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그림 보고 떠오른 잡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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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킴 브테바엘,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펠레우스는 그 자신만 따로 묘사되기 보단 이렇듯 다른 누군가의 들러리로 묘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펠레우스는 그저 그런 남자의 대명사로 기억 된다. 제우스가 그를 허접으로 공인한 사건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런 듯 하다. 아비를 능가하는 아들을 낳을 운명인 테티스를 근심하던 제우스는 "그럼 잘 나봤자 소용 없는 놈이 아버지면 되겠네?"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테티스의 베필로 펠레우스를 택했다. 그 덕에 펠레우스는 못난 놈의 전형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로도 그에 대한 이미지는 한심한 인간으로 굳어져서, 펠레우스라는 인물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술품은 극소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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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하는 펠레우스와 아탈란테가 그려진 도자기. 아녀자한테도 쳐발리는 불쌍맨으로 널리 팔리고 있는 걸 펠레우스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펠레우스는 여자한테 척추가 접힐 정도로 약골이었다. 준족의 여전사 아탈란테와의 레슬링 경기에서 패배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것 말고도 펠레우스의 일생은 불운의 연속인데,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 + 칼리돈의 멧돼지 토벌 + 아마조네스 침공 + 트로이 공성 등에 골고루 참여하는 근성가이였건만, 딱히 두각을 드러내는 결실을 보여주진 않는다. 심지어는 멧돼지 사냥 당시, 엉뚱하게 창을 던지는 바람에 사람을 죽이는 허당끼를 발산한다. 당대 사람들도 그의 딱한 행적을 별 볼 일 없게 여겼던지, 펠레우스라는 이름의 뜻은 "흐리멍텅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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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엔슬리, 펠레우스와 테티스. Rowney & Forster 社에서 모사한 작품이다. 군침 흘리며 바라보는 펠레우스의 눈빛이 그윽하다>

 

그의 업적 중에서 제일 잘 한 일은 단연 결혼이다. 상기한대로 테티스 소생의 아들이 지나치게 유능하면 신왕의 자리를 탐할 수도 있을까 겁난 제우스는, 테티스의 베필을 인간 가운데서 찾기로 했고 그 영예를 펠레우스가 누릴 수 있었다. 다행히 운명의 예언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는 불세출의 영웅으로 지중해를 뒤흔들었다. 뿐만 아니라 손자도 잘 나서 트로이 전쟁의 막바지에 구원 투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펠레우스 본인의 무능함은 여전해서, 말년에 자신이 왕 노릇하던 프티아에서 축출 당해 버렸다. 분노한 네오프톨레모스가 할배의 이름을 걸고 프티아를 침공, 왕위를 그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펠레우스는 시종일관 안습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의 면면은 대단히 화려한데, 그와 인연이 있던 슈퍼 스타 헤라클레스는 물론이고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 멧돼지 토벌팀 등등 지상 세계의 내로라 하는 위인들은 모조리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신부측 집안, 그러니까 올림포스의 신들마저 이 날을 축복하기 위해 모여들어 흡사 만신전(萬神殿)을 방불케 했다. 한 명, 초대 받지 못 한 신이 딱 한 명 있었다는 건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펠레우스가 제우스의 공인대로 "허당" 낙인이 찍힐만한 반푼이였다면, 이 결혼식에 올림포스 주신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은 테티스를 능욕하는 처사 아닐까? 가뜩이나 필멸자에게 시집 가는 것인데다 상대방이 유명한 모질이라면 치욕스러울텐데 떼로 몰려와서 축하를 빙자한 손가락질을 해대면 얼굴이 화끈거릴 것이다. 신들 뿐만 아니라, 펠레우스를 보러 온 당대의 인물들도 반푼이 치고는 너무나 호화롭다. 이들이 한량도 아니고 명성 같은 건 하나도 없는 펠레기를 보러 왔을 리가 있나. 영웅 시대의 명사로서는 석연치 않은 전적 뿐인 펠레우스가 잔치에 만인만신을 초청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인 듯 하다.


