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보따리] 친구를 위한 거짓 점쟁이

옛날에 돌이와 두꺼비라는 두 아이가 있었는데, 이들은 같은 서당에서 동문수학하는 사이였다. 돌이네는 집안이 부유하였고, 두꺼비네는 가난하였다. 두꺼비의 부모들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자식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두꺼비를 서당에 보내고 있었다.

 

돌이는 두꺼비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아버지가 워낙 구두쇠이어서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돌이는 한 가지 방도를 내었다. 두꺼비를 유명한 점쟁이로 만들어서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어느 날 돌이는 두꺼비에게 말하였다. “내가 우리 아버지의 은 반상기를 뒤뜰 고목나무 속에 가져다 놓을 것이니 두꺼비 너는 모른 척하고 와서 코로 냄새를 맡아서 은 반상기를 찾아 아버지께 드려라.” 서당에서 돌아온 돌이는 아무도 모르게 은 반상기를 고목나무 속에 감추었다. 집안은 없어진 은 반상기 때문에 난리가 났다.

 

돌이는 어머니에게 “우리 서당에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는 아이가 있으니 그 아이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하였다. 이렇게 하여 돌이는 두꺼비를 집으로 데려왔다. 두꺼비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것처럼 하다가 고목나무 속에 있는 은 반상기를 찾아들고 나왔다. 은 반상기를 찾아준 대가로 두꺼비는 큰 보상을 받았고, 가난을 면할 수 있었다. 받은 돈으로 논을 사게 되어 두꺼비 아버지도 남의 집 머슴살이를 면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돌이와 두꺼비는 더욱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두꺼비가 코로 냄새를 맡아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소문은 입에 입을 거쳐 전국 각지로 퍼지게 되었다. 더구나 두꺼비가 사람의 모든 일을 알아내는 재주가 있는 용한 점쟁이라고 알려졌고, 이런 소문은 궁궐에까지 퍼지게 되었다. 때마침 왕실에는 아기가 없어서 왕비가 몹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비는 두꺼비를 불러들였다.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두꺼비로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 임금이 중전을 찾아왔다가 웬 사람이 중전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다. 중전은 두꺼비를 부른 연유를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임금은 관리를 불러 중궁전의 뜰 앞에 있는 큰 돌로 두꺼비를 눌러 놓고 저 돌 밑에 무엇이 있느냐고 두꺼비에게 물었다.

 

두꺼비는 너무나 겁에 질려 무심코 “돌이 때문에 애매한 두꺼비가 죽는구나.”라고 내뱉었다. 그러자 임금의 옆에 서 있던 내관이 무릎을 탁 치면서 정답을 맞혔다고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은 “그렇다면 중전은 언제 아이를 갖겠느냐?” 물었다. 두꺼비는 여전히 겁에 질려 얼른 대답한다는 것이 “오늘 저녁이옵니다.” 하였다. 그래서 그날 밤 임금은 내전에서 자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후 후사가 있었다. 두꺼비에게는 음관 주부라는 벼슬이 내려졌다. 졸지에 완전한 역리학자가 돼 버린 것이었다. 그때 중국에서 사신이 도착했다.

 

중국의 황제가 옥새를 잃어버렸는데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많은 역리학자, 무속인들을 총동원하였으나 옥새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조선에 유명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온 것이었다. 궁중에서는 두꺼비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여비를 두둑이 주었다. 그래서 두꺼비는 중국에 가게 되었다.

 

중국에 도착하자 중국에서는 그를 정중히 대접하고자 훌륭한 객관에 머물도록 하였다. 그러나 두꺼비는 조용한 외딴집에 머물도록 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 달 간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달이 다 되어가면서 두꺼비는 너무 불안하였다. 잠도 이루지 못하였고, 이제는 죽을 때만 기다리는 신세나 다름없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그 날은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문풍지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두꺼비는 “야! 이놈 문풍지야! 내일이 되면 나 죽는다.”라며 계속해서 말하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더니 큰 절을 하며 “저를 살려 주십시오. 제가 옥새를 훔쳐서 저 연못에 던졌습니다. 제발 제가 그랬다는 말을 말아 주십시오. 제발 제 목숨만은 구해 주십시오.” 하였다.

두꺼비는 “네 목숨은 구해 주겠다만 그게 사실이렷다.” “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성 안에 있지 말고 멀리 떠나거라.” 사실 이 사람의 이름은 문풍지였다. 조선에서 유명한 역리가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죄가 들통이 날까봐 매일 밤 두꺼비의 방을 염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꺼비가 내뱉은 말을 “야 이놈, 문풍지야! 내일이 되면 너 죽는다.”로 잘못 알아듣고는 자신의 죄가 탄로날까봐 두꺼비에게 스스로 자신의 죄를 알린 것이었다. 다음날 두꺼비는 궁중의 관리를 불러서 “저 연못의 물을 다 퍼내도록 하여라. 그곳에 옥새가 있느니라.” 하였다. 관리가 물을 다 퍼내니 정말로 그곳에 옥새가 있었다. 황제는 기뻐하며 두꺼비에게 많은 금은보화를 상으로 내렸다.

 

조선에 돌아오면서 두꺼비는 생각하였다. 이 일 때문에 자신이 더 유명해져서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면 결국 자신의 능력이 들통 날 것이 염려되었다. 이제 재산도 많이 생겼는데 자신의 능력이 탄로 나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 끝에 자신의 한쪽 눈을 찔렀다. 그러고는 중국에서 한쪽 눈을 다쳐서 치료를 하였는데, 한쪽 눈이 없어지면서 자신의 능력도 없어져 버려 이제는 바보가 되었다고 거짓 소문을 내었다. 집으로 돌아온 두꺼비는 부자가 되어 여전히 돌이와 친분을 유지하며 잘 살았다고 한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http://sunchang.grandculture.net/sunchang/toc/GC05901850

1개의 댓글

29 일 전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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