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소설)전쟁중에 각성했다. 02.검은 강(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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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런 사람을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

 

귀족 서출인 롤랑은 그의 마스터인 페이오스 아틀란 멜던. 멜던성국의 제 7왕자의 등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수 많은 이퀄러들을 거의 단신으로 쓸어버린 그의 광역 필살기. 리젝트를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이름은 대충 나오는 대로 지껄인 것 같은 필살기가 저렇게 강력하다니...

 

 "..전하.. 아니,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불을 피울 테니. 부디 쉬었다 가시지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흰 손이 나의 뒤통수를 탁! 때린다.
 "어리석은것아. 그러다 늦으면? 너 하나 힘들다고 모두를 죽게 할 셈이냐!"

 

나를 때린 개종자는 비쉬즈라는 귀족놈이었다. 마스터와는 달리 아주 엿같은 성질을 가졌다. 저자식은 분명 겨드랑이털도 자라지 않을 거다.

 

전하께서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손의 무게가 평소보다 무겁다. 불길한 예감에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하.." 마스터께서는 내 어깨를 몇 번 더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무리한 이동이었다. 힘들었겠지.. 롤랑. 조금만 참거라.. 다들 힘내시오! 결전이 눈 앞 이요!"

 

..전하께서 무리하시니 이러는 겁니다요.. 내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말을 맺고 나를 향해 지어주신 미소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같았다.

나의 마스터는 용사다. 아니.. 용사라니. 저 넓고 강한 등도, 단련된 어깨 마저도 초라하게 만들만큼 무거운 짐이다. 대체 누가 그 무거운 짐을 한 인간에게 짊어지게 한 것인가. 


그는 지금 남은 모든 생명들을 짊어지고 있다.


휴식은 짧고, 우리는 다시 나아간다. 저 앞은 마왕성이라 불리는 검은백작의 외성이다. 적들은 발 밑에도 있다.

 

"흡!"

 

용사의 검이 다시 공간을 가른다. 한 번, 두 번...마흔 번.. 칼질 마다 달빛 같은 섬광이 공간을 수놓고, 그 아름다운 궤적은 이퀄러 스물, 또는 마흔 개체씩 결대로 찢고 갈아내며 마왕성에 다다른 공격대의 길을 열고 있었다.

드디어 저 앞에 높고 검은.. 또는 붉은 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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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방패병들은 이퀄러들이 밀고 들어오려는 협로의 중반부까지 한발 한발 전진중이다.
별빛장막은 은살이 잡초처럼 박혀있는 외부 평야지대와 협로의 입구 사이를 가로막고있었다.
이들의 목표지점은 은살이 박혀있는 협로의 중반부. 임무는 시간을 끌며 천천히 후퇴하여 원거리 화력이 이퀄러들에게 집중되도록 버티고, 무사히 복귀하는것 이었다.


물론 무사히 복귀라는 목표는 반쯤 포기하고 있었으나 공공연히 이야깃거리 삼지는 않는다. 기적이 없다면 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전장을 이탈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우들과 가족과 인류의 미래가 그들의 등만을 바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 놓인 공포와, 등을 떠미는 책임감은 개인의 운명을 손쉽게 짖밟는다. 이 전장에 남은 자들은 한때 한가락 했거나, 모두가 알만한 명예를 가졌던 자들이다.


한때는 전장에서 만나 목을 노렸던 서로에게 등을 맡겨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모두 죽어 저것들과 같아졌다.

 

캬아-!!!!!!! ㄹ!!!!ㅀ!!!!!!!! 랴랶!!!!

 

두두두두두둑!두두둑두두!

 

은살에 하체가 녹아내리면서도 별빛장막을 열심히 두들겨대는 끈적하고, 새까만.. 시체들이 보인다. 일부는 녹아있고, 일부는 뭉그러져 인간의 형상을 잃어버린 저것은 우리의 미래인가.


이퀄러 한두마리가 장막을 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앞에 놓인 은살에 금세 녹아내렸지만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있다.. 


입 안이 자꾸 의식 돼서 침을 삼키게 된다. 이러면 안되는데, 몸이 굳는다. 이제는 눈을 깜빡일때마다 서른이 넘게 녹아내리는 이퀄러들을 보며 자꾸만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채운다.


대마법사가 아무리 위대해도 이런 초월마법을 영원히 유지 할 수는 없고, 이 대치는 곧 끝난다.


