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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왕 엄복동 후기.

0. 원래 엄복동은 일찍 보았고 감상문은 노무현의 명연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로 먼저 작성을 했었지만 삭제 후 차단 당해서 의욕이 없어서 못 쓰고 있었음. 사실 지금도 그것 이상가는 감상문은 못 쓴다고 생각한다.

 

1. 자전차왕 엄복동은 말할 것도 없이 클리셰 덩어리다. 이건 영화 포스터 보는 순간부터 모두가 알 수 있는 거 였고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엄복동의 문제는 클리셰보다 클리셰의 이용과 배치가 엉망이라는거다. 클리셰가 왜 클리셰일까? 잘 먹히는 요소니까 클리셰다. 그러나 자전차왕 엄복동은 그 클리셰 이용 자체가 엉망이다. 즉, 시나리오가 애당초 클리셰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얼마나 엉망이냐면 7광구의 시나리오가 엄복동에 비하면 반지의 제왕 수준 완성도다.

 

 

2. 엄복동의 문제는 거의 3부작이나 3시간짜리 시나리오로 써야 될 이야기를 2시간 안에 우겨넣었다는 거다. 그것도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클리셰로 무장하고 말이다. 감독이나 작가나 미쳤다는 생각부터 안 드는 게 영화의 주제와 배경이 하나가 아니다. 물론 감독은 궁극적으로 엄복동의 경주로 모든 걸 하나로 승화시키려고 생각했겠지만 애당초 감독 역량 이상이었다.

 

 

3. 자전차왕 엄복동의 이야기는 크게 엄복동 이야기와 독립군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엄복동 이야기는 다시 엄복동과 엄복동 가족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니까 영화가 2시간 동아 떠들어야 되는 이야기가 3개나 된다는 거다. 크게 봐서도 2개고. 한마디로 이 영화는 일종의 군상극처럼 돌아간다. 물론 이런 식으로 복수의 주인공이나 여러 조연을 깔고 동시에 여러 이야기 진행하면서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지는 영화는 많다. 그리고 그런 거 잘 만들면 명작 소리 듣고. 문제는 감독이나 이범수의 역량을 넘어섰다는 거지만.

 

 원래 군상극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을 시키는 영화라도 처음에는 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어느새인가 한 곳으로 모으면서 연결시켜서 큰 그림을 그려낸다. 그게 되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움직이고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소주제나 배경은 다를지라도 결국은 큰 주제에 포함되면서 움직인다. 중요한 건 바로 이 중심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는 것.

 

 그러나 엄복동은 시나리오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야기 3개는 다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걸 하나로 연결하는 건 엄복동이라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복동이 없어지면 이 영화는 아예 말이 안된다. 엄복동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어지는 순간 영화의 이야기는 죄다 따로 놀아버린다.

 

 

4. 먼저 엄복동 이야기를 보자. 엄복동의 이야기는 다시 엄복동 개인과 엄복동 가족으로 나누어진다. 순박한 시골청년 클리셰로 나오는 엄복동과 평소 엄복동을 못 마땅해하고 똑똑한 남동생을 좋아하는 아버지, 그리고 형 좋아하는 똑똑한 남동생과 여동생. 이 하나의 이야기는 엄복동이 동생의 대학 등록금으로 산 자전거를 도둑 맞으면서 두 개로 갈라진다. 그리고 결말까지 직접적인 접점이 없다. 대신에 간접적인 접점이 하나 생긴다. 일단 이건 뒤로 미루고.

 

엄복동은 돈을 벌려고 가출해서 서울로 왔다가 사기 당하고 이범수가 분한 황재호가 조선인 자전거 선수 모집하는데 응시해서 합격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엄복동은 동료로 그 전에 사기를 친 사기꾼과 만났다가 그에게 속아서 내기 자전거 갔다가 걸려서 황재호에게 내쳐지고 다시 울고불고 난리치면서 "다시 자전차를 타고 싶습니다. 흑흑" 거리는 클리셰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황재호가 내린 고난을 이겨내면서 성장하고 자전차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조선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사가 된다. 이건 어떻게 설명을 더 못하겠다. 너무 클리셰라서 더 이상 설명을 붙이는게 이상하다.

 

 그리고 마지막 경주 후에 엄복동은 총독 앞에 자전거를 내던지고 군경이 와서 체포하려하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애국가를 부르면서 엄복동을 보호한다. 그리고 엄복동을 암살하려는 일본군은 황재호가 사살한다.

