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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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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한동안 좆망해서 글을 안쓰고 있던 바텐더 개붕이야.

 

전에 쓴 대회 망한 근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게 자체가 망해가고 있어서 글을 쓸 기력이 없었음.

 

그래도 너무 오래 안쓴거 같아서 오늘 할 이야기는, 일본에서 유래된 칵테일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

 

사실, 일본에서 유래됐다기 보다는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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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개하기 전에 앞서, 일본의 칵테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가자.

 

최근에 바텐더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나와서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텐데, 우선 일본의 칵테일 스타일은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어.

 

그래서 당장 저 애니에 나오는 칵테일들도 일본 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방식이라는 걸 인식해뒀으면 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칵테일 문화를 받아들였고, 패전 이후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다보니 칵테일과 바라는 문화가 그 명맥을 이어나갔지.

 

하지만 딱히 교류라는 게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칵테일 레시피들은 금주법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야.

 

그 시대에 들어왔던 칵테일의 레시피들이 시대가 지나면서 바이블처럼 받아들여진 영향+일본 특유 그놈의 장인정신이 결합되서 요상한 방향으로 진화를 했지.

 

뭐 그 덕분에 현대에는 꽤나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일본식 바텐딩이 세계에 미친 영향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이거 읽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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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혼종스러운 가게들도 생겼지만, 하여튼.

 

그러한 일본의 상황 속에서 생겨난 몇가지 칵테일들을 지금부터 소개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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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스푸모니야.

 

바를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편하게 마실 칵테일로 한 번 쯤은 추천 받아봤을 만한 칵테일이지.

 

캄파리와 자몽주스, 토닉워터라는 심플한 조합에 부담 없는 도수와 쌉쌀한 듯 단 듯한 맛 덕분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이 칵테일.

 

이탈리아어 스푸마래, 거품을 일으킨 다는 뜻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데 이게 정설이지는 모르겠어.

 

일단 이 칵테일은 캄파리가 이탈리아 술이라는 것 빼고는 이탈리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아마 딱히 이런거에 관심이 없는 바텐더라면 이걸 소개하면서 이탈리아 칵테일이라고 소개하는 오류를 범할 텐데, 이 칵테일은 완전 일본태생의 칵테일이야.

 

애초에 이탈리아에는 Spumoni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것 부터가 아예 다른거야.

 

이탈리아에서 스푸모니가 뭐냐고?

 

우리한테도 좀 익숙한 모양일 수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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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저게 스푸모니임.

 

 

 

 

 

그럼 이 칵테일은 왜 이탈리아스러운 이름이 붙고 이탈리아 칵테일처럼 여겨지면서 팔리는가?

 

그건 이 칵테일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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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이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만들어진 시기는 1980년대야.

 

일본에서 이탈리아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수많은 이탈리아 식당이 생기던 시기, 즉 이탈리아 붐이 불던 시기지.

 

이 과정에서 뭔가 이탈리아스러운 마시기 편한 칵테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등장한게 바로 스푸모니라는 칵테일이야.

 

실제로 이 칵테일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진 미국인 Jon Mullen은 이탈리아 바텐더 친구나 주변의 미국인들에게

 

"이거 알아?"

 

하고 물어봤지만, 대부분 그게 뭔데 씹덕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

 

왜냐면, 저 양반이 이 칵테일을 알게 된 계기가 위에서 소개했던 애니메이션 바텐더의 옛날 작품을 보고 안거거든.

 

일본에서는 유명한데, 정작 미국에서는 아무도 모르던 칵테일.

 

저 양반은 거기에 꽂혀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 만든 스푸모니로 유명세를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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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일본 스타일의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퍼진 칵테일로, 그 이름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이탈리아 칵테일이라고 아는 사람들도 많아.

 

재료 자체가 대부분 바라면 있는 재료고, 만들기 쉬우면서 맛도 있다는 장점은 이 칵테일이 쉽게 자리 잡는데 일조했지.

 

하지만 이건 이탈리아나 서양에 나가면 없는, 일본의 칵테일이라는 걸 알아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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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렛이야.

 

김렛이 무슨 일본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냐! 라고 할 사람이 많겠지.

 

김렛 자체는 워낙에 클래식한 칵테일이고,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는 특히나 인기가 많은 칵테일이지.

 

하지만 원래의 김렛은 지금의 김렛과는 조금 모습이 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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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김렛은 배 위에서 보급되던 진을 라임 코디얼 주스라는 보관기간을 늘린 기성품 주스에 타먹던 것에서 유래한 칵테일로, 2000년 대 이전까지는 거의 대부분이 신선한 라임을 짜서 만드는게 아니라 라임 코디얼 주스를 이용해서 만들었지.

 

하지만 일본에서는 80년대 말, 90년대 초부터 한 바텐더의 영향을 받아서 신선한 라임주스와 설탕을 이용한 스타일이 각광 받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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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하드쉐이킹이라는 스타일의 창시자로 유명한 우에다 카즈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야.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이 신선한 라임주스를 쓰지만, 다들 기성품 라임주스를 쓰던 시절에 생라임을 짜서 만드는 칵테일을 고집했던 바텐더지.

 

이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서 일본에서 김렛은 지금도 대부분 신선한 라임주스로 만드는게 기본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적으로도 이 스타일이 선호받고 있어.

 

00년대를 지나면서, 더이상 바텐더들이 이미 만들어진 주스를 쓰기 보다는 신선한 주스를 사용하는 걸 선호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지.

 

요즘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해서, 직접 만든 라임 코디얼을 이용해서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는 칵테일이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유행한 만큼, 신선한 라임주스로 만드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일본 스타일의 달지 않은 김렛이 기본이 됐지.

