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20세기 미국과 베트남의 첫 만남

9b233385791bf1982fe1f1ed13ea2ae4.jpg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1월 11일,

 

미육군 항공대 제51 전투비행단 26비행대대 소속  루돌프 쇼(Rudolph C. Shaw) 중위는 P-51B 머스탱(기체번호 43-25244)을 몰고 동료들과 함께 중국 난닝시의 일본군 시설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 후 귀환중이었다. 쇼의 기체는 대공포에 피격된 탓인지 연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지만 결국 엔진이 꺼졌고, 정글속으로 추락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쇼가 실종됐다고 적혔다.(USAF MACR 10632)

낙하산 탈출에 성공한 쇼는 정글 한복판에 남겨졌다. 그는 지도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봤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아마도 중국 남부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L'Indochine française) 북부 사이라고 생각됐다. 인도차이나는 당시 일본군이 점령한 상태였고, 행정을 담당하던 비시 프랑스 식민정부도 연합군 포로에게 좋은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노이 병원의 프랑스인 의사가 잡혀온 연합군 파일럿들을 고문했다는 기록이 존재함.)

 

 

 

 

 

 

df0774775181f380e20130140e2fe89d.jpg

8c20c4c1d4f3e5155690639f06ec7df9.jpg

baa9178e58b54c2bb9318bbf960e7b29.jpg

 


그러던 중에 정글을 헤집고 현지인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중 일부는 총을 들고 있었고 복장은 평범한 농민이었다

 

쇼는 등짝에 붙은 블러드 칫(blood chit)을 보여주며 자신이 연합군 파일럿이라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글씨를 읽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쇼를 정중하게 대우하며 어디론가 데려갔다.

 

 

 

 

 

 

 

dfd4c62e036c2de94fd925baf74077ed.jpg

 


현지인들은 쇼를 데리고 끝도 없이 이어진 산길을 며칠 동안 걸었다. 쇼는 손짓 발짓 다해가며 도대체 어디로 가는거냐고 물었으나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을 걸었을 무렵, 쇼는 마침내 그들의 대장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빼빼 마르고 수수한 옷차림에 긴 수염을 가진 노인이었다. 노인은 쇼를 보자마자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75323967cf2763945298fd1d6b374f15.png

 

'안녕하시오? 어디서 오셨소?'

 

 

 

 

일주일만에 듣는 모국어에 쇼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 노인을 꽉 끌어안았다. 마치 고향 집의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었다.

쇼는 이곳이 인도차이나 북부이고, 그를 구해준 이들이 베트민(Viet Minh)라는 무장단체라는 설명을 들었다. 노인은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쇼는 노인에게 자신을 중국 남부에 있는 미군기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노인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승낙했다.

 

 

 

 

 

 

74f5acc882ec47c063d439c7b2fe796d.jpg

3edcbd3ca971f832c625bffd822dd8d5.jpg


쇼는 베트민들의 도움을 받아 국경을 넘어 미군이 주둔한 쿤밍 비행장까지 갈 수 있었다. 기지에 도착하여 귀환을 보고한 쇼는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노인은 미군 장교들을 만나 자신들이 공산주의 계열 무장단체이며, 연합군과 공조하여 베트남에서 일본군을 몰아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허나 미군들은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듣더니 안색이 변하더니 노인과 베트민들을 본체만체 했다. 그리고 쇼의 수속을 순식간에 처리하고선 바로 다음 비행기에 태워 보내버렸다. 쇼는 노인에게 작별인사조차 못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미군은 노인과 베트민 대원들에게 '이제 볼 일 끝났으면 기지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인은 미국인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왔던 길을 돌아 터덜터덜 돌아갔다. 그들은 그저 미군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들어준 것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아보였다.

 

 

 

 

 

 

 

a519d5d30274efab07175ba499e1a4f7.jpeg

 

 

이후 수개월이 지나 1945년 중순, 미국은 전략 사무국(OSS) 소속 아르키메데스 패티(Archimedes Patti) 요원을 보내 베트민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들은 뒤늦게서야 베트민이 우호적 조직이라고 판단했고, 낙하산으로 무기와 무전기를 투하해주었다. 이후 베트민 대원들은 OSS의 게릴라전 교육을 받으며 현지에 추락한 연합군 파일럿을 구조하는 임무와 일본군 기지에 대한 소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한번은 노인이 풍토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선 미국에서 의약품을 공수해 보내주어 노인의 생명을 구했다. 두 단체의 협력은 몇개월 지나지 않아 전쟁이 끝나면서 자연스레 끊겼다.  

 

 

 

 

 

 

 

7596eb570a30c1375a48a30a6dc11bcd.jpeg

 


루돌프 쇼 중위를 구해준 노인은 훗날 북베트남 민주공화국의 국부가 된 호치민(Ho Chi Minh)이었다.