별빛장막이 서서히 흐려지고 깜빡이기 시작하자 므로슐은 숨을 훕 들이마시며 전쟁망치로 땅을 꿍 찍는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그래 씨발! 어차피 죽겠지! 그래도 역사상 일대 일만 으로 싸우는 미친놈들은 우리 뿐이야! 안그러냐!"
 
모든 방패병들은 마지막 일지도 모를 단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용병국가! 로카의 최정예다! 이미 한번 뒈진 나약한 놈들한테 쫄아서야 쪽팔려서 눈 못감지! 죽기 전에 내가 몇 마리 죽였는지는 꼭 헤아려 둬라! 가장 많이 죽인 놈은 저승에서 로카 단장직을 맡아야 하니까. 물론, 나보다 많이 잡을 수 있다면!"

 

방패병들의 어깨에 힘이 돌아오자, 므로슐은 다시 쿵!쿵! 땅을 찍고는 외쳤다.

 

 "알아 들었으면 방패 들어!"
 "방패들어!!"

 

그들은 힘차게 방패를 들어 올리고 버쳐들이 그를 보조하며 받쳐든 순간, 별빛장막이라는 댐이 사라졌고 이퀄러들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키야아아아앍!!- 그긁 ㄺ--ㄹㄹㄹ--ㄹ---!!!


 촤학! 부글부글!

 

바닥에 박힌 은살들이 빛나며 이퀄러들이 녹아내린다. 대부분이 녹아 내렸지만 빠진 눈알 하나가 방패병을 똑바로 보기 위해 열심히 동공을 조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지만 결국 다른 이퀄러에게 짓밟혀 터져나간다. 늑대를 닮은 이퀄러가 녹아내리는 다른 개체의 어깨를 밟고 뛰어 올라 방패에 부딪혔고, 서서히 녹아내린다.

 

 "버텨!!!!"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협곡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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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이 사라지자마자 수색병들은 언덕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각자 등에 가죽 자루를 짊어지고 있다. 물론 나도 한 자루를 들고 달리는 중이다.

 

크랴악! - 퍼퍽!

 

꽤 먼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인데도 방패를 두들기는 시체들과 그들의 고함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시체들은 손이 부서지고 머리가 깨져도 계속해서 방패를 두들겼다. 썩어버린 눈에 서린 맹목적인 분노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심장을 타고 전해진다. 침을 꿀꺽 삼켜도 경직된 얼굴이 풀리질 않는다.

 

"어쭈! 아주 여유가 넘쳐?"

 

롭이 옆에서 불쑥 나타나 나를 노려보고는 엉덩이를 뻥 찬다. 허리에 달린 아밍소드가 덜걱거리며 달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앞서간 수색조를 쫒기 위해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아닙니다!"

 

롭은 슬쩍 내 등을 팍 한번 밀어주고는 앞 서 달려갔다. 먼저 간 수색조들은 벌써 저 앞에 있었고, 나는 뛰어야 했다.

언덕 정상에 자루를 내려놓으니 수색병들이 말없이 절벽 밑을 보고 있었다. 롭 역시 굳은 표정이다.

어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절벽 밑을 보니 새까만. 거무죽죽한 무언가가 보인다. 그것들은 마치 지렁이 군집처럼 서로 얽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뒤집어 까고 있다.


빽빽하던 나무들이 검게 말라 비틀어졌고, 어떤 식물은 저들의 일부가 돼 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끔찍하다.

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나 역시 찢어지고 뒤섞여 저것들의 일부가 되는 것 인가?

갑자기 뒤에서 불어온 바람이 섬뜩하다.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분노인가? 욕인가? 

롭이 인상을 와락 구였다가 좌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왜 다들 뒈져가는 표정을 하고 그래요? 헤포스가 벌써 순서라도 정해 주셨어? 정신 차려! 저 뒤에 방패병들을 머저리로 만들지 마!"

 

고개를 돌린다. 마치 양파같은 지형 한가운데에 놓인 카야낙소르가 보인다. 
신께서 만들어주셨다는 천혜의 요새 바스칼 절벽산에 둘러싸인 모습은 한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그 지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높고 흰 도시가의 모습은 늪에 빠진채 코와 입만 겨우 내밀어 숨을 몰아쉬고있는것같다.

협곡에서 이퀄러들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손이 떨려서 허리춤의 아밍소드를 꽉 쥐어본다.