테티스와의 결혼식, 펠레우스가 허탕친 전적들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아폴로니우스의 「아르고나우티카」 등이 원전이다. 말하자면 문학 작품들이 출처라는 것이다. 확실히 펠레우스의 삶에 신들이 개입하고, 운명적인 패배나 무력함에 대한 연출이 다분히 서정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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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알마 타데마 경, 호메로스의 낭송회. 일리아스를 읽고 있는 걸까? 젊은이들이 역사와 교훈을 새겨듣고 있다>

 

훨씬 이전 시기에 쓰여진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에우리피데스의 「안드로마케」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름」의 등장인물 "정론"은 "사론"과의 말씨름에서 펠레우스를 언급하는데, 그가 겸손한 처세로 칼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소피스트인 사론자는 논변술을 갈고 닦아 망령되이 혀를 놀리는 자를 경계하는 정론자에 대해 "그럼 댁처럼 팔짱 끼고 앉아서 점잔 빼는 사람들 중에 누가 잘 됐는데?" 라는 말로 공격하는데, 이 때 거론되는 인물이 펠레우스라는 것이다. 펠레우스가 얻은 칼은 후술하겠지만, 단순히 펠레우스가 운이 좋았다는 인상보다는 고결한 그의 인품이 만들어낸 필연적 사건으로 묘사된다.

 

한편, 「안드로마케」에서는 등장인물 "메넬라오스"가 "안드로마케"를 죽이려 하자 "펠레우스"가 등장해 안드로마케를 위해 강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메넬라오스는 스파르타의 바로 그 메넬라오스이고, 안드로마케 또한 트로이의 바로 그 안드로마케이다. 극중에서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는 네오프톨레모스, 그러니까 펠레우스의 손자에게 시집 갔는데, 불행히도 오래도록 자식을 보지 못했다. 이에 헤르미오네와 메넬라오스는 네오프톨레모스가 전리품으로 데려 온 안드로마케의 소행일 것이라 의심하고, 그녀를 박해한다. 펠레우스는 노령이라 기운도 없고, 고작 전리품이었을 뿐인(= 오랑캐 여인인) 안드로마케를 감싸며 메넬라오스에게 호통친다 :

 

"포박을 풀어라, 우매한 놈들아. 몽둥이로 혼쭐을 내버리기 전에. 사악한 핏줄을 타고난 놈아, 네 놈이 그러고도 사내라 할 수 있느냐? 집안에 방탕한 여인을 두고도 트로이인들이 납치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네 놈이 아니었더냐? 알다시피, 스파르타 여인들이 해가 지고도 바깥을 돌아다니며 허벅지를 내놓고 남정내들과 씨름하길 좋아하니, 어찌 정숙하다 할 수 있을까 ! 네 놈과의 약조를 내팽개치고 젊은 남자를 따라간 것도 놀랄 일이 아니지 ! 네가 집안 단속을 그 따위로 해서 수많은 아비들이 아들들을 잃었고, 나 또한 그 중 하나이도다. 내가 손자에게 항상 네 놈 집안을 경계하여 가까이 하지 말라 일렀느니라, 악녀의 딸은 제 어미를 닮는 법이니 ! 그러고도 네 놈은 트로이가 함락되는 그 날, 가증스런 헬레네를 죽여버리긴 커녕 얼싸안고 침실로 들였으니 어찌 가소롭지 않은가 !"

 

메넬라오스가 늙은이는 꺼지시라고 반박했으나, 펠레우스는 지지 않고 다시 열변한다 :

 

"사람들은 군대가 승리하여 돌아오면 정작 고생한 사람들은 나몰라라 하고, 장군들이나 칭송하지. 네 놈 형제들도 수고한 장병들의 덕을 보아 우쭐댈 뿐, 무슨 잘 한 일이 있다고 행세 하느냐? 내 손자 며느리를 놔주고 당장 사라져라 !"

