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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MB,고전,스압) 디시인의 부러진 나비 날개 수술기

6.jpg

 

엊그저께 공원에서 나비 주웠다는 곤붕이다.

야외에서 나비를 관찰하다 보면 날개가 부러지거나 찢어져서

더이상 날지 못하고 죽어가는 나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텐데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것도 물론 자연의 섭리이긴 하다만

살리고자 하면 살리지 못할 이유도 없기에

이렇게 나비 날개 고치는 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나비의 날개가 망가졌다함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날개 일부가 부러진 경우

2. 날개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경우

3. 선천적 기형이나 우화 실패로 날개가 말려들어간 경우

 

오늘 소개할 방법은 1의 경우를 고치는 것으로

2와 3의 경우는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그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01.jpg

환자와 막 조우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한 시민공원을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잔디밭 위에서

주황색의 무언가가 팔딱 거리고 있길래 뭐지 해서 봤더니 환자였다.

해당종은 암끝검은표범나비(Argyreus hyperbius)로

성적이형(Sexual dimorphism)이 크게 나타나는 종 중 하나인데,

이로 말미암아 볼 때, 환자는 암컷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본인이 해당 공원에서 몇 주 동안 관찰해본 바로는,

이곳에서 마주치는 암끝검은표범나비의 수컷과 암컷의 성비는 거의 8:2에 가까워서

해당 개체를 무사히 살려낸다면

이 공원의 암끝검은표범나비 개체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2.jpg

 

환자를 갓 포획했을 때의 모습이다.

무의미한 날갯짓을 하느라 상당히 지쳐 있다.

영상을 재생하면 들을 수 있겠지만, 주변에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나비의 날개가 망가지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날개 비늘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점으로 봤을 때

누군가 해당 개체를 잡아서 가지고 놀다가 이런 사단이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ㅈ간이 미안해 ㅠㅠ

 

3.jpg

수술을 위해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마시던 아이스티를 원샷 때리고 그 안에 환자를 모신 모습.

임시방편으로 이런 플라스틱컵에 환자를 담았지만 사실 이런 용기에 나비를 담아두면

흥분한 나비가 용기 내부에서 날갯짓을 하다가 날개가 용기벽에 부딪혀

날개를 더 찢어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닥 바람직하진 않다.

 

4.jpg

그래서 작은 지퍼백을 구해다 다시 환자를 담았다.

이렇게 지퍼백에 나비를 담아둔다면 날갯짓을 하다가

날개를 더 찢어먹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수술을 시작해보자.

 

5.jpg

수술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카드보드지

헌수건

베이비파우더(기타 입자가 고운 파우더류로 대체 가능)

순간접착제

굵은 철사(두꺼운 비닐 피막이 있는/세탁소 옷걸이로 대체 가능)

나무 이쑤시개

면봉

핀셋

 

6.jpg

환자의 모습.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나비답게 다리가 네 개 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퇴화된 작은 앞다리 한 쌍을 볼 수 있다.

 

7.jpg

환부를 자세히 찍어본 모습.

10mm 정도로 크게 찢어져 있었다.

 

 

8.jpg

 

곤충의 날개에 있어서, 시맥(翅脈)은 날개를 지지하고 보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맥에 손상을 입은 곤충은 비행능력이 떨어지거나 사라지고 만다.

 

경험해본 바로는 나비들은 대개 앞날개 전연(앞가장자리, costa)에 위치한

아전연맥(subcosta vein)과 중실 상부를 감싼 경맥(radial vein)에

손상을 입으면 비행능력을 상실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비행 시 해당 부위에 부하가 가장 크게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쪽의 그림은 환자의 환부를 표시해본 것이다.

해당 그림은 수술 이후에 그려진 그림이며 한국나비시맥도감(손상규著)을 보고 그린 것이다.

 

 

9.jpg

환부를 충분히 덮을 수 있는 크기로 카드보드지를 제단하자. 

 

 

10.jpg

미리 카드보드지를 제단해놔야 수술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환자가 받게 될 부담 또한 줄일 수 있게 된다.

