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더 울버린' 을 부검해보자

원래는 [Papers, Please] 라는 게임을 리부하려고 했는데 글을 날려먹었네요.

신이시여 나한테 왜이러센;;


본론ㄱㄱ.





하아, 씨발.


본격 여러분의 눈과 귀를 강간하는 액션영화입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최악은 아닙니다.


글쎄, 행복한 인생이 최상이고,


우울한 죽음이 최악이라면.


이 영화는 권태로운 물고문이죠.


그리고, 그거 아세요?


죽는게 낫겠다 싶더군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요.


모르겠지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뷰보고 있는 양반한테 그런걸 물어보나.


스토리? 아 뭐 좆까요. 액션영화잖아. 스토리가 뭔 필요가 있나요.


온갖 상투적인 장면과 존나 예상가능한 스토리랑 하나도 안 놀라운 반전이랑 존나 공감 안되는 고뇌라던가 다 좆까자구요.


지금은 그냥 그걸 다 좆깠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아직 엿같다는 데 집중해 봅시다.


액션영화에서 제일 좆같은 부분을 걸러냈는데 아직 좆같다고!


여주인공이랑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갑자기 사랑에 빠져있다던가(그것도 존나 인생급 사랑),


자기는 죽기 싫다고 지랄하던 양반이 뒤졌는데 사실 안죽고 살아있었음! 이라던가,


그런데 그게 하나도 놀랍지가 않다던가.


그 시발 깔 거리가 아랍 석유부자 재산만큼 많지만 다 무시하자고요.


완전히!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말고! 완전히! 스토리가 뭐죠? 처먹는 건가? 우걱우걱.




다시 냉정을 찾고.


단도직입적으로.


이 영화가 너무도 너무도 병신같아진 이유는.


시발같은 와패니즘/오리엔탈리즘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병신같은 액션도요.



[앜ㅋㅋㅋ닌자닼ㅋㅋㅋ]




[앜ㅋㅋㅋ 사무라이 로봇이닼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오토바잌ㅋㅋㅋㅋ닌자 오토바잌ㅋㅋㅋ]



[일본에서는 야쿠자가 백주대낮에 사람을 납치해갑니다 여러분!]



이겁니다. 이게 문제에요.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일본의 풍경은 과장되거나 폄하되거나 선입견으로 가득차있거나 만들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게 보이거나 그렇습니다.


사실 꼭 일본의 풍경이 아닌 상황에서도 제작진이 뇌를 어디 두고온게 분명하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영화 맨 처음에 나가사키에서 핵폭탄이 터지는데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 다음장면에.


시간이 현대로 넘어오고, 울버린은 무슨... 캐나다나, 북부미국이거나 뭐 그런 추운지방에 지내는데.


곰이랑 친구에요.


네? 네. 곰이랑 친구라고요.


뭐 씨발, 내가 만든 장면이 아니니까 나한테 뭐라하지 말아요.


난 그냥 내가 본대로 얘기하는 거라고.


아무튼 요점은 상영시간 내의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생각이 없다는 거에요.


다시, 요점의 요점은 특히 일본에서 더 그렇다고요.



자, 지금부터 내가 장면하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내가 본 그대로 설명해볼게요.


과장도 빼고.


의견도 빼고.


그냥 딱 그 장면을 묘사만 할게요.


판단은 여러분이 하세요.



그러니까. 울버린이 어떤 일본인 가문의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장례식의 주인공(그러니까 죽은사람)인 할아버지랑 알던 사이였거든요.


애초에 울버린을 일본으로 부른것도 그 할아버지고.


아무튼, 이 집안이 되게 장성한 집안이걸랑요? '야시다'그룹이라고?


이 그룹의 상속자가 야시다 할아버지의 손녀에요. 그게 그양반 유언이었음.


그래서 야쿠자가 이 손녀를 노린다나 뭐라나.


아무튼 신사에서 장례식을 하는데, 경호원들이 기관단총을 들고다녀요.


최신모델 존나 크고 시커먼 걸로.


식을 진행하는데 사제들이 뭔가 이상하네?


