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개붕이들아. 밑에 대학원생에 대한 굉장히 친절한 가이드 글이 있어서 나도 즐겁게 읽었어. 그런데 아쉽게도 이공계 대학원 위주라서 문과쪽 친구들은 저 글만 가지고는 정보가 부족할수도 있다고 느꼈어. 그래서 내가 문과대학원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로 했어.
중요한 점!! 문과라하면 대학 입시기준으로는 크게 인문, 경제, 사회과학을 전부 문과라고 봐. 하지만 3영역이 너무나 다르고 실제 대학원 생활도 상이해. 내가 쓰는 글은 오로지 인문대기준이야.
1. 대학원 입학
이공계는 자대 대학원이 확실히 메리트가 있어. 또한 지도교수의 네임밸류가 중요한 부분이 있고ㅇㅇ 하지만 인문계쪽은 달라.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서울대 원맨쇼야. 인문계쪽 학계 대부분이 서울대, 비서울대로 인원수를 나눠야 비슷비슷해. 그나마 연고대, 서성한급은 되어야 비서울대 안에서도 나름 같은 출신끼리 학파구성이 가능하고 대학원에서 지원도 꽤 받을 수 있어.
그 밑에 학교마다 잘 나가는 과가 한두개 있지만 규모면에서 많이 밀려. 때문에 문과 대학원을 갈거라면 자기가 하고싶은 세부전공까지 확실히 정한 후, 해당 전공의 교수님이 있는 서성한 이상급 학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단, 지거국은 나름 그 지역 지자체의 지원을 많이 받는다는 장점이 있어서 자대가 지거국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해.(서울대, 고대 출신들이 있으면 미안하지만 안 좋은 얘기 하나만 할게. 이 두 학교는 자존감이 굉장해서 타대학 학부출신들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어. 내 뇌피셜까진 아니고 여러 대학원생 커뮤니티를 통해 들은거긴 해.)
들어갈 학교와 세부전공을 정했으면 다음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서류 원하는 것 준비하면 되는데 제2외국어 점수, 석사계획서 정도만 잘 준비하면 보통 서류는 ㅇㅋ~ 다음은 면접인데 면접은 그냥 수시 때 봤던정도로만 해도 충분해. 단, 가끔 대학원 규모가 큰 과나 학교는 면접수준이 조금 오르기는 해.
2. 대학원 생활
1) 일상
이공계는 랩실이 있지만 문과는 랩실이 없지. 또한, 교수연구실은 교수님들 혼자 쓰시는 곳이야. 당연하게도 인문계 논문 대부분은 단독 1저자거든. 굳이 교수연구실에 자기 제자들이 있을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어. 그럼 우린 평소에 무얼할까? 여기서 무얼하느냐가 앞으로 내 대학원 생활을 결정할거야. 대부분은 수업 때 받은 과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 학과에서 마련해준 대학원 공부방, 도서관 등에서 하거나 나처럼 조교로 교내 연구소에 취직해서 해당 자리에서 업무보고 시간나면 공부를 하지. 그리고 과제가 어느정도 줄어들면 개인공부를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지. 나같은 경우에는 공부만 하는건 편협해지는 것 같아서 독서모임, 야학당 등 대외활동을 하면서 개인공부는 석사 3학기부터 석사논문을 쓰기 시작했어.
2) 수업
이공계와는 달리 인문계 대학원은 수업이 굉장히 중요해. 교수님과 가장 오래 대면하는 시간이고 이공계 친구들이 랩실에서 연구를 하면서 실력을 쌓는다면 우린 수업과 과제로 실력을 쌓거든. 수업 방식은 몇 가지가 있는데 교수님 단독 강의방식은 사실상 없어. 매주 지정도서 서평쓰기, 어문계쪽은 강독 수업 등의 방식이 있어.
