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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알려주는 바 이야기 - 한국 바의 역사와 종류편(2)

바텐더 개붕이가 알려주는 바 이야기 - 한국 바의 역사와 종류(1)

 

어제에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궁금하면 이전꺼 읽어봐라, 읽을거리 판에도 있음.

 

 

 

 

 

 

 

 

 

 

 

1992년, 이 날은 대한민국 식음료 업계에 있어서 획기적인 한해였다.

 

tgi-fridays-logo-550888.jpg

바로 TGIF의 상륙이 있었다.

 

유튜브에 보면 페밀리 레스토랑의 역사를 다루는 영상이 있는데, 거기서도 사실상 TGIF는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대학생들이 데이트 할때 기분내려고 가는 정도의 취급이고, 소개팅 장소를 여기로 잡으면 센스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곳이지만, 90년대에는 달랐다.

 

그때 당시 TGIF는 외식업계 최상위 티어에 자리 잡은 곳으로, 아무때나 가는게 아니라 중요한 자리, 생일 파티 등등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가는 장소였다.

 

당시 부산에 1호점을 열었던 TGIF는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미국식의 바 문화 역시 그대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당시에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던 바 문화는 다름이 아닌 칵테일 쇼와 웨스턴 바라고 불리는 미국식 캐쥬얼 바 문화였다.

 

Cocktail-1988-Tom-Cruise-rolex.jpg

 

1988년 영화 칵테일의 흥행이후로 병을 돌리고 던지는 식의 바 문화가 대 유행을 했고, 이 영화를 본 한국인들 역시 거기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근데 사실 시발 톰 크루즈가 병 던지고 돌리면서 술 만들어주는데 술 맛이고 나발이고 무슨 상관이냐. 저 얼굴로 술 주면 그게 맛이지

 

https://www.youtube.com/watch?v=gyAxE2vS318

hippy hippy shake

 

톰 크루즈가 저러고 있는 장면은 90년대 칵테일에 대해서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멋있고 보였고, 그걸 그대로 가져온 곳이 바로 TGIF였다.

 

당시 TGIF가 가져온 것들은 한국 식음료 업계에 큰 변화를 줬다.

 

우선 직원들에게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게 했다.

 

손님으로 오는 외국인들이 직원을 부를 때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는데, 이 문화는 금세 외식업계 전반에 적용되었다.

 

바텐더들 역시 외국 이름을 지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누구나 간단한 이름으로 토미, 지미, 숀, 로빈 이런 걸로 했지만

 

이후 점점 특이한 이름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문화는 TGIF에서 일했다가 나와서 자기 가게를 차린 바텐더들에게 의해서 그대로 전수되었으며, 00년대 중반까지도 이어져왔다.

 

과도기때 나온 선배들의 닉네임을 보자면 뭐랄까....그...

 

예를 들자면.

 

박카스, 썬더, 제우스, 아쵸, 맥스, 코치 등등

 

심플하고 임팩트 있으면서 사실 사람 이름으로 안쓰는 단어들까지 사용해왔다.

 

이 문화는 2015년즈음을 해서 천천히 사장되었고, 지금은 옛날에 닉네임을 만들었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닉네임을 쓰지 않는다.

 

글을 쓰는 나도 선배한테 더 늦기 전에 닉네임을 만들라는 권유를 받았었다.

 

더 늦으면 쪽팔려서 못 만드니까 빨리 만드는게 났다나...

 

 

 

 

 

뭐 그외에도 퍼피독이라던가 여러가지 문화가 있었지만, 하여튼 이 TGIF에서부터 본격적인 한국의 바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전까지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위주의 상류층 문화였다면, 좀 더 젊은 사람들이 즐기기에 좋은 문화로 바뀐 것이다.

 

참고로 이 TGIF 부산 점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썰이 있는 유명 칵테일도 하나 있다.

 

upVTCwrsV8E.webp

 

바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스테디 셀러, 준-벅 되시겠다.

 

정확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지만, TGIF 부산에서 시작되었다는 썰이 많이 도는데, 일단 한국인이 만든 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인이라면 만든 술에다가 5월의 "벌레"라는 네이밍을 할 리가 없다.

