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텅 비어버린 방

 집은 어두컴컴했다. 사는 사람의 흔적을 보여주듯, 집은 황량하고 이곳 저곳 텅 비어있었다. 월세 40쯤 되어보이는 원룸은 보증금이 삼천을 못 넘을 것 같았다. 창문은 겨울철 외풍이 왕왕 들어오고 있었고, 방음이란 이 방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다.

 A는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중고로 떼어온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 곳에서 쓰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건 구매한 지 최소한 10년은 되보이는 제품이었다. 모텔 방에 음료수 두세가지가 차있는 작은 냉장고처럼 맥주 세 캔과 반쯤 쉬어버린 김치만 남아있는 냉장고는 요리를 해먹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A는 마스크를 쓴 체 서랍을 뒤졌다. 무언가 두고 간 물건이 있는 것일까, A는 누가 보아도 약속에 늦은 사람이 키를 찾는 것처럼 네 칸짜리 싸구려 플라스틱 서랍을 뒤졌고,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이불을 들추고 손으로 침대를 쓸었다.

 방 안은 난장판 같았다. 서랍장은 혀를 내뺀 채 잡동사니를 내보이고 있었고 이불은 한 구석으로 대충 밀어져있었다. A는 방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침대 밑을 찾아보았다. 침대 밑, 집 안에서 잃어버린 모든 물건들이 모이는 장소기 때문이다.

 핸드폰 후레쉬로 불빛을 비췄다. 냉장고에 있었던 하이네켄 맥주 캔들이 침대 밑에서도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 마시고 난 반쯤 찌그러긴 캔들이 침대 밑을 들여다보는 A의 불빛을 군데 군데 막았다. A는 한숨을 쉬고는 효자손처럼 집게 역할을 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A는 옷장을 열어제쳤다. 반쯤 부서진 플라스틱 옷걸이 하나와 아직 쓸 수 있는 옷걸이 6개가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A는 옷이 걸려있지 않은 옷걸이를 집어서 침대 밑의 맥주 캔들을 하나 하나 끌어당겼다.

 침대 밑 맨 구석. 벽과 맞닿아있는 그 구석에 A가 찾고 있는 물건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가 침대를 끌었기 때문이다. 침대를 끌어내고 먼지 구덩이에 쳐박힌 상자를 꺼냈다. 언제 열었는지 모를 상자는 먼지가 얼마나 꼈는지 물티슈 두 장으로 닦아야 할 정도로 먼지가 그득그득 쌓여있었다. 최소한 일 년은 넘게 묵은 먼지 같았다.

 A는 낡은 가죽 의자에 앉아 책상에 상자를 놓았다. A는 이 방의 주인과 연관이 있었던 걸까. A가 상자를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마치 도둑이 든 것 마냥 방 안을 헤빈 끝에 찾아낸 상자였는데도 불구하고 A는 판도라의 상자를 앞 둔 판도라처럼 상자 앞에서 고민하였다.

 판도라의 상자가 그러했듯이 상자는 마침내 열렸다. 상자엔 낡은 다이어리와 사진 몇 장이 남겨져있었다. A는 다이어리를 열었다. 누렇게 변색된 다이어리장엔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담은 글자들이 여실히 적혀있었다. A는 첫 장을 열었고 날짜를 보았다.

 ‘과연 제대로 읽기는 한걸까싶을 정도로 A는 빠르게,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날짜들은 일기처럼 매일 적혀있지 않았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적어놓은 것처럼 어쩔 때는 다음 글이 모레인 경우도 있었고, 어쩔 때는 다음 글이 일 년 뒤인 것도 있었다. 날짜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A의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불규칙했다.

 어떤 페이지에선 시험 10분 전 학생이 벼락치기를 하는 것처럼 다이어리를 유심히 들여다보았고, 다른 페이지에선 망한 시험 성적표를 눈 앞에서 치워버리는 학생처럼 순식간에 넘어갔다.

 A가 상자 앞에서 열지 말지 고민했던 시간보다 다이어리를 읽는 시간이 더 길 정도로, A는 다이어리를 꿰뚫어지게 보았다. 마침내 A는 페이지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11928.

 마지막 페이지에 끼어있던 사진은 한 여자 아이의 사진이었다. 10살짜리 꼬마 아이가 하얀색 나시 티와 파란색 반바지를 입고 알록달록한 물총을 들고 튜브 앞에서 한 여자와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엔 사랑하는 내 딸이라고 적혀있었다.

 A는 묘한 감정에 빠졌다. 이미 지나가버린 감정이었고 옛저녁에 잊혀진 기억들이었다. 슬픔은 이미 썩고 풍화되어 저 가슴 속 밑바닥에 묻힌지 오래였고 너무 담담한 자신이 싸이코패스 같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처음 이 상자 주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별 감정의 변화 없이 전화를 받았고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처럼 귀찮지만 해야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낡아빠진 원룸까지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A는 읽었던 다이어리를 다시 중간부터 찬찬히 읽었다. 모름지기 사건이란 관찰자에 의해 다르게 표현되고 와전되기 마련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자기가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처음 A가 휙휙 넘어가며 봤었던 속도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A는 정말 천천히, 주위에서 같이 보고 있었다면 빨리 넘기라고 재촉할 만큼 정도의 느릿한 움직임으로 다이어리를 읽었다.