가장 하드 트레이닝은 자유주제 발표야. 조선사 수업이라면 조선에 대한 자유 주제 논문형식으로 써서 발표, 토론.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글을 써가면 주제의 가치, 연구사 정리, 문법, 논리의 타당성 등등 그냥 2시간동안 탈탈 털려. 워낙 빡세서 요새는 좀 없어지는 수업 방식인데 내가 다니는 곳은 뭐... 난 1학기 때 한국 고대사 자유 주제 발표했지.... 대신 자유주제 수업에서 꽤 좋은 성과가 나면 그게 그대로 석사논문 또는 학회 게재용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해.
3. 졸업
석사는 그냥 졸업시험, 어학점수, 학위 논문 등 요건에 맞춰서 해나가면 돼. 예전에는 석사수료 후 1,2학기 동안 수료 상태에서 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요즘은 1학기정도만 수료 상태를 유지해.(수료란 학점은 다 채웠지만 학위 논문을 통과 못한 상태를 얘기해)
박사는 좀 다른데 우선 인문계는 이공계랑 조금 다른게 박사수료와 학위 취득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사실 없어. 일단 최소조건이 kci인증(한국연구재단이라는 기관이야) 논문 2편이지만 인문계의 박사 논문이란건 학술지 논문 5편정도의 분량을 집대성해서 하나의 책 수준으로 만드는거라 박사 3년과장동안에는 불가능 수준이야. 공대에 비해서 논문을 생산하는 속도가 현저히 낮거든. 보통 박사수료 후 5년내면 빠른 편이야.
4. 취업
보통은 박물관, 국가연구소같은 공공기관에 연구직으로 지원을 많이해. 박사 수료급은 예전에는 교수님이 밀어줘서 자대에서 바로 교양강의도 담당하기도 했었어. 시간 강사->교수테크를 타는거지. 하지만 강사법이라고 해서 수업 강사를 뽑는 방식이 변하면서 경험이 없는 분들은 신입으로 들어가기 힘든 구조가 되었어. 그래서 요즘은 박사 수료급들도 공공기관 취직을 많이 해. 아니면 교내 연구소, 사업팀의 연구교수로 취직을 하지.
5. 결말
이제 박사 2학기 끝난 개붕이라서 박사이상의 얘기는 좀 부족했던 것 같아. 하지만 기본 골격은 지금 쓴 글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돼. 이공계는 랩실에 소속된 학생과 연구원의 중간이 대학원생이라면 문과 대학원은 대학생의 궁극체 진화라고 보면 돼. 수업 하나의 과제가 학부 때 한 학기 6과목의 과제분량정도거든
마지막으로 문과 대학원을 생각하는 개붕이들에게 해주고싶은 말들이 있어. 니가 학부 때 얼마나 날고기었나는 중요치 않아. 뭐 학부부터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거나 대학원 수업을 청강하고 같이 과제를 했다면 모르겠지만ㅇㅇ 가서 첫 학기는 어차피 그냥 피드백에 탈탈 털릴거야. 근데 그걸 단순히 비난이라고 여기지마. 그 사람들도 다 지나왔던 과거이고 자기들도 겪었던 실수를 니가 안 겪었으면 해서 알려주는거야. 피드백을 진짜 1에서 10까지 쓰고 다음에는 그걸 고쳐갈 멘탈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거야.
오스만유머
집이 좀 사는 거 아니면 문과 대학원으로 진학할 생각은 버리는 편이 삶에 이롭다고 하더군요. 동의하십니까
연구소노예
부모님이 월 50정도를 지원해줄 수 있다면 갈만하오. 등록금은 조교하면 충당가능.
오스만유머
3년눈팅후가입
이제 예술쪽 대학원만 나오면 끝이다!!
