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8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

걸어서 땅끝마을까지

첫   화 : P.R https://www.dogdrip.net/215926817

이전편 : 7화 https://www.dogdrip.net/218660701

다음편 : 9화 https://www.dogdrip.net/219676498

-------

 

9월 2일

맑음

 

9.2.JPG

(예상 이동거리 28.16km)

 

 

잠을 약간 설쳤다. 찜질방에서 처음 자봐서 아무래도 익숙치가 않았다.

 

토굴에서 잤지만 혹시나 모를 핸드폰이나 키가 도난 당할까봐 약간 조마조마 해서 그런듯 했다.

 

또 새벽이 되니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만약 모포를 빌리지 않았다면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몸을 뜨듯하게 녹이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수정됨_IMG_1132.jpg

(나와서 찍은 사진)

 

오늘은 시작부터 느낌이 쌔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푹 쉰듯 안 쉰듯 애매한 상태였다.

 

특히나 아킬레스건이 정말 너무 아팠다. 다른 생각이 안들고 그저 아프다는 느낌 밖에 안들었으니깐.

 

자세를 바꿔보고 끈 길이도 조정해보고 별짓을 다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수정됨_IMG_1133.jpg

(오늘 대부분은 국도를 타지 않고 시골길과 지방도로를 이용했다.)

 

수정됨_IMG_1134.jpg

(공단에서 만난 댕댕이. 발냄새 맡고 지나갔다.)

 

원주시를 거의 나갈쯤 마지막 주유소에서 팔토시와 모자를 적시기 위해서 사장님께 화장실 좀 쓸 수 없냐고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흔쾌히 사용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아저씨의 아들이 내일 모레 전역인데 나처럼 여행을 다니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언을 부탁하셔서 한 20분정도 대화를 한 것 같다.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피곤하고 힘들거라고 ㅋㅋ;;

 

대화를 마치고 인사를 드린 후에 다시 출발했다.

 

수정됨_IMG_1135.jpg

(대학교 캠퍼스 같아 보였는데 이뻐서 찍음)

 

수정됨_IMG_1136.jpg

(대부분 이런 도로를 걸었다.)

 

수정됨_IMG_1137.jpg

수정됨_IMG_1138.jpg

(사람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 걸은 길은 차량이 대부분 없어서 정신적으론 편했지만, 육체적으론 꽤나 힘들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았고, 산세가 상당했으며 구불 구불거리기 까지 해서 육체적 피로도가 빠르게 쌓여갔다.

 

거의 정상쯤 도착했을 때 모텔이 있었는데, 마침 물이 거의다 떨어져서 모텔에 가서 물을 얻으려고 잠시 들렸다.

 

주인 아저씨께서 여기 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거니깐 수도꼭지에서 그냥 받아서 먹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수돗물을 틀어 내 모자와 팔토시를 적시고 물을 채웠다.

 

아저씨께서 내가 속초부터 여기까지 걸어서 오신것에 대해서 꽤나 놀라셨고, 그와 한편에 아저씨도 과거에 여행 다녔던 추억을 회상하셨다.

 

그러시면서 끝까지 성공하길 기원한다며 응원을 해주셨고 하는 일이 다 잘될거라고 해주셨다. 그러면서 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걷다가 뒤돌았을때 아저씨는 여전히 나를 바라봐 주고 계셨다. 꽤나 먼 거리 였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나를 보며 아저씨 자신의 과거와 추억을 회상하시던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수정됨_IMG_1139.jpg

(주변엔 민가도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이런 건물이 있어서 신기했다. 잠시 앞 벤치에서 쉬다가 출발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정말 많은 폐휴게소를 보았다. 이 지방도로 주변에 국도인지 큰 도로가 또 하나 있는데 대부분 거기로 이동하니 그럴만도 하다.

 

어느순간 갑자기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건강이 나빠졌고, 걷는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산 때문에 그늘이 지고, 아까 적신 옷이 다 마르지 않아서 체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종합감기약을 꺼내서 2알을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 조금 과하게 걸었다.

 

평소와 같지 않게 피로도가 너무 높았고 너무 힘들고 너무 피곤했다. 정말 너무 힘든 날이었다.

 

같은 차량의 버스가 지나갈때마다 얼마나 타고 싶었던지.. 

 

마치 첫날 설악산 등반할 때의 그 느낌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심했다.

 

앞으로 6, 4, 1km 남을 때마다 왜 이렇게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건지 하늘에 원망하기까지 했다.

 

도착하기 전에 한 모텔이 또 있어서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니 하룻밤 묵으려고 들어갔다.

 

하지만 휴업을 하시는 건지 주인분들은 영업 안한다고, 여기말고 산정상에 있는 모텔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하는 수 없이 나와서 다시 목적지로 억지로 걷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때 너무 아프고, 힘들고, 지치고, 외로움이 미칠듯이 사무쳤다.

 

그나마 아까 먹은 감기약이 슬슬 돌기 시작한건지 체온이 조금 높아지고 걸을만 해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귀래면에 도착해서 묵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초입부에 있는 교회에 가서 부탁드려보니 아무래도 외지인이라 바로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계속 걷다가 주민 복지회관이 보이길래 혹시나 싶어서 들어가봤다.

 

다행이 2층 체단실이 문이 열려있어서 여기서 조용히 하룻밤을 묵으려고 깔판을 깔고 잘 준비를 했다.