 

이 작품에서 펠레우스는 불과 얼마 전 트로이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주역을 상대로 대단한 패기를 보여준다. 이 정도 패드립과 결례를 당하고도, 메넬라오스는 "가까운 도시에 무슨 일이 생겼대서 일단은 가 봄" 하고는 궁색하게 달아난다. 아리스토파네스와 에우리피데스가 펠레우스를 이렇게 호의적으로 조망하고 간지 터지게 묘사한 것이 오히려 이질적이게 느껴지지 않아?

 

여기서 질문 : 과연 펠레우스의 진짜 모습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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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풍경이 그려진 도자기. 가운데서도 가려진 사람이 펠레우스다. 이 거리에서 저 큰 걸 못 맞혔다고?>

 

나는 아리스토파네스 등보다 후세 사람인 아폴로도로스의 저작 「비블리오테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카이사르를 신격화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제외하고, 학구적인 자세로 신화의 여러 판본을 꼼꼼하게 정리해 둔 아폴로도로스의 저술은 오늘날 고대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는데 최고로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아폴로도로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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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셸 모로, 아이아코스와 텔라몬. 질투심에 사람을 죽여놓고 애원하는 꼴이라니, 사나이의 이름이 울도다>

 

여기서 우리는 펠레우스가 마냥 맹탕이 아니었단 사실을 알아야 한다. 펠레우스는 생애 동안 두 번에 걸쳐 추방형에 처해지는데, 조국 아이기나에서 프티아로 한 번, 프티아에서 이올코스로 또 한 번 쫓겨났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기 힘으로 왕위를 차지하고 영광을 누리는데 성공한다. 이는 펠레우스를 불쌍맨으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모습이다.

 

펠레우스의 친형 텔라몬은 평소부터 특출나게 재주가 뛰어난 배 다른 형제 포코스를 증오해 사고를 가장하여 그를 살해했는데, 펠레우스를 꼬드겨 자신을 거들게 했다. 펠레우스는 포코스의 시신을 은닉하려다 들통났고, 형제는 나란히 추방형에 처해진다.

 

펠레우스가 망명한 나라는 프티아, 훗날 그가 기반을 닦게 될 곳이다. 당시 프티아의 왕자 에우리티온과 친분이 있었던 펠레우스는 그 곳에서 노역하면서 터를 잡고자 한다. 그러나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때 나섰다가 그만 창으로 맞혀 죽인 사람이 에우리티온이었고, 이에 프티아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펠레우스는 프티아의 인근에 위치한 이올코스로 다시 망명해 아카스토스 왕에게 정화를 부탁한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추방 당하는데도, 이렇듯 받아주는 이가 있다는 점에서 펠레우스의 남다른 점이 엿보인다.

 

또한 펠레우스는 의외로 전쟁에 능한 면모가 있었다. 소싯적에 펠레우스가 겪은 전투만 해도 아마조네스와의 싸움, 트로이아 침공, 아르고나우타이 원정 등으로 기라성 같은 영웅들조차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빅 이벤트를 두루 거쳤다. 이올코스에서 아카스토스의 계략에 의해 팽 당해서 분노한 그는 똑같이 정권에 불만 가득하고 계승권도 가진데다 함께 원정대에 참여했던 이아손을 끌어들여 왕국을 전복시키고 임금으로 옹립하는데 성공한다. 내친 김에 이아손으로부터 군대를 지원받은 펠레우스는 그대로 프티아로 진격, 그 곳마저 뒤엎고 자신이 왕위를 찬탈하기까지 한다. 말년에 아카스토스의 자식들이 침략해 왕좌를 빼앗기지만, 전쟁 영웅인 네오프톨레모스와 함께 분투해 자리를 탈환해냈다.

