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스포없는 영화리뷰] 프랭크(2014) - 비주류에 대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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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3줄 요약

1. 가볍고 유쾌한 단순 코메디 영화가 절대로 아님

2. 음악을 소재로한 음악영화가 아니고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음악영화

 3. 대중들이 가진 비주류를 보는 시선에 대한 항변

 

페이스북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시사회 초대권을 나눠준대서 응모했는데 호옹이?! 추첨의 신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괴짜 천재 음악가의 캐릭터를 코믹하게 연기 했다는것과 어바웃타임(ㅡㅡ)의 돔놀 글리슨, 그리고 매기 질렌할까지 나온다는것만으로도 일단 배우빨로 한 수 먹고들어가고 예고편만 봤을때는 영화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메디로 보여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별 생각 안하고 봤다. 

 

그러나 시사회가 끝나고 나오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중에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나 멘붕이니까 말 시키지마" 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웃기다. 그러나 사람들이 멘붕을 하게하는 만큼 절대 가벼운 코메디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멘붕한다고 해서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배드엔딩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착각할 만한 여지가 좀 많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두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참 재미있게 보긴했지만 악평을 받으며 흥행 못할 것을 생각하니 참 가슴 아프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 분류되긴 하지만 최근 음악영화라고 하는것들이 음악을 소재로한 영화에 그치는것에 비해 이 영화는 주제가 음악이다. 주제의식이 음악을 향해 있다. 그것을 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아마 아무것도 건질거리가 없을것이다. 음악 혹은 예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이다. 그렇다면 음악중에서도 어떤 음악을 소재로 하느냐면은... 음...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음악이라는 바다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진 않지만 뭔가 개념적인 선을 그어 여러 지역으로 구분하자. 그러면 그 중에 락음악이라고 하는 넓은 구역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넓은 구역안에도 여러구역이 있을것이다. 이렇게 구역안에 여러 구역이 있고 또 그 구역안에도 오밀조밀 여러 구역들이 나뉘어있다. 바다가 넓은 만큼 무수히 많은 구역들이 존재한다. 한번 더 말하자면 그 구역들을 구분하는건 실제로 존재하는 선이 아니다, 개념적인 선이지. 그래서 영역간 구분이 모호한 부분도, 비교적 뚜렸한 부분도 있다. 이 영화는 그 넓은 바다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잊혀진, 알려지지 않은 해역에 대한 영화이다. 

 

(바다가 넓은 만큼, 그리고 무수히 많은 구역으로 나뉜것만큼 그것들을 다 파악하긴 매우 어렵다. 본인의 음악적 무지에 대하여 보험을 들기위해 일부러 바다 드립을 쳤다. 이 글에서 음악에 대한 설명은 잘못된 부분이 많을 수가 있다.)  

 

슈게이징이라는 장르가 있다. 슈게이징(shoegazing)은 신발을 뜻하는 shoe와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 gazing의 합성어 이다. 공연할때 관객을 보지않고 자기 신발만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은것이다. 과격하고 일그러진 기타와 함께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읇조리는 보컬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이게 뭔소리야?' 소리 나오는 장르라는 것이다. 그것과는 다르게 연주자들은 신발만 쳐다보고 자기만의 세계로 깊이 침잠하여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몽환적이고 우울하며, 무겁고, 무기력한 그 특유의 분위기는 여러 사람들을 연주자와 함께 내면의 바다속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공감을 얻지못해, 극 소수들의 밴드들말고는 외면 받았다. 비주류이자 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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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멍청하고 약간은 소름끼치는 얼굴을 한 주인공의 음악도 비슷하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그 가면 속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엄청난 영감들이 존재하고 있다. 슈게이징 밴드들은 자신의 신발만 바라보고 공연을 하지만 프랭크는 가면속에서 가면 안쪽만 바라본다. 이 자는 비주류이자 인디다.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 영화인줄 아는 사람은 프랭크의 음악이 청자에게 친절하고 감미롭다고 예상하겠지만 아니다. 이자의 음악은 철저하게 대중과 유리된다. 우리가 공연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관객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하는 존의 말에 프랭크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우리의 음악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예를 들겠다고 슈게이징이라고 하긴 했는데, 사실 프랭크의 음악은 이 둘의 음악과  더비슷한거 같다.

왼쪽은 곤충소년윤키, 곤충스님윤키 등의 이름을 가진 한국보단 해외에서 유명한 김윤기,

오른쪽은 인터넷에서 여러사람에게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 준 무키무키만만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중에선 그나마 저 프랭크라는 사람이 하는 음악을 비슷하게 뽑아봤다. 위의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아마 십중팔구는 좋은 평을 하지 않을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흔히 비주류인 작품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많이 한다. 예를 들자면 "저게 왜?" "저게 뭐가 좋아서?" 등의 반응이다. (점잖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개취나 취존이라는 말로 간단하고 예의 바른 표현을 쓰지만 뜻은 위의 말과 다를것 하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 못하는 미지의 예술 속에는 인식의 지평선 너머에 아직 우리에게 발견되지않은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는 법이다. 이 영화는 세상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안에 갖혀 감각을 잃은 존. 그리고 가면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지만 가면밖의 세상과는 단절 된 프랭크의 예를 들어 대다수의 대중들을 상징하는 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게 뭐야?' 류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주인공 프랭크에겐 소설 광염소나타의 백동수처럼 세상적인 방법과 시선으론 길들일 수 없는 천재성과 야성이 있다. 과연 존의 의도대로 프랭크는 천재성을 지키면서 세상이 알아주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프랭크의 음악을 이해할까? 프랭크는 어디에 서야하는걸까? 대중과 떨어진 예술이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비주류를 향한 차가운 시선에 대한 항변이다. 재미있다.

 

6개의 댓글

2014.09.19
잘 읽었슴다 나중에 개봉하면 봐야겠네요
0
2014.09.20
예고만 봐서도 완전 기대중이었는데 거기 나오는 음악들이 슈게이징이란거야? 이이잏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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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티저에 남극 삽입되고.. 시사회 이벤트도 쏜애플 페이지에서 했던가 허허

글 잘 썼네 흥미롭기도 하고

무키무키만만수 참 충격이긴 한데 한편으론 또 좋더라
0
2014.09.21
@THORNAPPLE
쏜애플 페이스북에선 열명밖에 안뽑고
대부분 왓챠에서 뽑아서 갔음...


근데 난 쏜애플 페북에서 당첨되서 갔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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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영화가 굉장하다... 감독도 상당히 천재끼가 다분하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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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확실히 나는 저 두음악이 어떤느낌인지 모르겠다 ㄷㄷ;; 아마 난 저영화를 봐도 이해를 못할듯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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