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등대 관리인으로 일하다 격은 무서운 사건 (유툽주의)

 

The Mermaid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pkr9e/the_mer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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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정말 금전적으로 매우 힘들었어. 학자금 대출, 집세 나갈 돈은 많은데….

내 통장 잔고 남은 몇 십만원을 보고 든 생각이 뭔지 알아?

뭐든지 좋으니까 돈을 벌고 싶었어....

 

시기에 맞춰 그해 겨울부터 핀치 등대의 관리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지.

일단 3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되었어. 일하는 동안 등대 안에서 생활할 수 있었고 의식주까지 회사 측에서 다 해결해 주니, 매달 500만 원이 깔끔하게 통장에 꽂히더라고.

좀 답답하다는 걸 빼면 월급도 높고 지금의 나로선 제일 나은 선택이었지.

 

핀치 등대는 우리 마을의 몇안되는 랜드마크였어.

우리 마을에 처음 정착한 핀치 가문이 지었다고 하는데. 저 등대 덕에 우리 마을이 항구마을로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도 저 등대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 덕에 먹고 살거든.

그러니 이 등대를 보수유지 하는데 이 정도의 거금을 투자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

 

 

일 자체는 엄청 쉬웠어, 그냥 관광객들이 보기 좋게 등대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등대 주위에 전시된 유물이 도난당하거나 파손되는 일 없게 관리하는 것 뿐이었지. 유물이라고 해도 몇 개 없었어. 핀치 가의 선조가 썼던 모자, 1893년도부터 등대 관리인들이 써왔던 다이어리들,  그리고 돌조각상이 있었지.

 

이 돌조각상도 핀치 가의 선조가 깎아 만든 유물이라 하더라고. 무슨 초록/회색빛이 감도는 바위로 만든 조각상이었는데. 음… 인어가 바위에 앉아 바다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피리를 부는 그런 모습이었어.

 

다행히 나 혼자 등대를 관리하는 건 아니었어. 다른 관리인은 제임스라는 남자였는데, 나보다 5살 연상이었지. 나이 차가 있었지만 금방 친해졌어.

힘을 합쳐서 빠르게 등대를 청소하고, 밥도 같이 먹고, 미식축구도 보고, 술도 마시면서 즐겁게 생활했었어. 아마 대학 시절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셨을 거야.

 

 

 

 

 

****************************************************

그와 같이 일한 지 3주째 되던 시기부터 좀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던 거 같아. 제임스는 이른 새벽부터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인어 돌조각상이 도둑맞았다며 자고 있던 날 향해 소리 질렀어.

 

그의 놀란 목소리에 나도 깜짝 놀라 팬티 바람으로 돌조각을 확인하러 나갔지. 그의 말대로 조각상이 도둑맞았다면, 직장이고 뭐고 다 끝인 거였어.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창문 밖을 확인했지만, 인어 조각은 평소와도 같이 전시장 속에서 평화롭게 앉아있었어.

 

아침부터 이 난리를 피운 게 솔직히 좀  짜증이 났어. 제임스를 쏘아보며 내가 말했지.

 

“아 형,  어제 얼마나 마신 거예요.. 깜짝 놀랐네... 저거 봐요. 인어 저기 있는데 무슨 도둑을 맞아요…”

 

“아… 미…. 미안 프레드, 진짜야 내가 아까 봤을 땐 저기에 없었어!”

 

“지금은 있잖아요 봐봐~ 지금 형도 있는 거 다 봤구만.

 

“와씨… 뭐지…내가.. 잘못 봤나 봐…. 미안”

 

그 뒤로 며칠간 별일 없듯이 흘러갔지만, 제임스는 그 돌조각상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어.

 

 

 

 

 

****************************************

4주째 되던 날부터는 상황이 극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지.

 

 퍽…. 팍…. 퍽….

 

새벽 3시쯤 아래층에서의 들려온 둔탁한 굉음에 잠에서 깨고 말았어..

제임스도 그 소리를 들었을까 해서 그의 침대를 살폈는데 그가 방안에 없었어.

 

이번에야말로 등대에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난 다시 아래층으로 달려내러 갔지.

 

내 예상과 다르게 그곳에는 제임스 혼자 있었어. 그는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한 손에는 야구방망이를 든 채, 인어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지.

요 며칠간 제임스가 제정신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어.

 

난 조심스럽게 제임스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지.

그러자 그가 놀란 듯 고개를 돌리고 날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려고 했어.

그 자리에서 그 자식이 내 머리를 가격할 거라 생각했어.

 

놀라 자빠져 머리를 감싸고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자,

제임스 또한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한듯했어. .

그가 창백해진 얼굴로 날 일으켜 세웠어.

 

“내…. 내가.. 그 꿈을 꿨어! 프레드… 저. 저 인어상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고. 내가…. 내가.. 아니 아니야… 미안해.. 프레드 이러려고 그랬던게 아니라…”

 

내가 그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지. “제발 좀 닥쳐 제임스!” 내가 생각한거 이상으로 화냈던 거 같아.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어. 떨고 있던 그를 뒤로한 채 방으로 다시 돌아갔지.