 

그리스 사화집에서는 펠레우스의 무덤을 전혀 엉뚱하게도 알로니소스 섬에 있다고 주장한다. 알로니소스 섬은 위치로 볼 때 이올코스와 가깝다. 즉, 프티아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다시 말해, 프티아의 왕이었던 펠레우스의 영향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루이스 리차드 파넬은 저서 「그리스 영웅 신화와 불멸에 대한 발상(Greek heros cult and ideas of immortality)」에서 한술 더 떠, 알로니소스 섬에서 펠레우스를 기리는 흔적들을 실제로도 포착했다고 기술했다. 즉, 펠레우스는 고향 땅도 아니고 수도에서 떨어진 곳에서조차 오래도록 추앙 받을 정도로 힘 있는 임금이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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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에 새겨진 아카스토스와 펠레우스의 일화. 토끼와 거북 이야기 마냥, 여유롭게 누운 토끼 입장인 아카스토스는 최후에 토끼처럼 곤궁해진다>

 

청동기 그리스의 신화적인 영웅 치고는 모자라게 느껴지는 능력이지만, 펠레우스에게는 인심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프티아 원주민인 미르미돈(Myrmidon)족은 고대의 프티아 왕 미르미돈을 기려 부족명에서도 빠심을 드러낼 정도로 충성스러운 자들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중에는 펠레우스가 거느리는 일족으로 묘사된다. 심지어는 당대 프티아의 왕이던 악토르보다도 펠레우스에게 더 가까운 형세도 보인다. 물론 악토르의 손녀 안티고네가 펠레우스의 아내여서 그렇다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안티고네 사후에도 미르미돈족의 호응은 변함 없었다. 나중에 프티아로부터 내쳐진 펠레우스가 귀환했을 때, 미르미돈족은 그의 심복이 되어 후세까지 충성을 다 바치는 친위 세력으로 거듭난다. 

 

뿐만 아니라 아카스토스와의 일화에서도 펠레우스의 진면목이 엿보인다. 이올코스의 왕 아카스토스가 기껏 망명을 받아주고도 재차 펠레우스를 내치려 했던 것은 어째서일까? 신화 상으로는 그의 아내가 펠레우스를 연모한 나머지 무고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라고 묘사된다. 그러나 서사를 조금만 따라가보면 이야기가 의미심장해진다.

 

아카스토스와 펠레우스가 사냥으로 누가 많이 사냥감을 잡는지 내기를 했더랬다. 자신이 이기면 이를 빌미로 펠레우스를 내쫓을 생각이었는데, 일국의 왕으로서 아카스토스는 신하들을 잔뜩 대동하고 산야의 짐승들 씨를 말려가며 닥치는대로 잡아들인다. 자신이 이길 줄 알고 득의양양한 아카스토스였으나, 웬 걸 실상은 펠레우스 혼자서 잡은 사냥감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 펠레우스의 사냥술이 입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일까? 그보다는 이올코스의 왕보다도 많은 수의 인부를 동원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는 뜻이 아닐까? 엽총으로 사냥하는 오늘날조차도 개 한 마리 동원하지 않는 이상, 사냥에 드는 수고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당시 임금인 아카스토스보다 많은 사냥감을 잡았다는 것은, 몰이꾼이 있던지 대량의 덫을 놔줄 사람이 있던지 엽꾼이 더 있었던지 했을 것이란 말이 된다. 그렇다면 아카스토스의 위기감은 전율할 정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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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론과 펠레우스, 그리고 어린 아킬레우스. 그릇 표면의 그림을 모사했다. 이 아이는 자라서 영웅시대의 종말을 초래합니다>

 

펠레우스를 곱게 볼 수 없었던 아카스토스는 연회를 열어 그에게 잔뜩 술을 먹인 다음, 켄타우로스가 득실대는 숲으로 데려가 무기도 없이 버려두었다. 다행히도 펠레우스가 만난 켄타우로스는 현자 케이론. 펠레우스는 케이론의 도움으로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의 인연으로 아킬레우스에게 영웅 수업을 베풀 수 있었던 펠레우스는 자식을 범 같은 용사로 길러냈다.

