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이론 중에 선출인단 이론이 주로 독재국가를 조명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때때로 민주국가의 현실정치를 설명하는데도 나쁘지 않다 생각함.

 조악하게 설명하자면 국가 지도자를 선출할 권한이 있는 선출인단이 있고, 이 선출인단은 '명목 선출인단'과 '실질 선출인단'으로 나뉨. 선출된 지도자는 자신을 지지한 실질 선출인단에서 정권유지와 국정운영을 보장받기 위해 핵심적인 집단들을 자신의 승리연합(혹은 지배연합)으로 끌어들이게 된다는게 선출인단 이론임.

 비유해보자면 명목 선출인단이 선거권이 있는 시민이라면 실질 선출인단은 실제로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일 것이고, 조금더 파고들어 본다면 각 정파에 사람을 공급하는 이익집단으로 봐도 좋을 것임. 이 이익은 굳이 물질적인 이익 뿐만 아니라 신념, 또는 정치지형에 따라 나뉠 수 있음.

 작금 민주계와 민정계가 사람을 끌어다 쓰는게 점차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집단이 있었음. 이 승리연합이 깨지는게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박근혜와 조선일보의 내전이 잘 보여주지. 박근혜가 조선 대가리 깨니까 바로 보관함 까서 탄핵에 일조했잖음.

 문제는 박근혜는 그래도 정치인이었고 아빠가 박정희였는데, 윤석열은 애비가 박정희도 아니고 박근혜처럼 기십년간 다져온 정치세력이 있지도 못함. 더군다나 계파에 따른 자리분배도 제대로 못해서 대통령 인사권이 닿는 범위는 검사 일색으로 채워짐.

 검사와 국힘의 차이, 윤석열의 승리연합일 순 있지만 국힘당의 연합인지는 아리송한 이 집단이 정권을 차지하고 보이는 모습은 그간 국힘당과 느슨하게나마 연합하던 이익집단들을 잘라버리는 상황임. 정사판 누구의 말마따나 국힘당 의원들은 총선 직후부터 계속 108번뇌에 시달리고 있겠지.

 끝이 탄핵일지 하야일지 아니면 식물로 임기를 다 채울진 모르겠음. 그래도 하나 확실한건 결국 국힘은 윤석열과 거리두기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거고 이후에 이재명과 민주당이 보복을 들어갈 때, 그것도 좀 잔인하게 보복할 때 의리로 막아줄 세력이 과연 있는가임. 

 난 없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