 

우리는 죽음과 전쟁 중이다. 나 또한 죽으면 뭉개지고 늘어진 이퀄러의 일부가 되겠지.
현재 우리 로카용병단은 멜던성국을 둘러싼 바스칼 절벽지대의 제 7번 협로에서 3차 방어 임무를 수행 중이다. 성국으로 가는 길 중 가장 빠른 길인 이 협로를 5개 부대로 나눠 막고 있는데, 그중 허리에 속하는 제3차 방벽에서 적의 진로를 늦추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1차, 2차를 막아줬던 이들이 있었기에 임무를 넘겨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채 반나절도 못 버틸 듯 하다. 우리보다 강했던 1차, 2차 방벽의 흔적들만 겨우 지울 수 있겠지.

 

이번에는 선임병 멜롬이 죽겠지만, 다음은 내 차례다.


대체 대의 라는게 무엇이길래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지? 눈물과 함께 엄마 생각이 났다. 사과파이를 먹고 싶어..하지만 나만 이렇진 않을거다.
애써 선임들의 모습들을 보며 숨을 삼킨다. 미처 삼키지 못한 눈물은 곧 얼어붙었다.

 

멜롬과 나를 제외한 나머지 수색병들은 계속해서 가죽자루를 들고 올라왔다. 멜롬은 마법불꽃을 피울 준비를 했고 나는 협곡을 막기 위해 설치된 돌기둥 함정의 좁은 틈 사이로 기어 들어가 가죽자루를 열어서 그 안에 담긴 은 알로이(금속을 녹여 만든 알갱이)를 부어넣기 시작했다.
절벽 아래로 들끓는 검은 물줄기들의 비명은 점점 높아지고. 협곡에는 고기 썩은내가 가득히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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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치지지-익!

 

회색 머리에 잿빛 눈이 인상적인 남자. 가죽조끼 위에 목갑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형의 멜롬이 자신에게 배정된 신호형 마법종이 중 3개에 불을 붙였다.

 

-적색(목적지 도착), 황색(적), 녹색(많음).

 

나는 이곳에서 언덕의 경계를 아군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절벽을 넘을만한 공중형이 없는지 잘 관찰하는 역할도 겸했다.
이러다 내 신호가 끊어지면. 나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겠지..씨발.. 신호지에 불을 붙인다. 점화석을 바라본다. 잘 보이지도 않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돌멩이를 연신 비벼 마법불꽃을 살린다.


꼬맹2호가 들어간 좁은 틈은 칠흑처럼 어둡다.

 

적이 많다는 건 모두들 아는 사실이다. 단지 전쟁 초반,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만들어둔 신호지가 한 종류가 아니어서 순서대로 태울 뿐이다.
나는 내가 할 일을 반복한다. 이퀄러들의 악취가 코를 찌르던, 그들의 비명이 귓가에 맴돌던.. 7초마다 한번씩 내가 정한 순서대로 마법종이를 불에 가져간다.
거의 한 뭉치 씩 가지고 있던 신호지가 거의 남지 않았을 무렵. 꼬맹2호가 마지막 자루를 비우고, 돌기둥 틈에서 빠져나왔다. 저 작은 녀석은 이것으로 쓸모를 다 했다.


엄청난 청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 녀석은 어리고 약해서 다음 임무에서 죽는다. 이 녀석의 능력을 잘 살리면 정찰을 잘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이 전쟁에 수색은 의미가 없다..
사실, 지금 내가 맡은 임무는 꼬맹이의 것이었다. 쓸모를 다하자마자 죽이려 들다니 결정권자들이야말로 괴물이 아닌가.

우리가 1,2차 병력의 잔재를 지우면 약한 3차 병력의 잔재들은 손쉽게 막을 수 있을거라니..미친놈들.

 

 "꼬맹2호." 라고 녀석을 부르자 동그랗고 탁한, 푸른 눈 한 쌍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흉갑 사이에서 말린 사과 세 조각을 꺼내 던져줬다.

 

녀석은 흔들리는 눈으로 나와 사과를 번갈아 봤다. 말라 비틀어진 녀석.. 이제야 좀 어린애 같다. 그래. 애늙은이 같은 녀석의 저런 얼굴이 보고 싶었다.

 

 "꼭 먹어라. 가능한 빨리 먹어. 만약, 만약에 레이튼으로 가게 되면.. 거기 사과는 꼭 먹어보렴."