 

호치민은 일본이 항복한 뒤 다시 돌아온 프랑스 식민정부를 상대로 무력투쟁을 이어갔다. 미국은 프랑스와 동맹이었기 때문에 호치민과 베트민을 적으로 규정했다. 호치민은 여러방법을 통해 백악관에 "우린 당신들과 적인 아닌 친구가 되고 싶다" 친서를 보냈으나, 결국 전부 묵살 당했다고 한다. 호치민은 차선책으로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중공에게 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가 이끈 베트민은 훗날 북베트남 인민공화국의 전신이 됐다.

 

 

OSS에게서 정글 게릴라전 전술을 배운 베트민 대원들은 훗날 1차 인도차이나전쟁, 그리고 더 나아가 베트남전쟁에서 북베트남 장교, 장군으로 활약했다. 미국은 이후 몇십년 동안 자신들이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사실을 부정해야만 했다.

 

 

 

 

 

 

 

 

 

9d0d4662ede3d462a125ebc2a31414c0.jpg

 

 

 

호치민과 베트민에게 구조된 루돌프 쇼는 이후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며, 고향인 네바다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살았다. 그는 1944년 11월의 일을 절대 잊지 않았고 이때의 일을 일기로 남겼다. (출판은 안했다고 함.) 하지만 이후 반공정서와 베트남 전쟁으로 두 국가의 사이가 극악으로 치달아 그는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쿤밍으로 향하던 중 찍은 사진 1장, 호치민이 직접 서명한 빨간색 신분보장 카드와 그가 자신에게 준 편지 한장을 고이 간직했다.

 

이 물건들은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의 국교가 재개 됐을 때 다시 세상에 공개됐다. 양측 정부는 이 일화를 들먹이며 우리들의 첫 만남은 매우 신사적이고 인류애가 넘쳤다고 주장했다. 2014년 이 서류들이 소더비 경매에 나오자, 베트남 외교부는 34375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이 서류들을 매입했다.

 

현재 이 서류들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관중이다.

 

 

 

68개의 댓글

2021.06.16

꼰대 병신의 국가 미국;;

4
2021.06.16
@스파이럴

저렇게 해서 날려먹은 나라 존나많다

9
2021.06.16
@년째 숙성주

미국 국기의 별 숫자가 날려먹은 국가 숫자라는 밈도 잇잖아ㅋㅋ

0
2021.06.16
@스파이럴

냉전기 미국 특히 cia가 삽질한게 꽤 많지

5
2021.06.16
@극초음속벤젠

랭전.... 남미.... cia....

0
2021.06.16
@스파이럴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도 병신짓 존나 많이 함

1
2021.06.16
@묘드립

가장 성공한 병신이라 지구일짱먹...

0
2021.06.16
@스파이럴

공산주의 하면 부들부들대며 경계해댔지

0

호치민을 잘만 구슬렸으면 친미 베트남 국가 되는건데

0
2021.06.16
@해해피까까주까

그렇게 안했기에 반미샌드위치 만든거 아닐까 껄껄껄

6
2021.06.16
@kasdfas

그덕에 맛있는 반미 샌드위치를 먹울 수 잇게댓꾼뇨

0
2021.06.16
@kasdfas

친미샌드위치도 맛있을 거 같아

0
2021.06.16
@kasdfas

반미 샌드위치가 그 뜻이었구나...

0
2021.06.16

냉전시절 논리로는 공산주의 국가라도 친미성향 가질수 있다는걸 이해조차 못했지

 

저게 가능하단걸 알게된게 중월전쟁이랑 중소 국경분쟁을 거치고 나서야였음ㅋㅋ

10
2021.06.16
@극초음속벤젠

근데 그 후가 키신저

0
2021.06.16
@년째 숙성주

키신저가 그래서 중국이랑 수교해서 소련 견제했지

0
2021.06.16
@극초음속벤젠

워겜 미션 용 vs 곰 이 생각나네

0
2021.06.16
@참피학박사

그게 중소 국경분쟁이 확전된 대체역사 시나리오임ㅋㅋ

0
2021.06.16

카스트로도 어렸을때 미국 대통령한테 편지 보냈다던데 ㅋㅋㅋ

0
2021.06.16

꿀잼이네

OSS면 저당시 한국광복군의 공습도 돕고있었겠구만

2
2021.06.16
@회담

폴란드 출신 oss대위는 울펜슈타인으로감

0
@회담

국내진공작전! 원자폭탄! 항복! 무산!

0
2021.06.16

결국 영어잘하면 되는거냐?

0
2021.06.16
@헌드레드

지금도 그럼

1
2021.06.16

15명의 힘이 모여 개드립을 간드앗!!!

0
2021.06.16

프랑스의사가 왜 연합군을 고문함? 유럽참깨라 또라이짓한거야?