 다이어리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들 중 A의 마음을 두드리는 건 상자 주인이 공들여 적은 핸드폰 사용법이었다. 사진을 찍는 법, 저장한 사진을 보는 법. 이제는 고물이 되어버린 2G 핸드폰의 자그마한 화면을 서툰 솜씨로 그려가며 적어놓았다. A는 상자에 있던 군데 군데 스크래치가 난 핸드폰과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았다.

 한참을 기다리자 용케도 핸드폰은 켜지기 시작했다. A는 그 핸드폰 사용법을 보면서 앨범에 들어갔다. 그 곳엔 투박한 솜씨로 앵글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여러장 찍어놓은 A의 사진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찍는 법은 알아도 지우는 법은 몰랐던 것일까. A는 그제서야 핸드폰 사용법에 적혀있는 숫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무수한 실패작 중에서도 제대로 나온 사진 번호였다. 14번째 사진과 24번째 사진. 숫자는 두 개 말고도 잔뜩 있었다.

 A는 다이어리를 다시 읽었다. 다이어리의 글에선 글쓴이, 상자 주인의 삶이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상자 주인의 삶은 기구했다. 그는 장애가 있었다. 지능이 높지 못했으나 운이 좋게도 그렇게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운이 좋다고 이야기하기엔 그에게 주어진 가정 환경이 썩 좋지 못했다.

 상자 주인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글을 썼다. 글은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원할하다고 말하기 힘든 그에게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노래방 같은 공간이었다. 다이어리와 글 속에서 그는 말을 절지도 않았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면 고난이 불보듯 뻔한 삶에 있어서 그나마 한줄기 빛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복한 가정 환경은 커녕 형제자매가 넷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심지어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다.

 중학교까지는 어떻게든 졸업을 해야한다는 그의 어머니의 강력한 의지로 그는 차별과 고통으로 얼룩진 학창 생활을 끝마쳤다. 농부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밭을 갈았고, 모내기를 하고 농사를 지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그의 집에도 TV가 들어왔다. 그는 새로운 세상에 신비했고 도시 생활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생겼다. 그가 만약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있었다면 열정적인 사업가가 되었을 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TV 속 도시 생활을 보고 서울로 떠났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계획적이지 못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쥐꼬리만한 돈을 가지고 상경한 그는 많은 노동자가 그렇듯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는 공장 생활이 자신의 천직처럼 느껴졌다. 정말 터무니없이 적은 봉급만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하지만 공장 생활에서도 즐거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기적처럼 한 공장 여직원과 연애를 했었다.

모자란 그를 여직원은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직원을 사랑했었다. 20살 청춘의 여직원은 하루에 수십만원짜리 양주를 마시고 화려한 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들이 부러웠고, 공장에서 시더분한 아줌마와 아저씨들 사이에서 노동의 가치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봉급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여직원은 그런 보잘것 없는 자신을 좋아하는 그가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훌륭한 연애 대상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원할 때 헤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 공장을 떠나면 눈녹듯 사라지는 그런 관계. 여직원에게 그는 공장 여직원 시절 자존감을 충전해주는 존재임 동시에, 자신의 흑역사였다.

 모든 연애가 그렇듯 끝이 있기 마련이다. 여직원은 공장을 떠났고 연애는 끝났다. 하지만 피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던 여직원은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나쁘다고 해야 할 지,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공장을 퇴직하고 집에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 때 였다.

집 나가 살던 딸년이 하루 아침에 애를 배고 들어오면 화를 내지 않을 부모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단언컨대 화를 내지 않는다면 부모가 아니라 이미 남이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행이게도 그녀의 부모는 남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무책임한 결과를 비방했다. 낙태를 하려고 했던 그녀는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를 하는 그녀의 부모 때문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무수한 진실 공방을 덮어두고 그는 그러한 사실을 굉장히 늦게 알게되었다. 그가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었던 것은 그녀가 그를 여전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양육에 관한 그의 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다이어리에 그녀와 헤어진 이후 다음 글이 바로 그 날이었다. 그는 변호사와 대동한 그녀와 10살짜리 작은 딸을 보았다. 그의 글에서 즐거움이 느껴질 정도였고 사진이 떨어질세라 작은 딸아이가 풍선을 잡은 사진이 코팅되어 테이프로 꽉 고정되어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금에서도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는 다가갔고 그녀는 밀어냈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녀에게 그는 묻어둔 사람이었고, 자신의 인생에서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에겐 이미 새로운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무어라 이야기했고 변호사가 건넸다. 그는 다이어리에 솔직하게 적었다.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딸이 너무나 귀여웠고 내 아이라는 게 기뻤다. 그리고 사진과 소식을 알려주겠다. 양육권에 관한 이야기를 무어라 했지만 그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적혀져있었다. 그는 사인을 했고, 고작 사인 하나 한 대가로 그에게 귀여운 딸아이가 생겼다.