 

그 일 이후 우리 사이는 더는 예전 같지 않았어. 미식축구는커녕 근무 후 맥주 한잔도 같이하지 않았지. 그냥 얼른 이 지긋지긋한 계약이 끝나고, 저 자식과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어.

 

 

 

*************************************

6주째가 되던 날 밤, 난 휴게실에 혼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제임스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쳤어.

“제발 멈춰!!! 당장!!!! 그년한테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말해줘!!!”

제임스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고통에 가득 찬 얼굴로 울부짖었어.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삐…. ㅍ…. 피리!! 그 망할 피리. 너…. 넌 안 들려? 저 망할 소리가 안 들리냐고!!

ㄴ…. 나도 안 그러고 싶은데 히힉..! 흐하아앜!!

 계속 들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계속 들려. 거봐!!! 저년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소름이 느껴졌어.

 

장기간 외롭게 등대에서 일해서 정신이 나간게 분명했어. 한시라도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지만, 일단 제임스가 방망이로 내 머리를 후려치기 전에 진정부터 시키는 게 더 급했지. 내가 한층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갔어.

 

“제임스 걱정 마요, 내가 사람들 불러서 조용하게 만들어 줄게요. 자자 진정 좀 해봐요”

 

그가 두 눈을 번쩍 뜨며 충혈된 눈으로 날 부둥켜안으며 계속 애원했어.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린 게 확실했어.

 

“도…. 도망가야해, 저년이 나한테 무슨 짓 하기 전에!”

제임스는 눈동자를 내 등 뒤 너머의 창문 쪽으로 돌리더니 그대로 유리창을 향해 달려들었어.

 

 

 

쨍그랑 

 

생생하게 기억나…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제임스는 폭풍우 치는 어두운 바닷속으로 사라졌어.

그를 삼킨 바다 너머로는 등대의 불빛만이 검은 파도를 타고 일렁였지.

 

1시간 뒤 경찰이 현장으로 도착했고. 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다 설명했어.

그들은 이번 사건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핀치 가 에서도 바로 연락이 왔어. 다음 관리자들이 구해질 때까지만 등대를 계속  관리해 준다면, 계약했던 돈을 전부 다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 정말 일을 그만 두고 싶었지만, 거절 할 수 없는 제안이었어. 

 

그러던 와중 수색팀은 제임스의 시신을 수습했고,

그들 모두가 날 홀로 내버려 둔 채 등대를 떠났어.

 

깨진 창문 틈으로, 차들이 빗길을 뚫고 주차장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난 문득 눈치챘어.

파도 소리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들렸어.

숨을 멈추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마치… 피리 소리 같은 게 들려왔어

 

저 인어 조각상이 이제 정말 신경 쓰여….

 

----------- 유툽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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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rjkcreepyradio.tistory.com/

  

26개의 댓글

2020.04.30

잔잔한 괴담이네요 이번건

0
2020.04.30

가문의 저주같은건가

0
2020.05.01
@크알못

캐르비안의 해적에서 나오는 인어같은게 아닐까요

0
2020.04.30

인어도 외로워서 그래....

0
2020.05.01
@렙 스켈톤T

ㅋㅋㅋㅋ

0
2020.04.30

나도 등대관리인 하고싶어 예쁜 인어가 유혹도 해주고

0
2020.05.01
@라리루라

머리가 물고기라면...

0
2020.05.01
@년차ASMR

그건 인어가 아니라 어인이야

3
2020.05.01
@라리루라
2

월 500받으면서 아다쩨러간다

0
2020.05.01
@방구석여포1급자격증보유자
0

이런거보니까 꼭 괴담은 왠지 돈없고 불쌍한 사람들한테만 일어나는거같지않냐

0
@마법부오러사무국장

여유 있으면 저런거 겪었을 때 바로 손절하고 떠날 수 있으니깐 ㅜ

0
2020.05.01
@마법부오러사무국장

돈없어서 위험한걸 감수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1
2020.04.30

가능

0
2020.05.01
@zazazan

500만원이 강하긴 강했군요

0
2020.05.01

모집공고는 언제뜨나요?

0
2020.05.01
@틀니

미국으로 오셔야 합니다

0
2020.05.01

오랜만에 읽판 왔는데 아직도 연재하시네용

미국에서 태어났다했나 아니면 오래 살았다 했나 암튼...

예전에 글 봤을때 번역체가 좀 딱딱하고 어색했었는데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특히 인물들의 대사가 정말 자연스러워졌는데 구어체를 글로 옮기기 위해 엄청 고민하고 애쓴 티가 납니다 멋져용

1
2020.05.01
@켄트지

우왕 다행입니다. 요즘 좀더 어투를 고치는데. 시간을 쓴게 도움이 되었나봐요 피드백 감사합니다!

0
2020.05.01

깊은 곳의 존재가 나를 부른다!

0
2020.05.01
@고질라
0
2020.05.01

세이렌누나...ㅗㅜㅑ

1

세이렌이 피리를 부는게 아닌 쥬지를 불게 해 줄 자신 있다.

0
2020.05.08
@체렌코프현상급쓰레기새끼

쥬지 불고 입때면 쥬지도 같이 없어져있을듯

0
2020.05.06

바다로 뛰어든놈은 세이렌이랑 광란의 ㅅㅅ파티 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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