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말하자면, 이건 한 어린아이가 죽은 이야기야.
너희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일기에서 그날 날짜를 찾아서 뉴스난게 없나 검색해봤는데, 찾을수가 없었어.
어린애 한 명 죽는건 뉴스거리도 아닌가봐.
나는 08년도에 논산으로 입대 했는데, 운이 아주 나쁘게도 전경으로 빠졌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운 없는 일이었지.
근데 나는 전화위복으로 시골 경찰서로 발령을 받았어. 전경이 방패만 들고 진압봉만 휘두르는 애들만 있는게 아니라 경찰서에도 전경이 있다는 말이야.
어쨋던 나는 시골 경찰서, 112신고센터에서 군생활을 하게 됐어. 조용한 시골이라 나름 편안한 군생활이야. 꿀빨았지.
112신고 센터에서 일하다보니 몇까지 독특한 경험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역시 한 명이 죽었던 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아.
2009년 5월 9일이야.
저녁무렵인가, 밥먹고 쉬고 있는데 아이가 실종이 됐대. 별로 대수롭지 않았지, 할머니나 어린애들이 실종 되는건 한 달에 한번 꼴로는 있는 일이었거든.
나는 신고센터에서 경찰아저씨들 업무 보조하는게 주된 일이지만, 시골이라 사람이 없거든, 이런거 있으면 얄짤없이 타격대로 출동도 해야 돼.
솔직히 일하고 나서 쉬고있었는데 짜증났지. 어쨋건 부랴부랴 장비챙겨서 봉고차에 딱~ 타고 출발했지.
가보니까 신고자가 아는 사람이야. 만두 배달하는 아저씬데, 가끔 경찰서 앞을 지나갈때마다 초소 앞에 서있는 우리들한테 경례를 해 줬거든.
나는 많이 안 만나봤는데, 초소에서 일하는 다른 애들은 무척이나 익숙한 아저씨 인가봐. 걔네들한테 약간 명물같은 거였지.
말하는 걸 봤는데 지체장애가 있어 보였어.
엉엉 울면서 애가 없어졌대.
조금 바보같다고 생각했어.
그때까지도 나는 산책 나온 기분이었지. 왜냐면 사실 이런 신고의 대부분은, '어디있었는데 미쳐 몰랐더라~'로 끝나는게 대부분이거든. 우리만 좀 고생하고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게 대부분이야.
무전기 하나 씩 손에 꼬나들고 마을을 뱅뱅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여름 밤에 모르는 동네를 돌아다니는건 나름 재밌는 일이었던것 같아, 근처에 학교도 살짝 들어가보고 좀 신나 있던것 같아.
한참동안 나도 미아가 되어 돌아다녔어. 나 방향치라서 진짜 길 잃었거든. 그때가 아예 막내도 아니고 일병 반쯤 해먹었던 때라, 이거 정말 길 못찾으면
무전기로 얄짤없이 '길 잃어버렸습니다 ㅠㅠ' 해야 될 판이었지. 물론 그건 개까이는 상황이고. 무전기로 말하면 같은 망을 쓰고있는 모든 경찰이 듣게되거든.
그야말로 개쪽 오브 더 개쪽팔려지. 쪽팔린건 둘째치고 진짜 좆되겠지. 당연히 핸드폰도 없어, 돈도 안가져 나왔어.
한 참 길 찾고 있는데, 어린애 찾았다는거야. 수색 중단하고 돌아오래.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고민하다, 결국 주변 슈퍼에 들어가서 '볼링장 위치가 어디예요?' 하고 물어봤지. 신고 장소 근처에 볼링장있는게 기억났거든.
옛날 조석 만화처럼 경찰 옷 입고, 길 물어보게 된거야. 뭐 어때, 좀 쪽팔려도 좆되진 않거든.
신나게 달려가서 환한 얼굴로 후임한테 '야 찾았데매? 누가 찾았냐?' 하니까, 분위기가 그 분위기가 아닌거야.
찾긴 찾았는데 찾은 장소가, 제례식 변소야. 그렇게 찾았는데 결국 집에 있었던거지.
그리고, 살아있었다면 꺼내주세요!, 하고 소리쳤겠지.
분위기가 순식간에 착 가라앉더라, 괜히 내가 죄 지은것 같았어.
그 아이를 꺼내는건 소방관 아저씨들이 했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 못하게 둥글게 원형으로 서서 폴리스 라인을 만들었지.
아직도 그게 기억에 선명해.
엄청 하앴어. 무슨 다른 생물인것 처럼 하앴던게 기억나. 그냥 꺼내는 순간 나도모르게
'으윽'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오더라.
소방관 아저씨들도, 아무리 오래 일해도 어린애 시체는 볼게 못된다며 안타까워했어.
애 아버지인 만두 아저씨는 그야말로 대성통곡하고 있고,
우리는 침울한 얼굴로 경찰서로 돌아왔지.
내가 이걸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 이유는 달리 있어.
돌아오고 나서 나는 바로 신고센터 근무에 들어가야 됐거든.
사건 보고서를 내가 썼어. 그게 하는 일이거든.
성 명 : XXX(5 세)
....하여 변사체로 발견.
그게 참 현실감이 없더라. 바로 한 시간전 봤던 그 시체에 대해
담담하게 타박타박 자판 두들기는거 말이야. 정말 많은 사망 보고서를 썼지만
시체까지 직접 보고와서 쓰는건 처음이었어.
어린맘에 살고 죽는게 뭔가 싶더라고.
그리고 그 아저씨는 그 후로 볼수 없었어.
만두를 안팔게 된건지 아니면 다른곳으로 떠난건지 그냥 배달은 안하게 된건지,
내가 전역할때까지 그 아저씨는 못 봤어.
더 이상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경례를 해주는 아저씨는 없는거지.
다 써놓고 나니 두서가 없는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술도 마셨겠다. 내가 요즘 뭐하고 사는가 싶기도 해서 써봣어.
마지막으로 그때썻던 일기야.
<사람이 쉽게죽는구나 싶다.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인형같다.
구역실 나는 냄새에 고개를 돌리는게
미안했다.
몇 시간 후에 변사보고를 담담하게 치고있는
세상이 아이러니말도안돼.>
녹두거리
원더걸스가 부릅니다. 아이러니~ 말도 안돼
레인카
분요리
PigDog
* 무고한 사람 죽이는 놈들 진짜 다 죽었으면 좋겠다...
BigTrain
내가 군생활할 때도 우리 부대 뒤 야산에서 애 하나가 실종돼서 찾아다니고 그랬는데, 결국 과수원 물탱크 속에서 발견됐음. 어릴 땐 그런 사고들이 왕왕 일어나지..
PigDog
빨간줄
번째 지평선
결이
그레이아나토미
아이는 빠지면 늡처럼 나오기도 쉽지않고
허우적데다가 메탄가스때문에 질식해서 의식잃을수도있음
감자는영원함
그리고 일단 뒤로 배영하듯이 누우면 어느정도 빠지는건 해결가능하다고 들었다
다음문제는 독이지 ㅇㅇ
mmd
보병사단
위에 덧글에도 있지만 그 똥독이랑 똥냄새에 질식해서 죽을수도 있다..
그거슨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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