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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글,스압,용량주의) 여러 행보 : 경주-1편

 5월 말에 회사를 관두고 나와 6월에 떠났던 오키나와도 이제 아주 먼 얘기가 된 거 같이 느껴졌다. 

친구들도 만나고, 회사 스트레스로 망가진 몸도 운동으로 복구를 하고

 또 그저 이런 핑계에 숨어 나태하게 살았다.

 

'띵동'

 

머릿속에 미루기 어플에서 알람이 하나 왔다. 

회사 다닐 때 출장으로 KTX 열차가 한 번 지연이 된 적이 있어 받은 지연할인증.

편도로 어디든 한 번 갈 수 있는 금액의 할인증이었다.

그것의 한도일이 얼마 안 남았다는 알림이 온 것이었다.

 

'실업급여도 끝난 마당에 못 쓸 수도 있을 티켓 쓰자고 여행을 가자고?'

또 나는 귀찮음에 핑계를 찾으며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의 짠돌이인 내가 반문했다.

'아깝지 않아? 너 그때 엄청 고생했잖아. 집에 10시 넘어서 들어갔지 아마?'

결국 짠돌이인 내가 이겼다.

 

처음엔 군대 동기인 대구에 사는 녀석을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취소되는 바람에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부산을 갈까 하기도 했지만 저번 출장 때 하루 아쉽게 처음으로 와본 경주가 눈에 밟혔다.

결국 나는 경주를 택했다.

 

여행은 할 때마다 느끼지만 항상 계획하고 짐을 쌀 때 제일 설렌다.

오키나와 계획서에 이은 경주 Ver.

 

나는 빡빡한 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하루에 할 것 2개, 많게는 4개 정도 정한다.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숙어 중에 하나가 '아는 만큼 보인다.'인데 그걸 가르쳐준 선생님이 경주분이셨다.

경주여행 내내 그리웠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경주를 잘 알지 못하고 따분한 유적지 탐방은 질색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해볼 만한 것이 없어서 계획서가 텅텅 비었다.

 

남쪽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한강을 지나며

느지막이 5분 정도를 남겨두고 서울역에 도착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쨌든 나는 떠난다.

 

볕 좋은 텔레토비 동산(?)

예전엔 KTX가 경주역에 내려준 거 같은데 이제 노선이 바뀐 건지 나의 착각인 건지 

신경주-> 경주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나 버스나 거의 비슷하게 

시간이 걸리고 가격은 버스가 훨씬 싸니 버스 이용을 추천합니다.

 

두 밤을 보내게 될 숙소

이 게스트하우스는 내가 여태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 가장 멋진 곳 중 하나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이 곳 사장님에 얘기를 조금 하자면, 전에 디자이너이셨다는 게하(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옛 숙박시설을 리모델링 해 게스트하우스를 차리셨다고 했다. 그분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낸 멋진 공간이다.

내가 다른 곳은 찾아보지도 않고 다시 이곳으로 온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꾸미신 거예요?'라는 나의 물음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은 건데..."라는 무덤덤한 웃음 섞인 대답을 해주셨다.

 

딮 게스트하우스의 다리

다리, 순애보적으로 사장님을 계속 응시하며 말을 하듯 우는 귀여운 다리. 꽤나 친근하게 군다. 나는 잠깐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체크인을 해 짐을 놓고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4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볕이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깔로 건물들을 비추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때 수도권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게 안도했다.

 

경주역에서 첨성대로 향하는 길

제주도에 오메기떡집이 즐비하는 것보다 경주빵이 훨씬 스케일이 크다. 첨성대, 동궁과 월지(안압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 걸린다. 날이 생각보다 추워서 혼났다.

 

 

산에 거의 걸 칠정도로 낮아진 해 때문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필름 사진인 줄

경주 군데군데 능들

 

하늘 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답답한 빌딩, 아파트들에 가려진 동네 풍경을 보다가 이런 것을 보면 묵힌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잭 존슨의 바나나 팬케이크 앨범 재킷 같은 장면

와! 첨성대!

'생각보다 꽤 크다.'라는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꽤 크다.

'이글루 만들기도 어려워 보이는 데 돌로 저걸 어떻게 만들었담?'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나는 어릴 때 저 가운데 구멍 사이로 사람이 턱을 괴고 하늘의 별을 보는 줄 알았다.

 

추억을 남기는 많은 사람들

혼자 여행을 오면 대개 사진 잘 찍어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먼저 찍어드릴까요? 물어보곤

그다음에 나도 찍어달라고 하는 편이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찍어 보기

짠! 제목 배경 사진(천일홍)

첨성대 구경을 끝내고 근처에 동궁과 월지(안압지)로 이동하는 길에 

뭇 여성적인 사이트나 프로필 배경 사진에 등장할 법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이런 감성 맞죠 여성분들?

 

시간은 점점 흘러 하늘은 황금빛 맥스처럼 물들었다

 

당신은 자신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믿으세요?

 

길을 좀 헤매기도 멍 때리기도 했는데 아주 자로 잰듯한 시간대에 거의 도착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치 가는 길에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딱 하고 내 발걸음이 차도로 뻗자마자 파란불로 바뀌는 것처럼.

맞다. 나는 이런 작은 순간들을 즐기며 사는 편이다. 

 

세상은 조명빨이다

조명이란 것은 빛을 받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빛의 색깔, 잘 알지 못했던 심미적인 것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더욱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님 그냥 밝은 게 좋아 이끌렸던 것인가?

 

스나이퍼3를 할 때 총으로 쏘고 시작했던 공사장용 조명 여기선 세상을 아름답게 비춘다

City of Stars�

엠마 스톤 닮은 분이 계셨다면 함께 춤을 췄을지도 모를 하늘색이었다.

안압지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젊은이여

무인발권기 앞에서 매표를 도와주시는 상냥한 아주머니들의 미소만큼 따뜻한 조명의 색온도였다.

동궁과

월지!

이쁘다는 세 글자면 충분하다.

사진으론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셔터 버튼을 안 누를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둘레길이 길었다. 조상님들은 조명이 없었을 테니까 달을 조명 삼았으려나?

 

식후경은 금강산

아, 참고로 정사각형 사진은 핸드폰 사진입니다. 사진이 떨린 것은 술 때문이 아니에요.

안압지를 다 돌았더니 너어무 추워서 택시를 타는 Flex를 선보였다.

 

수도권 사람 특) 검은택시보면 흠칫 놀람. 하지만 지방에선 그냥 일반택시인 경우가 많더라. 그래도 꼭 물어보고 탄다. "... 이거 일반택시죠?"

 

11시에 집을 나와 대충 편의점 샌드위치를 사 먹고 첫끼였다. 배고파서 씻지도 않고 숙소 근처 시장에서 닭강정 한통을 혼자 다 먹었다... 진짜 12월 말까지 헬스장 관장님이랑 7킬로 빼기로 파이팅했었는데...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술을 먹으니 두 캔에 엄청 취했다. 하지만 소신에겐 3캔의 맥주가 남았습니다 전하.

 

5개의 댓글

2019.11.17

여친이랑 경주갔는데 괜찮드라

0
2019.11.17

경주는 봄이나 가을에 가는게 좋다고생각해요 봄가을에는 첨성대근처 꽃도 많이피고 사진이 잘나와요

0
2019.11.17

겨울은 너무삭막하고 여름은 돌아다니기엔 그늘도 많이 없고 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어요

0
2019.11.17

경주월드 안감?

0
oko
2019.11.17

아 부럽다.. 퇴사하고 여행이라니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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