 

 

11.jpg

수술 직전 환자의 모습. 

 

 

12.jpg

헌수건을 두툼하게 포갠 후

그 위에 환자를 올려놓고

굵은 철사로 사진과 같이 환자의 몸을 고정하고

환자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무게의 사물

(본인은 수정테이프를 이용했다)을 철사 위에 올려 환자를 제압한다.

 

헌수건을 깔아둠으로써 환자가 철사의 하중을 완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개에 접착제를 바를 때 혹시나 접착제가 새서 날개와 붙게 되더라도

다른 물질에 비해 쉽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헌수건을 사용한다.

 

환자를 고정할 때 환자의 다리가 꺾여있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무렇게나 대충 고정하고 수술해서 날개를 고쳐내도 다리가 부러져서

날개ㅂ ㅅ에서 다리ㅂ ㅅ으로 환부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날개와 뒷날개가 겹쳐있지 않도록 날개를 제대로 펴놓고 수술하도록 하자.

접착제 때문에 앞날개와 뒷날개가 붙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3.jpg

접착제를 붙이기 전에 날개를 정렬하자.

환자의 머리 위에 검은 종이 쪼가리를 올려둔 건

고인, 아니 고충(故蟲)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상이 아니다.

이렇게 환자의 시야를 어둡게 하면 구속된 환자가 안정감을 느껴

덜 발악해서 수술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14.jpg

나무 이쑤시개에 접착제를 발라 날개에 접착제를 도포하자.

나무 이쑤시개를 쓰는 까닭은 우선 표면적이 작고,

소재 특성상 접착제가 발라져 있어도 나비 날개와 덜 달라붙기 때문이다.

 

 

15.jpg

그리고 재단해놓은 카드보드지를 붙이자.

한 번 올리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작업해야 한다.

 

 

16.jpg

카드보드지를 살짝 눌러 접착제가 카드보드지 부착면 전체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자. 

 

 

17.jpg

접착제가 마를 시간을 충분히 두고 나서

수술 부위에 베이비파우더를 도포한다.

 

 

18.jpg

혹시나마 접착제가 덜 굳어있다면 날개가 반대쪽 날개나 뒷날개와 붙어버릴 수도 있는데

베이비파우더를 뿌리면 덜 굳은 접착제에 베이비파우더가 붙어 접착력을 제거한다.

베이비파우더는 잔여 접착제 때문에 날개가 붙어버리는 그런 사태를 방지하게끔 하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19.jpg

면봉으로 베이비파우더를 다시 걷어주면... 

 

 

20.jpg

 

21.jpg

수술이 끝났다!

수건 보풀이 살짝 붙어버려 눈에 좀 거슬리긴 하지만 비행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수술 직후 날개를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리의 환자는 절대 안정이고 나발이고 그냥 빨리 날아가고 싶은가 보다.

카드보드지가 환부를 확실히 고정해서 첫 번째 동영상과 비교해보면

이제 날갯짓을 해도 날개가 접히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하다.

 

 

22.png

 

5분 내외의 수술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수술 받느라 고생했을 환자의 영양을 챙겨주고 한숨 푹 재운 후

날이 밝으면 풀어주기로 했다.

 

 

23.jpg

그리고 다음날 아침.

과연 우리의 환자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일까?

그 결말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자.

 

 

응 잘가~

이상으로 부러진 나비 날개 수술기를 마치고자 한다.

대충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글 쓰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 글을 읽은 곤붕이들 중 몇몇은 이제 더이상 다친 나비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길을 걷다가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나비를 보면

집에 데려와 치료하고 배를 채워 다시 날려보내줄 수 있는,

그런 가슴 뜨거운 곤붕이가 되보는 건 어떨까?

90개의 댓글

나비는 가까이서 보면 존내 징그럽게 생겼어.

나방은 복슬복슬해서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음.

ㄹㅇ

 

0
2019.01.21
@너구리맛있겠다

원래 다 털빨임. 사람이 빡빡이면 추하듯이 강아지, 고양이도 털 밀면 추함.

