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서바이벌이란 것에 대해 로망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로망은 로망일 뿐이다. 산 속에서 고기 하나를 구워 먹으려 해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실상은 좆도 없다. 벌레만 존나게 꼬일 뿐이지.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서, 오늘 할 이야기는 서바이벌 감성에다 공룡까지 곁들인 야생의 땅 : 듀랑고.

image.png


  주변을 뒤적거려 쓸 만한 아이템을 채집하고, 그것을 조합해서 쓸 만한 건물과 사물, 도구를 만든다. 정석적이지만, 이 게임은 굳이 그런 정석적인 요소마저 레벨에 제한받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티어가 올라가야만 더 높은 수준의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티어가 온전히 설계도면이나 반복 숙달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 혹은 구성하는 아이템의 레벨에 귀속되어 있다는 것은 기묘하다.

  이해는 한다. 국내 모바일 온라인 게임에서 레벨주의를 배제하고 어떻게 게임을 만들겠는가. 다만 명백히 같은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마다 레벨만 다르게 붙어있는 경우는 흡사 같은 몬스터를 색깔만 바꿔서 더 높은 레벨로 내놓는 무성의함을 연상케 할 때가 있다. 물론 대개는 아이콘을 제외하면 이름도, 모델링도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같은 나무 종류인데도 레벨이 갈리고, 이렇게 갈린 레벨이 완제품의 레벨을 가르는 데 사용되며, 그 완제품의 레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또 갈린다는 것은 역시 뭔가 좀 이상하게 보인다. 이럴 거면 상위 티어를 하나 더 만들던가.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같이 나무로 구성된 주제 이 갭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게임은 레벨과 티어가 혼용되어 있다. 서바이벌 게임이면 서바이벌 게임인 거지, 거기다 굳이 레벨을 쑤셔 박으니까 이런 사단이 났다. 패키지 게임이었으면 이러지는 않았겠지. 국내 모바일 온라인 게임이니까 이런 거다. 사실, 이게 게임 내에서 엄청 심각한 결점씩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면 트집에 가깝다. 어차피 이런 게임의 주목적은 조건을 달성해서 만들고 짓고 꾸미는 것에 있지 않던가.

  플레이어는 생존에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채집, 가공, 건축, 도축, 요리, 근접전투, 궁술, 방어 등. 실제 게임에서는 이외에도 더 있던 걸로 기억한다. 초반에 선택한 직업에 따라 미리 기술 어드밴티지를 먹고 시작할 수 있는데, 어차피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그 경계가 흐려지기 마련이라 큰 의미는 없다. 기술은 각 분야 별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트리를 확장시킬 수 있다. 레벨과 별개로 스킬 포인트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올라운더all-rounder 캐릭터는 어지간해서는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분업이 반쯤 강제된다. 기술 레벨은 해당 기술과 엮인 작업을 할 때마다 오르고, 이 기술 레벨이 일정 레벨을 충족하면 다음 티어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술 레벨이란 건 플레이어의 레벨을 넘을 수 없다. 강제로 귀속된 셈이다.

  따라서 이 게임은 레벨링을 필요로 한다. 경험치는 보통 어떤 작업을 해도 오른다. 원한다면 에너지와 피로도가 허락하는 만큼 채집과 사냥만 반복해서 레벨을 올릴 수도 있다. 일일 반복 퀘스트를 계속해서 깨줘서 올릴 수도 있고. 분명한 건, 노가다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재미를 느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노가다를 계속하다 보면 질릴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들이 재미가 지독하게도 없었다. 모르지. 노가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도. 게다가 노가다 지향인 것치고 노가다 편의를 잘 봐주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레벨링을 한 다음 원하는 것을 새로이 만들고 짓고 꾸몄다. 재미가 있는가? 물론 그때는 재밌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빼면. 이게 문제다. 재미는 커녕, 짜증이 난다.


  시스템 자체는 잘 짜인 편이다. 단순히 도구를 만들더라도, 그 재료가 단 한 가지로 제한되는 게 아니라 돌, 뼈, 금속, 심지어는 고기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 굳이 도구 제작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건축, 요리 등등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그래서 실용적인가는 차치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다. 이는 아이템마다 가진 속성에 기인한다. 아이템은 각자마다 고유한 혹은 특정한 속성 내지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몇몇 속성 내지 특성은 완제품의 성능, 심지어는 외관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줄기 묶음 두 개로 줄기 묶음 한 개를 만드는 병신 같은 짓도 가능하다. 신라면을 봉지 째로 그냥 구워서 먹는다든가.

  생태계 구현이 되어 있는 편이다. 가령 한 공룡 무리가 막 죽은 시체에 몰린다던가, 다른 공룡들과 패로 싸운다던가. 잠을 자거나, 물을 마시거나. 감정표현도 있고, 낮과 밤의 행동 양식이 다르기도 하다. 공룡과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것도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된 게임이다. 베타 테스트도 여러 번 진행되어 왔고. 뭐 적어도 와해되지 않고 용케 오픈까지 오기는 했다. 비록 서버 탓에 욕을 진탕 처먹었지만. 별개로, 여러모로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게임이다. 시스템 이야기를 위에서 한 김에 말인데, 컨퍼런스 중에서 맵 생성에 대한 이야기는 기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재밌으니,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정도는 짚고 가셔도 좋을 듯싶다.


  기본적으로 하드하다기보다는 라이트한 게임이다. 명색에 서바이벌이라고는 하지만, 공룡이나 타 플레이어가 먼저 나서서 플레이어의 사유지에 침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부 변수(기후나 상태 이상과 같은)가 당장(어디까지나 당장은) 플레이어를 말라 죽일 정도로 치명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느긋하게 즐길 생각으로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애시당초 이런 장르에서 하드한 것을 하고 싶다면 온라인 쪽에는 가급적 발을 안 대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염두해야 할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는 사유지를 고르고 그 안에서 건물을 짓거나 혹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데, 사유지에는 시간제한이 있고, 모든 건물이나 아이템에는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내구도가 있다. 이를 제때제때 관리하지 못하면 자신의 사유지를 남에게 털리거나, 혹은 사유지 안에서 멀쩡히 보호되던 건물이나 인벤토리 안의 아이템이 흔적도 없이 그냥 사라져버리는 수가 있다. 뭐 하나 만들기도 더럽게 빡센데 유지보수도 꾸준히 해줘야 해서, 귀찮기 그지없다.


  총평. 적어도 구데기 반열에 들 정도의 게임은 아니다. 난장판 서버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런지 너무 과하게 저평가 받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게임 내에 영향을 줄 만한 과금 요소는 없는 편. 시스템적으로는 나름 잘 짜인 축에 속한다고 본다. 그 준비성만큼 재미가 없었다는 게 문제지.



  글이 엉망진창인 건 제 능력 부족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셈.
  그러고 보면 미음 자로 사유지 먹어서 울타리로 길 막고 안에 땅 먹으려 하는 애들이 좀 있던데. 걔네들은 진짜 볼 때마다 어메이징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