EndorsToi
솔직히 대학원부터는 정말로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만 가야 한다고 생각함
취직을 위한 대학원 진학은 사회적으로 너무 큰 인력 낭비임
사실 학사도 많은 부분 낭비긴 하지만 효율화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음
물론 석박 수준이 꼭 필요한 소수의 직업 제외
연구소노예
이공계쪽은 필요하지 확실히
Wehaveagiftforyou
사학과 대학원다니는 친구가 해준 이야기랑 똑같네 대단한거같음
연구소노예
거의 비슷할거임. 사람이 ㅈㄴ많아서 스터디같은게 활성화되었거나 ㅈㄴ적어서 학과 업무를 내가 다 하지 않는 이상은ㅇㅇ
아나나23945
차밑고양
회계사 생각인 거 같은데
다들 처음에는 빅펌에서 일하면서 야간으로 해보려는 생각은 많은데
절대 시간도 부족하고 펌에서 대학원 보내주는 건 극히 일부 SKY출신임. 애초에 회계사풀이 최소 해봐야 경북대급이니깐 학벌 욕심도 없고
차라리 로컬을 가던가 금공을 가서 대학원 지원 받는 게 빠름.
만약 공대생이나 통계 출신이라면 요즘 AI 감사니 뭐니 해서
컴공 진학이나 기술융합대학원은 적극 지원해주더라.
배우는사람2
연구직은 얼마 벌어? 공무원보다 ㄱㅊ?
연구소노예
8-9급 공무원 취급으로 암.
배우는사람2
이직할 마음 접었다.. ㄱㅅ
미분방정식
이공계는 연구실 시다바리라도 하지 문과 대학원생은 진짜 어따쓰냐 사회에서 수요가 있나? 끝까지 가서 대학교수정도 찍을것 아니면 말이야.. 이미 문과 학부생 시절에 쓴 맛을 느꼈을텐데 왜 그런 길을 가는 것인가...
차밑고양
KDI에 들어가서 정말 내 학문이 쓰인다는 게 영광이지.
혹은 삼성경제연구소나
연구소노예
난 끝까지 갈거임
lIlIlIlIlIlIlIlI
대학은 연구기관과 학술기관이라는 본래 목적이 있었듯 문과쪽 대학원 특히 인문대는 공부하러 가는 게 크지. 먹고 살만해서 가는덴 아니고.
최**
고마워 진짜 잘 읽음
알피017
상경계도 누가 알려줬음 좋겠다
스타벅스오렌지쥬스
문이과 섞여있는 미국 박사 말년차인데 나도 써볼까 ㅋㅋ근데 귀찮음
pxcxq
문과 박사들은 어디로 갑니까?
연구소노예
박사를 따면 보통 저기 적힌 연구교수+강사 뜀. 연구교수는 다 다른데 보통 주36시간정도에 개인 연구자리 주면서 월 세후150~200쯤. 거기다 강사는 시간당 6-8주는데 보통 주 9시간쯤 하시더라.
거기에 개인 연구 사업 따오면 거기서 지원받는게 있음. 근데 이건 진짜 케바케라서 평균은 못 잡겠다.
먀야
중국 학생 논문 대신 써주고 과제 대신해주는게 문과대학원생 일 아니었어?
연구소노예
젤 ㅈ밥이 한국말 못하는 중국애들인데... 수업 어시로 들어가도 성적, 출석관련해서 한국말을 못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함.
년째석사과정
석사 지방의 모교에서 수료하고 다음 학기에 논문 심사 받을 생각인데, 박사는 서울로 가는거 어떻게 생각함? 받아주기는 할까?
연구소노예
위에 적은 것처럼 서울대, 고대는 학부 프라이드가 강해서... 서강대, 성대, 연대는 괜찮은 걸로 알아. 너 모교가 지거국급이면 중경외시급으로 굳이 갈 이유는 없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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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석사 막하기 누나한테
누나 박사도 할꺼에요? 물으니까 화내던데
내가 잘못한거냐?
