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SF단편] 청색의 악몽

청색의 악몽 - 프레드릭 브라운

 

 

잠에서 깨어나자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파랗게 눈부신 아침이었다. 침대 옆 창문으로 도무지 햇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하늘이 보였다. 조지는 재빨리 침대 속에서 미끄러져 나와서, 휴가의 첫날을 조금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옷을 입었다. 그들은 오두막집과 같은 산장에 (일 주일의 휴가 기간 동안 사용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린) 어젯밤 늦게 도착했고 월마가 오랜 여행으로 몹시 지친 탓으로 오래도록 자도록 놔 두었다.


신발을 거실에서 신기 위해 들고 나갔다. 5살 된 꼬마 토미가 덥수룩한 머리로, 자고 있던 작은 침실에서 하품을 하며 나왔다.


"아침밥 먹을래?"


그가 묻자 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옷 입고 부엌으로 오너라."


조지는 아침을 시작하기 전에 문 밖으로 나가서 주위를 둘러 보고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알고 있는 이곳의 모습은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울창한 원시림으로서 말로만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친구의 말로는 가장 가까운 산장이, 1.6km 밖에 있는 꽤 큰 호수 건너 편에 있다고 했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호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부엌문 앞으로 난 오솔길이 호수로 통하고 있었으며, 약 이백여 미터 남짓한 거리라고 했다.


친구는 수영하기에도 좋고 낚시하기에도 좋다고 조지에게 말해 주었다. 조지에게 수영은 별로였지만.


물이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수영은 달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배워볼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수영을 썩 잘했고 토미도 마찬가지였다 - 아내는 토미를 작고 귀여운 물속의 장난꾸러기라고 조지에게 말하곤 했다.


토미가 다가왔다. 토미는 수영 팬티를 입는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빠."


토미가 말했다.


"밥 먹기 전에 우리 호수를 보러 가지 않을래요, 아빠?"


"좋아."


조지는 선뜻 대답했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고, 아마 돌아올 때 쯤이면 월마가 깨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호수는 아름다웠고, 하늘은 거울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푸르렀다. 토미는 신이 나서 조지가 멈추라는 소리도 듣지 않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 수영할 수 있어요, 아빠. 아주 잘한다구요!"


"하지만 엄마가 아직 오시지 않았으니까 물가에 있어!"


"물이 따뜻해요. 아빠!"


멀리서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가 보였다. 아침식사가 끝나는 대로 점심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숫가를 따라서 몇 km쯤 걸어가면 보트를 빌려 주는 집이 있다고 친구가 말했다. 1주일 동안 빌리도록 하고 그리고 이곳에 매어두기로 하자. 그는 그 보트를 임대해 주는 집을 향애 걷기 시작하면서 호수 저쪽으로 눈길을 던졌다.


별안간, 싸늘하게 얼어붙는 소름끼치는 울부짖음이 들여왔다.


"아빠, 내 다리가……!"


조지가 놀라서 돌아다보니 20미터 정도 거리에 토미의 머리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물 위로 떠올랐다 다시 가라앉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토미가 소리치려고 할 때 부글거리는 무서운 소리가 들렸다.


다리에 쥐가 난 것이라고 조지는 이 숨막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토미가 그 정도의 거리까지 헤엄쳐 가는 것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본 일이 있었는데.


순간 그는 거의 물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으나,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내가 물 속에 뛰어들어도 저 아이를 도와 줄 수는 없다. 만일 월마가 있다면 적어도 기회는 있을텐데…


그는 산장을 향해 달렸다.


백 미터쯤 밖에서 그는 힘껏 '월마!'하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부엌문에 가까워졌을 때 월마가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왔다. 그녀는 호수에서 달려오는 남편을 지나 달려갔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호수 쪽으로 달렸으나 숨이 차서 결국 50미터나 뒤처지고 말았다.


그녀는 호숫가에 도착하자마자 물 속으로 뛰어들어 조금 전 아들의 머리가 살짝 수면 위로 보였던 곳을 향해 무섭게 헤엄쳐갔다.


그녀는 순식간에 아들에게 다가가서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아들을 끌어 안았다. 그녀가 아들을 안고 몸을 돌리기 위해서 물속으로 다리를 내렸을 때, 그는 갑작스럽고 순수한 공포 그 자체를 보았다 - 아내의 푸른 눈 속에서 비치고 있는 공포.

 

그녀는 물 속의 바닥에 서 있었다 (거기에서 빠져 죽은 아들을 안고서) 겨우 1m 밖에 안되는 깊이의 물 속에서.

 

 

 

 

SF소설이라고 올리고 있지만 이 책에 많은 단편들이 SF와는 좀 거리가 있는게 함정 ㅡㅡ

이 외에 백색의 악몽, 황색의 악몽, 녹색의 악몽이 있지만 이 셋은 나중에 봐서 올리던지..

 

 

8개의 댓글

2013.06.11
오....조금 섬뜩하다...;;;
0
어어
2013.06.11
좋다
0
상상이 안된다.. 물 깊이가 1m 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서있는 자세로 빠져죽는거지?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거 같은데...

중간에 호수물이 따뜻하단게 걸리네...
아침인데 물이 따뜻할리가 있으려나?
0
2013.06.12
@비상금$€£¥₩
5살 아이 평균키가 1m정도임. 수영하다 쥐가나면 자기 신장정도의 깊이에서 충분히 사망할 수 있음
물이 따뜻하단건 아마 번역 미스가 아닐까 싶은데 원문을 구할 수가 없기에 확인할 수가 없네
0
@장미비파레몬
오줌싸면 따심
0
2013.06.12
@비상금$€£¥₩
처음에 나오잖아 5살이라고...그럼 1미터도 위험하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이가 물에서 허우적 거릴때 본인은 수영을 못해서

구해주지 못하고 아내를 불러서 구하려고 했잖아.

근데 아내가 구하러 들어가보니 물의 깊이가 1미터 밖에 안되는거지...

그정도 깊이라면 수영을 못해도 어른은 충분히 걸어가서 구할수 있었던거지...

재빨리 구했으면 살았을텐데....
0
@갱까돌이
미안ㅋㅋ 아내도 빠져죽었다는걸로 잘못 이해했다
난독증인 듯
0
유동
2013.06.13
사람이 당황하면 실제로 발이 닿을 깊이의 물 속에서도 그 물이 깊은줄만 알고 허둥대면서 죽기도 한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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