고 일선 소대장까지 이어진 명령체계에 복종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참호 밖에 기다리는 것이 죽음 뿐임을 알면서도 호각소리에 맞춰 죽음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1917년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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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이 무너졌다. 프랑스군의 진짜 위기는 이 복종이 무너졌을 때 왔다.

 

1917년 4월, 프랑스군 총사령관 니벨장군은 늘어지는 전쟁을 공세 한번으로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공세는 재앙적이었다. 48만의 독일군에게 85만 영불 연합군이 공세를 펼쳤지만 프랑스군 18만명, 영국군 13만명이 팔다리를 잃거나 포탄 세례에 육편조각이 됐다. 니벨이 약속했던 영광된 승리는 없었다.

 

프랑스군의 패배는 단순히 군사적 패배가 아니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빗물이 고여 항상 젖어있는 참호 바닥 때문에 썩어가는 그들의 발도, 100m를 전진하기 위해 중대 전우 절반이 죽어 나자빠지고, 그렇게 점령한 참호를 다음주면 독일군에게 다시 빼앗기는 일도, 돌격을 거부했던 옆 소대 전우가 장교에게 처형당하는 일도, 차갑게 식은 묽은 수프와 곰팡이 핀 빵도, 돼지 우리 같은 참호 내 막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서부전선 전체에서 집단 항명사태가 벌어졌다. 병사들의 요구는 대체로 같았다.

 

'인간답게 대우해달라. 처우를 개선해달라. 가족을 볼 수 있게 해달라. 그리고 조금만이라도 자유를 달라.'

 

병사들은 돌격을 거부했다. 돌격을 거부하는 병사들을 겁박한 장교가 살해당하고, 2만 7천명이 그냥 무기를 놓고 말 그대로 부대를 떠났다. 항명에 동참한 이들은 대부분 전쟁을 계속해서 겪은 숙련병들이었다. 그저 단순히 충격 받은 신병들의 반항이 아니라, 군의 근간을 이루는 병사 계급 전체가 무너지고 있던 것이다. 병사들은 코뮌을 형성해 복무 수행을 집단적으로 거부했다. 집총, 일반 업무, 진지 구축, 명령 복종 등 군인이라는 지위에 수반되는 모든 임무를 저항했다.

 

당시 프랑스군 전체 113개 사단 중 49개 사단에서 이런 항명사태가 벌어졌다. 그중 15개 사단은 부대의 기능이 마비될 수준이었다. 우리 군에 치환시켜보면 1군사와 3군사가 합쳐진 지작사 병력 중 1군사 전역에서 항명이 벌어진 것과 다름 없는 수치다.

 

프랑스군은 이 사태를 공포를 통해 통제했다. 약 3천500명이 체포됐고, 그중 49명이 사형당했다. 처형이 적었던 것은 군 수뇌부가 눈치를 봤기 때문이었다.

 

1차세계대전은 결국 프랑스를 비롯한 협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기억은 프랑스 전체에 유산으로 남았다. 결국 히틀러가 집권한 나치 독일이 군비를 불리고, 주변국을 집어삼키고, 전쟁 위협을 벌이는 내내 이 당시 기억을 갖고 기성세대가 된 1차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은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주전론은 사회에서 용납 받을 수도 없는 사상이었고, 혹여라도 이런 입장을 내비친 정치가들은 모조리 민주적으로 축출당했다.

 

그 결과는 역사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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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군대는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의 병사 계층은 '안보적 필요성'에 의해 국가로부터 의무적으로 병역을 부과받은 남성들로 이뤄져있다.

 

명목상으로 이들은 존중받지만, 실제 사회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 이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중 정치화된 세력은 이들을 '군무새', '한1남충', '군캉스' 등의 멸칭으로 비난한다.

 

절대 다수의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무관심하다. 기성세대 남성은 이들의 고충을 배부른 투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호의적인 기성세대 여성도 이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졌을 뿐 체제 그 자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진 않는다.

 

이들을 보호해야할 제도권은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다 죽거나 다친 이들에게는 마땅히 주어져야할 적절한 보상이나 존경이 따라오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표적이 되어 '패잔병', '거짓말쟁이들'이란 모욕을 받기까지 한다.

 

병사들을 책임지는 군 내부도 다르지 않다. 병사들에 대한 표면적 대우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군 내 많은 정책들과 이들을 통제하는 간부들의 태도가 병사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계도', '통제'의 대상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죄를 지어 군에 복무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국방 서비스의 절대적인 비중을 청년들의 희생에 위탁하고 있지만, 막상 이들을 죄인처럼 대하는 모순적 체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통계수치 속 숫자로 취급받는 현실에 병사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전역 뒤 마주해야하는 사회는 이전과 같이 '하면 된다'라는 정서로 견딜 수 있는 역동적 사회가 아니다. 오늘날 군복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며 침체된 사회를 전역 뒤 마주해야한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오롯이 '강제적 희생'이라는 형용모순적 이유로 박탈당한 이들에겐 병역을 지지 않는 또래 여성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의 군복무를 비웃듯 행동하는 제도권에 대한 울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쌓이고 있다.

 

임계는 머지 않았다.

 

병사로 복무하는, 그리고 복무한 이들의 집단적 분노가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은 이대로라면 머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온다.

 

그 날이 오면 우리 군을 기다리는 현실은 1917년의 프랑스군이라는 퇴행적 미래다.

 

 

 

 

 

 

 

 

267개의 댓글

2021.04.16

저항이 필요하다

0
2021.04.16

너무 좋은 글 잘봤습니다.

0
2021.04.16

좋은 글 잘 봤다.

로마인가? 그리스도 군인들 대우 무시했다가 정치인들이 호되게 당한 적 있지 않았나?

그글도 다루워줘!

0
2021.04.16

미국에 있는 꽤 유명했던 군사 고등학교에서 나름 원사 달고 졸업하고 한국군대까지 다녀온 나로서 평가해보면

 

우리나라 군대는 지금 개씹창나도 이상할게 전혀없는곳이다 ㅋㅋ

물론 군사고등학교랑 실제 군대는 차이가 있지 당연히 암요 암요.

근데 군사학교에서도 이론적인건 잘 가르치는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된게

lead by example 이랑 chain of command인데

우리나라와서 군생활 할때 두가지 다 본적이 없는거 같아

직통마편 쳐넣어놓고 마음에 안드는 선임 찔러놓고 히히덕거리는 병신새끼도보고

소대장 부소대장이 가진 직책으로 제일 쉬운자리를 차지했으면했지 뭔가 먼저 나서서 내가 힘든거 할테니 니네가 날 따르라 한걸 본적이없음.

1
2021.04.16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6
@가을고양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6
@대형렉카

왜 폰팔이라는거야??나 잘몰라서..

0
2021.04.17
@대형렉카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8
@가을고양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8
@대형렉카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8
@가을고양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9
@대형렉카
[삭제 되었습니다]
2021.04.16

ㅇㄷ

0

진짜 우리나라는 갈때까지 간듯 옛날처럼 신성한의문라는건 개 잡솔

0
2021.04.16

군대 명글 ㅇㄷ

0
2021.04.16

그런거보면 나치독일은 용케 안무너졌네

0
2021.04.18
@키로

나치독일은 의외로 병사 대우가 나쁘진 않은 편이였음 대신 현역 떨어져서 공익간 남자애들은 거의무슨 장애인이나 매국자 취급했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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