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내가 살면서 겪은 기묘한(?) 이야기들

1. 가위

난 살면서 귀신을 보거나 가위를 눌려본 적이 없어. 그런데 대학교 입학하고 자취방에 이사 온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위를 눌렸었지. 자취방은 물건도 별로 없고 혼자 살기엔 너무 커서 퀭한 느낌이고 옆 방에선 매일 신음소리가 났어. 여자가 오빠 나왔어~ 하고 문이 열리면 그 때부터 2~3시간 동안 신음소리만 나는거야. 이거 땜에 잠도 자주 깼었지. 어느 날은 옆집 우편함에 반 쯤 튀어나온 고지서에 이름이 박찬호길래 또 신음소리가 커지길래 홈런이요! 하고 소리 지른 적도 있었지 ㅋㅋ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사 온 날 난 전혀 피곤하거나 지치지 않은 상태로 잠에 들었는데, 베란다 밖에서 아이들이 재잘재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처음엔 아래층 술집에서 대학생들이 떠드는 소린 줄 알았는데 가만 들어보니 어린이들 목소리야. 이 새벽에 왠 아이들 소리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더니 몸이 안움직여. 아 이게 가위인가 싶더라고. 나는 분명 벽을 마주하고 새우잠으로 자고 있었는데, 뒷통수에 눈이 달린 것 처럼 베란다가 보여.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여러명이 실루엣 처럼 마루에 서있어. 온통 까매서 복장도 얼굴도 안보이는데 날 비웃는 것 같은 조소만 보이더군. 밖에서 부터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 내 귓가까지 들리는데, 가만히 있으면 죽을거 같다는 생각이 막 드는거야. 그래서 온 몸을 뒤흔드는 순간 침대에서 퍽 떨어지면서 가위에서 풀렸다! 고 느끼는 순간 눈을 떴는데, 난 침대 위에서 새우잠 자던 자세 그대로였어. 난 귀신은 있다고 믿는데 가위는 꿈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 위에 경험이 그 생각에 바탕이 됐고.


2. 도깨비 불?

난 고등학교를 시내권으로 입학하기 전까진 항상 시골에서 살아왔어. 가게는 하나 뿐이고 도로도 1차선 도로에 주변엔 밭밖에 없는 아주 깡촌이지. 내가 어렸을 땐동네를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을 모아서 밤늦게까지 놀았어. 저녁 7시? 9시 쯤? 막 어둑어둑해 졌을 때 쯤에 저녁밥 먹고 모이기 시작하는거지. 난 그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동네 오빠 한명과 둘이서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어. 이야기를 막 하고 있는데, 오빠가 "어?!" 하고 바로 앞을 가리키는 거야.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나도 처음 보는 불빛(?) 이라 설명하기 힘든데, 폭죽+별똥별이랑 조금 비슷해. 반딧불이도 시골 태생이라 본 적은 많지만 반딧불이는 절대 아니야. 훨씬 크고(주먹 정도?) 꼬리도 죽 달려 있었고 빛도 붉으스름했지. 그게 한참을 우리 앞에서 위 아래로 움직이다가 사라지더라고. 서로 보긴 봤는데 뭔지는 몰라 어벙벙했었던 기억이 나.


3. 안타까운 도둑질

내가 중학교 때, 작은 우리 동네에서 어수선한 사건이 일어났어. 바로 도둑이었지. 한 집이 아니고 여러집이 털려서 무서웠던 혼자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마을 회관에서 다 같이 주무시고 그랬어. 범죄는 비슷했는데 혼자사는 노인분들 집 창문을 깨고 들어가서, 신문지로 감은 칼을 내밀고 돈을 내놓으라고 해. 몇일 후에 도둑은 시체로 발견됐는데, 밭에서 농약을 먹고 자살했대. 손에는 쪽지하나가 있었는데, '범죄를 저질러서 죄책감이 든다. 생계가 너무 빠듯했다.' 이런 식의 글이 써있었대. 더욱 안타깝던건 그 도둑에게 당한 할머니가 한 말씀이었어. 창문을 깨고 들어와놓고 만원도 안되는 돈을 가지고 나가면서 할머니 춥겠다고 신문지로 자기가 깬 창문을 막고 나가더라고...


4.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이건 내가 고등학교 때 뉴스에도 나온 일인데, 한 고등학생 중퇴자가 게임에 중독돼서 엄마를 줄곧 폭행해왔는데 어느 날은 칼로 찌르고 죄책감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거야. 근데 그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하더군. 학교폭력에 성격까지 뒤틀린 아이 이야기가 사실 적지 않지.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이야.


5. 아저씨, 일어나세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해주는 학교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야. 솔직히 말하면 믿긴 힘들지. 선생님이 학생들 즐거우라고 지어낸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기억에 남아서 써볼게. 우리 학교 바로 옆에는 대학 병원이 있어. 환자들도 주변에서 많이 보이지. 야자하다보면 환자복 입은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산책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이 이야기는 선생님이 오래 전에 겪을 일인데, 선생님께서 1교시에 수업을 하는데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운동장 스탠드에서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더래. 그런가 보다 하고 4교시 쯤인가에 무심코 밖을 봤는데 그 사람이 그대로 자고 있더란 거야. 그래서 한 학생 보고 야 너 저 사람 좀 깨우고 와라 그런식으로 말했겠지. 그래서 학생이 다녀오는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아. 자고 있는게 아니고 그 자세로 죽어있던거야.


6. 철봉에 매달린 아이

이 이야기는 좀 사실성이 떨어지는데 고등학교 때 소문이 많이 났었어. 내 친구의 친구가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운동장을 지나야 된대. 친구 둘이서 운동장을 지나는데, 철봉에 사람이 매달려 있더래. 지나가면서 봤는데 철봉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아니고, 목 매달아 죽은 사람... 그 자리에서 한명은 기절하고 한명은 소리를 꿱 질렀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계셔서 신고했다고.


생각나는건 여기까지네.

심심해서 적어봤어. 재밌게 읽어주면 더 고맙고.

쓰다보니 내가 겪은게 아니라 누구한테 들은게 더 많구만

12개의 댓글

2013.12.08
자작?
0
2013.12.08
@깐깐징얽
ㅇㅇ 노잼인데 내가 기억력이 안좋아서 여기에라도 기록해두고 싶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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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8
@아기토끼
아니다 재밋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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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깐깐징얽
고마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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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8
시골 살았다니까 도깨비불은 아마 다른게 아니었을까 생각됨
동물 사체나 이런거에 뼈에서 나오는 물질이 도깨비불처럼 빛을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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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단 기어
그건 파랑색이라고 알고 있어. 차라리 그게 원인이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아닌거같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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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단 기어
황이라 하더이다.
그런데 붉은색이였다니 흠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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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8
4번 얘기하니까 생각나는게 있다

약 2년 전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우리랑은 조~금 떨어진 동에서 층간소음때문에 아랫집에서 윗집 올라가서 윗집 사람이 문 열자마자 끌고 나와서 망치로 머리를 후려쳤다더라

피 묻은 망치를 그대로 들고 탄건지는 모르겠는데 엘리베이터에 피가 좀 있었단다 우리반 애가 그 동 사는데 피보고 졸라 무서웠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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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해미루
어떤 글 읽었는데 사람들의 분노조절장애가 점점 심해지고있다더라 세상살기 참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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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2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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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3
맞춤법이 훌륭해서 추천줌 ㅎㅎㅎ
아 물론 재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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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8
도둑어뜨케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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