 

앞서 「구름」에서 언급한, 펠레우스가 얻은 칼이란 바로 이 때 케이론이 전해준 무구를 의미한다. 펠레우스가 사특한 마음 없이 살아온 덕으로, 케이론이 훗날 그의 이름이 크게 되리란 것을 꿰뚫어보고 봉변에서 건져주었다는 뜻이다. 케이론과의 조우는 평범한 그리스인이 비범한 영웅으로 각성하는 관문 같은 이벤트이므로,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펠레우스는 일신의 용맹이나 특이한 권능이 있었다기보단 인싸력이 만렙인 사람이었다는 게 내 주장이다. 부랑배 신세인 펠레우스가 터를 잡고, 전쟁을 수행하고, 자신만의 왕국도 가질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그 자신의 인덕이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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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오레스테스와 에리니에스. 정의가 피를 원하고, 죄인은 괴로워 한다>

 

신화 상의 묘사로 볼 때, 펠레우스의 일생을 관통하는 테마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바로 속죄 :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감을 뜻한다. 펠레우스가 부왕 아이아코스와 조국 아이기나를 떠나게 된 원인은 이복 동생에 대한 살인죄를 저지른 데서 비롯한다. 그는 프티아에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에 대한 죗값을 대속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운명이 창끝을 흐뜨려 놓았고, 멧돼지 사냥에서의 죄로 쫓겨난 펠레우스는 아카스토스 왕의 비호 아래서 또 다시 속죄를 청한다. 

 

테티스와의 혼례 이후로도 펠레우스와 속죄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몸으로 여신을 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의 운명은 야속하게만 군다. 테티스와의 사이에서 여섯 아들, 딸을 낳지만 족족이 죽어버리고 겨우 하나 얻은 것이 아킬레우스였던 것이다. 직후 테티스는 부군을 떠나가고, 펠레우스는 오래도록 홀아비 노릇을 하면서 속죄가 이어진다. 훗날 외아들도 죽고, 자신은 본인의 업보로 인해 아카스토스의 아들들에게 왕위를 강탈 당하는 수모까지 겪으니, 참으로 반성할 일이 많은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대중들이 펠레우스를 불쌍맨으로 기억하는 근본 원인은 바로 펠레우스가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펠레우스는 항상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거나 경계 바깥으로 벗어나 있는 형태로 등장하는데, 신화 전반에 걸쳐 주인공인 펠레우스가 주도하는 일은 손에 꼽힌다. 운명 앞에 무력한 한 인간에 대한 드라마가 그 안에 있다. 펠레우스의 몸을 빌어, 인간이 운명에게 취해야 할 합당한 태도 : 즉 자신의 업이라 여기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지에 대한 은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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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닌 파벨 와그너, 헤라클레스와 케르베로스. 용자불구(勇者不懼)랬던가, 그야말로 거침없이 당당한 풍모를 하고있다>

 