0
2021.06.16
@underdog

식민지 베트남의 프랑스인들은 비시 프랑스 소속이니까 추축국임

2
2021.06.16
@underdog

으따 비스 프랑스는 나치랑 한 팀 아닝교

0
2021.06.16
@underdog

비시 프랑스는 나치독일의 프랑스 괴뢰 정부

한국으로 치면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부가 비유에 맞을려나?

0
2021.06.16
@underdog

프랑스가 식민통치 하던 프랑스, 캄보디아를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처먹음.

완전히 처먹진 않고 프랑스 총독부를 유지는 하되 실질적 결정은 일본이 지시함.

첨엔 일부지역이었지만 전쟁 후반기엔 프랑스 식민지 전체가 일본의 배후 통치를 받게됨. 저항하는 프랑스군은 무력으로 제압ㅇㅇ

동남아시아의 프랑스 총독부는 비시프랑스편이라 일본에 적극적으로 대항할 의지도, 실력도 없었음

0
2021.06.16

아무리봐도 레이건 이새끼는 똥만 사째기는 새끼인거같음 레이건때도 남미 ㅈ되고 뭐한거있음?

2
2021.06.16
@악마잡초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

0
2021.06.16
@악마잡초

그리고 저 시절 미국 대통령은 루스벨트임

1
2021.06.16
@악마잡초

스타워즈 계획 블러핑 치면서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소련경제에 군사비 추가로 자빠지게 한거?

0
2021.06.16

와 존나재밌다 이거 처음봄

0
2021.06.16

아프간 베트남 또 어딨냐 미국이 키운 호랑이새끼

0
2021.06.16
@폰노이만

아프간이 호랑이는 아니지 반미감정을 만든걸 이야기하는거라면 남미에도 있고 아랍에도 많고 ㅋ

2
2021.06.16
@폰노이만

캘로그 캐릭터가 되었다

0
2021.06.16

미국 병크도 존나많았지

0
2021.06.16

저때 정말 메카시즘땜에 병신같은 일이 많았지

0
2021.06.16
@밀덕

매카시즘은 저때 없었고 1950년대부터 시작된거임.

0
2021.06.16
@CAMO

그네 메카시즘이라고 딱 자르긴 그런데

1940년대부터 자본주의 위기감,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피어올라오긴 했었음

1
2021.06.16
@밀덕

'매'카시임

0
2021.06.16
@CAMO

아왜그랭 ㅠㅠ

0
2021.06.16
@밀덕
0
2021.06.16
@CAMO

0
2021.06.16

호치민 간지 터지네;

1
2021.06.16
@세류동히드라

일찍부터 유학물 먹은 사람이라 저 중에서도 이미 쌉레전드

2
2021.06.16

막상 베트남 가보면 빨간 느낌은 없지 ㅋㅋㅋ 특히 남부는 걍 자본주의 버튼 맛집임

0
2021.06.16

미국이 조금만 더 넓게 생각 했으면, 동남아 정세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

중국 견제 수단도 더 넓어졌을거고...

2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본 민희진 기자회견 후기 39 동탄수도이전위원회 46 15 분 전
아빠뻘 아저씨에게 전여친 뺏긴 남자 32 gsfdrntjklgh 36 35 분 전
닌텐도 스위치하는 기안84 11 착한생각올바른생각 24 36 분 전
싱글벙글 찐따랑 씹덕의 차이.jpg 8 덕천가강 23 43 분 전
일본🇯🇵 자민당 보궐선거 참패… 기시다 총리 ... 29 nesy 25 43 분 전
눈물의 여왕 마지막화 결말(강스포) 48 붕따기 32 1 시간 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많은 이유 뭐인거같음?? 77 등급추천요정여름이 39 1 시간 전
헬스장에서 드래곤볼을 틀었더니.mp4 19 LG벨벳 37 1 시간 전
독일의 절망적인 철도 환경...jpg 41 뭉탱이 40 1 시간 전
ㅆㄷ) 게임에서 호감도 max 동료가 받는 취급 22 미코다니에 57 1 시간 전
뉴진스 <버블검> 작업자가 인스타에 올린....민희진 평... 25 콜라한잔시원하게 42 1 시간 전
약스압) 신은 존재하는가? 49 이오니아 37 1 시간 전
알리·테무 공습에 맞불🔥…G마켓, 1000억 쏜다 46 nesy 34 1 시간 전
서울,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jpg 84 뭉탱이 63 1 시간 전
🍆ㅇㅎ)아스톨포 코스어를 알아보자 29 승과 31 1 시간 전
훌쩍훌쩍 요즘 부정되는 상식들.jpg 108 덕천가강 54 1 시간 전
184명 성폭행한 이중구의 수 많은 범행 중 하나 .jpg 31 방구를그냥 42 1 시간 전
김준호가 필리핀 여행 가면 안 되는 이유 17 방구를그냥 64 1 시간 전
어제 SNL 지예은ㅋㅋㅋㅋㅋㅋㅋㅋ 31 방구를그냥 71 1 시간 전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33 ghoooost 49 1 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