 그 이후로 그의 다이어리는 딸아이에 관련된 글을 적기 시작했다. 딸아이를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슬퍼했지만 그 소식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그에게 크나큰 행복이었다. 고되고 반복되는 공장 생활 속에서도 다이어리에 소중하게 보관한 것을 보면 딸아이가 얼마나 큰 희망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희망과 절망은 한 끝 차이었다. 그의 공장 사장이 도산하였고 삼 개월 째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체, 십여년이 넘게 지내왔던 공장 기숙사에서 나가야 했다. 그는 공장 생활에 자신이 있었기에 도시에서 머무르려고 마음 먹었다. 그는 또 다른 공장을 찾았고 아마 그 시점부터 이 낡아빠진 원룸에서 지냈다는 걸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딸아이를 너무나 만나고 싶어했다. 그만큼 공장 생활이 힘들었고, 지능이 떨어지는 그가 사회에서 받는 차별이 괴로웠던 겄이었을까.

그녀는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있었다. 무슨 변덕이 일어난 것일까. 그녀는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항상 자기 맘대로, 제 멋대로 행동했었떤 그녀였음에도 그녀는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는 아이를 만났다. 작은 딸아이. 이제는 열 넷이 되어버려 아이가 아니라 소녀가 되어버린 아이. 그는 아이와 만났다. 그녀가 미리 이야기했는지 딸아이는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

 그는 돌아와서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다. 평생 당하기만 해도 배시시 웃고 지냈던 그가 세상을 저주했다. 멍청이라서 항상 일을 더주고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더라도 웃으며 굳은 일을 하던 그가 서툰 말로 욕을 하고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때부터 그는 술을 마시고 TV를 보고 하루 종일 원룸에서 생활했던 것 같다. 그의 다음 글은 삼 년이 지나고서였다.

 삼 년 동안 그는 원룸에서 먹고 지냈다. 공장에서만 지냈었고 친구 하나 없던 그가 나갈 일도 만무했고, 나간다고 할 일도 없었다. ? 돈은 충분히 많았다. 속아서 직장 동료따라 산 삼성전자 주식은 제 자신도 믿지 못해 전재산을 넣었다가 하락장에 돈을 뺀 동료와 달리 세 배는 넘게 차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마 그에게 일어난 두 번째 기적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글에서 그는 그간 적어놓은 글과는 달리 흐느적거리는 글 솜씨로 한 자 한 자 적었다.

제 남은 재산은 A의 딸 이연희에게 주세요

그 간 힘을 꾹꾹 들여 써넣던 글과는 달리 글씨는 힘이 없기 짝이 없었다.

 A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침 10시 즈음에 찾아온 원룸 바깥은 벌써 해가 지고 껌껌해졌다. 지나간 일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외면 당한 결과였다.

 A는 원룸을 청소했다. 신발장 바로 앞에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바닥에 있던 먼지를 쓸었고 구석에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삐쩍 마른 수건을 물먹여 먼지를 닦았다.

 그것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란 걸 A도 알았다. 단지 무언가 해야만 했었고 가만 있을수록 주체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A는 슬픔을 청소하듯 텅 비어버린 방을 쓸고 닦았다.

 이불을 개고 지친 몸을 의자에 내려놓았다. 방은 아직도 더러웠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A는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돌봐줬어야 했을까. 같이 살았어야 했던 걸까

 평생 피해자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A에게 자신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왔다. 그와 헤어졌던 사실이 그를 상처 입힌다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

 다이어리의 글들, 항상 웃고 세상 밝았던 그가 그토록 세상을 저주하고 자신을 멍청이로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원망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자신이 그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죽음이 자신 탓으로 느껴졌다. 숨이 가빠오고 막히는 듯 했다.

 A는 눈물로 앞이 가렸고 목이 메어버릴대로 메였다. 한참을 울었는데도 눈물은 멈출줄을 몰랐다. A가 시간을 돌려서 돌아간다고 했더라도 A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를 위해 다른 일들을 도와줄 지 몰라도, A는 그와 헤어지는 선택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A는 수십년간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 생각이 맞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타깝고 가여웠고 그렇게 그를 만든 자신이 너무나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A가 그토록 슬퍼했을 지 모른다. 삶이 피폐했고 고난이었으며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사람이 여기 있었고 그렇게 만든게 자신이었다.

 A는 울다 지쳐 먼지구덩이 방바닥에 누워서 잠을 잤다.

 일어난 다음 퉁퉁 부은 눈으로 A는 하루 종일 방을 치웠다. 이미 떠난 그에게 해주지 못한 친절을 베풀어주듯, 세심한 손길로 집을 청소하고 그의 옷가지들과 상자를 챙기고 문을 잠근체 집을 나섰다.

 A는 도어락도 없는 구식 문을 잠구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 시절 그녀 또한 고작 20살짜리 어린아이였고 지금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 또한 철없는 어린아이였고 실수로 가득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퉁퉁 분 눈에서 한 가지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그녀도 그를 사랑했었다.

1개의 댓글

2020.11.26

멀끔한 죽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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