둘째는 의아하겠지만, 헤라클레스 : 그리스의 대영웅과 닮은 인생의 결을 뜻한다. 펠레우스와 주변인들은 헤라클레스와의 접점이 많다. 우선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포세이돈, 아폴론과 함께 트로이의 성벽을 쌓았고, 그 성벽을 타넘어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든 사람이 헤라클레스와 텔라몬, 그리고 펠레우스이다. 또한 헤라클레스가 과업 때문에 아마조네스를 쳐야 했을 적에도 펠레우스가 동행했다. 영웅들이 한 번쯤은 거쳐간다는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에 헤라클레스가 참가했듯이, 펠레우스도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같이 몰려다녔다거나 일면식이 있다거나 한 수준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펠레우스와 헤라클레스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 두 사람 모두 첫 아내를 잃어야만 했다. 헤라클레스는 본인의 광증으로, 펠레우스는 본인의 처신으로 인해 아내와 사별했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얻는 후처가 여신이라는 부분도 비슷하다. 두 사람이 케이론 밑에서 영웅의 자질을 수학한 동문 사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펠레우스가 여러 번 전쟁을 수행했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아시다시피 헤라클레스는 젊은 시절 여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고, 가는 곳마다 점령에 성공한 정복자였다. 펠레우스도 이올코스 공략전에서 능력을 발휘했고, 프티아까지 자기 손으로 차지한 정복자다. 어찌보면 헤라클레스와 마찬가지로, 펠레우스도 맨주먹으로 시작해 끝내 자기 힘으로 영광을 거머쥐는 자수성가 유형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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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하는 헤라클레스와 네레우스가 그려진 킬릭스(Kylix). 네레우스는 테티스의 아버지다. 바다 신들은 모두 변신술이 특기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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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레니, 아켈로오스를 꺾는 헤라클레스. 표정이 심드렁한 걸 보니 손쉬운 상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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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를 사로잡는 펠레우스가 그려진 접시. 테티스는 야수로 변신하며 격렬히 저항했고, 펠레우스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부분은 펠레우스와 헤라클레스가 신을 상대로 싸워 승리했다는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원로 해신(海神) 네레우스에게 황금사과가 있는 곳을 캐묻다가 답변을 듣지 못하자, 완력으로 그를 제압했다고 한다. 보다 직접적인 일화로 데이아네이라를 향한 청혼 권한을 놓고 서로 경쟁할 적에, 헤라클레스는 아켈로오스와 씨름해 그를 조르기 한 판으로 이겼다. 한편 테티스를 향한 구혼 과정에서, 펠레우스는 놀라 달아나려는 테티스가 사자며 바다뱀이며 사나운 맹수들로 변신했을 때도 끝끝내 놓지 않고 그녀를 조르기 한 판으로 이겼다. 이것은 신을 향한 불경을 큰 문제로 여긴 당대 그리스인들에게서 신한테 손찌검을 하고도 욕을 먹지 않는 드문 사례이자, 싸움의 명분과 구도가 흡사한 걸로 볼 때 펠레우스 신화와 헤라클레스 신화 간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펠레우스 신화에는 서로 다른 두 서술 경향성이 드러난다. 둘을 순서에 상관없이 분류해 보면, 명백히 반대되는 의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펠레우스의 죄과와 뉘우침에 초점을 맞춘 서술은 보통 사람의, 운명에 대한 보통의 반응을 강조함으로써 펠레우스를 평범한 인간으로 표현하고 희화화했다. 마치 그는 좀 덜 떨어지고 재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러나 헤라클레스와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춘 서술은 천하 제일의 영웅과 펠레우스의 삶을 집요하게 끼워맞춰서 펠레우스를 찬양하고 있다. 신화가 드문드문 보여주는 펠레우스의 번뜩이는 면모들은 그가 헤라클레스와 견줄만큼 대영웅의 자질을 갖췄다고 호소하는 듯 하다. 이는 서로 다른 서술 주체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펠레우스 이야기를 신화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경향성이 분화된 것이라 보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쓰여진 것 같지는 않은데, 후자 쪽의 흔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내 말은, 펠레우스를 까내리려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원전을 덮어버린 것 같단 말이지.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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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도. 파란 원이 아테네, 빨간 원이 아이기나, 검은 원이 프티아의 위치이다>

 

왜냐면 펠레우스가 아이기나 출신이기 때문이다. 아테네와 아이기나는 서로 지척 간에 있다(약 40km 가량). 아이기나로 말할 것 같으면 비록 조그마한 섬나라였지만, 위치도 중개무역(이라 쓰고 노략질이라 읽는) 하기 딱 좋은 데 있고 항해술에 뛰어나 이집트, 흑해 연안까지 진출한 해상 강국이었다. 아이기나는 그리스 세계에서 최초로 화폐를 유통시킬만큼 부유했고, 해군까지 막강해 아테네와 패권을 두고 다퉜다고 한다. 