 

 

5. 그리고 독립군 이야기는 독립군은... ... 하 진짜 이것도 골 때리는데... 시발 설명하기 좆 같아진다. 독립군은 항일 활동으로 테러를 한다. 먼저 자전차 경기장에서 조선 총독을 암살하려고 시도하는데 실패한다. 여자 주인공인 독립군이 숨긴 폭탄 가방으로 엄복동이 전달해주면서 둘의 첫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시 헤어지고. 여주인공 형신은 독립운동 자금을 받기 위해서 황재호를 만나러 왔다가 다시 엄복동과 만나게 되고.

 

 총독 암살 실패 이후에 이번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테러하기 위해서 준비한다. 그리고 사전답사 후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습격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파져있어서 한 명은 죽고 여주인공 형신만 빠져나온다. 그리고 형신은 황재호에게 몸을 숨기고 거기서 다시 엄복동을 만나고, 엄복동에게 거리의 아이들이 부르는 찬양 노래를 들려주면서 계속 이겨달라고 부탁한다.

 

 이후에 형신은 다시 친일파 최재필을 암살하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부상을 입고 엄복동과 만나서 엄복동이 도피시키려 하나 실패하고 죽는다. 그리고 엄복동은 이 일로 체포 후 고문.

 


6. 다시 엄복동 가족 이야기로 돌아가면... ... 아 그냥 이범수 면전에서 쌍욕도 날릴 수 있을 거 같다. 진짜. 엄복동 아버지는 평소에 츤츤 거리다가 막상 집 나가서 소식 없으니까 맨날 기다리고 무슨 소리만 나도 엄복동 왔냐고 데레거린다. 이 정도 클리셰 애교다. 엄동복 동생은 만주에 가서 철도 공사가서 일해서 돈을 벌겠다고 또 야반도주한다.(...) 징하다. 그리고 엄복동이 자전거 경주 승리로 명성이 높아지자 엄복동을 꺽기 위해서 만주에 나가있던 카츠라를 불러서 대결시키기로 하면서 만주를 비추어준다. 여기서 엄복동 동생이 다시 나오는데 철도 공사를 열심히 하는 중에 카츠라가 등장. 여기서 카츠라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보여주려고 정말로 감독은 노력한다.

 

 카츠라는 오라고 연락 받자 노동자 중에서 자원자 받아서 자전거 경주를 시키고 동생도 여기에 참가한다. 카츠라 뒤로 쳐지는 사람을 한 명씩 총으로 쏴 죽이고 동생과 다른 한 명이 결승점까지 살아남지만 집에 가려고 마음먹은 동생도 늦게 왔다고 총에 맞아죽는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카츠라와 대결을 신문으로 보게된 아버지와 여동생이 마지막 부분의 경주에 관람을 왔다가 엄복동을 위협하려는 군경에 맞서서 같이 앞에 나서서 시위하면서 애국가 부르는데 참여한다.

 

 

7. 굉장히 중구난방의 이야기인게 이렇게 늘어놓으면서 설명하는 건 이렇게 안하면 내 재주로 더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다. 너무나 클리셰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클리셰를 쭉 늘어놓은 줄거리를 먼저 깔지 않으면 도통 설명이 안 된다. 더구나 이게 계속 장면 전환하면서 교차로 연결되기 때문에 직접보면 더 괴상하게 돌아간다.

 

 앞에 이야기로 돌아가서 군상극 형태 이야기가 하나로 귀결되는 중심은 하나의 이야기인데 엄복동에서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이어지는 큰 이야기가 없다. 엄복동의 승리와 그로 이어지는 조선민족의 자긍심과 조선 민족의 승리, 그리고 가족의 복수라는 건 그냥 엄복동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는 개인적인 이야기의 합일 뿐 큰 이야기는 안 된다. 결국은 3개의 이야기가 항상 겉돌면서 진행된다.

 

 먼저 엄복동과 가족. 초반부 이후로 엄복동과 가족은 접점이 없다가 막판에 갑자기 생기면서 아버지와 사실상 화해로 이어지는 클리셰로 간다. 이것만 있었으면 문제가 안 되었다. 문제는 동생을 만주 보내서 갑자기 등장한 카츠라가 얼나마 나쁜 놈인지 관객에게 보여주고 엄복동의 감정을 이입하도록 뜬금없이 죽인 거다. 하지만 엄복동은 접점이 없기 때문에 가족이 어떻게 되었지는 모르고 카츠라가 동생을 죽였다는 걸 모른다.

