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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후기

-남산의 부장들

잘 뽑혔다. 마약왕이 떼깔 좋은 똥으로 뽑히고 난 뒤 여기저기서 우민호 거품이다, 원작빨이었다는 불신이 생겼고 나도 조금 실력을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서 봤는데 진짜 잘 뽑았다. 이정도면 우민호가 송강호 안티인지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병헌과 수작을 만든 뒤 송강호를 데려다 똥을 만들어놓고 다시 이병헌 데려다 수작을 만드는 짓은 고의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고의적으로 송강호 필모에 똥칠을 하고 싶었다거나 아니면 이병헌을 이용해서 송강호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거나.

 

영화만 두고 보자면 솔직한 말로 내부자들보다 연출이 더 세련돼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삭막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가져가면서도 그게 여타 건조한 분위기의 영화들과는 달리 조금 쫀쫀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건조함을 이어간다. 인위적으로 건조함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의 대사를 줄이고, BGM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는 등 따라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러면서도 영화 내내 긴장감을 가지고 간다.

영화의 건조함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긴장감은 우리가 영화의 끝을 알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느껴지는데, 결국 관객 모두는 박통(박정희)과 김재규(김재평) 사이가 틀어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김재규가 외줄타기를 하는 모습은 관객들이 '저 줄에서 떨어질까 떨어지지 않을까?'가 아니라 '언제 저 줄에서 떨어지지?', '뭐때문에 이따가 낙사하는 거지?'하는 생각을 들게 해서 다른 의미로의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히치콕이 말했던 스릴러와 서스펜스의 차이처럼. 물론 감독도 이런 긴장감을 의도한 걸로 보인다. 첫 장면이 김재규가 궁정동 안가에서 쿠데타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결말을 상기시키고 영화를 시작한다는 모습이 그렇다.

 

영화 내적으로는 의외로 조커와 비슷하다. 한 인간이 어디선가로부터, 누군가에게로부터 버려지고 결국 아웃사이더가 되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권력의 암투 뭐 그런 건 영화 내적으로는 그렇게 부각되진 않고 오히려 김재규가 집착하는 대상은 권력이 아니라 박통부터의 신의, 호의다. 권력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이 박통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고, 자신이 어떤식으로 충성을 하더라도 다시는 그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영화는 절정에 치닫기 때문이다.

여기서 곽상철(차지철)과의 대비가 돋보이는데, 곽상철은 각하가 곧 국가고 그 국가를 수호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며 대놓고 자신의 중심에는 각하가 있고, 각하의 신의를 받기 위해 몸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김규평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하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서슴치않고 행동하며 추진한다.

반면에 김규평은 내면적으로는 곽상철과 마찬가지로 각하를 위해서라면 온몸을 내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인데, 티를 내지않는다. 심지어 각하를 위해서 각하가 더 좋은 길을 가시라고 충언도 서슴치않으며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충성을 다한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며, 곽상철에게까지 밀리며 결국 자신이 충성하는 사람로부터 다시는 신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자 흑화해버린다.

이런 대비와 기타 사건들로 점차 긴장감을 쌓아가다가 마지막 총살씬으로 그간 응축되었던 모든 것을 다 폭발시키는데 정말 조커 마지막 그 총살씬과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 외적으로 조금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을 건들다보니 많은 말들이 나오고 전작이었던 내부자들도 사회 비판적 영화였기 때문에 더 그런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오히려 영화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런 기대를 하고 온 사람들이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가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박정희를 권력의 찬탈자로 그리지도 않고, 김재규를 구국의 혁명가로 그리지도 않는다. 정치와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나 숭배하다싶이 모시는 인간에게서 실망하고, 상처받는 개인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많은 부분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지만 그 사실들조차 불편해할 사람들이 많으니 영화 내적으로의 인물 구도가 어떻든 영화를 영화로만 판단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그건 이미 박정희라는 인물을 고른 시점부터 감독도 염두했을 것이고 감수해야할 것중 하나라 느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그런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기 위해 인물 구도에서 최대한 정치를 배제하고 정치를 배제함으로써 중립을 지키는 길로 영화를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영화는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내면에 대한 영화고, 정말 연출적으로 편집이라거나 카메라 워킹등 많은 것에 신경 썼고, 무엇보다도 재밌다. 그리고 이병헌 연기 존나 잘한다. 눈밑 떨리는 건 도대체 어떻게 연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부러 촬영하기 며칠 전쯤부터 비타민 섭취를 안하나?