 

 

 

 

 

 

 

 

 

 

 

 

 

 

이렇게 한국에 들어온 TGIF는 지점을 늘려나갔고, 일하는 바텐더들 역시 늘어갔다.

 

그리고 장사가 잘되는 걸 보고 있는 바텐더들이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거 바 매출만으로도 할만하겠는데...?"

 

그리고 짬이 찬 그들은 TGIF를 나와서 자신들의 가게를 차리고, 칵테일들을 파는 것 말고도 좀 더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 칵테일 쇼를 준비한다.

 

한국 플러에 바텐더(Flair Bartender)들의 등장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rNHJg_ghKc

2010년도 영상이지만, 대충 이런 분귀기라고 보면 된다.

 

 

병을 돌리고, 불을 뿜고 여러가지 칵테일을 한 번에 만드는 모습.

 

지금도 바라고 하면 이런 형태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그 당시 플레어 바는 대 유행이었다.

 

바 하면 칵테일 쇼 였고, 불을 뿜는 게 쇼의 하이라이트이던 그 시절.

 

또한 이때 당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술들도 많았는데, 단순히 병을 던지고 돌리는 걸 넘어서 팔꿈치로 튕기면서 회전시키는 게 한국인이 처음 시도한 기술이라고 한다.

 

어느정도였냐면, 옆 나라에 일본에서도 플레어를 배우려면 한국을 가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였다고 하니 어마무시했을 거다.

 

심지어 한국인 바텐더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일까지 있었다.

 

Eh7UqhDU8AImPtt.jpg

심심하면 가끔 올라는 "한국인이 국제대회에서 1위를 딴 칵테일" 블루스카이, 요즘은 제초기 돌리기 좋은 날이라고도 하더라.

 

위에서도 이야기 했던 박카스라는 분이 만들었던 칵테일이다.

 

이 세계대회 우승자가 만들었던 가게가 한 때 서울을 주름 잡았던 더 플레어라는 플레어바 체인이었다.

 

전국에 지점을 둘 정도로 잘나가던 이 체인은 2005년 쯔음을 기점으로 다 망하고 종로점 정도만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참고로 그 당시 바 문화는 굉장히 유행했지만, 일하던 사람들에게 좋은 문화는 아니었다.

 

더 플레어가 남긴 악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직원은 사장보다 먼저 퇴근하지 못한다.

 

직원은 사장보다 먼저 출근해야한다.

 

업무 마감 이후에 3시간 정도 연습을 하다가는 건 기본, 물론 추가 수당은 없다.

 

심심하면 폭언, 욕설, 구타는 그 시절 군대와 다를 게 없었다.

 

매달 10만원 빵 다트대회 강제 참가. 돈 잃기 싫으면 다트를 잘해라 라는 거였는데, 그때 당시 바텐더들은 손님들과 내기 다트를 자주했기 때문에 다트를 못하면 매출이 안나오니 강제로라도 다트 실력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보통 제일 잘하는 사장이 다 먹었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지만 쓰다보면 손 아프니까 여기까지만 쓴다.

 

당시 바텐더들 월급은 100만원 넘기면 4~5년차였다.

 

참고로 이 가게 체인이 망한 건 다른게 아니라 사장의 이중장부와 탈세가 걸려서 깜방에 가면서 밀린 월급 지급을 못하고 줄도산 했기 떄문이다.

 

 

 

 

 

 

 

 

 

 

 

 

이 시기에 바텐더들은 사실 무언가 큰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밤에 일하는 직업 + 물장사라는 편견은 90년대 후반 ~ 00년대 초반까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운영하는 거라면 또 모르겠다만, 직원이라면 더욱 그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그 결과 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질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물론 개중에서도 뜻을 가지고 일을 하는 분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이 그랬던 것이다.

 

 

 

 

 

 

 

 

 

 

 

그렇게 00년대 초중반쯤에 플레어 바의 유행은 한풀 꺽이면서 또 한가지 형태의 바가 차츰 차츰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형태는 바 산업을 나락으로 치닿게 했다.

