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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칵테일의 대표, 파우스트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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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 할 술 이야기는 파우스트라는 칵테일에 대해서야.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칵테일을 좋아하지 않고,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거의 만들지 않는 칵테일이야.

 

처음 오는 손님이 파우스트를 주문하면 거절하는 편이고, 몇 번 방문한 사람이 굳이 내가 만든 파우스트를 마셔보고 싶다고 요청하면 만드는 편이지.

 

이유는 별거 아니야, 이 칵테일이 나에게 매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지.

 

내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칵테일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 만큼 어려운게 없어.

 

하지만 이 칵테일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높은 편이지.

 

그럼 이 칵테일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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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의 이름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따온 걸로 유추되고 있어.

 

그리고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왜냐?

 

파우스트 칵테일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기 때문이야.

 

내가 추정하기로는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웨스턴과 플레어 스타일의 바가 유행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칵테일로 보여.

 

이 시기에 한국에서 유행한 칵테일들은 일단 불을 붙이고 보는 칵테일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서 151 프루프 럼을 쓰는 레시피들이 생겨났지.

 

파우스트는 그 시기에 만들어진 칵테일 중 하나로, 기본적인 레시피는

 

화이트 럼 1온스

오버프루프 럼 1온스

카시스 1/2온스

 

이 3가지의 조합이야. 이후에 말리부를 넣는다거나, 가게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졌지.

 

왜 파우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그건 만든 사람이 내가 이렇게 만들었소 라고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건.

 

1.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피의 서약에 따왔다.

 

2. 독일의 팬져 파우스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2가지로 나뉘지. 하지만 보통 1번을 많이 꼽아. 파우스트의 색이 붉은 색이기 때문에 그럴거야.

 

물론, 대부분의 바텐더들은 왜 파우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를 물어보면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해.

 

나도 확실한 건 아니라서 이렇게 추론할 수 밖에 없네.

 

 

 

 

다운로드.jpg

 

파우스트는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는 칵테일이야.

 

단순히 얼음에 재료들을 붓고 만들기도 하고, 불을 붙여서 따뜻하게 제공되기도 하지.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 151럼과 카시스를 베이스로 화이트럼이 들어가는게 기본이라면, 거기에 말리부, 피치트리, 지록스 라임주스등을 이용하는 레시피도 있을 정도야.

 

덕분에 파우스트를 마신 사람들이 기억하는 맛도 제각각이지.

 

어떤 사람들은 신 맛이 난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코코넛 느낌이 난다고도 하고.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파우스트가 메뉴에 올라와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독한 칵테일이라고 명시하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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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파우스트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 시간이 된거 같아.

 

파우스트를 싫어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의도 자체가 불순한 칵테일이라는 점에서지.

 

파우스트는 75.5도의 럼을 단 맛으로 숨긴 뒤 마시게 하는, 오로지 독한 것만이 목적인 칵테일이야.

 

위에서 설명한 말리부나 피치트리, 지록스 라임주스등을 이용하는 것도 그게 싫어서 조금 더 다른 맛을 주려고 노력한 레시피로 보이지만, 결국 결론은 똑같아.

 

오로지 독한 술, 그러니까 151 프루프 럼을 마시기 위해서 다른 맛을 넣는다는 게 이 술의 주된 목적이라는 거지.

 

그게 나쁘냐? 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해.

 

몇몇 칵테일들은 베이스가 가진 독한 맛을 숨기기 위해서 다른 맛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꽤나 있거든.

 

근데 파우스트의 문제는 여기서 151 프루프 럼이 주는 뉘앙스는 마이너스 요소만이 가득하다는 데 있어.

 

사실, 이 칵테일은 오버 프루프럼을 빼고 화이트럼이 아니라 다크럼으로 만드는 편이 오히려 맛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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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불쇼, 혹은 독한 칵테일에 많이 사용되는 오버프르프 럼.

 

이 럼이 만들어진 이유는 사실 다른게 아니야. 만들어진 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양의 술을 화물칸에 넣을 수 있을까? 라는 데서 온 술이지.

 

도수를 높여서 만든 술을 배를 타고 운반해서 현지에서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는게 목적이었어.

 

물론 술꾼들은 물을 타지 않은 원액을 마시는 시도를 당연하디시피 도전했고, 그 강렬한 맛에 주목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주로 티키 칵테일이나 과일을 다양하게 쓴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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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프루프 럼이 가진 강렬함은 다양한 재료를 쓰더라도 그 뼈대를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했고, 독한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했지.

 

그로 인해서 오버 프루프럼은 단일 제품으로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어.

 

1940년대경부터 지금까지 말이야.

 

그렇게 이어져 온 오버 프루프럼은 플레어 붐을 타고 한국에도 넘어왔고, 그로 인해서 파우스트와 카타르시스라는 2가지 칵테일을 탄생시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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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프루프 럼은 한때 바의 필수품 중 하나였어.

 

칵테일 쇼가 메인이었던 90년대 중후반부터 00년대 중반까지, 도수가 높은 럼은 불쇼를 하는데 아주 좋았지.

 

그로 인해서 사건사고도 많았고, 이제는 위생등의 문제로 술을 만들 때 저렇게 입으로 뿜지는 않지만 그 시대에는 술잔을 쌓아놓고 바텐더가 입으로 뿜은 불로 불을 붙인 칵테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에게 주는 등, 일종의 야만의 시대였어.

 

사건사고도 많았는데, 2013년에는 불쇼 도중에 에어컨 바람을 타고 불이 앞에 있던 여성 손님에게 옮겨붙어서 전신의 40%가 넘는 화상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지.

 

안전장비 없이 하는 불쇼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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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던 오버프루프 럼인 바카디 151은 뒤에 화기주의 표시가 붙어있어.

 

이 술을 만들던 바카디 사에서는 이 술 때문에 생기는 사건사고와 소송이 워낙 많아서 회사의 이미지를 깍아먹는다는 이유로 술의 생산을 중단했지.

 

덕분에 한국에서는 대부분 대체제품인 론디아즈 151을 사용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파우스트를 만든다면 바카디 151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해.

 

151 프루프 럼도 브랜드별로 맛이 다른데, 바카디가 그나마 나았거든.

 

뭐 어찌됐든 그냥 마시기에는 별로 좋지 않지만 말이야.

 

 

 

 

 

 

 

 

 

 

 

이렇게, 파우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151프루프 럼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해버렸어.

 

괜히 길어져서 미안하네.

 

참고로 카타르시스 역시 파우스트와 같은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두 칵테일은 영어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없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야.

 

어찌보면 코리안 클래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혹시나 좀 더 맛있는 파우스트를 마셔보고 싶다면 연신내 쪽에 있는 기슭이라는 바를 추천할게.

 

레트로한 칵테일을 재해석한 칵테일들을 주 메뉴로 판매하는데, 여기의 파우스트는 꽤나 재미있어.

 

기슭을 소개하는 영상을 마지막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zRnBFSJmo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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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2024.03.26

바카디 151은 입에 머금고 있으면 사탕처럼 달달한 느낌도 있고 좋았는데 론디아즈는 본드 부는 냄새 나더라...

0
2024.03.26

강서구에 아시는 바 없어요? 올드패션드 마셔보고싶은뎅

0
@골방철학가

마곡에 더니지

0
2024.03.26

그래도 그냥 럼콕 보단 쿠바 미사일 위기가 떙길 때도 있읍죠

0
2024.03.27

그래도 봄, 가을 선선할때 마무리 잔으로 파우스트 마시고 알딸딸하게 집까지 걸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던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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