 

아이기나의 강성함은 신화적인 찬양에서도 잘 드러난다 : 아이기나의 전설적인 왕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공명정대함으로 유명해 죽어서도 저승의 판관이 된다. 당연히 그의 두 아들인 텔라몬과 펠레우스도 제우스의 자손들이며, 각각 살라미스와 프티아를 다스리는 왕이 된다. 그리고 텔라몬의 아들 大 아이아스는 아키이아 연합군의 대들보요,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는 당대 최강의 사나이로 이름 날리게 된다. 이러한 찬사는 당연히 강력한 왕조에 대한 헌사로, 페르세우스 가계인 미케네와 스파르타 등 고대 그리스의 성골들은 다 갖고 있는 신화적 특징이다.

 

위세가 등등한 아이기나를 코앞에 두고 아테네가 가만 있을 리가 없지. 아테네는 항상 아이기나를 경계해서, 페르시아 전쟁 때 자신들을 지원했던 아이기나를 종전 이후 바로 통수쳐서 박살 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도 스파르타 편을 들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아이기나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시켰을 정도다. 기원전 5세기 이후에야 겨우 아이기나를 제압할 수 있었던 아테네는 그 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콤플렉스를 해소하려 했을 것이다. 적국 왕조를 소재로 비극 쓰기가 그것이다. 

 

1280px-Mack,_Ludwig,_Die_Unterwelt,_mitte.jpg

<루드윅 맥, 미노스, 아이아코스, 그리고 라다만티스. 저승의 세 판관들 중 아이아코스가 으뜸이다>

 

그렇다고 아이기나의 국부 아이아코스를 건드리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아이아코스의 위상은 그리스에서 넘사벽인데 「일리아스」에서 아카이아 연합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가 아이아코스 성상(聖像)을 모셔오는 행사였고, 아테네조차도 아이아코스를 위한 신전을 지었을 정도다. 지옥에 가면 만나야 될 사람 중 한 명으로 기려졌다고까지 하니, 아이아코스를 섣불리 건드리는 짓은 위험했겠지. 따라서 아이아코스보다 끗발 떨어지는 아이기나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겠는데, 아테네 입장에서 가장 만만한 게 펠레우스가 아니었나 한다. 그도 그럴 게, 펠레우스에 대한 비문이나 유물이 아이기나 섬에 남아있지 않다. 이는 풍화되거나 유실되는 등의 이유로 사라진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아이기나에서 펠레우스를 찬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포코스의 시체를 은닉하려다 적발되었다는 신화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펠레우스는 왕족이지만 중죄를 저지른 죄인이므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기원전 4세기 말기쯤 활동하던 작가들( =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에게선 펠레우스에 대해 호의적인 서술을 살펴볼 수 있고, 아테네와 아이기나의 패권이 역전된 이후에 활동하던 작가들( = 오비디우스, 아폴로니우스)에게선 펠레우스를 떨거지 취급하는 서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전자는 펠레우스가 아이아코스의 아들인 부분에 주목해, 의롭고 영웅적인 양 포장했고 후자는 갈대처럼 운명 앞에 휘둘리는 한 인간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후대에 좀 더 널리 퍼진 버전이 바로 아테네가 종주하던 시절에 쓰여진 이야기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어쩌면 펠레우스 또한 청동기 남성상에 부합하는, 폭력적이고 거친 남자 아니었을까? 그를 찬미하는 신화에서 사냥, 전쟁 같은 키워드가 따라붙는 것으로 볼 때 펠레우스를 마냥 핫바지저고리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텔라몬과 그 아들인 大 아이아스, 펠레우스 자신의 아들인 아킬레우스 등 아이아코스 가문 사람들이 잘 싸운다는 것은 여러 신화에서 검증된다. 그러나 평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 대중들에게 널리 퍼진 인상을 되돌리기는 어려우니 애석한 일이다.