 

 

 

 

 

-히트맨

후기라고 할 만한 뭔가도 없다.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이 코미디 영화로 굉장히 흥행하면서 코미디 영화의 타점이 '웃기다가 감동'이라는 몇년간 한국 영화에 틀어박혀있던 적폐같은 코드를 뽑고 시종일관 감동이고 뭐고 그냥 다 내팽겨치고 웃기는 데 온 힘을 다 쏟는 걸로 바뀐 것에 충실하게 처음부터 웃음을 주겠다 것 외의 다른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정말 웃기기 위해서 온갖 거를 다 동원한다. 데드풀은 성인용 코미디에 특화됐다, 극한 직업은 말장난과 시츄에이션 개그에 특화됐다 하면서 코미디 영화면 어떤 특정 코드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게 없다. 정말 웃기기 위해 모든 코드를 다 동원한다. 욕은 시종일관 나오고, 섹드립도 간간이 나온다. 시츄에이션을 이용한 코미디도 계속 나온다.

근데 문제는 웃기지가 않다는 점이다. 뭐가 관객의 웃음코드에 맞을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다고 다 보여는 주는데 다 웃기지가 않다. 2시간정도 영화에서 제대로 된 웃음 포인트라고 부를 만한 지점이 한 3번정도밖에 없다. 2시간동안 3번이면 솔직히 그냥 길거리 산책만 2시간을 해도 3번쯤은 웃는다.

 

뭣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감독이 무슨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 그런 것치고는 너무 안 웃긴다. 그럼 액션 영화를 의도한 건가? 또 은근 골때리는 영화인 게, 생각보다 액션은 좀 괜찮다. 근데 그런 것치곤 너무 구도나 모든 게 액션 영화치고는 너무 코미디 영화처럼 대충대충이다. 스토리도 대충대충, 개연성도 헐겁고.. 그냥 코미디 영화에 딱 걸맞는 컨셉, 스토리, 인물이다. 그런데도 감독이 액션 영화를 의도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놀랍다. 그래서 진짜 좀 궁금하다. 이게 액션 영화인 건지 코미디 영화인 건지 뭔지 도대체 무슨 장르를 의도하고 만든 건지.. 그럼 도대체 그 애니메이션 연출은 또 뭔지.. 감독의 의도와 영화의 의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코미디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뭔가 2020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액뗌을 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보는 건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6개의 댓글

2020.01.29

엔터키를 자주 써주는 것도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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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버들유

후기용 글은 가독성보단 문단 단위로 나눠서 그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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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ㅋㅋㅋㅋ 남산의 부장들 후기 첫 문단 진짜 공감됨. 내부자들/마약왕 둘 중 하나는 우연인데 마약왕이 우연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진짜 송강호 엿 먹이려고 찍었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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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히트맨.. 설날에 가족들끼리 단체로 가서 봤다 감독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너무 아쉽드라 개그든 연기든 너무 옛날느낌이 강하게 듬 서로 투닥투닥 말싸움장면 내가 감독이었다면 컷트하고 다시 찍을 어색한 연기까지도 걍 그대로 쓰드라 왜그랬을까.. 배우들의 옛날 발성법.. 어영부영 넘어가는 개연성.. 물론 재밌는장면도 있고 액션씬도 멋진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왜그랬을까 아쉼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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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액땜은 미스터주로 하는거임 다시보니 선녀같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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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부장들은 정말 잘나왔고

히트맨은.. 좀 아쉽긴한데 그래도 해치지않아, 두리틀 둘보다는 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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