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허무

창밖에서 앙칼지게 질러대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든다


눈을 뜨고 누렇게 바랜 천장을 잠시 응시한다


필시 내가 피워댄 담배연기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어차피 누래진 천장, 더 누래져봐야 매일 천장을 보는 나 외에는 그 차이조차 알지 못하리라


쓰잘 데 없는 생각에 혼자 킥킥대다 문득 손을 보니 어느 새 담배 한 개비가 단신이 되어 있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또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빤다


문득 생각이 든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누래진 것과 더 누래진 것의 차이를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을 때 부터일까






허무하다


언제 마셨는지도 모르는 책상 위 빈 맨주캔처럼 텅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창 밖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돌아다니는 걸까


저들은 허무하지 않은 걸까


아니지 그들을 신경쓰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없이 허무하다


생각은 흐를대로 흘러 잠시전의 첫 담배를 피울 때 생각으로 돌아온다


내가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지금 이 담배를 피우기 전의 천장과 지금의 천장의 차이 정도는 될까


씁쓸한 웃음이 나오며 고개가 저어진다


그래도 누래진 천장은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 하나는 있지 않은가


어느새 필터까지 타들어온 담배를 지져끄며 준비를 한다


내일은 허무의 끝을 볼 수 있을까


아니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허무를 마주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누렇게 바랜 천장과 작별 인사를 고한다







1개의 댓글

2018.07.13
허무감 팍팍~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53 [그림] 핫도그 여우 3 뿔난용 3 1 일 전 103
32452 [그림] 로켓단 소니아 2 띠굼아 3 1 일 전 79
32451 [그림] ㄱㄹ 3 하츠네 미쿠 6 3 일 전 134
32450 [그림] 6장 11 2049 10 4 일 전 149
32449 [그림] 에라. 그냥 올림 8 rulru 12 5 일 전 281
32448 [그림] 호인 뿔난용 2 7 일 전 147
32447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0 뀰강정 3 8 일 전 252
32446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8 일 전 180
32445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8 일 전 208
32444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8 일 전 121
32443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9 일 전 112
32442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10 일 전 132
32441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 3 뿔난용 5 14 일 전 134
32440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스케치) 뿔난용 1 14 일 전 63
32439 [그림] 오랜만에 샤프 낙서 장윈영 2 14 일 전 123
32438 [그림] 야밤 동탄 4 프로수간충 7 14 일 전 389
32437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 뿔난용 2 14 일 전 67
32436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스케치) 뿔난용 1 14 일 전 26
32435 [기타 창작] 개다, 요루시카 권주가 1 15 일 전 60
32434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 뿔난용 3 15 일 전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