0
@알럽송
0
2019.01.21
@약간맛이간상황

ㄹㅇ 다람쥐랑 생쥐도 털빨차이 아니냐

0
2019.01.22
@알럽송

ㄹㅇ 생쥐 꼬리가 풍성했으면

귀여웠을걸

0
2019.01.21
@알럽송

지금 그 말은 대머리가 추하단 말씀이신가요??

0
2019.01.22
@눈탱이밤탱이

네 추한대요? 깔깔

0
2019.01.22
@눈탱이밤탱이
1
@알럽송

왜 거기서 대머리가 나와...

0
@알럽송
0
2019.01.22
@너구리맛있겠다

나방 존나 큰거 보면 ㄹㅇ 종양같이 생겼는데

0
2019.01.22
@너구리맛있겠다

박각시 나방 미만 잡

0
2019.01.22
@너구리맛있겠다

편돌이하는데 여름에 주먹만한 나방보고 뇌정지옴 시발 귀엽긴 뭐가

0

와 이사람 부처가 환생한거아님? ㅁㅊ;;;

2
2019.01.21
@근육남보면흥분하는게이

진짜ㅋㅋㅋㅋㅋㅋㅋ

0
2019.01.21

근데 나방 어케 잡았길래 안날라가는거임? 그냥 손에 얹은 것 같은데 도망 안가네

0
2019.01.21

사마귀 : 이 나비는 좀 쓰구만

0
2019.01.21
0
2019.01.21

뭐하는 양반이야

0
2019.01.21

ㄹㅇ 닥터;;

0
2019.01.21

저게 도망을 안가네 ㄷㄷㄷ

0
2019.01.21
@돼지국밥

못가는걸꺼야.

 

부러지고 바로 발견된게 아닐테니

 

저 날개로 어떻게든 날려고 모든힘을 다 쏟았을거고

 

당연히 먹을것도 못먹었을테니까.

 

 

0
2019.01.21
@선물

ㅇㅎ

0
2019.01.21
0
2019.01.21

학계에서 모셔가야 하는거 아님? 후기 있어??

0
2019.01.21

멋있다

0
2019.01.21

와 이런건 닥추야

0
2019.01.21

좋은데 차리리 창호지나 한지가 낫지않아?

0
2019.01.21
@니이름은

내구성 너무 떨어지지 않나?

0
2019.01.21
@니이름은

지지가 안되잖아. 단순히 창호지나 한지를 바르면 공기저항을 버틸수가 없음.

0
2019.01.21
@니이름은

빳빳하게 하려고 그러는것 같은데

0
2019.01.21

석주명씨?

0
2019.01.21

마지막에 날다 추락하는거 기대했는데

잘날아가네

0
2019.01.21

고전인거 알면서 왜

0
2019.01.22
@분노

작년꺼..개드립은 고전이나 중복에 좀 유한느낌임

0
2019.01.22
@이중성이야

원래 ㅈ ㅈㅂ은 칼같이 ㅂㅁ날렸는데 유입 늘고나서 바뀜 ㅅㅂ

0
2019.01.21

사마귀: ㅎㅎ;; ㅈㅅ.. ㅋㅋ!

0
2019.01.21

카드보드지 붙여도 잘나네

무거워서 힘들거같은데

0
2019.01.21

글쓴이 이미 학회에서 대학원생으로 잡아가서 연락안된답니다

0
2019.01.21

작년 8월에 디씨 힛갤간 글을 이렇게 퍼와서 올리네... 본인인가???

0
2019.01.22
@under40

본인아님

0
2019.01.21

와 센세...

0
2019.01.22
0
2019.01.22

멋있다!

0
2019.01.22

마지막 밟아죽였음 추천인데 아니라 ㅂㅁ

0
2019.01.22

왕~ 마음이 진짜 곱다. 저분한테 간택당하고 싶다 핰

0
2019.01.22

대단하다 진짜

0
2019.01.22

의미없는 짓이군

0
0
2019.01.22

캬;; 최소 하동균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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