 

결국에 동생이란 인물은 그냥 카츠라가 엄복동 가족을 죽였으니 특히 나쁜놈이고 그래서 엄동복의 원수이기 때문에 라이벌이라는 특징을 부여하기 위해서 뜬금없이 사라진 거다. 당연히 관객 입장에서도 허무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연한 게 영화 안에서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데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리가? 포트리스 2에서 바퀴벌레가 죽었을 때 감정이입 하는게 더 정상적이다.

 

 

8. 진짜 큰 줄기인 엄복동과 독립군 이야기는 애당초 의도가 민족정신이라는 걸 엄복동이라는 영웅을  통해서 현현시키고 독립군의 활동과 엄복동의 승리를 하나로 잇고자 했을거다. 진짜 큰 그림이기는 했다. 문제는 도화지만 컸지 내용물은 따로국밥이어서 그렇지.

 

 접점은 엄복동의 스폰서가 독립군 지원하는 스폰서이자 독립운동가라는 것과 독립군인 형신을 만났다는 거다. 엄복동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사유로 이어지는 것이고 민족 정신의 화신으로서 현현은 관객에게 납득이나 느껴지지 않는다. 그걸 보여주는 건 궁에서 보내는 선물과 아이들이 부르는 찬양 노래. 그리고 이 요소를 독립군의 독립 활동과 연결해주는 건 형신이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거 보여주면서 이겨달라고 하는 한 장면이다.

 

이렇게 되면 엄복동이 이기고자 하는 건 그냥 여자 때문이다. 마지막 경주에서 분노도 여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조선 민족의 화신? 그딴 거 없다. 감독이나 이범수는 이걸로 충분했다고 여겼을지 몰라도 전혀. 엄복동이 분노하고 열심히 달린 이유는 그냥 여자가 죽어서 그런거다. 영웅은 개뿔.

 

 

9. 독립군 이야기 자체도 문제인게 계속 활동이 왔다갔다한다. 처음에는 조선 총독을 자전거 경주장에서 테러하려다가 실패하고, 다음에 동양척식주식회사 테러하려다가 실패하고, 다음은 친일파 암살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죽고. 이건 뭐 실패 열전이다. 실패보다 문제는 무슨 테러활동을 아주 활발하게 연거푸 하는데 이 중에서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는 활동은 첫번째 자전차 경주장에서 총독 암살시도 뿐이다. 나머지는 관계가 없는 독립군만의 이야기다.

 

 독립군 영화 '암살'도 실패를 해도 결국은 하나의 목적만 노리고 움직이는데 이 영화 독립군은 경성 한가운데서 총독 암살도 하고 동양척식도 테러하고 하여간 대단하다. 그리고 엄복동은 당연히 뒤의 두 활동과 연관이 없으니 영화 분량만 잡아먹는 사족일 뿐이다. 엄복동은 그 활동과 전혀 관계가 없고 거기서 어떤 의지를 잇지도 느끼지도 않는다. 동생의 죽음과 똑같다. 차라리 자전차 경주에서 총독 암살을 하나의 줄기로 깔고 거기에 독립군 활동을 중점으로 배치했었으면 좋았을거다. 안한 결과는? 고창석은 포스터와 달리 엄복동 만나지도 못하고 죽었다.

 

 

10. 클리셰 범벅이라는 건 이 영화를 까는데 불필요한 요소다. 진짜 문제는 클리셰 사용이 문제 되기 전에 시나리오가 끔찍한 수준이라는거다. 이걸 제작한 게 영화 짬밥 많이 먹었다는 이범수라는 게 더 끔찍하고.

 

 영화를 공부할 필요없이 그냥 영화 좀 보기만해도, 머리가 달려있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문제점이 산적한 이 물건은 진짜 영화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클리셰는 다 나오니까. 그리고 클리셰를 잘못 사용한 반면교사다. 이 이상, 이 이하도 없다. 너무 망작이라서 헛웃음만 나오고 분노조차 안 느껴진다.

4개의 댓글

2019.06.16

엄복동이라는 인물의 개인사에 집중하면서 담백하고 회색 빛깔의 영화였다면 수작이 되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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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독우리

이범수는 구도를 거의 반지의 제왕 수준으로 잡았다니까. 그런데 수준이 그게 안 되니까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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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삭제/차단은 왜 당했댜.... 정사판에 썼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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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정교분리

그 감동을 영화 좋아하는 이 들과 나누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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