막 팔뚝에 문신이 살짝살짝 보이고 그래요.


그래서 울버린이 어? 이상한데? 하면서 나대니까


막 그 가문사람들은 저 백인새끼가 장례식을 망치네!


사제는  우물우물 하면서 존나 긴장빨고.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빵빵!


사제들이 알고보니 다 위장한 야쿠자 였군요 ^오^


그래서 난리가 나는데.


깜빡했는데 장례식 시작할때 부터 지붕위에서 활들고 기어다니던 새끼가 있었거든요?


울버린만 걜 봤는데 '저새끼는 뭐하는 새낀가염?' 하고 물어보지도 않음. 이뭐병.


암튼 그새끼가 나쁜놈인가 했는데 착한놈이였는지 활로 야쿠자를 막 주김니다 ^오^


막 경호원도 죽고 야쿠자 새끼들은 불쌍하게 활맞아 죽고 칼맞아 죽고 울버린한테 찌져저죽고ㅠㅠ


근데 울버린이 전에 뭔 일이 있었어서 약해진 상태.


그래서 손녀를 데리고 번화가로 냅다 튑니다.


야쿠자들은 막 쫒아가고.


근데 도망가는 동안


아까 그 활든 닌자새끼가 쫒아가는 야쿠자를 저격해줌.

 

야쿠자는 막 길거리에서 활맞고 그러는데.


근데 행인들은 백인놈이 검은 기모노 입은 일본여자를 데리고 뛰는 것도.


온몸에 문신을 하고 무장한 야쿠자가 상의탈의한 채로 그걸 뒤쫒아가는 것도.


그 야쿠자에게 갑자기 검은 화살이 날아와 야쿠자의 몸뚱아리를 관통하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번 쳐다보지도 않아요.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다 투명인간이라는 설정이기라도 한걸까요.


아니면 이런 어색한 장면을 통해 일본의 개인 이기주의를 바판하려고 했는지도요.


하지만 그게 일본만의 문제일까요? 이러한 무관심과 이기주의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아침을 맞이하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다가 잠에 듭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들지 않으십니까?


이 장면에서 시사하려는 바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당연히.


아니죠.


그냥 존나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그냥.


일본은 실제로 어떤 나라인지.


대낮에 총격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울버린이 어떻게 해야 더 멋있어 보일지.


신칸센 위에서 전투를 하면 어떻게 될지.


21세기에 닌자가 나타나면 얼마나 어이없어 보일지.


사무라이같이 생기지도 않은 덩치 큰 사무라이 로봇이 얼마나 병신같은지.


악당이 왜 악당이 되어버렸는지 그걸 설명해야 할지 말지.


닌자들을 제설차로 갈아버리는 건 좀 심하지 않은지.


갈면서 운전자가 씩 웃기까지 하면 얼마나 에미없어 보일지.


내가 영화를 만드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하물며, 이 영화를 만드는게 옳은 일일지. 


적어도, 작가는 해고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해보면, 나도 해고해야 하지 않을지.


제작진 전체가. 한번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겁니다.


그래서 이딴 영화가 태어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생각좀 하고 삽시다.



*그래서, 영화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물으신다면. 워, 설마 그런 질문을 하진 않겠죠.


**사실. 보세요. 그냥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꽤 웃길지도 모르죠.


***이 영화의 와패니즘과 오리엔탈리즘과 뇌없즘에 대해서는, 울버린이 끝판왕을 죽인 다음에 '나는 멍청한 아메리칸이라 일본말은 잘가세요 밖에 몰라' 하는 표정으로 "사요나라." 라고 중얼거릴때 정점을 찍습니다.


****그 '사요나라'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된다는 듯이 발음해서 병신같음을 배가시켰죠. 잘했어요! 휴 잭맨!


*****사족이 기네요. 참고로 영화의 질이 유머수준이라 유머로 분류했어요.

2개의 댓글

2013.12.09
난 분명 이걸 오늘 작성했는데. 왜 3일전에 작성했다고 뜨는 걸까.
0
2013.12.09
영화리뷰좋지..더써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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