 

이 글에도 문제가 많지만, 대략 다섯 가지 문제가 있다 :

 

1. 어디까지나 신화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 신화를 취사 선택한 것과 취사 해석한 문제로 진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2. 펠레우스의 하객들은 허구이다 - 테티스와의 결혼식은 드라마틱한 장면이긴 하나, 허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신과의 결혼이라니 ! 게다가 그 자리에 축하해 주러 온 존재들 또한 영웅과 신들이라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트로이 전쟁이라는 사건을 촉발한 원인을 궁리하던 사람들이 트로이 전쟁이라는 결말로부터 거꾸로 유추하는 식으로 뇌절을 덧붙이다보니, 펠레우스의 결혼식 이야기까지 "창조"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이것이 맞다면, 펠레우스가 딱히 영웅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애초부터 그에게 명성이 있어 사람과 신들을 불러모을 만한 위상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3. 작가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다 - 로마인 베르길리우스가 소외받는 등장인물 아이네이아스를 갖고 순정마초 로마인의 표상을 창조해냈듯이, 단순히 아리스토파네스와 에우리피데스가 펠레우스를 좋게 보고 극 중 장치화 한 것일 수도 있다. 즉, 펠레우스 본인은 실제로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았지만 이들 손에 의해 재해석되었을 여지도 있는 것이다.

4. 헤라클레스랑 비비는 건 에바다 - 당시에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과도 같았던 것은 어쩔 수 없었으니, 첫 아내와 사별한 게 결정적인 공통점으로 인식되어선 안 될 것 같다. 헤라클레스와 같이 붙어다녔다거나 그와 동문수학했다는 표현 역시, 펠레우스의 추종자나 본인이 후대에 덧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는 것이나 신과 한 판 해서 이겼으니 닮았다는 말도 어색해 보인다. 그냥 펠레우스의 자기 PR이었을지도?

5. 증거가 부족하다 - 신화에 기반한 뇌피셜이다보니 이렇다 할 증빙 자료는 없다. 위의 네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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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낭비하게 해서 미안

 

16개의 댓글

2019.09.15

트로이 전쟁 -> 헬레네 -> 세 여신 -> 황금사과 -> 펠레우스 결혼식까지 거꾸로 지어냈다는 얘기도 재밌네요 인싸맨 펠레우스 ㄷ ㄷㄷ 글 잘 읽었어요

1
2019.09.15
@재롱이
1
@재롱이

그리고 하필이면 펠레우스라는 인물을 나비효과의 최첨두에 안배한 것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도 유추해 볼 수 있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

1

왜 저 시대 화가들은 여자들 젖을 꼭 수술한 후카다 에이미 젖마냥 완벽한 구로 묘사했을까?

1
2019.09.15
@그럼나는아이언맨이다

댓글보고 본문 실컷읽은거 뭐읽은건지 다까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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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나는아이언맨이다

... 자연산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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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나는아이언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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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5

이게 그냥 떠오르는 잡념이라고?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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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밥

다른 글도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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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선생님, 죄송한데 혹시 뭐하시는 분인지 여쭤봐도...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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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볶음탕

취미로 그리스 신화를 읽는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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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레우스는 테티스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해양신이야. 헤라클레스와 펠레우스가 각각 아버지와 딸을 상대로 레슬링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묘한 공통점이지 :)

0
2019.09.19

오랜만에 잘 보고 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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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미니엄

고맙습니다. 소재가 점점 떨어지는데, 다음엔 또 언제 찾아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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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읽판에 어울리는 잼나는 글이었다 ㅊㅊ머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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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gloss

고마워, 다른 글들도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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