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9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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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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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맑음

 

9.3.JPG

(예상 이동거리 27.84km)

 

 

잠을 조금 설쳤다. 아마 깔고 잔 에어매트 때문인 것 같다.

 

위에서 자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꿀렁 거리는지 누워 있으면 자꾸만 속이 메쓱거렸다.

 

그래서 땅바닥에 그냥 내려와서 자버렸다.

 

아무튼 알람에 맞춰 아침에 일어난 후, 병든 닭마냥 꾸벅 꾸벅 졸면서 출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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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출발하기 전에 목사님께 인사드리려 보니 출근을 안하셨는지 어제 계셨던 곳에는 없었다.

 

감사 인사를 못드린 찝찝함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했다.

 

컨디션은 그럭저럭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도 죽을뻔한 어제에 비해선 걸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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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내에서 나가기 전에 찍은 사진)

 

날씨가 참 맑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새벽 특유의 시원한 냄새가 났다.

 

또 시골에서 불 때우는 그런 냄새도 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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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부분 이런 도로를 걸었다.)

 

여느 때와 비슷한 풍경을 봐가며, 옆에서 씽씽거리며 차량들이 지나다녔다.

 

아침이라 그런지 소리가 평소에 비해서 크게 들려서 조금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차체에서 나는 소리라기 보다는 바퀴에 의해 나는 소리인 것 같았는데, 소음이 상당했다.

 

또 다리를 지나갈 때 차량이 지나가면, 다리가 지진 난 것 처럼 출렁 거린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다리 위를 걷는게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다리를 완전히 건넌 후에도 은근 후유증이 있다고 해야할까?

 

비슷한 느낌으로는, 러닝머신에서 오랬동안 뛰다가 갑자기 평지로 내려오면 축지법 쓰는 그런 느낌이랑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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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위에서 마을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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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휴게소 ㅎㅎ;;)

 

대략 8시쯤 조금 지나서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꽤나 걸을 예정이라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휴게소 이름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야동휴게소 이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어그로 만큼은 인정했다.

 

식사를 하려 보니 다행이 아침 식사가 가능했다.

 

가볍게 우동을 먹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인테리어가 꽤나 익숙했는데, 만화 원피스를 주제로 꾸며져 있었다.

 

주문하고 나서 식당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셨는데,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걸어 오는걸 봤다고 하셨다.

 

고생이 많다고 하시면서 전에도 자전거를 타고 하는 사람이 이곳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저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식사가 안됬다고 했다.

 

때마침 아주머니들도 저녁을 먹을 참이어서, 같이 먹고 보냈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우동이 나와서 먹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컨디션 때문인지 잘 안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장비를 어느정도 적신 후에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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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걸을만 했다.)

 

날씨도 좋으니 기분도 업할겸 저번 처럼 강아지 풀을 뜯어서 들고다녔다.

 

이게 의외로 재미있기도 하고, 살랑살랑 거리는 느낌이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추억을 떠올려 주곤 했다.

 

하나는 모자에 꽂고, 하나는 손에 들면서 걸었다. 약간 기분이 좋아지면서 걷는게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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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사려고 잠시 들린 편의점)

 

충주시로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르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맑은 탓에, 목이 빠르게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온음료 하나 사먹으려 들어갔다.

 

거기엔 점주님이 게셨는데 내 어머니 뻘쯤 되어 보이는 분이셨다.

 

계산하는 도중 무슨 여행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땅끝마을 해남까지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약간 부러워 하시며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시면서 말씀 하셨다.

 

 

이래저래 대화하면서 자신의 아들은 자신이 장사 때문에 신경을 전혀 못써준게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말씀 하셨다.

 

아들은 사람들이 객관적 및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심지 굳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걱정이라고 하셨다.

 

이를테면 모두가 A라고 말할때, 아들은 무조건 B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직접 그 아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행동하고 말한다는게 보통 쉬운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어떻게 보면 남들 의식에 완전히 벗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니깐.

 

어찌보면 내가 이렇게 걷는 목적도 그런 정신과 어느 정도 교차점이 있다고 본다. 

 

그 분의 아들은 관심을 너무 못 받아서 걱정이었고, 나는 관심을 너무 받아서 걱정이었다. 

 

아주머니께서 하는 말씀을 들으며, 서로 다른 관점으로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첫 날 어머니한테 약간 막말한게 아닌가 조금은 죄송스럽게 느꼈다.

 

결국 잘 살게 하려고 관심을 많이 준건데, 결과가 안좋게 나타난거니깐.

 

 

대화를 나누는 도중 어떤 아저씨도 들어와 대화에 합류하셨다.

 

꽤나 오래전에 무전 여행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리에 상당히 빠삭하셨다. 

 

그러다 대화를 나눈 후에 물건을 사시고 떠나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너무 자기 아들 같다고 하시면서, 식사비용을 줄테니 옆에 가서 식사하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되어서 배가 그렇게 배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신경써 주시는 거니깐 그냥 편의점에 있는 떡샌드위치? 로 대체하기로 했다.

 

맛은 솔직하게 없었다. 하지만 아주머니 앞에선 최대한 티내지 않으면서 먹었다.

 

감사인사를 드리며 편의점을 뒤로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사진을 찍을 무렵 여전히 아주머니께서는 계속해서 쳐다보고 계셨다.

 

주변 화장실에서 양말을 대충 빨고 배낭에 걸은 다음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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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나 인도가 이런상황이면 참 곤란하다.)

 

충주시로 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보시다시피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풀이 우거지다 못해, 이미 숲으로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인도 뿐만 아니라 도로 옆 갓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갓길도 이모양이니 도로를 침범할 수 밖에 없었는데, 걸으면서 난생 처음으로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최대한 안쪽으로 걸으면서 갓길로 통행이 불가능 한 곳은 차량이 오지 않을때 도로로 들어가서 후딱 지나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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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주유소를 거쳐가는데, 거기엔 큰 트럭들이 많았다.

 

어떤 분이 부르시길래 뒤돌아보니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계시던 기사님이셨다.

 

다가가보니 시원한 물 한병 가져가라고 하셨다. 

 

이미 물도 충분히 있고, 더 들고가기엔 무리여서 감사 인사만 드리고 다시 걷던 길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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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야유회 하는 듯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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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에 완전히 들어와서 찍은 사진)

 

원래는 찜질방에 갈 계획이였지만, 빨랫거리가 많이 쌓인탓에 이걸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해서 게스트하우스에 가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게스트 하우스에 연락해보니 세탁기를 못쓴다고 퇴짜맞고, 두 번째 게스트 하우스는 가능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보니 호스트는 외부 일 때문에 잠시 나간 상태였다.

 

그래서 일단 들어가서 설명한 곳에 짐을 풀고 세탁기를 돌렸다.

 

씻고나서 쉬고 있던 와중에 호스트가 들어와서 이것 저것 알려줬다.

 

꽤나 젊으신 분이셨는데 대략 30 초중반 정도였을까. 나가서 가이드 일을 마치고 돌아온듯 했다.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청춘의 거리라는게 눈에 띄었다.

 

문득 나에게는 청춘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른들이 강조하는 청춘을 그냥 저냥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는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날이었다.

 

오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과배기가 있었는데, 배부르다고 안사온게 살짝 후회되긴 한다.

 

내일은 컨디션이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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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눈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7개의 댓글

2019.08.03
1
2019.08.04
1
2019.08.04
1

대단하다 힘내!!!

1
2019.08.04
1

아니

우리집앞을 지나갔었네... 신기하다

1
2019.08.06

즐겁다 네 글을 읽는게

출근해서 읽고 있는데 위안이 되는 느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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