 

그만 씩- 웃었다. 이 어린것이 죽지 않았으면.. 그런 작은 소망이 피어오른다.
도망치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래서 입을 꾹 닫고 꼬맹이 뒤에 선 꼬맹1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1호..아니. 이젠 후임수색대장 로빈이 꼬맹이의 어깨를 잡고 언덕 아래로 향한다. 나는 약속된 신호지를 꺼내며 카야낙소르를 향해 돌아섰다.

 

-황색(적), 녹색(많음), 청색(뒤에)

 

 "헤포스 앞에서 만나자. 엿 같은 씹새들아."

 

아군진영에서 약간의 빛이 반짝이더니 물 덩어리들이 언덕 너머로 날아든다. 일부는 멋대로 진로가 꼬여  소멸하며 우박을 뿌렸지만 대부분 언덕을 잘 넘어갔다.


이퀄러들은 엉킨 상태로 물을 뒤집어쓴 채 역겨운 향기를 더욱 진하게 뿜었다. 웍-워억!! 하는 기분 나쁜 괴성이 절벽을 두들긴다.


곧이어 밤보다 어두운 구체가 아군진영위로 떠올랐다. 여기서 봐도 성인 머리 네 개 보다 크다. 가까이서 봤다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할 것이다.
저 구체는 끔찍하게 느려보인다. 점점 압축되는 특성이 있기에 내가 보기엔 공간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일 뿐이겠지만.
옆을 지날 때 보기에는 꼭지점이 주먹만 한, 까맣고 긴 원뿔모양이 화살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숨을 길게 마시며 빨간색과 보라색 신호형 마법종이를 꺼내 준비했다.

 

검은 별똥별이 돔 모양으로 활발히 부풀어 오르던 이퀄러 뭉치속으로 사라지자 나는 신호지를 태웠다.

 

-적색(목적지 도착)

 

물을 맞은 이퀄러 뭉치들은 별빛 아래에서 얼어붙기 시작했다. 곧 따뜻한 공기가 훅 몰려왔고. 또 곧, 여태 맞은 찬바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쳐온다.


멍하니 있을 시간이 없다. 남은 점화석들을 꼬맹이가 나왔던 돌 틈에 던져 넣고, 이미 불이 붙어있던 점화석을 발로 차서 그 안에 집어 넣었다.


어느새 손 끝이 얼어있다. 신경이 비명을 지르는 속도보다 몸에 서리가 앉는 속도가 더 빠르다. 옆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무능한 새끼들. 함정을 잘 고쳤으면 수동으로 폭발 시키지 않아도 됐을 텐데..

 

-----------!!!!!!! 굉음은 들리지 않는다. 따스하다. 마치 막 떠오르는 레카처럼 찬란한 빛이다.
손을 뻗으려 하지만 이미 모두 얼어 깨져 나갔는지 감각이 없다. 그래.. 나는 빛 앞에서..---------

 

협곡. 빛나던 저지용 방패가 점점 꺼져 간다. 이퀄러 하나가 기어코 방패 위로 기어 오른다.
빛이 꺼진 방패를 들고 있던 버쳐가 "해제!!" 라고 외치며 방패의 양 옆을 잡고 앞으로 힘껏 밀었다가 웅크렸던 허리를 펴며 위로 들어 올렸다.


갑작스레 들어 올려진 괴물이 굴러 떨어지고, 주변 이퀄러들의 시선이 모인다. 방패병들은 좌우 위치를 재조정하여 방패진이 물결형으로 변화한다.
방패병은 버쳐에게 방패를 넘기며 바닥과 방패 사이의 틈을 향해 힘껏 몸을 던졌다. 바닥을 구르며 갑옷 위로 걸치고 있던 천옷이 찢어져 좌우로 잡아 뜯었다.


그는 허벅지에 걸어두었던 투척용 도끼 두 자루를 양 손에 나눠 들고 오른손의 도끼는 굴러떨어진 이퀄러에게 던져 대가리를 터트리고. 나머지 하나는 왼쪽에서 달려드는 한놈에게 던져 모가지를 분리시켰다.


방패병은 급히 양 어깨 위에 걸어둔 숏소드 두자루를 뽑아 이퀄러들을향해  휘두른다.


주변의 이퀄러들은 무방비해진 싱싱한 고기를 향해 몰려들었고. 주변의 방패병들은 이것으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굴러 나갔던 방패병의 갑옷에 닿은 이퀄러들이 붉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린다. 그의 은빛 투구 사이로 수증기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쉭-쇄쇄쇄쇅! 머리 위로 물 덩어리들이 날아 오르고 곧 검은 구체가 수축하며 날아간다.