 

바로 모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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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바는 모던바 혹은 토킹바라고 불리며, 위의 사진처럼 홀복을 입은 언니들이 손님들과 같이 술을 마시는 업태를 뜻한다.

 

칵테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잔으로 마시는 것도 없이 오로지 병을 시켜야한다.

 

일종의 세미 룸살롱이라고 보면 되는데,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접대부가 아닌 고용인으로 고용하는 업소의 형태였다.

 

일을 하는 사람들도 전문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대학생 알바인 경우가 많았던 탓인지, 이게 은근히 인기를 끌게 된다.

 

룸사롱하고는 다르게 여길 찾아오는 손님들은 일하는 직원들을 연예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진지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유흥업소가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덕분에 세금도 싸고, 손님들도 입소문만 타면 잘 되고, 전문적인 인력도 필요치 않다는 특성 탓에

 

2010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전국적으로 많이 포진해 있다.

 

참고로 일반음식점이라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비용처리 해버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이후로 바텐더의 인식 자체가 망가졌다.

 

이 시기에는 특히나 여자가 바텐더를 하겠다고 하면 그런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딸을 키워서 술집여자를 만들었구나 아이고!"

 

이 시기를 버틴 여성 바텐더들에게는 존경심을 이루 말 할 수 없다.

 

참고로 바텐더 업계에 여자 바텐더는 모두 기가 쎄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기가 약한 여자 바텐더는 모두 그만뒀기 때문이다.

 

요즘도 바에 여자 바텐더가 있으면 데리고 가려면 얼마를 내야 하냐고 물어보는 아저씨들이 있다.

 

전부 뒤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몇몇 제대로 된 영업을 하는 바 말고는 대부분 이런 바였던 대한민국 바의 암흑기 가운데, 2007년, 한 가게가 등장하게 되는데...

 

 

 

또 기니까 나중에 다씀.

 

 

 

 

 

 

PS.

 

저런 모던바의 영업도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심했는지, 여러가지 업태들이 등장했다.

 

직원들이 모두 비키니를 입고 있는 비키니 바

 

비키니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란제리를 입던 란제리 바

 

예전에 쓴 글에도 이런 걸 기억하는 양반들을 보고 있으면 그 양반들의 척추가 걱정되는 나이다.

 

그야말로 바텐더라는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낸 암흑기였다고 본다.

 

 

 

 

 

 

여기도 올린다.

15개의 댓글

2023.10.21

내 척추 걱정해줘서 고맙다. 대학때 칵테일바 처음 가본게 신촌에 '비바'라는 곳이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 사회나와서는 모던바라는 데만 다녔는데 이젠 위스키 마시기 힘들어서 그런데도 안감 ㅋㅋ

 

근데 쥰은 5월이 아니라 6월이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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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 때는 30분만 걸어가도 칵테일바가 있었는데 취직하고 지방 내려오니 괜찮은 바에 가려면 차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함

그나마 갈 만한 거리에 있는 건 본문에 언급된 모던바, 토킹바 이런 곳인데... 싹 없어져버리면 좋겠다

나는 술을 마시고 싶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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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재밌다 뭐든 계속 써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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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가 빨리 술판 만들어줬으면 좋게다

0

분량많고 재밌는 글이다만 내가 관심없는 주제라 읽긴 좀 버겁긴 하네. 근데 글도 잘 쓰고 내용도 알차다잉. 잘 엮고 보강해서 책으로 내도 될 듯?

0
2023.10.21

생각보다 최신의 사건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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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왜 치킨텐더 개붕이는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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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007년이면 홍대….읍읍 스포 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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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jan

홍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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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jan

니가 말하려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잘 아는데 좀 다른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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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sufjan

틴팬?

0
2023.10.22

선생님 6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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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007년이면 커피바k 아닌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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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약간 번외로 궁금한게 있는데!

3년 전 스뱅15년을 쟁여두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혹시 지금 쟁여두면 좋을 위스키가 있는지 궁금해! 주관적으로 추천해주면 고마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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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장기연재 기원합니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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