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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식당에서 일했을 때 이야기.

필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었는데

집에서 밥을 해먹다보니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무작정 홍대에 있는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일자리를 구했다.

근데 집에서 밥 해먹는 거랑 식당에서 일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손바닥 껍질이 다 벗겨지고 습진이 생기도록 설거지를 하고

햇볕도 안 드는 주방인데 화구 앞에 있으니 얼굴이 벌개졌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설거지 전문 알바가 왔다.

걔는 5년 경력의 설거지 전문이었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어서

여유롭게 일을 슥슥 다 하고 싱크대 앞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문제는 걔가 날 무시한다는 거였다. 나이도 나보다 어렸는데 내가 자꾸 어리버리를 타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자꾸 틱틱댔다. 그래도 나는 걔한테 배울 게 있으니까 늘 살갑게 굴었다.

 

근데 하루는 이상한 손님이 왔다.

한가한 시간이라서 셰프님이랑 매니저님이 볼일을 보러 나갔다.

그래서 주방엔 나만 있고 홀에는 설거지 전문가만 있었다.

 

설거지 전문가가 손님한테 주문을 받으러 가더니 뭐라뭐라 대화를 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와서 "형... 저 손님 좀 이상해요. 형이 어떻게 좀 해줘요."라고 했다.

이 새끼가 평소엔 날 그렇게 무시하더니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날 찾는구나.

 

난 손님한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 식사하러 오신 거 아니면 나가주십시오."

근데 손님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고 눈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 보여요."

그래서 난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양반 삥 뜯으러 왔구만.

바로 전화기를 꺼내서 112를 누르고 여기 취객이 가게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했다.

그랬더니 천천히 일어나서 짐을 챙겨서 가게에서 나갔다.

 

설거지 전문가는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나를 보다가

쭈뼛쭈뼛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근데 그것도 그 때뿐ㅋㅋㅋㅋㅋ

다음주에도 날 한심하게 쳐다보더라.

지가 수능 상위 1%라고 늘 말했던 그 놈 잘 살고있을까.

3개의 댓글

2020.06.22

왜 과학?

0
2020.06.22

익게로

0
2020.06.22

덜 읽을 거리 판으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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