연구소노예
둘 중 하나임. 마음은 있는데 고민중이라 괜히 그러는거, 찐텐으로 널 죽이고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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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중연 생각중인데 어떰
연구소노예
한중연 괜찮지~ 거기서 학계에서 영향력은 쎄지않지만 각종 연구소들과 연계가 되어있어서 연구원으로 쭉 가기엔 좋아. 교수쪽은...ㅋㅋ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쉽지 않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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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어떤데?
연구소노예
자기 학교 밀어주고 지잡대들은 서연고출신들이 꽉잡고 있음. 교수라인은
단톡경보기
학예사 쪽은 어떰?
지자체나 박물관에서 일하다가
교수임용되는경우 흔함?
김치매앤
교수님들 실적은 어떻게 평가되는거야?
연구소노예
논문점수, 강의평가, 대외활동이 기본임. 플러스마이너스는 학교마다 조금씩 달라.
김치매앤
논문점수라는건 이공계처럼 IF보고 피인용자수보고 그러는거야? 물론 모든게 수치로서 가치를 파악 할 수는 없지만
연구소노예
그건 학술지같은 거 평가용. Kci등재된 학술지에 1년 2편이면 교수 계속 다는데엔 문제없어ㅇㅇ
김약
내가 아는 분은 고전문학 번역하는 일 하던데
교수가 시키는 것도 번역 먹고 살려고 하는 부업도 번역
우욱
딥러닝학부연구생
랩실이 없으면 교수들은 대학 월급 말고는 별도의 수익이 뭐가 있나요?
이공계는 기업이나 국가기관과 프로젝트 하면서 인건비 받고 특허나 벤처, 고문 등으로 버는데
연구소노예
국가기관 프로젝트가 랩실이 없어도 할 수 있는게 있어요. 지자체 강연도 있고요. 그래도 이공계보다 못 벌긴 함.
lIlIlIlIlIlIlIlI
자교 대학원 출신 교수도 지거국이나 중경외시 레벨부터는 어느정도 있는걸로 아는데 그거는 티오가 많이 적나봐요?
연탄보일러
lIlIlIlIlIlIlIlI
울 과 교수님 중에 00학번인데 석사까지 자교출신 계신디요... 박사는 ㅇㅈ 일부 분야 제외하고는 (국문학과나 중국사/한국사처럼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배울수 있는거) 밖에 나가야하는거 같긴 함
슈퍼빌드타이거
우린 졸업조건이 학술논문 100점 이었는데 거기는 KCI 두편이나 되네
첨언하자면
문과는 기본적으로 지도교수가 강의 새끼를 쳐줘야 그걸 경력삼아 다른 곳 강사자리 넣을 수 있다.
명란파스타
옛날 여친이 성악 전공하고 그 분야에서 1티어 못되니까 예술경영으로 석사따던데...
결국 큐레이터 하더라.
곧익숙해지는닉네임
문과 대학원생 같은데 이공계 대학원 시스템도 잘 아는거 같네
그래서인지 이해가 잘 됐음
연구소노예
독서모임 나가는 곳에 이공계 대학원생이 두 명 있음. 거기랑 정보 교류하면서 차이점 많이 배움
fare
난 이제 대학들 길어봐야 20년 남은듯
진짜 인구수 기하급수적으로 줄어서 20년후면 리얼 사립대학 10개는 남을까?
국 공립대도 다 합쳐질꺼 같아..
난 진짜 대학은 애초에 학문에 뜻이 있어야 가는걸로 생각하는데 리얼 그냥 4년 직업사관학교 잖아 지금은...
최소한 20년후면 이건 없어질듯 ㅋㅋㅋㅋㅋ
창백한푸른점
사회과학 하는 비서울대 출신 친구는 석사 한국에서 하다가 박사부터 미국에서 하고 미국에 대학에 조교수로 있던데.. 집 부자 아님.
초강력먼지제거제
문과대학원생들한테 데이터베이스가 뭔지 이해시키다가 죽는줄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