 

대략 20분 30분 정도 지났을까? 사람의 인적이 없어야할 시간인데, 사람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주변 불을 키면서 사람을 찾는 듯 했다. 그래서 죽은척 조용히 있었는데 경비회사 직원이 와서 날 찾았다.

 

혹시 어떻게 들어왔냐고 말씀하셔서 그냥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왔다고 말을 했다.

 

그러시면서 장비를 보아하니 멀리서 오신것 같은데, 어디서 왔냐고 해서 속초부터 걸어왔다고 말씀 드렸다.

 

자신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자전거가 박살나는 바람에 포기하고 되돌아 왔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모르니깐 자신 상관에게 말해서 혹시 하룻 밤만 묵을 수 있는지 여쭤보겠다고 나가서 전화를 했다.

 

한 10분이 지나고나서 들어와서는 미안하지만 안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외지인이고 경비회사니깐 책임져야 할 부분이니 당연한거라고 말하고 다시 배낭을 싸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서로 여행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짐을 완전히 싸고나서 나갔을때, 번호교환을 했다. 무사히 잘 끝나면 연락 한 번 달라고 하셨다.

 

직원은 문을 잠구고 다시 차량을 타고 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변 초등학교에 텐트를 치고 자려고했다. 대략 8시쯤이어서 정말 어둑해지기 시작했을 쯤이었다.

 

가는 길에 또다른 교회가 보였는데, 아직 불이 켜져 있어서 혹시나 싶어서 한번 부탁 해보기로 했다.

 

거기엔 목사님이 야간 작업을 하고 계신듯 했다. 목사님께 몸이 상당히 안좋아서 어디든 괜찮으니 혹시 하룻밤만 묵을 수 없냐고 여쭤보았다.

 

딱하게 보시더니 밤이 늦기도 했고, 예배당 끝자락에서 묵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시고는 작업을 마치시고 집으로 다시 되돌아 가셨다.

 

나는 다시 침낭을 펴고 잘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어찌 저찌 잘 해낸 것 같다. 또 목사님의 배려 덕분에 그나마 건강을 보존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만 내일은 얼마나 몸이 안좋을지 걱정이다.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약간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

사진이 적은건 아프기 시작하고 나서는 풍경도 안보이고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몸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사진 찍는 행동을 완전히 잊었어요.

 

여행 중 육체적 + 정신적으로 힘든 1위 날이었습니다. 진짜 걷다가 쓰러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였으니깐요.

 

그리고 이날을 계기로 허락 맡지 않고 건물에 들어가서 자는 행동은 더는 안하기로 했습니다. 내 편의를 위해서 남한테 피해주는 건 아닌것 같아서요. 

 

 

9개의 댓글

2019.07.28

꼭 글을 다 읽고 싶어진다.

꾸준히 부탁해

 

글이 정말 재밌어ㅎ

1
2019.07.29

잘 읽고 있습니다~~

1
2019.07.29

응원합니다!

1
2019.07.29
1
2019.07.29

크.... 대단하다 진짜

2
2019.07.30

9화! 9화!

1
[삭제 되었습니다]
2019.07.30
@합리적인개소리

밤엔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그랬음 가져간 장비로는 부족하더라고

0
2019.07.30

햐... 대단하다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374 [기타 지식] 카우치 사건은 정말 인디 음악을 끝장냈는가? 22 프라이먼 14 20 시간 전
1237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1년마다 1명씩 잠을 자다 사망한 가족. 홀로... 2 그그그그 3 1 일 전
12372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6 1 일 전
1237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괴물을 쓰러뜨렸다." 어머니에... 2 그그그그 3 1 일 전
12370 [기타 지식]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칵테일, 브랜디 알렉산더편 - 바... 1 지나가는김개붕 4 2 일 전
12369 [기타 지식]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칵테일 중 하나, 위스키 사워편 - ... 2 지나가는김개붕 3 2 일 전
12368 [기타 지식] 왜 나는 독일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왔는가 26 상온초전도체 10 2 일 전
12367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2 K1A1 12 2 일 전
12366 [기타 지식] 독한 칵테일의 대표, 파우스트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5 지나가는김개붕 2 3 일 전
1236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아무도 듣지 못한 죽음의 비명이 들린 357호실 1 그그그그 6 4 일 전
12364 [기타 지식] 칵테일에도 아메리카노가 있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6 지나가는김개붕 6 5 일 전
12363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6 세기노비추적꾼 13 6 일 전
12362 [과학] 번역)새들은 왜 알을 많이 낳는가? - 후투티의 형제살해 습성... 5 리보솜 3 6 일 전
1236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20년만에 해결된 미제사건 4 그그그그 9 10 일 전
12360 [호러 괴담] [미스테리] 고립된 남극 기지에서 사망한 남성. 근데 무언가 ... 14 그그그그 12 11 일 전
1235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문자를 차단했다고 살인까지? 3 그그그그 5 13 일 전
12358 [기타 지식] 미국은 왜 틱톡을 분쇄하려 하는가? 14 K1A1 29 14 일 전
12357 [기타 지식]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칵테일 마르가리타편 - 바... 7 지나가는김개붕 9 14 일 전
12356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16 일 전
12355 [기묘한 이야기] 일본 멘헤라 아이템에 대해서 알아보자 25 Overwatch 17 16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