 

다만, 좀 더 옛날, 그러니가 2007년 즈음 이전부터 한국에서 바텐더를 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라임 코디얼을 이용해서 만드는 걸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런 가게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합정의 B&B라는 가게의 사장님이 이 스타일을 고수하고 계시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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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제는 이게 보이는 순간 어?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물건인 지록스 라임주스가 바로 그거야.

 

한 때 한국에는 생라임이 수입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라임주스를 쓰는 칵테일은 당연히 저 라임주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졌거든.

 

그 시대의 나타난 스타일이랄까?

 

 

 

 

 

뭐 하여튼 김렛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칵테일이야.

 

2018년이었나? 국내에서 조사했던 가장 많이 팔리는 칵테일 순위에 2위를 랭크했던 칵테일이지.

 

참고로 전 세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36위였다더군.

 

사실 김렛은 해외에서는 잘 안 마시고, 오히려 프레쉬한 라임주스를 이용해서 만드는 김렛을 김렛이 아니라 진 다이키리라고 불러야 한다는 원리원칙 주의자들이 있을 정도지.

 

국내에서 김렛의 이상한 인기는 왜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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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주품격에서 가져온 이미지

 

 

마지막은 보스턴 쿨러야.

 

사실 이 칵테일도 원조는 미국이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칵테일 아무도 몰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인기 있는 칵테일 가운데 하나고, 마찬가지로 한국도 그 영향을 받아서 여전히 많이 추천되는 칵테일이지.

 

이 칵테일과 하이랜드 쿨러의 영향으로 진저에일이 들어가는 칵테일들을 쿨러라고 부르는데, 사실 진저에일이 안들어가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라면 대부분 쿨러라고 부를 수 있어.

 

보스턴 쿨러의 재료는 럼과 레몬주스, 설탕 그리고 진저에일이야.

 

그런데 왜 보스턴 쿨러일까? 보스턴과 럼이 무슨 상관이라고?

 

너무나 기본적이고 편한 칵테일이라서 관심을 두질 않았던 나는 어느 날 보스턴 쿨러의 유래에 대해서 찾아봤어.

 

일단, 보스턴 쿨러를 영어로 검색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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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나오는 건 이런 것들 밖에 없더군.

 

미국에서 보스턴 쿨러라는 음료는 진저에일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 놓은 걸 뜻하고 있었어.

 

고전적인 디저트 샴페인 플로트에서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디저트 음료였지.

 

그럼 지금까지 내가 알던 보스턴 쿨러는 뭐였지? 라는 의문에 계속해서 찾아보고, 답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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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도 들어오고 있는 미스터 보스턴이라는 브랜드의 책에 처음으로 그 레시피가 실려있었지.

 

이 브랜드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생산하는 회사로, 칵테일들에 들어가는 술들의 값싼 버전을 주로 만드는 회사였어.

 

실제로 한국에서도 한 병에 9900원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럼이지.

 

맛? 한병 9900원 짜리한테 맛을 기대하지마. 강남가면 소주도 8000원인 시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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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회사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판촉을 위해서 책을 한 권 내게 되는데, 그게 미스턴 보스턴 오피셜 바텐더스 가이드라는 책이야.

 

매우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들을 자기들의 술을 이용해서 정리해둔 책으로 1935년부터 판매된 책이지.

 

그리고 이 책에 보스턴 쿨러의 레시피가 적혀있었어.

 

이전까지는 없던 레시피를 적어놓은 걸로 봐서, 자기들 술을 사용해서 만드는 대표적인 칵테일로 보스턴 쿨러라는 이름을 붙인 걸로 보여.

 

하지만 미국에서는 "왠 듣보잡 레시피야?"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

 

책을 통해서 레시피를 공부하는 바텐더들에게는 아무래도 유명한 칵테일들이 먼저였지, 누가봐도 자기들 술 판촉용 레시피는 관심 밖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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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칵테일 책은 워낙에 다양한 레시피들을 빽빽하게 넣어놓은 꽤나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였고, 이게 바다 건너 일본까지 전해진 걸로 보여.

 

당시 일본 입장에서는 칵테일의 본토 미국에서 건너온 책이었던 만큼, 편견 없이 레시피들을 받아들였을 테고, 그 과정에서 본토에서는 무시받던 보스턴 쿨러라는 칵테일의 레시피가 간택 당한거지.

 

럼의 향과 레몬의 산뜻함, 설탕으로 당도를 살짝 잡아준 다음, 진저에일을 넣어서 마시기 편하게 만드는 이 칵테일은 술을 처음 마시는 사람한테도 마시기 쉽고, 적당히 취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강도를 가진 칵테일이었어.

 

덕분에 일본에서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자 충분히 술 맛을 전해주는 칵테일로 수없이 추천되었고, 이게 한국에도 넘어온거지.

 

정작 본토인 미국에서는 주문해봐도 "Pardon?"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서도.

.

 

 

 

 

 

 

 

 

 

 

 

2010년대 이후로 한국의 칵테일은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걸 부정할 수가 없어.

 

사실 그 전까지는 제대로 된 바 문화라는 게 자리잡지 못했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2017~8년 쯤을 기점으로 미국이나 서양 스타일의 바 문화들이 들어오고, 유튜브와 크롬의 힘, 그리고 해외와 교류를 하는 바텐더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여러모로 발전했어.

 

한국은 이제 와서는 일본식 바텐딩이 낡은 것이 됐고, 현재의 트렌드는 좀 더 서구적인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어.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가게는 망해가는 거 같어....

 

 

슬프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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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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