 

이번 전투 시나리오는 방패병들이 시간을 끌다가 약속된 신호를 감지하면 서서히 물러나 수색병들이 발동한 함정으로 자연스럽게 적들과 분리되고 동시에 마법사들의 마법이 적들을 격살하는 아주 간단한 작전이었다. 이 시나리오대로 라면 방패병은 다시 방패 속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마법은 신호 없이 발동됐다.


더불어 보조하기로 했던 마법들도 전혀 발동되지 않는다. 함정역시 활성화 되지 않았다.


아마 저 불길한 거대마법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위한 방어벽은 적과 아군이 혼재된 지금은 발동 될 수 없을 것이다.


뭔가 잘못됐다.


방패 안쪽에서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동요가 들려온다. 므로슐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므로슐은 해제기동을 기점으로 함께 뛰쳐나와 방패보다 앞에서 이퀄러들을 파괴하고 있었으니까.


방패병은 주변을 둘러본다. 적들이 너무 많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저지용 방패도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달려드는 이퀄러들 사이로 방패병과 함께 했던 버쳐의 눈이 마주친다. 방패병의 숨이 뿜어져 나온다. 그는 고개를 돌린다. 곧, 갑옷이 은빛을 뿜어낸다.

 

 "레사-!"

 

옆에서 굵게 갈라진 므로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빛은 더욱 거세게 뿜어져 나온다.


므로슐은 달려드는 이퀄러를 향해 망치를 왼쪽으로 휘둘러 저 멀리 날렸다. 망치가 땅을 찍기 전, 그는 몸을 비틀며 오른손을 전투조끼에 가져간다. 갈비뼈를 따라 걸어두었던 투척검 두어개를 집어 던졌다. 므로슐의 어금니가 뿌드득 갈리고, 그의 오른발이 반보 옮겨지며 진각을 밟는다.


그의 투척단검에 맞은 이퀄러들이 터져나간다. 므로슐은 레사쪽을 보려다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더 돌린다. 침착히 목소리에 마나를 실으며 외쳤다.

 

 "뒤로!! 발 맞춰 후퇴해!"

 

레사의 은빛은 그 자신을 태우며 이퀄러들의 전진을 잠시 늦췄다. 방패병들은 대열을 유지하며 한발 한발 물러난다.


일곱 걸음 즈음 물러 났을 때 오른쪽 절벽지대 위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협곡을 향해 은 알로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하게도 은 알로이가 이퀄러들을 녹이고 있었다. 그러나 방패병들은 아직 충분히 후퇴하지 못했다. 잠시후 절벽 위의 함정이 연쇄폭발하며 절벽과 돌 무더기들을 쏟아 낼 것이다.

 

 "달려!!!"

 

그의 말을 들은 버쳐들은 방패를 들고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방패병들은 자신과 버쳐에게 마나를 불어넣었다.

 

'산사태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 므로슐은 방패병(레사)을 잃은 버쳐의 등을 마나를 담아 탁! 쳤다. 뒤쳐지던 버쳐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는 것을 보며 오른쪽 절벽을 향해 달렸다.


'이번 폭발에는 폭탄이라는 것을 사용한다고 했다. 전투에 운용 되는 것이 처음이라 양 조절에 실패한 것인가. 어쩌면 의도 된 것 일지도 모른다. 마법을 발동하기전에 왜 신호는 없었을까. 보조는.. 로완 그 늙은이의 목청이 여기까지 닿지 않을리도 없는데.. 아. 설마..!'


'씹어 먹을 귀족 새끼들..'

 

므로슐은 숨을 훕 들이키며 오른쪽 절벽을 망치로 힘껏 친다. 자연스럽게 움직인 마나가 절벽을 파고들었고, 산사태가 아직 시작 되지 않은 절벽 허리에 금이 쩍 간다.

 

 훅- 절벽 너머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므로슐은 목표지점을 향해 달렸다. 그의 머리 위로 황색, 녹색, 청색 신호지가 나부낀다.

5개의 댓글

2023.12.29

전개상 한단락 더 작성함

0
[삭제 되었습니다]
2023.12.30
@년째분식집알바

이퀄러가 괴물과는 범주가 달라서 고유명사로 쓰게됐음.. 대충 뭔지는 얼른써서 풀어드리겠음. 아직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극초반이라 세부설정을 못풀어서 미안

0
@DSta
[삭제 되었습니다]
2023.12.30
@년째분식집알바

조언 고마워 문피아에 갖다 박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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