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공 짜

2009년 5월 영국 런던에서 13명의 노숙자를 대상으로 작은 실험이 시작됐다. 길게는 40년 넘게 길거리를 집 삼아 살아온 이들에게 한 자선단체가 공짜 식권이나 생필품 대신 돈을 나눠 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각각 4500달러(약 470만원)를 현금으로 받았다. 이 돈에는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았고, 노숙자들은 자기가 쓰고 싶은 곳에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이런 경우 노숙자들이 돈을 흥청망청 쓰고 또다시 손을 벌릴 것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13명 중 술이나 마약, 노름에 돈을 허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노숙자들의 구매욕은 소박했다. 그들은 전화기나 여권, 사전 등을 구입했다. 어디에 돈을 쓰는 게 자신한테 최상인지를 알고 있었다.

1년 뒤 조사해 보니 13명 중 11명이 더이상 거리를 배회하지 않았다. 대부분 장기 숙박업소(호스텔)나 노숙자 쉼터에서 살고 있었다. 다들 뭔가를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하거나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마약중독 치료를 받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네덜란드 언론인 루트거 브레흐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공짜 돈의 위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사례를 소개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나눠 주면 무책임하게 허비할 것이라는 추측을 반박했다. 이런 근거 없는 편견 때문에 빈자(貧者)에게 돈 대신 온갖 다른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짜내고 관리하느라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숙자들을 관리하려면 의료비, 법률 서비스, 치안 유지비 등으로 1인당 연간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데 반해 이들 13명에게는 조사 직원 임금까지 포함해 총 8만 2000달러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노숙자 실험에 관여했던 한 조사 요원은 “솔직히 실험 결과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이었다”면서 “이 실험은 우리에게 복지 문제에 다르게 접근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브레흐만에 따르면 가난한 가정에 공짜 돈을 나눠 줬더니 범죄율, 영아 사망률, 10대 임신율, 무단결석률 등이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개발센터(CGD) 소속 경제학자 찰스 케니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난한 사람이 가난하게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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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댓글

2014.01.02
나한테 100억만줘도 잘살텐데
0
2014.01.03
@리브라베
그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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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건 가난의 대물림 때문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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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그거 조선시대에 먼저 했던 정책아니냐?
그 홍삼 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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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돈만있으면 그거살텐데...하면서 얼마나소망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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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그래도 돈을더많이줘야할듯 한 만원정도쥐어주면 마트가서소주사서 콸콸콸하면서 위에 들이부을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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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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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동기부여 효과도 있을거 같은데
일시에 저렇게 많은돈을 주면 그걸로 못해보던걸 할거고(저사람들한텐 그냥 침대에서 자는것도 굉장한 거겠지) 그러고 그 수준을 유지하려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동기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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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왠지 안믿기는데 진짜라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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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한두푼만 준다면 이걸로 뭘 해보자! 하는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어서 소주나 사먹겠지
근데 우리나라에서 저 실험을 시행하려면 얼마를 줘야 적당할까?
100만원이면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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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5
실험 대상이 너무 적은뎀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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